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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태연] 누나 08 +BGM | 인스티즈

 

          

           

"제가 누날, 어떻게 미워해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누나를. 아이는 말 한마디를 덧붙인다. 그제서야 무너져 내린 마음이 제 자리로 돌아온 것 같다.떨어지지않을 것만 같던 입도,            

           

"나한테도… 넌 그냥 한순간 지나가는 가벼운 사람이 아니야."           

 

 

"알지? 백현아?"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 앙다문 입술이 귀엽다. 이와중에, 참. 주책이지 나도.                      

 

 

"그러니까 정말 소중한 존재야 나한테."           

 

 

"누가요?"           

 

 

다 알면서. 백현이는 기분좋은 웃음을 누르며 내게 묻는다. 참 짓궂은 질문이다. 아이는 대답을 얼른 듣고싶은 듯 강아지처럼 낑낑거리며 내게 시선을 보낸다. 이렇게 애타하는 모습이 귀여워 자꾸 놀리고싶어진다.

아 빨리 말해줘요. 아이가 더는 못기다리겠다는 듯 투정을 부린다. 이럴 때보면 정말 영락없는 애다.           

                      

"알면서 뭘 물어보고 그래." 

"아 전혀 모르겠는데…."

"너가 좋아, 백현아."           

   

ㅡ           

                  

언제부터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항상 눈이 먼저 따라갔으니까. 눈을 돌리면 그 시선의 끝에 항상 네가 서있었으니까.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던 일이였던 것 같다. 너에게 스며드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져 이렇게 깊이 들어왔을줄은 생각도 못했어.

너는 언젠가 내게 말한 적이 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것 같다고. 난 예상치도 못한 너의 말에 덜컥 기분이 나빠져 괜히 말을 돌리곤 했다. 너가 생각하는 그 여자는 누굴까, 어떤 여자길래 이렇게 생각만 해도 좋다는 듯 설레임에 가득 찬 목소리를 내는 것일까. 며칠간은 괜히 심술이 나 백현이를 마주치면 괜히 지나치곤했다. 아이는 참 어리둥절한 눈치였지만. 이렇게라도 하지않으면 아무 사이도 아닌 너에게 괜스레 짜증을 내게될까봐서. 너와 내가 아무 사이가 아니라는 것에 화가난건지, 그 정체모를 여자에게 화가났던건지는 잘모르겠다. 

그 후 며칠간은 그렇게 아이를 피해가며 지냈던 것같다. 눈치빠른 백현이가 그걸 눈치못챘을리는 없겠지만, 평소처럼 아이는 잘 지내는 것 같았다. 왜 요즘 자기를 피하냐며 내게 묻지도 않았고. 혼자만의 일방적인 감정때문에 이렇게 전전긍긍하고있는 것도 너무 한심했다. 그렇다고 해서 백현이한테 가 너 이제 그 여자애좋아하지마, 이렇게 말할수도 없는 노릇아닌가. 생각은 할수록 답답해졌다. 변백현은 정말 미운데 왜 또 얼굴은 보고싶은건지. 미워죽겠다 정말. 뭐 좋아하는 사람이 약자라고 하는 말이 진짜다. 나는 우연히 마주친 아이를 저번처럼 그냥 무심코 지나칠수가 없었다.           

                      

"진짜 속상해, 연락 한번 안하구. 좋아하는 사람있어도… 한번쯤은 그 애랑 어떤지라도 말해줄수있는거잖아."                                 

 

 

거짓말. 좋아하는 아이랑 어떻게 되가고있는지 연락이 왔으면 정말 속이 부글부글 끓었을 것이다. 그래도, 고민이 있을 때마다 항상 내게 연락해 고민상담을 하며 날 의지하던 너니까. 내 말을 이상하게 받아들이진 않을거야. 이렇게 속으로 혼자 암암, 그렇고말고. 하면서 자기합리화를 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질투가 너무 많은 것같아서 걱정이에요."                               

 

 

헐. 딱 헐소리가 나왔다. 질투는 걔가 아니라 내가 더 많을걸? 좋은 것도 아닌데 나도 참 유치하다. 벙찐 표정인 것 같다. 표정관리를 하려고했는데 얼굴이 말을 듣지않는다. 내 얼굴을 보지못하고있는 나도 내 표정이 이상하다는게 느껴지는데 보고있는 넌 얼마나 이상하게보일까. 창피하고, 짜증나고, 한심하다.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아 뭔가 눈이 뜨거워지는 느낌이다.                                 

 

 

"누나 어디 아파요?"

"눈에 뭐가 들어갔나. 좀 따갑네…."

"제가 눈 불어드릴까요?"                  

 

 

백현이는 대뜸 내 머리를 잡고 눈을 후후 불어준다. 이건 너무 가깝잖아. 심장이 입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다는 느낌이 이런 느낌이구나. 아이의 향기가 난다. 너무 가깝고 자극적인 아이의 행동에 참 당황스러웠지만,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하는 바람도 있었다. 정말 감당이 안될 정도로 두근거렸다. 이렇게 가까운데 미친듯이 뛰고있는 내 심장소리가 혹시 들리진 않을까 마음졸였다. 짧은 시간이였는데 나한텐 참 길게 느껴졌다.            

 

 

"이제 안따가워요?"

"응… 덕분에… …."

"근데 이젠 얼굴이 빨간 것 같네, 열나나보다."      

 

     

아이는 길고 예쁜 손으로 내 볼에 손등을 대더니 좀 뜨겁네, 혼잣말하더니 살짝 웃는다.           

                      

"누나,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좀 아픈 것 같아요. 걱정되네, 얼른 푹 쉬었으면 좋겠어요."                                 

 

 

어, 뭐지. 방금 되게 나한테 말한 것 같았는데. 에이, 설마. 아이는 미묘한 표정을 짓더니 이제 가봐야한다며 내게 손인사를 한다. 난 아까처럼 이상한 표정으로 아이에게 손을 흔들어준 것같다. 아 또 잠자기는 글렀구나. 하루종일 백현이가 나한테 한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아니야, 착각하지마. 나를 다그쳐보기도했지만 설마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변백현은 왜 사람을 헷갈리게하고 그러는거야. 밉게.

며칠 후에 너에게 연락이 왔다.           

                      

"누나-"

"아… 누나 뭐해… 요?"

"백현아 술마셨어?"           

                      

백현이는 술이 약하다. 조금만 마셔도 온 몸이 빨갛게 된다는 것을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목소릴 들으니 진짜 만취 일보직전인 것같다.          

      

"어디서 마셨어? 밖은 아니지?"

"날 뭘로 보고오- 당연히 숙소죠. 형들이랑 쪼끔 마셨어요. 쪼끔."

"얼른 자 백현아."           

                      

술김에 하는 얘기들은 맨 정신으로 듣기 힘들다. 괜히 마음만 아프고. 진심이,                                 

 

 

"누나는 왜자꾸 나를 피하는거야. 속상한건 내가 더 속상한데."

"목소리도 안들려주고. 얼굴도 안보여주고. 진짜 나빴어."           

"…보고싶다, 우리 탱구누나."      

           

아닐수도 있는거니까.                                                   

      

 

 

 

 

      

           

+) 드디어 끝에 가까워져가는 것 같습니다. 분량 조절에 실패하는 일이 없길 바라며.. 끝까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번외편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있는데요. 다소 무거운 본편과 다르게 번외편은 좀 달달한 분위길 만들어보고 싶은데.. 우선은 본편을 끝내야 자세히 생각을 해볼 것 같아요. 그래도 점점 무거운 분위기가 덜해지지않나요? 아니면.. 죄송합니다..ㅎㅎ

음.. 끝까지 지켜봐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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