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개새끼야!!!!!!!!!!!!!!!!!!!!!!!!!!"
"존나 쫓아오는 거 하마인 줄 알았네!"
"빨리 내 천원 내놓으라고!"
이따 친구랑 옷을 사러 가려고 지갑에 있는 돈을 정리 중이었는데
이 새끼(오세훈, 18세)가 언제 우리 반에 왔는지 몰래 내 뒤로 와서 천원을 훔쳐 도망갔다.
존나 ㅂㄷㅂㄷ 저 개놈자식... 오늘 잡히기만 해봐 정강이 까버리고 말 거임.
"야 넌 친구한테 천원도 못 주냐? 매점 좀 간다고!"
"니가 언제부터 내 친구였냐? 의문 돋네 ㅇㅅㅇ"
"와... 실망..."
진심에 가까운 반농담을 던졌더니 바삐 뛰던 것을 멈추고 째리는 눈빛이 예사롭지가 않다.
상처받은 연기 잘하네 ^^ 어디가서 남우조연상은 받겠다 ^^
순순히 내놓으시지! 라는 얼굴로 비장하게 오세훈 앞으로 다가가니
아직까지도 날 째리면서 '저는 상처를 받았으니 얼른 사과를 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라는 기를 풍기며 아래로 깔아보는데
ㅎㅎ... 절대 저는 지릴 것 같은 게 아닙니다... 그냥 잠깐 화장실이 급해진 것 뿐...?
"뭐, 뭘 째려."
"우리 친구 아니야?"
"아니... 뭐... 넝담이었,"
"그럼 뭔데?"
세훈아 소설 너무 많이 봤다 ^^; 이건 뭔 전개?
상황과 맞지 않게 흘러가는 대화에 당황한 나는 그저 오세훈이 꼭 쥐고 있는 천원만 보고 있었다.
천원아 죠금만 기다려...! 누나가 그 손에서 벗어나게 해줄게.
별 말 없이 가만히 있으니 오세훈이 내 눈빛이 향하는 곳을 본 건지 헛웃음을 지으며
마치 like 소설처럼 짝다리를 짚으며 집게 손가락으로 천원을 들어보였다.
"내가 진지하게도 말했는데 넌 그깟 천원이나 보고 앉아있냐?"
"...야..."
"돈이 나보다 소중해?"
헐... 진짜 빡쳤나... 아니 넝담이라니까 왜 지 혼자 오해해서는....
매서운 눈이 자꾸 째리니 자동적으로 고갤 숙이게 되고 작은 키가 더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구게 세후나...ㅎ"
"됐어."
내가 안 됐어 씨발러마.
칼 같이 말을 짜르는 오세훈이 답답했다. 나는 무엇을 잘못했는가...
회개라도 해야하나 싶어 금방 있었던 일을 떠올리려하는데 세훈이가 '그럼,' 이라며 말을 꺼내는데
뭔데 표정 저 따위이고 난리?
"니 소중한 천원은 내가 가져간다!!!"
부산스러운 급식실 안.
"야 빨리 주라고... 나 돈 딱 맞춰서 가져온거라 100원이라도 부족하면 못 산다고..."
"(냠냠쩝쩝)"
"돼지 새끼야... 먹지만 말고 들으라고!"
"(냠냠쩝쩝)"
아마 내가 암에 걸려 죽는다면 그 이유의 반 이상은 오세훈이 아닐까 싶다.
1교시 쉬는 시간부터 시작해서 꿋꿋히 달라고 애원을 해도 들은 척도 안 하는 저 놈...
ㅠㅠㅠㅠㅠㅠㅠㅠ학생부에 금품갈취로 신고를 해야 하나?
묵묵히 먹다가 '나 다 먹었음 먼저 감 ㅇㅇ' 이라며 나와 친구들을 두고 먼저 일어나려는(튀려고) 오세훈을 쫓아가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하는 치즈 돈가스 마저 남기고 졸라 빠른 걸음으로 오세훈을 뒤쫓아갔다.
"야!!! 빨리 내놔라!!!"
"아 자꾸 뭘 내놓으래? 뭐!"
"천원 이 씨발ㄹㅓ... 으앜!"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에 빡친 나는 한껏 욕을 풀어주려고 하는데
왜 때문에 뭐에 걸려서 넘어지게 된 거죠.....? 이 넓은 급식실에서......?
쿵, 소리가 나게 넘어지자마자 먼저 가던 오세훈이 뒤돌아보며 'OOO!' 하고 다시 왔지만 그건 전혀 문제가 아니었다.
며칠 전 간신히 말 튼 준멘 선배가 나를 보고 있었다...
선배... 여기 보지 말아주시떼...
"야, 미안해."
"......"
"...미안하다니까? 니가 넘어졌는데 거기 준면 선배가 있었을 줄은..."
"...존나 걍 닥쳐."
"ㅎㅎㅎ.... 고개 좀 들어봐, 응?"
"......"
"...그만 좀 울으라고."
"아 안 운다고!!!!!!!"
나는 오세훈에게 아주 단단히 삐쳐있는 상태다.
감히 니가 나에게 급식실 모욕을 줘?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직도 그 충격받은 준멘 선배의 얼굴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 놀란 표정은... (씁쓸)
그렇지 않아도 우울해 죽겠는데 자꾸 엎드려있는 내 책상 앞에서 깝을 치니 내가 빡쳐 안 빡쳐;;;
"일단 용서해 달라고!!!"
"뭐 예뻐서 용서해주는데!!!! 싫어 꺼져 나가!!!!"
"어?! 나 진짜 가? 어? 어???"
"어, 존나 가!!!!!!!!!!!!!!!!!!!!"
한껏 소리친 후 다시 책상에 엎드려버렸다.
아주 불난 집에 부채질, 아니, 기름을 붓는구나 씨발 ^^...!
조용히 엎드려있기를 몇 분, 간 줄 알았던 오세훈이 내 짝꿍에게 뭔갈 빌리는 소리가 났다.
...궁금하지 않아. 하나도 안 궁금해. 뭐가 궁금한 건지 1도 몰으겠읍니다.
그리고 끄적이는 소리가 나더니, 오세훈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손이 내 뒤통수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줬다.
"...수정아, 갔어?"
"응. 금방 나갔어."
몰래 고개를 돌려 짝꿍 수정이에게 물어보니 문을 가리키며 말해줬다.
갈 거면 진즉 갈 것이지 사람 허리 아프게 ㅇㅅㅇ...
몇 십 분을 구부리고 있던 허리를 돌려주며 기지개를 피려는데,
"...이게 뭐지?"
"아, 그거 세훈이가 나한테 종이랑 펜 빌려서 뭐 쓰던데?"
직사각형의 네모 모양으로 접혀진 종이를 펴보았다. 이 새끼 나 막 치사하다고 욕 써놓은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한 순간 종이를 모두 폈다. 그리고 한 글자, 한 글자 차례대로 읽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 뭐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울긴 누가 울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새낔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근데 봐줄만은 하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교시 수업이 시작될 때까지 한참을 웃고나서야 진정할 수 있었다
ㅋㅋㅋㅋ 새끼 귀엽기는 ^^!
근데 그 천원 내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