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팔원
이글은 백석시인의 팔원을 모티브로 쓴 것입니다.
우현은 아침일찍 나와 묘향산행 내임을 끊었다.차디찬 겨울하늘을 보니 괜시리 한 쪽 가슴이 허했다.
승합 자동차에 들어가 가만히 앉아있으니 나이어린 계집인지 사내인지 모를 아이 하나가 오른다.쑥색같은 진진초록 새 저고리를 입고 앉아있는 아이의 손을 보니 손잔등이 밭고랑처럼 몹시도 터져있었다.아이에게 행선지를 물으니 자정으로 간다했다. 자정은 여기서 삼백오십리,묘향산서부터는 백오십리..묘향산 어데서 삼촌이 산다고 한다. 아이는 분명 내진인 집에서 밥을짓고,걸레를 치고 아이보개를 하면서 이렇게 추운아침에도 손이 꽁꽁얼어서 찬물에 걸레를 쳤을것이다.그러다가 내진인의 사정이 안좋아지니 가차없이 살아있는지도 모를 제 삼촌에게 보내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에 잠겨있으니 앞에서 갸냘프게 떨리고만 있는어깨가 보였다.아이가 운다. 흐느끼며 운다. 우현은 새하얗게 얼어버린 자동차 유리창과 아이를 번갈아 보다 자신도 모르게 아이가 안쓰러워 눈을 씻는다. 한참 그러고 있으니 이내 아이가 울음을 멈추고 자신을 바라보는게 느껴졌다. 그러더니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온다. 뭐하나 궁금해 가만히 있으니 아이가 와서 자신의 눈가를 닦아준다. 그모습이 참 예쁘게 느껴져 미소를 지으니 아이도 빙긋 웃는다. 아까 울음을 삼킬때도 예쁘더니, 웃으니 더 예쁘다. 그러고는 서로 암말도 안하고 있으니 아이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저씨는 어디까지 가세요?"
"나도 자성으로 간다."
아이가 나에게 말을거니 괜시리 쑥스러워져 무뚝뚝하게 말하니 아이가 그 조그만 입술을 빼죽거린다.
또 그게 너무 귀여워 큰소리로 웃으니 아이의 눈이 여우처럼 샐쭉 올라간다. 고 녀석 귀여운 줄만 알았더니 요망하기 까지하다.
"넌 몇살이냐?" 하니 아이가 말갛게 웃으며 대답한다.
"올해 12살이에요" 12살...12살이라고 하기엔 아이는 너무 작고 여렸다. 진정 열두살이 맞냐 물어보니
또 여우만치 눈을 치켜뜨며 말한다
"흥! 12살된 사내라고요!!"
사내? 사내라니..그말에 다시 한번더 놀랐다. 샐쭉하니 조그만 입을 삐쭉대는 모습도, 말갛게 웃는모습도, 느끼며 우는모습도 영락없는 계집아이였는데 사내라니! 잠시 아비규환이된 머릿속을 정리하니 그제서야 아이의 바짓저고리가 눈에 들어왔다.
"아..."
내가 암말도 안하고 있으니 슬그머니 내 눈치를 살피는 눈동자가 보인다. 도로록 도로록 굴러가는 갈색빛 눈동자가 순수해보여 나의 얼굴이 화끈했다. 그걸 보더니 아이가 내 이마에 손을 대본다. 찬 겨울이라 분명히 손이찰텐데 아이의 손은 너무 뜨겁게 느껴졌다. 아이가 고개를 갸웃이며 말한다.
"아저씨 어데 아파요?"
우현이 고개를 저으며 괜찮다고 웃으니 아이의 뺨이 분홍빛으로 물든다. 그것이 마치 한떨기 진달래 같아서 더 예뻐보였다. 아이의 갈색빛 머리칼을 가만히 쓸어보니 아이가 다시 눈을 굴리며 어쩔줄을 몰라한다.
아이의 머리에서 손을 치우고 바라보니 동그란 머리통을 들어 아이가 그 갈색빛 맑은 눈동자로 우현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작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눈을 내리깐다. 그 예쁜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우현은 아이의 이름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는 아이를 불러 이름을 물었다.
"너, 이름이 무어냐?"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전..이름이 없어요, 그저 저희 아버지 성씨가 김가였다는 것 밖에 몰라요."
그러고는 동그란 머리통을 푹 숙인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우현은 조용히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이의 아픈 곳을 괜히 들춰낸 것 같아 미안하고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우현은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주겠노라고 말했다. 그러니 아이가 고개를 번쩍들더니 좋아한다.
"아저씨 정말요? 정말...제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에요?"
아이의 밝은 웃음을 보니 기분이 좋아진 우현은 다시한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내가 너의 이름을 지어주마."
"음...성규가 어떠냐? 규야, 규야, 예쁘지 않으냐"
아이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활짝 웃으며 말한다.
"저는..아저씨가 지어주신거면 다 좋아요.."
아아, 이 얼마나 곱단 말인가. 아이의 말이 곱고 고와서 괜히 콧날이 시큰해져 온다. 아무래도 이 아이는 저를 볼썽사납게 만드려나 보다. 이리 눈물이 자주나오니 듬직한 사내라고 할 수있단 말인가. 그래도 이 아이는 우현이 제 앞에서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도 그저 말갛게 웃으며 우현 자신을 꼭 안아 줄것만 같다. 나혼자 감상에 젖어있으니, 아이가 우현의 소매를 잡는다.
"아저씨...내 이름 한번만 불러줘요."
뭐? 우현이 놀라자 다시한번 말한다.
"아저씨가..내이름 지어줬잖아요, 난 맨처음으로 내 이름 부르는게 아저씨였음 좋겠다."
또 고운말만 한다. 우현은 아이의 작은몸을 내품에 안으며 말하였다.
"내 아이야, 내 예쁜 규야"
잠시 아이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은것 같기도 하다.
아이는 우현에게 우현의 이름을 물어왔다. 하지만 우현은 자신의 이름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러니 아이가 다시 눈을 치켜뜨고 또 입술을 내밀어 삐쭉댄다. 아마 아이는 자신의 마음이 언짢다는것을 이리 보여주나 보다. 그귀여운 모습에 한번 넘어가주기도 할까 하다가 이내 관두었다. 왜냐하면 아이의 다음 행동을 보고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아이는 역시 우현의 놀음에 넘어간 듯 싶었다. 우현의 반응이 없자, 이내 시무룩해지더니 눈썹이 축 처진다. 그 모습이 우현 자신이 키우던 새끼 강아지 같아 웃음이 나왔다. 어쩜 이아이는 자신의 기대를 벗어나지 않는지. 아이를 더 놀려줄까 하다가 아이가 우는건 싫어 달래주기로 하였다.
"규야"
"....."
"규야아"
"......흥"
"내 예쁜 규야, 삐졌누?"
"삐진거 아니에요"
"흐응..그래? 그럼 규의 예쁜 얼굴 아저씨한테 보여주지 않을래?"
아이가 가만히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우현을 바라본다.
"아저씨, 나 진짜 삐진거 아니에요"
"그래 그래 알았다."
아이는 인상을찌푸렸다가 바로 피며 말한다.
"난...아저씨 좋아해요. 그래서 내이름..아저씨가 불러주는게 좋아요."
아...아이에 말에 가슴이 턱 막혀왔다.
"그러니까 나도 아저씨 이름 불러주고 싶어요...아저씨는 나싫어요?"
몰랐다, 그 작은 머릿속에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줄이야.. 우현은 아이의 마음에 다시한번 더 감동을 받았다. 우현은 지끈거리면서도 기분 좋은 이느낌에 어쩔줄을 몰라 그저 마음가는대로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내가 너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느냐"
"...아..아니요"
아이는 눈치를 보다가 환하게 웃는 우현을보며 표정을 유하게 푼다.
"난 규 니가 좋다, 저 밤하늘에 미리내보다도 좋고 저 눈보다도 니가 훨씬 더 예쁘다고 생각한다."
아이는 우현의 고백에 얼굴이 진달래보다도 더 붉게 물든다.
"그래, 니가 원하는데 무엇인들 못 하겠누, 아직도 알고 싶으냐?"
"아니요, 난 아저씨가 날 좋아한다고만 해도 좋아요...그래도, 이름..불러보고 싶은데"
역시 어린아이는 거짓부렁을 하지 못하는가 보다. 더없이 순수하고 귀여운 대답에 우현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 이름은 우현이다.성은 남, 남우현..어떠냐?"
아이는 우현의 이름을 듣고 마치 달콤한 꿀을 먹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좋아요, 난 아저씨 이름도 다 좋아요, 우현..아저씨 헤헤"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우현의 이름은 생각보다 훨씬 더 황홀했고 더 달콤했으며 향기로웠다. 우현은 어린아이처럼 더 내이름을 불러달라고 졸랐다.
"좋구나, 내 이름을 더 불러주지 않겠어?"
"우현 아저씨"
"한번만 더"
"우현 아저씨"
"다시, 한번만"
"우현 아저씨이"
"마지막으로 한번만더.."
"우현......씨"
우현과 아이의 사이에서는 묘한 침묵이 감돌고 있다. 방금전 아이가 우현의 이름을 부른 후 부터 맴돌고 있는 이 침묵은 누구하나가 입을 열때까지 계속 될것이다. 이런 생각이 미치자 우현은 급히 입을열어 아이를 불렀다.
"규야..."
아이는 우현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고개를 돌려 우현을 바라본다.우현은 그저 침묵을깨고 싶어 말을 걸었던 것인데 이리 반응해오면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우현은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려 아이를 보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아이는 그런 우현의 속도 모르고 우현의 미소에 눈을 깜빡 거리다 두 뺨이 분홍빛이 된다. 우현은 그런 아이의 분홍빛 뺨을 보며 머리에 큰 손을 얹어 비질 하듯 쓱쓱 쓰다듬었다. 아이는 자신의 옷고름만 만지며 눈을 내리깐다. 우현은 다시한번 쓱쓱 머리를 쓰다듬은 뒤, 목을 가다듬고 말을 했다.
"규야, 너, 너희 삼촌 어디사시는지 알고있느냐?"
아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말한다.
"아니요...주인어르신이 자정으로 가면 만날 수있다고..걱정하지 말라해서 그냥 탔어요."
"그럼 삼촌 성함은 알고?"
아이는 다시한번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우현은 내진인의 행동에 화가났다. 어린아이를 아무것도 알려주지않고 그저 승합자동차만 태우다니, 참으로 냉혈한 인간이 아닐수 없다. 우현은 잠시 생각하다 아이를 보고 말했다.
"그럼, 너희 삼촌을 찾을때까지만 아저씨와 있을래?"
아이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더니 이내 눈치를 살피곤 우현에게 말한다.
"정말..그래도 되나요?...짐만 될거에요."
아이가 눈치를 살피고 짐만될거라 말하는 모습에 괜히 울컥하는 우현이다. 우현은 마음을 가라앉힌후 아이에게 말했다.
"그럼, 아저씨는 혼자살아서 늘 외로웠다. 우리 규가 말동무가 되어주면 아저씨는 참으로 기분이 좋을 거 같다."
아이가 우현의 말을 듣자마자 아이의 눈에 눈물이 차오른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본 우현은 당황하며 말했다.
"왜..우는 것이야? 혹시 아저씨랑 같이 있는게 싫은거야?"
아이는 말은 하지 못하고 고개만 설레설레 내젓는다.그리고는 자신의 가슴을 콩콩 쳐대며 울음을 삼킨다. 우현은 아이의 팔을 슬며시 잡아쥐며 말했다.
"치지 마라"
아이는 가슴을 치지 않으면 울음을 참을 수 없다며 우현의 손에서 자신의 팔을 잡아 뺀다. 우현은 그런 아이의 팔을 다시 잡아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기며 아이의 귀에대고 말했다.
"울음은 참으면 안된다. 그러다가 규, 네 마음만 문드러져.그러니 슬플때나 힘들땐 참지말고 울어라.내가 이렇게 널 안아주마"
그러니 아이의 눈에서는 마치 장마철 비오듯이 눈물이 와르르 쏟아진다. 이제 까지 아이의 울음을 막아왔던 벽들도 같이 와르르 쏟아진다. 우현은 아무말 없이 아이의 등을 토닥 거리며 아이를 달랬다.
우현은 울다 지쳐 잠이든 아이를 바라 보았다. 아이의 자는 모습은 선녀처럼 예쁘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고단함이 묻어나있어 우현의 마음을 안좋게 만들었다. 아이가 잠에서 깼는지 눈을 씻으며 일어난다. 그리고는 자신이 어디에서 잤는지 확인하고는 깜짝놀란다.우현은 아이가 귀여워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는 얼굴에 홍조를 띄며 우현을 향해 살풋 미소를 짓는다. 우현이 아이에게 잘 잤느냐 물으니 아이는 부끄러워하며 잘 잤노라고 말한다. 우현은 아이의 손을 잡고 가만히 쓸었다. 아이의 다 터진 손을 가만히 쓸기만 한다. 아이는 자신의 거칠하고 못난 손이 창피하여 잡혀있는 손을 빼려고 한다. 하지만 우현은 그 손을 놔주지 않는다.
"가만있어봐."
아이는 울상을 지으며 다시한번 손을 빼려고 한다. 하지만 우현은 손을 잡은 힘을 빼지않고 그대로 아이의 손을 잡고있는다. 아이는
우현을 힐끗 올려다보며 눈치를 보다가 입을연다.
"아저씨...손..놔주세요"
우현은 아이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으며 더 손에 힘을 준다.
"아저씨이- 내 손은 곱지 않단 말이에요, 놔 주세요"
우현은 아이의 말을듣고는 아이에게 눈길을 둔다. 아이는 우현의 눈길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난요, 주인마님처럼 손이 부드럽지도 않고요.. 아씨들처럼 곱지도 않아요.. 그러니 손 좀 놔주세요."
우현은 아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싫다, 안놓을거야."
아이는 억울하다는 듯이 눈썹을 다시 축 내리며 말한다.
"왜요? 주인마님이나 아씨처럼 곱지도 않고, 다터져 밉기만 한 내 손을 왜 그렇게 잡으세요?"
우현은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무슨 소리야, 난 너희 주인마님의 손이 어떤지도 모르고, 너희 아씨 손이 고운지도 몰라. 하지만 내 눈에는 너의 이 두손이 섬섬옥수처럼 곱다. "
아이는 입술을 빼죽 내밀며 말한다.
"거짓말...우리 엄마가 남자는 손이 예쁜사람을 좋아한댔어요,아저씨 그냥 나 위로 하려고, 그러려고 그러는 거잖아요."
우현은 아이의 말을 듣고 머리를 한 번 짚었다. 그리고는 아이를 향해 말을했다.
"거짓말 아니야, 난 이제까지 예쁜 손을 본 적이 없다. 무엇이 예쁜지, 무엇이 고운지 몰라. 그저 어머니의 손이.. 그손이 내가 생각했을 때 가장 예쁜 손이야. 넌 우리 어머니 손을 닮았다."
아이는 대꾸할 말을 찾지못해 우왕좌왕한다.우현은 그걸 놓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이젠 너의 손을 잡아도 되겄지?"
아이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우현은 석양이지고, 밤이 올 때동안 아이의 손을 놓지 않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 끝임..내 한계다.
사실 그냥 이러고 완결내고 싶은데...그냥 단편으로 끝..내면 안되겠지? 결말이 너무 미적지근하다.
성규시점도 써보고 싶고, 우현이 가정사도 써보고 싶은데... 여기서 더쓰면 뭔가 망작이 될거 같고 결말을 어떻게 할지 몰라서..
혹시 여기서 더 이어질수 있다!! 나의 씽크빅으로 널 구원해주마!! 하시는 그대는 저에게 쪽지조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