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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낙원=독자라고 생각하고 읽어주세요.

 

 

낙원으로 가는 법

-Dream Boy

 

 

 

2. broach 1

하기 힘든 얘기를 끄집어내다.

 

 

 

"그래,너의 작품에 대한 사상은 잘 이해하겠는데 난 지금 장학금 받는게 더 중요해.작품 퀄리티다 뭐다 연연하면서 오랫동안 붙잡을 생각이 없다고"

 

 

 

한시간,그들이 신경전을 하고있는건 지금 딱 한시간이 됐다.

종현에게 도움을 받은 알바생은 종현과 함께있는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를 보고 침을 꿀떡삼켰다.와..무섭다..

낙원은 굉장히 성가신 표정을 지으며 두팔은 협상할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보여주듯 팔짱을 끼고 종현을 아니꼽게 쳐다보았다.낙원도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다.

지도 나름 작가니깐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있겠지.하지만 그런건 충분히 나중에도 할수 있는 일이다.지금 우리는 과제를 빨리 끝내는게 문제다.

장학금을 놓치면 알바를 해야하고 알바를 하면 분명 공부할 시간이 없을거다.그 외에도 장학금을 놓치면 집에 여러가지로 곤란하단 말이다.

 

 

"뭐가 문제야?장학금 받을려면 퀄리티가 당연 좋아야하는거 아닌가?"


"그런건 그냥 설명쓸때 그럴싸하게 쓰기만해도 점수 잘 받그든?"


"그래,이 과제가 너한테는 장학금이기도 한데 난 첫작품이기도 해."

 

 


한마디도 안지네,맞는말만 하는 종현때문에 낙원은 속이 뒤집어지는거 같았다.그녀는 얼그레이를 담았던 병에 남겨진 얼음을 입에 집어넣고는 아그작 소리가 나게 씹어댔다.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였다.낙원 역시 시간만 더 있었더라면 종현처럼 열심히는 아니지만 대충하자는 생각은 없었을것이다.

아니 얼마나 대단한 작품을 할지 한번 들어나보자.

 


"한다면 어떤걸 하고싶은데."


 
"올레그 오프리스코의 소녀의 꿈 알아?"

 

 

낙원이 고개를 저으자 종현은 기다렸다는 듯이 핸드폰을 꺼냈다.어?전화했었네.몇 시간 전 낙원이 그를 찾기위해 연락을 넣었던걸 발견하자 종현은 씨익 웃었다.

종현은 앨범의 자료폴더에서 원하는 자료가 나올때까지 쭉- 손으로 내렸다.이게 아닌데..어디다 뒀더라..아!

한참 뒤 드디어 원하던 자료가 나왔는지 종현은 초현실주의로 보이는 사진을 낙원에게 건냈다.옆으로 넘겨서 봐.

사진작가는 유명한 작가는 아니였지만 사진은 꽤 유명한 사진이였다.낙원 역시 진기의 정리노트를 보다가 '소녀의 꿈'을 본적이 있었다.

사진을 보니 꽤 감명깊게 본 기억이 새록 떠올랐다.몽상적인 분위기와 부드러운 색감,풍성한 연출임에도 보이는 삭막함.그야말로 꿈을 꾸는것 같았다.

낙원이 사진에 몰두하자 종현은 나긋나긋하게 설명을 덧 붙였다.

 


"이쁘지,그 사진들은 오프리스코가 어린 소녀들의 꿈속 얘기를 듣고 표현한거야."


"...."

 

"나도 그런걸 한번 해 보고싶다 예전부터 생각했그든."

 

 

 


낙원의 솔직한 심정으론 이런 작업을 하면 분명 의상에서도 재밌는 연출이 될거같다 생각했다.하긴 스토리가 있으면 뭔들 재미없는 작품이 나오겠나.

핸드폰에서 시선을 때고 종현을 보자 종현은 어느새 코 앞까지 다가와 얘기하고 있었다.

 


"오프리스코가 소녀들의 꿈얘기를 듣고 이런 사진을 찍은것처럼 나도 한 사람의 스토리를 사진으로 찍어보고 싶그든.재밌을거 같지않아?"

 

"누구 얘기를 쓸건데,너 얘기?"

 

"아니,내 얘기로 하기엔 내가 너무 별탈 없이 자라서 재미가 없을거 같고..너껄로 해야지."

 

"뭐?"

 


그들의 대화는 묘하게 긴장감이 맴돌았다.낙원의 설마하던 생각은 곧 종현의 입에서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너 우리학교에서 소문많기로 유명하잖아."

 

 

 

 


*

 

 

 

그녀는 실없는 웃음을 지었다.난 또 이렇게 대놓고 얘기하는 새끼는 처음이네.오늘만 해도 두번째다.왜 이렇게 다들 최민호에 대해 궁금해하는건지..

낙원의 살벌한 표정에도 종현은 아무렇지 않게 그녀를 쳐다보았다.낙원은 여태껏 종현이 마음에 들지않고 짜증났었도 자기 나름대로 최대한 참았다.굳이 화내서 힘들 필요없으니까..

그러나 종현은 낙원이 지키던 예민한 선을 아무렇지 않게 덤덤히 넘어왔다.

 


"김종현,원래 그렇게 오지랖 넓어?알바생 도와준것도 그러더니 남 소문까지 캐내는거 보면,남한테 관심 많나봐?"

 


궁금하지만 아무도 낙원에게 대놓고 소문에 대해 물을수 없었다.소문에 대해 낙원에게 물어보면 항상 칼같은 말만 돌아오니깐,같은 과 선배라도 농담삼아 신경을 거슬리게 할뿐.직접적으로 낙원에게 물어본 사람은 종현이 처음이였다.낙원의 말이 기분 나쁠것도 한데 종현은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을 꺼냈다.

 


"네 소문에 관심없는데?얘기많으니깐 쓸것도 많겠다고"


"..."


"네 얘기를 쓰겠다고 한거지,니 소문얘기를 쓰겠다 안했다.난?,물론 그것도 들으면 재미는 있겠다."

 


능청스러운 종현의 태도에 낙원은 얼이 빠져 말을 할수없었다.아까부터 남의 신경은 벅벅 긁어놓으면서 자기는 아무렇지도 않다니,그녀는 이미 자신이 종현의 페이스에 휘말린걸 알고 더욱 더 화가났다.

이새끼는 대체 뭐야?이진기는 어디서 저런놈하고 친해져서 온거야.대학교에서 만났을리 없잖아..이진기 졸업하고나서 들어온 놈인데..

처음 상대해보는 타입이였다.김종현이 도저히 무슨 생각을 갖고있는지 모르겠다.낙원은 예측불허한 종현의 모습에 어디서 오는지 알수없는 불쾌함이 느껴 이 자리를 피하려 했다.

 

 

"재미는 혼자보던가.더 이상 할 얘기없다."

 


"네 얘기가 듣고싶어.뭐 때문에 예민하게 구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쉽게 생각해.우린 그냥 작품하는거잖아?"

 


"너 혼자 작가놀이 해.그만한 퀄리티 나올려면 적어도 석달은 걸릴텐데 열심히 해봐."

 

 

 


결국 낙원이 자리에서 벅차고 일어서자 종현은 말 한마디로 낙원을 멈춰세웠다.

 

 

 


"나랑 작업했는데 장학금 못타면 네 학비 대신 내줄게."


"너 미쳤니?"


"뭐 어때,너한테는 좋은 조건 아니야?"


"야..!"


"대신 잘 생각해.난 굳이 이번에 목 메일 필요없어.나랑 같이 작업 하려면 틀린 말 하나 없이 나한테 협조해.뭐 하나라도 이상하다 느끼면 바로 집어치울거니깐."

 

 

 

낙원의 말을 도중에 끊고 종현은 제 할말만 했다.이제야 알았다.이 불쾌한 기분의 정체를..

지금 김종현은 나에게 협상이 아니라 협박을 하고있는거다.낙원은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느꼈다.그녀가 사람많은곳에서 할수있는거라고는 종현을 노려보고 나가는 일이였다.

낙원이 제 앞에 있는 핸드폰을 챙기고 바로 까페에 나서자 까페에는 종현만이 남게되었다.종현은 비록 낙원에게 좋지못한 소리만 들었지만 그녀에게 나쁜감정이 들지않았다.

낙원이 쳐다보는 눈빛이 너무 위태로워보였기 때문이다.

그의 생각보다 낙원은 많이 위태로운 상태였다.평소 아무렇지않게 사람을 상대하는 척하지만 조금이라도 건들면 방금처럼 쉽게 터져버렸다.

제 모습을 감추려 가시를 돋친것 뿐,종현이 알고있던 낙원하고는 많이 다른 모습이라 화가 나지않았다.그는 그저 예민하게 굴수록 그녀의 얘기가 더욱 궁금해질 뿐이였다.

종현은 급하게 진기에게 연락을 걸었다.신호음이 길어지고 받지않으려나 할 쯤 수화기에서 진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종현아-'


"형,나 과제 꼭 a 받아야 할 이유가 생겼어."


'갑자기 그게 뭔 소리야?'


"낙원이한테 장학금 못타면 내가 대신 학비 내준다고 얘기해버린 바람에.."
  

'앞뒤 다 잘라먹고 그게 뭔 소리래.'


"학생이 무슨 돈이 있겠어..."

 


 

 

진기는 일하는 도중 갑작스럽게 받은 전화에 종현의 알수없는 푸념을 놓자 궁금했지만 원래 알수없는 녀석이지,하곤 말았다.
그래서 낙원이하고는 얘기 잘됐어?

 

 

 

 

*

 

 

 

 

집에 도착하자 마자 낙원은 진기에게 몇번이고 전화를 걸었지만 진기는 낙원의 전화를 받지않았다.

평소 제 전화라면 어떻게든 받던 진기가 여지껏 받지않는걸로 보아 이건 분명 의도적으로 자신의 전화를 받지않는거였다.

진기한테 묻고싶은게 산더미였다.김종현 뭐야,김종현 뭐냐고,시팔!김종현 뭐야!나한테 또라이 같은 새끼를 넘겨주고 전화를 안받아??이진기 미친거 아니야?

낙원은 아까 겪은 일때문에 열이 한창 올라있었다.종현은 여간 보통내기가 아니였다.화 한번 낼 법도 한 상황에서 아주 여유로운 듯 나긋한 목소리로 낙원을 휘어잡았다.아직도 종현의 건방진 미소가 생각난다.

상황을 보니 진기는 한동안 전화를 받지않을것 같다.뭔가 자기도 찔리는게 있으니깐 안 받는거겠지.그녀는 진기에게 전화를 하는건 나중으로 밀기로 했다.

연락을 포기하려 핸드폰을 쿠션에 내동댕이 치는 순간 핸드폰 진동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이진기!!"

 

 

 

손살같이 핸드폰을 집어들고 연락을 받자마자 낙원은 큰소리를 진기의 풀네임을 불렀다.
그러나 들려오는 목소리는 진기가 아니였다.

 

 

 

 

'뭐야,이 계집애야.진기형이 아니여서 아쉽겠다.'


"아..김기범이잖아..."


'뭐?김기범이잖아?야,그 말투 뭔데!'

 

 


낙원의 매가리 빠진 목소리를 듣자 기범은 잔뜩 칭얼거렸다.넌 내가 반갑지도 않냐?몇달만에 하는 전화인데 기쁘지도 않냐고?끊어?끊을까?!

낙원은 픽 웃음이 나왔다.방금 전 까지만 해도 열이 잔뜩 오른 상태였는데 오랜만에 들려오는 기범의 틱틱거리는 목소리에 언제 화가 났었냐는 듯 웃음이 나왔다.

 


'웃어?전화 진짜 끊어?빨리 애타게 안 불러?'


"김기범,우리가 보고싶었다는걸 굳이 말로 해야 아는 사이야?"

 

 

오케이-그 정도로 넘어가주지.기범의 통과신호가 보내지자 낙원은 낄낄 거리며 웃으며 한 마디 덧 붙였다.만세-인기 디자이너께서 그냥 넘어가주셨다-!

 

 

 

"안그래도 오늘 연락하려 했었는데 먼저 전화줬네."


'너가 연락을 먼저한다고?참나..'


"오늘 수업에 너 나왔는데 교수가 나한테 발표시켰그든 그거 얘기해줄려고 했었지."


'뭐였는데?'


"KEY CH KEY CH 브랜드에 대해서 묻는거였는데 졸라 구지고 망해가는 중이라고 답해줬지."
 

'까분다.깝치는 병좀 고치고 다시 전화걸어-'

 

 


뚝, 진짜로 끊어버린 전화에 낙원은 다시 전화를 걸었다.아씨,이 새끼..국제전화 비싼데..

사실 낙원은 교수가 물어보는 질문에 거의 반박이 불가능할 정도로 기범의 브랜드를 감싸돌았다.만약 그 자리에서 누군가 기범과 낙원이 친분이 있는 사이라는걸 알았다면 창피해서라도 꺼내지 못할 얘기였다.

국제전화 요금이 나간다는 수화음이 끊기자 기범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빨리 고치고 돌아왔네.'


"야 진짜로 끊냐."


'그럼 네 지랄을 듣고만 있냐.아까 진기형은 다급하게 왜 찾았어?목소리 들으니깐 장난아닌거 같던데,진기형하고 싸웠어?'


"아니,별거 아닌데.."


'네 목소리만 들어도 다 알그든?말해봐,무슨 일이야.'

 

 


기범은 옛날부터 남들은 알아차리지 못했던 낙원의 기분을 잘 알아차리곤 했다.분명히 방금 전 진기형을 부르는 목소리는 분명 화가 잔뜩 난 목소리였다.

그래,기범이 속여봤자 뭐가 좋겠어.낙원은 기범에게 속풀이라도 하듯 여태있었던 얘기를 모조리 꺼냈다.

김교수와 담교수 때문에 괴이한 과제가 생긴것도,여태 파트너를 찾지 못해 진기가 아는 후배를 소개시켜준것도,김종현이라는 놈을 만나 오늘 화를 입은것도..기범은 낙원의 얘기를 맞장구를 쳐주면서 얘기해줬다.그랬어?그거 개새끼네?근데 너도 진짜 어지간하다.

기범이 얘기를 들어주면서 낙원은 속에 앓고있던 응어리가 없어진 기분이였다.그저 남한테 얘기한것만으로도 이렇게 풀리는구나.그렇게 생각하자 종현의 목소리가 머리속에서 들려왔다.


'네 얘기가 듣고싶어.뭐 때문에 예민하게 구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쉽게 생각해.우린 그냥 작품하는거잖아?'


내 얘기가 듣고싶다고..내 얘기 뿐이라면 나도 가볍게 얘기할수 있을것이다.하지만 이 얘기에는 너무 많은사람들이 얽혀있다.

 

 

 

 


'근데 그 김종현 얘기,너한테는 좋은거 아니야?나 같으면 하겠다.'


"돌았니??"


'걔가 뭘 알고 그랬겠냐.어째거나 과제 안하면 장학금 못 받는건 너고 하면 점수가 어떻든 받게되잖아? 정 안되겠다 싶으면 거짓말로 꾸며내던가.'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 선택권이 있긴해?물론 과제는 해야지.그래도 내 얘기론 절때 안해.딴 사람 걸로 하거나 주제를 바꾸면 몰라도 거짓말로 꾸며내서 학비 얻어받는건 안할거야.그리고 점수가 안 좋아서 장학금 못받아도 걔한테 학비 안받아!내가 무슨 거지야?"


'계집애,자존심만 쎄가지곤..그럼 그냥 얘기해서 걔가 원하는 대로 해.들어보니깐 걔랑 안하면 같이 할 사람도 없고 보통내기가 아니라며 맘에 안들면 걔가 집어치고 과제 미제출로 남겠구만.'


"김기범,넌 이게 아무렇지 않아?내 얘기뿐만 아니라 네 얘기도 되고 이태민 얘기인데?"

 


낙원의 말에 기범은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아무렇지 않을수가 없다.어떻게 아무렇지 않을수 있겠어.여태 단 한 장면도 잊지않고 살아가는데..

비록 자신은 유학으로 인해 과거에서 비겁하게 도망이라도 칠수 있었지만 낙원은 달랐다.그 일이 있고난뒤 기범이 떠나 혼자서 그 자리를 지킬수 밖에 없었다.

기범에게는 원치않는 유학이였지만 자신이 낙원을 버리고 도망쳤다는 죄책감은 지울수 없었다.기범에게 있어 죄책감은 그날에 일보다 더 크기에 그래서 기범은 괜히 종현의 편을 들어줬다.

너한테 나 밖에 안 남아서 나라도 너 곁에 있어야 하는데 나에겐 아직 한국에서 사는 일은 너무 버겹다.

기범은 낙원이 종현의 얘기를 하면 화를 내는걸 보고는 낙원에게 있어 종현은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원치않는 만남이라도 너의 곁이 허전하지 않았음 됐다.내가 갈때까지만 이라도 다른 사람 덕분에 너가 외로워하지 않았음 좋겠다.당장은 아니더라도 곧 극복하고 갈거니깐..

 

 

 

 

'그렇다고 계속 과거만 연연하고 살거야?'


"너 이진기랑 비슷해지냐.둘이 비슷하게도 말하네."


'거봐,형도 네 걱정만 하고 있어.이제 이태민 벗어날때도 되지않았어?벌써 3년도 더 됐어.이태민 때문에 네 인생 버릴거야?'


"이태민은 버렸잖아."


'야 이낙원!'

 

 

 


기범이 소리를 빽 지르자 낙원은 핸드폰을 멀리했다.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그게 우리탓이야?최민호 탓이지?'


"오늘 반가운 이름들 다 나오네."


'빈정대지마.얘기나 제대로 끝내자고,그래서 그 김종연인가 김종현 하고 할거야?할거면 걔 말대로 제대로 해.네 이름에 먹칠하지 말고'


"몰라,인마 김기범 잔소리 듣기싫다.아아아아아-"

 

 

 

수화기에서 기범의 욕짓거리가 들려왔다.내가 알아서 잘 할게.기범에게 얘기하자 기범은 궁시렁 거리며 낙원의 말에 대꾸했다.네가 알아서 한다하고 제대로 된 꼴을 본적이 없어요.내가-내가!

낙원은 기범과 진기가 이러는게 다 걱정이라는걸 알면서도 쉽게 '그 날'을 얘기할수 있는 그들이 밉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기범의 말대로 이제 벗어날때가 된걸까.기범은 벗어나려 노력하는데 나만 너무 붙잡고 살고 있는건 아닌가.자신의 나약함에 한숨이 나왔다.

한숨을 들은 기범은 더이상 낙원을 나무라 하지않았다.그저 걱정가득한 목소리로 다시 태민을 얘기했다.

 

 

 

'태민이도 너 이러는거 원하지 않을거야.'

 

 

"...."

 


'나도 너 이러는거 원하지 않고..'

 

 

 

 

순간 그 말이 낙원에게는 크게 와 닿았다.진짜로 그럴까 기범아?진짜 태민이가 원하지 않을까?내게 과거가 가벼워지는 순간 이태민하고 내 연결고리는 더이상 사라지는데?

그래도 이태민이 원한다면 뭐라도 할수 있을거 같아.

낙원은 고개를 절래 흔들었다.기범에게 걱정의 말을 듣었음에도 태민부터 생각나는 자신이 미웠다.

김기범은 이렇게 날 걱정해주는데 타지에 홀로 있는 기범을 위로해 주긴 커녕 칭얼거리기만 하다니...낙원은 미안한 마음에 기범의 안부를 물었다.

 

 

 

 

"음.....넌 잘지내고 있어?"

 

 

'나 완전 잘나가는거 몰라?나 패션쇼 잡힌거 인터넷에 대문짝하게 떴던데,몰랐어?'

 

 

"일개 디자이너의 패션쇼가 대문짝하게 뜨기도 해?"

 

 

'이렇게까지 해외에서 환장하는 디자이너는 내가 한국 최초그든?와씨,넌 니 친구를 일개라고 하냐? 나 무시하는건 진짜 너밖에 없을거다.'

 

 

"그래,언제 어디서 하는데"

 

 

 

 

 

기범은 꽤나 자존심이 상해 잠시 입술을 삐죽 내밀고 핸드폰을 바라보았다.얜 나한테 관심이 없나봐..  

 

 

 

 

 

 

'진짜 아무것도 몰라?'

 

 

"미안,나 요즘 바빠서 핸드폰으로 인터넷도 못들어가고 있어."

 

 

'나 열흘 뒤에 S사 하고 같이 패션쇼 하는거 몰라?나 한국 온다고!!그것때문에 전화한거란 말이야!'

 

 

"진짜?!헐....너..한국오는거야?.."

 

 

 

 

낙원이 말까지 더듬거리자 기범은 만족스러웠는지 미소를 지었다.4일 뒤에 한국에 도착할거야.먼저와서 이것저것 준비도 해야하고 인터뷰 들어온것도 있어.

낙원은 믿기지않는 갑작스런 소식에 입이 쩍 벌어졌다.3년만에 기범을 볼수있다.그 날 이후로 전화나 연락만 했었지 기범이 한국에 오는건 처음이다.말도 안돼......우리 드디어 보는거야?진짜 거짓말 아니고?

 

 

 

'그래그래,인천공항 도착하기 전에 연락할거니깐 꼭 받고'

 

 

"와...김기범.."

 

 

'그렇게 기뻐하지말아라.어쩌냐,와도 같이 있을시간은 많지않을껄?'

 

"벌써 김칫국 드리킹하네..나도 바쁘그든"

 

 

'웃기시네,내가 부를때 잔말말고 나와."

 

 

"알겠어.그때보자.연락 꼭 하고"

 

 

오냐,기범이 전화를 끊자 기쁨도 잠시 낙원은 많은 생각이 들었다.기범이는 승승장구 하고있구나..앞만 보고 내딛는 기범의 성공에 자신이 더욱 뒤쳐진 기분이 들었다.

과거에 쩔쩔매는데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수 있겠어.

과거를 붙잡고 있는것이 태민의 대한 속죄라 생각했었다.그러나 기범은 그런 낙원의 행동에 태민이 원하지 않는다 얘기했다..

아직 뭐가 옳은건지 잘 모르겠다.기범과 진기에게 말하면 둘은 항상 태민을 잊고 다시 시작하라 얘기했다.글쎄,그게 진짜 맞는걸까.우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얘기를 듣고 싶었다.

그렇다고해서 이 얘기를 누군가에게 얘기하면 분명 그 사람은 우리 얘기를 안타깝게 느끼고서 내게 동정을 품을것이다.그런 엿같은 상황만은 죽어도 겪기 싫었다.

그러자 문뜩 종현의 얼굴이 떠올랐다.김종현의 말이 사실이면 정말 김종현은 나를 작품의 써야할 일부라 보지않을까.

김종현이 떠오르자 복잡한 머리속이 딱 하나로 정리됐다. 그래,김종현.니 말대로 쉽게 생각하자.누가 우리 작품을 보고 내 과거라 생각하겠어.나만 찝찝할 뿐이지.낙원은 통화목록에서 김종현을 찾아 눌렀다.

얘기하자.기범이 말대로 아무렇지 않게 태민에게서 벗어나 보는거야.

 

 

 


'여보세요'


"김종현,너가 원하는 대로 하자."

 

 

 


까페에서 날 뚫어지게 쳐다보던 김종현의 두 눈을 다시 볼 생각을 하니 왠지 모르게 두려웠다.

 

 

 

 

 


더보기

 

가장 쓰기 어려운 부분이예요ㅠㅠㅠ머리 쥐어싸며 계속 썼네요.ㅠㅠ

쓰는동안 낙원이 과거때문에 겪고있는 심리상태를 어떻게 써야할지 전전긍긍했어요.많이 고민한거에 비해 이상한게 더 화남..'ㅇ'..

이번에는 셋의 심리를 모두 써야했기에 진짜 너무 어려웠어요 ㅠㅠ글중에 종현이 같이 알수없는 성격은 매력적이지만 막상 써보니깐 패버리고싶기도 하고..

다음부터는 진짜 쓰고 싶던 얘기를 쓰게될 생각하니 너무 좋네요.아무도 안보는데 엄마몰래 공책에 소설쓰는 느낌이라 좋네요!나님 완결까지 화이팅!

(곧 나올 태민이 솔로앨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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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쫑구예요 진짜 글잘쓰네요ㅠㅠㅠㅠ뒷얘기 엄청궁금하고 낙원이과거도 어렴풋이 짐작가서 애탑니다ㅠㅠㅠㅜ
9년 전
D.b
과찬한 말씀이세요ㅠㅠㅠㅠㅠ쫑구님 댓글 덕분에 항상 힘이 나네요.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2
어서 빨리 낙원이의 과거가 보고싶습니다ㅠㅠ으어유ㅝㅠㅠㅠ잘보고가요ㅠㅠㅠ
9년 전
비회원78.223
꼭 완결내주세요 ㅠㅠ
9년 전
비회원124.32
ㅠㅠㅠㅠㅠㅠ글정말잘쓰세요ㅠㅠㅠㅠ잘보고갑니다꼭완결내주세요..☆!!!!!!!힘내세요!!!!!
9년 전
D.b
쓰는 도흡..중흑..에흡....이틀동안 쓴게 저장을 잘못해버린 탓에 늦게 올라올듯 하네요ㅠ..오늘 새벽이 지나기 전 짧게 한편이라도 쓸수있도록 할게요 혹시나 기다리시는 분이 있다면 정말로 죄송합니다;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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