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혁은 사랑입니다 우래기들 아직 미자니까 불맠없이♥ " 그러니까, 이렇게 하자고. 알았지? " " 헐, 재밌겠다. " " 일단 이게 진정성이 있어야 돼, 진환이형이 속으려면. 그러니까 나는 너한테 레알 불만들을 말해 줄게. " " 그래. 나도 레알 불만들을 말해 줄게. 이제 나 나가서 인터뷰하면 되는 거야? " 고개를 끄덕이자 김동혁은 빙긋 웃고는 신이 나는 듯 콧노래까지 부르며 작업실 문을 열고 나갔다. 가볍고 낭창한 뒷모습이 꽤나 귀여웠다. 곧 카메라가 돌기 시작하고, 김동혁은 렌즈 앞에 앉아 나와 원래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 둥, 한 번은 때릴 뻔 했다는 둥 얼토당토않는 말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사실, 우리 둘의 성격이 잘 맞는 편은 아닌지라 의견 충돌이 없었다는 말은 못 해도 나와 김동혁은 꽤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물론 다른 의미로. 나와 한빈이형, 지원이형, 그리고 윤형이형까지 넷은 연습실 안에 작게 마련된 작업실에 모여앉아있었다. 잠시 후 진환이형이 문을 열고 들어와 내게 조심스레 물었다. " 너네 싸웠냐? " " 아냐, 그런 거 아니에요. " " 그럼 동혁이가 왜 저래. " " 아니, 쟤가 연습을 안 하고 있길래 하라고 하고 난 할 일을 했어요. 근데 다시 보니까 아직도 안 하고 있는 거야. " " 일단 나와 봐. " 사뭇 진지하게 내 말을 듣던 진환이형이 표정을 굳혔다. 그러고는 작업실 밖으로 나오라는 말을 남긴 뒤 먼저 문을 열고 나갔다. 안에 있는 멤버들과 무언의 눈빛을 주고 받은 나는 표정을 가다듬고 문을 열었다. 김동혁은 진환이형과 약간 떨어져 앉아 있었다. " 준회. 여기 앉아 봐. " 그래도 맏형이라고 무게를 잡으며 말하는 진환이형 덕에 웃음이 터질 뻔 했지만 애써 표정을 굳히고 털썩 앉았다. " 너희 왜 그래? " " 우리 그때 했던 거 있잖아요, 샴페인라이프. 그거 안무 기억 안 날 수도 있잖아요. 근데, " " 기억 안 날 수도 있는 게 어딨어. 그럼 연습을 해야 될 거 아냐. " "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 넌 네 할 일이나 잘 해. " " 동혁아, 그건 말이 안 된다니까? 알아서 한다고 해놓고 안 했잖아, 네가. " " 넌 잘해? " " 뭐? " " 넌 잘하냐고. " " 너보다는 잘해. " " 알아. " " 알면은, " 말도 안 되는 대화였으나 진환이형은 심각한 표정으로 우리 둘을 주시했다.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대답에 말문이 막혀 버벅거리는 찰나, 숨을 고른 김동혁이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 구준회, 네가 나한테 한 번이라도 상냥하게 말한 적 있어? " 순간 뒷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멍한 기분이 들었다. 애초에 누구에게나 다정하게 대하고 살갑게 구는 김동혁과 다르게 원체 감정표현에도 서툴고 틱틱대는 데다가 숫기도 없는 성격을 가진 나는 상극이라고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나의 행동에 대한 서운함이 담긴 듯한 김동혁의 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오롯이 날 담고 있었다. 평소 우리의 관계를 100으로 두면 50은 김동혁의 이해심과 나를 향한 마음으로 이뤄져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물론 나머지 50은, 내가 김동혁을 사랑하는 마음이고. " 구준회! " " 어? 어, 어. " " 네가 한 번이라도 나한테 상냥하게 말해본 적 있냐고, 내가 지금 묻잖아. " 이건 분명히 진환이형을 속이자고 시작한 연기였다. 하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김동혁의 눈빛과 약간 떨리는 목소리에 내 머릿속은 그야말로 패닉이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나를 비추는 두 눈만을 바라보고 있자니 김동혁은 답답하다는 듯 큰 소리로 욕설을 뱉고는 문을 소리나게 닫고 연습실 밖으로 나갔다. 김동혁과 대화를 해야 할 것 같았다. 급한 마음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문으로 향하니 놀란 진환이형이 따라 일어나 나를 붙잡고, 막아섰다. 불안한 표정이었다. 이것 역시 평소 나의 행동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김동혁과 싸운 게 내가 아닌 다른 형들이었다면 이렇게까지 막진 않았겠지. 조금 씁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됐든 얘기만 하고 오겠다고 차분하게 말하니 진환이형은 그래도 편치않은 듯 나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비켜주었다. 힌 번이라도 제게 상냥하게 말해본 적이 있냐며 나를 다그치던 그 얼굴이 눈에 선했다. 건물 밖으로 나가니 내 걱정과 다르게 김동혁은 즐거운 듯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제서야 맥이 탁 풀리는 느낌과 함께 정신이 들었다. 그 자리에서 달려가 김동혁을 품에 안고 싶었다. 그러나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었기에 애써 태연한 체 하며 다가갔다. 칭찬을 바라는 강아지마냥 나를 바라보는 김동혁에게 무심한 말투로 잘했다고 한 마디 툭 던지니 김동혁은 신이 난 듯 웃었다. 그 모습에 다시 한 번 끌어안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꾹 눌러참았다. 눈물연기를 하겠다며 종이컵에 담긴 물을 담아 제 눈가에 묻히는 김동혁이 우스웠으나, 그게 또 못 견디게 사랑스러웠다. 몰래카메라는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처음의 목적은 진환이형을 즐겁게 해주고 싶었던 건데, 즐거워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촬영이 끝난 뒤, 진환이형과 한빈이형은 먼저 숙소로 향했고 지원이형과 윤형이형은 편의점에 간다고 연습실을 나섰다. 연습실 안엔 나와 김동혁만이 남아있었다. 아까의 상황이 계속해서 떠오르는지 김동혁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면서도 자꾸만 푸슬푸슬 웃어댔다. " 김동혁. " " 응, 준회야. " " 나 좀 봐. " " 왜? " " 그냥. " " 뭐야, 그게. " " 나 좀 봐 봐, 빨리. " 답지 않게 징징대는 내가 우스웠던지 김동혁은 계속해서 실실 웃으면서도 휴대폰을 놓지 않았다. 빨리 그 맑은 눈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직하게 동혁이를 불렀다. " 동혁아. " " 어? " 놀란 동혁이가 휴대폰을 손에서 놓치고는 주울 생각도 않고 나를 바라보았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생각해도 좋아한다는 말만 했지 동혁이를 다정하게 불러준 기억은 별로 없었다. " 이제야 쳐다보네. 넌 내가 중요하냐, 핸드폰이 중요하냐? " " 네가 중요하지, 당연히. 준회야, 왜 그래? " 동혁이는 아무렇지 않게 다정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내 이름을 부드럽게 부르는 일이 동혁이에게는 익숙했다. 다시 한 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 동혁아. " " 응. 준회야. " " 나 할 말 있어. " " 응, 말해. " " 아 씨, 이걸 어떻게 말하지. " 망설이는 나와 계속해서 눈을 맞추며 재촉하지 않고 기다리는 동혁이었다. "내가 너를, 음, 많이, 좋아하는데, 어, 그게, 그러니까... " " 알아. 나도 너 많이 좋아해. 근데 그게 왜? " " 근데, 내가, 그, 표현도 잘 못하고, 맨날 틱틱대고, " " 무뚝뚝하고? " " 그래. 무뚝뚝하기도 하고, 그래서, 어, 너한테, 음... " " 미안하다고? " " 응... " 이미 내 마음을 꿰뚫어본 듯 할 말을 대신 해주는 동혁이 덕에 안 그래도 빨개졌던 내 얼굴은 더욱 붉게 물들었다. 귀까지 달아오르는 듯한 기분에 고개를 푹 숙였다. 동혁이 깔깔 웃으며 내 옆으로 옮겨앉았다. 그러더니 손을 들어 내 머리칼을 살살 쓰다듬었다. 이내 부드러운 미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준회야. " " 응. " " 난 네가, 틱틱대도 좋고 표현을 못하고 무뚝뚝한 사람이어도, 좋아. " " 응. " " 다정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어도 좋을 거야. 그냥 너여서 좋은 거니까. " " 응. " " 그러니까 미안해하지 마. 네가 어떤 사람이어도 난 너를 좋아했을 거고, 좋아하니까. " 내 옆에 앉아 머리칼을 계속해서 쓰다듬으며 말하는 동혁이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머릿속에 각인되듯 남았다. 동혁이에게 너무나도 고마웠다. 고개를 들어 동혁이를 보니 저도 그런 말을 한 것이 쑥쓰러웠던지 괜히 딴청을 피우며 헛기침을 해댔다. 그것조차 못내 사랑스러워 내 머리를 쓰다듬던 동혁이의 손목을 잡아당겨 품에 부드럽게 안았다. 익숙치 않은 듯 뻣뻣하게 안겨오는 동혁이의 등에 손을 얹고 천천히 토닥였다. 그러자 곧 동혁이가 자연스럽게 나를 마주 안았다. " 동혁아. " " 응. 준회야. " " 내가 어떤 사람이어도 너는 나를 좋아한댔지. " " 응. " " 그럼 나는 너같은 사람이 될게. " " 무슨 뜻이야? " 내 목 부근에 얼굴이 닿아있는 터라 다 뭉개지는 발음으로 동혁이 되물었다. 왠지 민망한 느낌이 들어 두어번 헛기침을 하고 대답했다. " 너처럼 다정하고 부드러운 사람이 될게. 그리고 네가 나를 대하는 것처럼, 너를 사랑할게. " 동혁이가 내게서 제 몸을 빼내려는 듯이 움직였다. " 나 지금 좀 쪽팔리니까 그냥 얼굴 보지 말고 들어주라. " " 그래, 그러지 뭐. " " 막상 더 할 말은 없네. 근데 그냥 잠깐만 이러고 있자. " 동혁이가 꼼지락거리며 고개를 들더니 곧 내 어깨에 턱을 얹었다. 손을 들어 조심스레 동혁이의 뒷머리를 쓰다듬었다. 기분좋게 웃는 동혁이에 나도 따라 웃었다. " 준회야. " " 어. " " 좋아해. " " 나도 좋아해. " " 사랑해? " " 응. 사랑해. " - 연애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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