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점제공: 에네스
무릎을 꿇고 손을 번쩍 든채 나를 힐끔힐끔 바라보는 다니엘을 보며 화를 억누르려고 애썼다. 자기도 잘못한건 아는지 고개를 숙이고 몰래 몰래 내 표정을 살핀다. 한숨을 푹 쉬고 고개를 떨구니 안절부절하고 있을 네 얼굴이 눈에 선하다. 이 상황에도 그게 귀여울것 같다고 생각되는 내 자신이 한심하다.
"잘못 했어, 안했어."
고개를 들고 머리를 쓸어넘기며 묻자 냉큼 잘못했다고 대답하는 녀석을 보니 또 한숨이 나온다. 뭘 잘못한건지는 알고 있을까. 내가 거기 데리러가지 않았으면 너는 어디까지 갔을까. 나는 네 남자 친구가 맞긴 한가? 나를 아빠라고 생각하는거 아니냐? 집에는 왜 이렇게 늦게 들어오냐.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내면 다니엘은 질색해서 나간 뒤 그 후로 돌아오지 않겠지. …이미 전적이 있으니까.
"나 안갔으면 그 녀석이랑 잤을꺼야?"
너무 추워서 껴안고만 자려고 했다는 얘기를 들으니 혈압이 오르는것 같다. 상대방도 잘도 그렇게 생각했겠다. 그렇지만 다니엘이 유달리 추위를 많이 타는건 사실이다. 그런 주제에 속살이 훤히 보이는 나시티 같은거나 입고 다니니까 그런 놈들이 꼬이는 거겠지. 내 눈빛을 읽은건지 민소매인데...라며 중얼거린다. 독심술이라도 배웠나. 내가 째려보자 다시 손을 바짝 들고 눈을 내리깐다. 저 예쁜 눈도 그 자식을 홀렸겠지.
"이제 됐어."
내가 침대에서 일어나니 다니엘이 신난듯이 튀어오른다. 다 끝난줄 아는건지 다리 아팠다고 애교스러운 목소리로 투정을 부리며 무릎을 통통 두드린다.
"미안하지?"
미안하면 키스해. 그렇게 말하고 최대한 뻔뻔스럽게 웃고 있느라 얼굴 근육이 마비되는줄 알았다. 역시 나랑 이런말은 어울리지 않으니까. 다니엘이 무슨 일인지 가늠하려는듯이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쳐다보고만 있다. 내가 두 팔을 활짝 벌리자 그제서야 강아지처럼 웃으며 달려든다. 둘이 침대를 잠깐 뒹굴고 나니 내 배 위에 다니엘이 올라타 있었다. 다니엘이 내 와이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내리며 내 입술을 강아지처럼 핥아들어온다. 안보고도 단추를 푸는법이나 능숙한 키스 실력을 생각하면 어떤 자식한테 배운건지 울컥하지만 지금은 신경을 끄기로했다. 다니엘의 목덜미를 잡고 그대로 입을 맞추다 그의 잘 정리된 머리칼을 움켜잡았다. 살짝 아픈지 신음 소리를 흘리는데 그게 더 섹시하게 느껴졌다.
"오늘 잘 생각 하지마."
입술을 떼고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다니엘의 벨트를 푸르자 다니엘도 내 벨트를 풀러내린다. 하여튼 강아지 같은 녀석. 다음에 또 못된 놈 뒤꽁무니를 쭐래쭐래 쫓아가진 않을지 걱정이다. 하루라도 추울 새가 없게 뎁혀주면 나도 몸이 남아나질 않을텐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니엘이 제 얼굴을 내 코앞에 바싹 붙이고 귀엽게 웃는다.
(더이상의 수위는 불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