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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내 신분을 밝힐게. 나는 루한이랑 민석이를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다른 사람들이 흔히들 표현하는 말로 얘기하자면 ‘ 불알친구 ’ 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아. 유치원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온 사이니까.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여전히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이 너무나도 많아서 하나하나 풀어보려고 해. 어떻게 이야기가 끝맺어질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두서가 없어도 조금 이해해줘. 지금 내가, 많이 괴롭거든.

 

유치원 때 일은 솔직히 잘 기억이 안나. 내 나이가 벌써 스물 여덟살인데 그런 게 하나하나 기억날리가 없잖아. 초등학교 때 부모님들끼리 대화하는 걸 얼핏 듣자하니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던 것 같더라고.

 

그때가 한창, 검정 고무신이라는 만화영화가 유행하고 있었을 때였어. 그 검정 고무신하면 생각나는 그 노래 있잖아. 다들 알거라고 생각하니까 가사는 패스. 그 노래로 여자애 여섯명, 남자애 여섯명으로 재롱잔치 때 발표를 하기로 되어있었는데 거기에 민석이가 참여하기로 한거야. 이미 여자 여섯 남자 여섯 꽉꽉 찼는데 루한도 그걸 하겠다고 선생님한테 온갖 떼라는 떼는 다 썼던 모양이야. 집에 가서도 민석이랑 같이 춤출거라고 울고,유치원 가서도 울고. 하여튼 진상짓이란 진상짓은 다 했어. 다 어렸을 적 얘기니까 말은 좀 순화하겠지만, 진짜 나같았으면 아가리 한대 때렸을 것 같다.

 

달랠 방법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대타 정도? 로 해서 시키고 있었거든. 근데 재롱잔치 발표회날 민석이 짝꿍이 안 왔어. 아파가지고 갑자기 빠지게 된거지. 그래서 루한을 어쩔 수 없이 대타로 집어넣자! 해서 집어넣었는데. 루한이 자긴 여자역하기 싫다고 엉엉 울었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민석이가 루한을 배려해가지고 자기가 여자 역할하고, 루한이 남자 역할 하게 해줬어. 진짜. 김민석은 어렸을 때부터 존나 착해빠졌지.

 

나이가 들면서, 루한이랑 김민석. 그리고 나는 매일매일 붙어 다녔어. 고등학교 때는 급식실 스나이퍼, 라고 다른 학생들한테 불리기도 했어. 또 급식 하니까 생각나네. 루한이 김민석 밥 조금 먹는 꼴을 못봤어. 민석이가 초등학교 입학하고나서 급격하게 살이 찌면서 돼지소리를 많이 들었어. 그게 스트레스였는지 중학교 올라가기 직전에 다이어트 폭풍으로해서 진짜 이쁘게 살 뺐어. 처음에 나랑 루한은 못 알아볼 정도였어. 진짜 사람 하나가 쏙 빠져나갔다니까? 너희가 그 사진 보면 내가 왜 이런 반응을 보였는지 대충 공감할걸. 진짜 와, 할 말이 없었어. 살에 묻혀서 잘 몰랐는데, 김민석 고양이 상이더라. 살쪘을 때는 네가 고양이 상인줄 몰랐다고 그러니까 김민석이 겁나 노려보더라. 루한도 헛소리 하지말라고 겁나 뭐라고 하고. 대충 알겠지? 루한이 김민석을 알뜰살뜰하게 챙겼어. 오죽하면 부부라는 소리도 돌았을 만큼.

 

하여튼, 루한이 김민석 다이어트 한 이후부터 밥 조금이라도 적게 먹는 날에는 존나 구박했어. 내가 밥 굶고 아프다고 징징거려도 따뜻한 말 한마디 안해주던 새끼가 급식 아줌마 주걱까지 뺏어서는 퍽퍽 퍼담았다고. 너희가 못 봐서 그렇지 김민석 얼굴 빨개진 거 존나 장관이야. 지금 생각해도 존나 웃긴다. 내가 막 깔깔대고 웃으면 김민석이 웃지말라면서 어금니 꽉 깨물고 말도 하고 그랬어. 나같아도 존나 쪽팔리겠다. 다 큰 고등학생이 친구한테 저렇게 챙김 받는 건 나같아도 사절이야. 너무 부담스럽잖아. 난 좋을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루한은 그 정도가 좀 심했어.

 

솔직히 주변에서 김민석이랑 루한 사이 대체 뭐냐고 그럴 때. 내가 막 손 저으면서 그랬어. 불알친구 사이라고. 유치원 때부터 볼 거 안 볼거 다 보고 자란 사이라면서. 그런 말 하면 다들 안 믿었어. 쟤네 진짜 뭐 있는 것 같다고. 사내새끼들끼리 어떻게 저렇게 붙어먹냐고. 사실 내가 좀 팔랑 귀라서 그런 거에 잘 동요되는 타입이거든. 그래서 가끔씩은 진짜 진지하게 쟤네 둘이 진짜 뭐가 있나? 하고 생각해본 적도 많아.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난 잘 모르겠는거야. 그래서 그냥 늘 웃고 넘어가기만 했었어. 쟤네가 무슨 사이냐면서.

 

내가 루한의 감정을 정확하게 파악했던 게, 고등학교 3학년 때. 내가 아까 말했지. 급식실 스나이퍼였다고. 김민석이 공부한다고 급식도 안 먹고 시위벌일 때. 그새끼가 같이 밥 안 먹었어. 강제 다이어트 한 셈이지. 나는 무슨 죄야? 같이 밥 먹자고 손 잡아당기면 루한 그 새끼는 민석이랑 같이 공부할거라고 밥 안먹겠다고 그랬어. 사실 우리 셋 다 지지리도 공부 못했거든. 고2 되면서 김민석이 좀 정신 차리는가 싶더니, 고3되서 루한도 같이 정신차린거지. 걔네 급식 신청도 안했어. 밥 안먹고 그 시간에 영어 단어 몇개 더 외우겠다고. 솔직히 쟤네 둘이랑 다니느라 교우 관계가 호구였었거든 내가. 그래서 나도 반 강제로 다이어트 했어. 배고프면 가끔씩 매점내려가서 빵 사먹는 정도였지. 사실 루한이랑 민석이한테는 말 안했는데. 대충 눈치 깠어. 쟤네 둘이 사이가 보통 요상한 게 아니구나. 근데 너무 어렸을 적부터 봐왔던 애들이라 쉽게 말을 못 꺼냈어. 그래서 그렇게 얼렁뚱땅, 시간이 흘렀지.

 

루한이랑 김민석 덕분에 생각도 못했던 대학에 입학도 했다. 사실 남이 보면 뭐야, 아무것도 아니네! 라고도 할 수 있는데 아까 말했듯이 나는 정말 공부를 지지리도 못했어. 셋 중에 내가 톱이었어. 성적표 받을 때 늘 밑에 깔아주는 애. 반 꼴등. 뭐 그런 애였다고. 우리 엄마 아빠는 대학 간 것만으로도 대견하다고 그랬다. 김민석이랑 루한은 인 서울에다 같은 대학, 같은 과에 지원해서 붙었어. 대단한 새끼들이지.

 

나는 그냥 지방대에 다녔고, 걔네는 야심차게 인 서울까지 한 새끼들이라 바빠서 자주 보지도 못했어. 아니 나보다는 걔네가 바빴다는 게 맞지. 한 날은 나 빼고 루한이랑 민석이랑 둘다 술에 취해 떡이 됐었어. 나는 운전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해서 술을 안 마셨거든. 민석이를 차 뒷자석에 태우고 루한을 조수석에 태우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나는 아직도 루한 그 새끼가 하던 말이 잊혀지질 않아.

 

 

 

 

 

‘ 야. ’

 

 

 

 

 

야. 라고 부르더니, 갑자기 생전 부르지도 않던 내 이름을 부르더라고. 얘가 술을 먹더니 미쳤나. 싶어서 쳐다봤지. 자는 줄 알았는데, 눈을 흐리멍텅하게 뜨고서 날 쳐다보더라. 그냥 길거리에 버리고갈까. 싶었어. 루한 저새끼가 진짜 술 주정이 장난이 아니거든. 자기혼자 씨부렁거리다가 차에 오바이트라도 해봐. 뒷처리는 다 내담당 아냐. 진짜 그 순간 진심으로 고민했다. 차 문 열고 이새끼를 버리고 갈까. 근데 그러기에는 좀 미안할 것 같아서 그만뒀어. 그리고 존나 시크한 척 왜. 라고도 대답해줬지. 그러니까 루한 그새끼가.

 

 

 

 

 

‘ 넌 아는데 모르는 척 하는거야, 아니면 진짜 모르는거야? ’

 

 

 

 

 

이새끼가 약을 먹었나. 내가 뭘 아는데 모르는 척을 한다고 그래. 하도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는데.

 

 

 

 

 

‘ 나 민석이 좋아하는 거 말이야. ’

 

 

 

 

 

이러더라. 그래 한동안 잊고 살던 문제였어. 루한 저새끼가 김민석을 좋아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는 내가 중학교 시절부터 끝도없이 고뇌하고 고민하던 거였는데 그걸 바쁘다는 이유로 고새 까먹어버리고 만거지. 내가 아, 하니까 루한이 병신이냐고 묻더라. 그래 솔직히 아, 는 좀 멍청해보였어. 바보 도 터지는 소리같잖아. 루한이랑 나랑 눈 마주쳐서 막 웃는데, 순간 루한이 뒤를 돌아보더라. 김민석이 듣고 있을까봐 걱정이 됐나봐. 근데 새근새근 아주 잘자고 있더라.

 

하여튼. 루한이 그날 다 이야기했어. 유치원 시절부터 민석이는 자기랑 결혼하기로 약속했고, 그 약속을 믿으면서 지금까지 자라왔다고. 솔직히 좀 병신같잖아. 아무리 봐도 그건 어려서 생각없이 한 말인데. 내가 막 이야기하니까 루한이 자기도 안다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였어. 그때 했던 말이 어려서 생각없이 했던 말인 것도 알고, 김민석이 여자를 좋아하는 이성애자라는 것도 안다고. 근데. 자기는 지 마음을 못 포기하겠대. 그냥, 김민석을 좋아하는 게 습관처럼 굳어져버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을 것 같다고. 덤덤하게 그런 말을 하더라.

 

루한이 순간 엄청 불쌍해보였어. 한번도 살면서 루한을 불쌍하다, 라고 여긴 적 없는데. 진짜 오랜 시간 동안 짝사랑하고 끙끙 앓아왔을 생각하니까 안쓰러워지더라. 오죽하면 나한테까지 비밀로 했을까 싶기도 하고.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줬지. 마지막에는 정신 말짱하게 차에서 내리기까지 했어. 민석이는 자기네 집에 재우고 내일 같이 학교 나갈테니까 걱정말고 집 가라고 그러더라. 집 들어가는 루한 놈 뒷모습을 보는데, 좀 많이 슬펐어.

 

그렇게 시간이 지났지. 여전히 그 둘 관계는 진전이 없었고, 민석이는 계속 여자를 사겼어. 루한 그 놈은 티도 못내고 끙끙거리면서 김민석 곁을 꿋꿋하게 지키고 있더라. 마음 같아선 김민석한테 루한이 너 좋아해! 하고 소리라도치고 싶었는데. 차마 그럴수가 없었어. 내가 생각없이 뱉은 말에 혹시나 그 둘 사이가 멀어지게 되면, 그 모든 것을 감당할 만한 자신감이 없었어. 루한은 친구라는 명목으로 김민석 곁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는 것처럼 보였거든. 걔가 얼마나 미련하고 병신인지, 잘 알겠지?

 

루한 그놈이 중국어과 과대를 했었어. 그때 신입생 환영회를 한다고 근처 호프집에서 자축 파티 따위를 벌였다나봐. 근데 김민석이 남자치고 좀 예쁘게 생겼거든. 여자 후배들이 눈도 크고 정말 예쁘다면서 김민석한테 겁나 붙었어. 사실 루한한테 붙어먹고 싶었을테지만 무서워서 못 다가갔다나봐. 얼굴 예쁘장한걸로 치면 솔직히 루한이 훨씬 예쁜데. 걔는 나름대로 과대라고 오오라를 풍겨다니곤 했나봐. 그러니까 신입들은 몸 사리고 착한 김민석한테 친한 척 하면서 붙은거지. 김민석이랑 루한이랑 친하니까, 민석이랑 친해지면 자연히 루한이랑도 친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날. 루한이 진짜 참으려고 그랬는데 폭발하고 말았지. 유독 민석이한테 붙어대던 여자애가 하나 있었는데, 계속 루한 심기를 건드렸나봐. 그래도 대학 생활인데 김민석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 병신은 또 참았지. 팔짱끼고 가슴까지 막 부벼대도 그냥 참았대. 김민석 일이잖아. 개인적으로 그런 거에 참견하고 싶진 않았대. 솔직히 김민석도 나이가 들면서 루한이 참견하는 것에 대해서 불편하게 생각하기도 했고. 어렸을 때부터 하도 그래오니까 당연하게 생각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봐. 진지하게 루한 붙잡고 안 그래줬으면 좋겠다고 그런 적도 있다더라. 그 이후부터 그녀석이 참은거지. 왠만하면 개인적인 일에 참견 안하려고 그러고, 남이 봐서 오해할만한 행동은 잘 안했나봐.

 

술게임을 하는데, 그 여자애가 흑기사를 해달라고 민석이한테 징징거렸어. 사실 김민석도 술 잘하는 편 아니거든. 루한이 하지말라고 그랬는데 딴에는 후배라고 챙겨주고 싶었는지 억지로 술을 마시고 소원권을 하나 받았대. 이런 거 필요없으니까 그냥 넘어가자고 불편한 기색을 내보이는데도 여자애가 눈치없이 굴었나봐. 소원 하나 들어줄게요, 네? 어떤 게 좋아요? 음, 뽀뽀같은 거?

 

김민석 표정이 급격하게 굳더래. 루한은 속이 타서 계속 술만 퍼먹었고. 여자애가 다시 김민석 팔짱끼면서 가슴 부벼대는데, 옆에 앉아있던 남자 후배가 김민석이랑 그 여자애를 보면서 좀 낯뜨거운 말을 했다나봐. 그때 루한 그 놈이 빡돈거지. 삿대질까지 하면서 목에 핏대까지 세우고 소리쳤대. 목 따버리기 전에 당장 여기서 꺼지라고. 김민석 욕하는 건 절대 용납 못한다고. 남자애가 죄송하다고 막 그러니까 여자애도 상황 파악이 끝났는지 김민석 옆에서 떨어진거야. 너도 상황파악이 되면 이제부터 김민석한테 빌붙지 말라고 엄포까지 뒀대. 대단한 새끼지. 그 이후로 그 남자애나 그 여자애 둘 다 김민석 곁에 얼씬도 않았어. 루한은 과대니까, 어쩔 수 없이 얼굴은 가끔 봤대.

 

김민석이 가만히 있었냐고? 그럴만한 놈 아닌 거 대충 눈치 깠지? 거기서 그렇게 얘기하면 나는 뭐가되냐면서 김민석이 화냈대. 루한이 왠만해서는 김민석한테 화 안내는 놈인데 지도 화를 냈대. 니가 그런 꼴 당하는데 그럼 내가 가만히 있느냐고. 김민석도 화내는 루한은 너무 오랜만이라 좀 벙쪘대. 그러다가 다시 정신차리고 막 쏘아대고. 내가 그런 짓 하지말라고 부탁까지 했지 않냐고. 그러니까 루한이 그랬대.

 

 

 

 

 

‘ 나 원래 이런 놈인 거 너도 알잖아. ’

‘ 난 네 일이면 미칠 수 밖에 없어. 니가 그때 부탁한 거 아니었으면 난 그 자리 다 뒤엎고도 남았을거야 ’

‘ 더이상 나한테 네 입장을 강요하지마. 난 이게 최선이야. ’

 

 

 

 

 

뉘앙스 이상한 거 느껴지지. 근데 김민석이 또 그런데에는 눈치가 없거든. 걱정해주는 건 알겠는데, 왠만하면 후배들 보는 자리에선 그러지 말라고 하면서 그냥 좋게 말 끝냈대. 루한 그 놈은 김민석한테 좋아한다고 고백할 생각까지 끝마친 상황이었어. 걔가 몇년을 참았어. 지도 답답했겠지. 말하다가 정 안되면 고백이라도 할 생각이었는데 좋게 끝난거지. 늘 김민석한테 지고 들어가던 루한이 처음으로 이긴 날이었어.

 

그날 김민석이 당황해서 나한테 전화까지 했잖아. 루한이 화를 냈다고. 뭐라고 해야할 말을 모르겠어서 그냥 좋게 넘어갔다고. 자기도 솔직히 불편한 상황이었고 도와준 건 정말 좋은데 후배들 다 보는 자리에서 그러는 건 좀 그렇다고. 괜히 다른 후배들이랑 사이 멀어질까봐 걱정도 된다면서. 그래서 내가 그랬지. 멀어지는 애들은 그냥 멀어지게 냅두라고. 괜찮은 애들은 다 네 곁에 있을거라고.

 

그 날 이후에 그 후배 두명 빼고는 원만하게 잘 지냈어. 여전히 루한은 철통 방어. 김민석 이외에 딴 건 다 필요없다, 그러니까 꺼져. 라는 식의 마인드로 지냈대. 그러고보면 참 신기해. 김민석밖에 모르는 루한 옆에 용케도 살아남은 게 나였어. 루한도 장난식으로 나한테 그런 농담을 친 적이 있어. 민석이 이외에는 아무도 남지 않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옆에 있었네? 라고. 그럴때마다 헤드락 걸면서 장난도 쳤지. 지금 나 존나 무시하냐고. 어떻게 불알 친구를 그렇게 개무시할 수 있냐고.

 

김민석 입장은 생각하지 못했어도 나는 전적으로 루한을 지지하는 입장이었어. 김민석이 만난 여자들 하나같이 루한 보고 덤벼든 파리떼들이었거든. 그래서 한번은 루한이랑 김민석 주먹다짐까지 한 적 있어. 내가 너 때문에 이렇게 살아야하냐고. 사실 말이 주먹다짐이지 일방적으로 루한이 맞아줬어. 좋아하는 사람이 진다고, 루한이 딱 그꼴이었지. 가관이었어. 얼굴에 상처가 얼마나 득실득실했다고. 다음날에 김민석이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그 이후로 김민석도 여자 가려가면서 만났어. 아니, 거의 안 만났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루한은 대학교 졸업할때까지, 김민석한테 마음을 전달하지 못했어. 내가 왜 지금까지도 고백하지 못했냐고 그러니까 루한이 그러더라.

 

초등학교 때는 제 감정의 깊이를 가늠하지 못해서 고백하지 못했고. 중학교 때는 조금 더 민석이 곁에 있고 싶어서 고백하지 못했고. 고등학교 때는 이때의 추억을 조금 더 쌓아두고 싶어서 고백하지 못했고. 대학에 입학해서는 민석이가 상처받을까봐 고백하지 못했대.

 

미련한 새끼지?

 

루한은 … 정말 김민석만 보면서 23년을 살았던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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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ㅜㅜㅜ 루루..... 민석이도루한의마음을알게되면... 어떻게될까요.. 아 루루안타까워ㅜㅜㅜㅜㅜ
9년 전
독자2
민소규ㅠㅠㅠㅠㅠ 그러지마 루루 불쌍하다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5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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