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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빈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교복을 벗어던지고 씻지도 않고 이불에 누웠어. 여름이어서 습한 바람이 찝찝했지만 이불 밖을 나서기 싫었지. 습했지만 바람은 시원해서, 한빈은 이불 밖으로 얼굴만 내밀고 옆으로 몸을 둥글게 말았어. 두손을 모아 이불보를 움켜쥐었어. 잠들기 전에 무언가를 움켜쥐지 않으면 불안해서 잠을 자지 못하는 버릇이 있어서 한빈은 이불을 꼼지락 꼼지락 만져대면서 눈을 스르르 감았어.




  지원은 좀처럼 집에 잘 들어오지 않았어. 들어온다 해도 인사는 커녕 들어오자마자 바쁘게 뛰쳐 나가는 일이 허다했어. 한빈은 항상 지원에게 말을 걸어보고 싶었지만, 그때마다 지원은 알수없는 대답을 하며 듣는둥 마는둥 웃으면서 집밖으로 뛰쳐나갈 뿐이었어. 한빈을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런다고 좋아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 한빈은 자신이 말을 걸때마다 상냥하게 웃으면서 대답을 해주려 하다가도 시계를 보고는 별안간 욕을 하더니 강아지처럼 낑낑대며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는 헤실헤실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고는 가차없이 나가버리는 지원을 떠올렸어. 한빈은 이불보를 잡았던 손 하나를 자신의 머리에 대고 쓰다듬어 보았어. 자신의 손으로 머리를 정리했어. 헤실헤실 웃으면서 다가오는 지원을 떠올렸어. 그리고 자신의 위에 있는 지원이 있다면, 하고 생각해봤어. 입을 맞추는 장면을 생각했어. 혀가 오가는 장면을 생각했어. 마지막으로 생각했던건 이거야. 아, 더럽다. 한빈은 눈을 꽉 감으면서 이불 속으로 머리를 집어넣어버렸어. 한심하다고 생각했어. 아무리 이복형제라도 형은 형이야. 학교도 못다니고 동생을 공부시키겠단 목적으로 일을 나가는 형을 그런식으로 생각하면 안되는 거였어.





  한빈은 자신의 손이 따뜻하단 것을 느꼈어. 그리고 뭔가 머리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져 스르르 눈을 뜨자 앞에는 지원이 옆에서 누워 있었어. 시계를 보니 3시가 넘어가고 있었지. 지원은 한빈의 손 하나를 가지고 가서 자신의 두 손으로 꼭 잡고는 한빈과 똑같이 몸을 둥글게 말고 그 손을 자신의 머리맡에 두고 자고 있었어. 마치 어린아이 같았어. 지원의 얼굴 하나하나를 훑으면서 한빈은 지원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다고 생각했어. 손을 빼내어 머리에 다가가려 하니 지원이 깰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었어. 한빈은 재빨리 다시 손을 이불 속으로 집어넣고는 눈을 꽉 감았어. 이상한 생각하지 말자.




  잠시 후 다시 눈을 떴을 때에도 아까와 마찬가지로 지원은 미동도 않은 채 자고 있었어. 한빈은 조금 망설이다가, 결국 손 하나를 이불 밖으로 빼서 조심스럽게, 그리고 따뜻하게 지원의 머리를 쓰다듬었어. 앞머리를 뒤로 넘기기도 하고, 머릿결대로 머리를 정리해주기도 했어. 지원은 또다시 아까처럼 꿈틀댔어. 이번엔 큰 동작으로 부르르 떠는데, 한빈은 놀라서 얼른 다시 아까처럼 손을 떼 이불 위에 올려두었어. 눈을 감으니 옆에서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어. 곧이어 자신의 뺨에 따뜻한 손길이 느껴지길래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는 한빈 앞에 지원이 입꼬리를 올린채로 미소를 띄우며 눈을 맞추고 있었어. 한빈은 일순간 시간이 멈춘 줄 알았어. 어버버 거리면서 지원이 제 뺨을 쓰다듬는 걸 그대로 쳐다보고만 있었어.




  왠일로 일어나냐. 으외네. 지원은 웃음이 섞인 말을 내뱉었어. 항상 쥐죽은듯이 자서 아무리 깨우려 해도 일어나지도 않더만! 지원은 대놓고 헤실헤실 거리면서 한빈의 뺨을 꼬집었다가, 살살 문질렀다가 아기 볼을 가지고 놀듯 가지고 놀았어. 한빈은 같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어. 너보려고 빨리잤나봐. 한빈은 지원의 뺨을 쓰다듬던 손을 한손으로 거둬내고는, 조금 몸을 앞으로 더 밀착시켰어. 한빈은 지원의 가슴팍에 얼굴을 대고는 팔을 모아 지원의 가슴 앞에 가지런히 두었어. 동생주제에 날 더 챙긴다? 비아냥거리면서도 지원은아이고, 우리 한빈 아직도 애기네 가볍게 웃으면서 두팔을 벌려 한빈의 목을 껴안았어. 한빈은 더 지원의 가슴팍에 파고들었어. 따뜻했어. 여름밤의 새벽은 습한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그런거야. 추워서 따뜻해지려고 그러는거야. 한빈은 스스로 자신을 정당화시키려 노력했어. 그러면서도 지원이 자신의 등을 쓰다듬을 때마다 등을 떨었어. 왜그래? 한빈은 몸을 움츠리면서 말했어. 추워서 그래.










  알람소리가 울렸어. 한빈은 부스스 일어났어.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옆에 지원은 없었어. 일을 나간게 틀림 없었어. 한빈은 핸드폰 알람을 끄면서 한숨을 내뱉었어. 가슴이 아팠어. 형에게 안기면서 발정할까봐 조마조마했던 내가 역겨웠고 그런데도 따뜻하게 계속 안아주었던 지원이 너무나도 좋았어. 그 웃음이 좋았어. 옆을 보니 지원의 핸드폰이 있어. 실수로 두고간 모양이어. 아무래도 다시 집으로 오겠지. 한빈은 멍하니 지원의 핸드폰을 바라보았어. 항상 집에 오면 내가 잠에서 깰까봐 무음모드로 해놓는 것을 알고 있어. 반대로 밖에서는 벨소리를 크게 틀어놓는다는것도. 한빈은 지원의 핸드폰을 잡았어. 역시나, 모음모드였어. 한빈은 잠금장치가 되어있지 않은 핸드폰을 열어서는, 메시지를 보았어. 여친과 나누는 메시지도 있어. 그 외에는 알바 하는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받은게 보였어. 그리고 우리집에 항상 놀러오는 형의 친구들도 있었고. 한빈은 핸드폰을 쓰다듬었어. 형..


  자신이 또 발정했다는 것을 느낀 한빈은, 시계를 한번 쳐다보고, 다시 핸드폰을 보고 고민을 하는듯 싶더니 자신의 앞섬을 더듬기 시작했어. 벽에 기대서 몸을 최대한 움츠리고 고개를 팍 숙인채 앞섬을 더듬었어. 무릎 위에 핸드폰을 올려놓고 연신 변태처럼 더듬거렸어. 그러다가 한빈은 핸드폰을 자신의 페니스 위에 놓고 문지르기 시작했어. 지퍼를열고 페니스를 꺼냈어. 한빈은 고개를 뒤로 젖히면서 신음했어. 곧이어 핸드폰을 한손으로 잡고는 한손으로는 본격적으로 페니스를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어. 다리가 뜨거웠어. 머리가 어지러웠고 힘이 빠졌어. 갈수록 멍해짐을 느꼈어. 아니, 생각 할 수가 없었어. 머릿속이 지원으로 가득 찼어. 위에서 나를 바라보면서, 점점 아래로 내려와서 내 페니스를 입에 머금는 지원을 상상했어. 자괴감이 들었어. 하지만 멈출 수 없었어. 손을 계속해서 움직였고, 한빈은 억눌린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어.



  문이 급하게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방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어. 아, 한빈이 있었네 핸드폰... 눈이 커진채로 서로 눈을 맞추었어. 한빈은 완전히 굳어버려 딱딱하게 굳은 채 미동도 하지 않고 지원을 쳐다보았어. 다른 손에는 쿠퍼액으로 범벅이 된 핸드폰이 들려 있었지. 한빈은 눈이 커진채로 멍청한 말들을 꺼내면서 이불보에 미친듯이 핸드폰을 닦았어. 눈이 뜨거웠어. 눈물이 나올 것 같았어. 형.. 이건.. 아니야. 형.. 굳어버려 우뚝 서있는 형을 보며 미친듯이 이불에 핸드폰을 닦았어. 그러다가도 이불이 너무 더러워지는 것 같아 다시 손을 거둬냈어. 코가 시큰해서 견딜수가 없었어. 아..아.. 알수없는 소리를 지껄이며 핸드폰을 자신의 살에 닦다가도 자신의 옷으로 닦다가, 결국 눈물이 계속 나와 고개를 숙이고 다리를 모아 손으로 얼굴을 가렸어. 이게 다 꿈이었으면 좋겠어.



  앞으로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어. 한빈은 뒷걸음질 치려 노력했지만 뒤는 벽이었어. 계속 뒤로갈려는 한빈의 뺨을 지원이 부드럽게 감쌌어. 한빈아.. 한빈은 조금씩 무릎에서 얼굴을 들어올렸어. 지원은 한빈이 완전히 고개를 들 때까지 조용히 한빈을 지켜보고 있었어. 항상 웃던 형의 얼굴이 지금은 웃고있지 않아. 하지만 눈을 맞추니, 다시 형이 눈을 휘었어. 뺨을 쓰다듬으면서 말했어. 한빈아.. 한빈은 귀를 틀어막고 싶었어. 떠나라는 말만 하지 않았으면 했어. 나에겐 형밖에 없는데, 난 형이 전부가 됐는데. 자신이 어리석었다고 생각했어. 고작 충동에 눈이 멀어 나중을 생각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어. 죽고싶은 심정이었어. 만약 이 일로 형이 떠난다면 자신이 미쳐버릴거라고 생각까지 했지. 지원이 점점 얼굴이 가까이 대더니, 입을 맞추었어. 한빈은 지원을 바라보았지만, 지원은 눈을 감은채로 뺨을 쓰다듬을 뿐이었어. 한빈은 또다시 뜨거워지는 눈가를 느끼면서, 들어오는 혀를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이했어. 혀는 치열을 쓸었다가도, 목구멍까지 가서 목구멍을 막았다가도, 볼 한쪽을 찌르기도 하였어. 한빈은 지원의 혀가 가는 곳을 농염하게 따라가려고 애썼어. 접촉 하고 싶었어. 유난히 달았어. 몰려오는 침을 모조리 삼켰어. 숨이 가빠졌어. 코로 숨쉬기조차 어려워졌어. 아까와는 비교도 안되게 머리가 어지러웠어. 한빈은 지원을 미려다가도 다시 팔을 잡고는 자신의 쪽으로 밀었어. 입을 떼면 그 순간부터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랬어. 한빈은 자신을 합리화하면서 고개를 꺾으며 신음했어.



  한참쯤 지났을까 지원은 조용히 입을 떼었어. 두사람 가운데 얇은 실이 만들어졌다가, 곧 사라졌어. 멍한 두 눈이 마주쳤어. 얼굴이 빨갰어. 한빈은 바로 얼굴을 무릎에 묻었어.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았어. 지원은 머리를 쓰다듬으려는 손을 올렸다가, 다시 제자리에 갖다두었어. 한빈아.. 그러다가 다시한번 한빈의 얼굴을 두손으로 들어올렸어.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어. 지원은 한빈에게 다가갔어. 두사람 사이엔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지만 눈빛은 뜨거웠어. 두사람은 서로의 눈 서로의 코 서로의 입을 확인했어. 뺨으로 더듬어보기도 했고 장난 치는 것 처럼 살짝 꼬집어 보기도 했어. 지원은 그럴때바다 푸스스 웃으면서 한빈을 사랑스럽다는듯이 바라보았어.










  한빈은 학교에 가다가 골목길을 돌아 다시 집으로 돌아왔어. 학교에 가기 싫었어. 담임에게 오늘은 아파서 병원에 들렀다 가겠다고 문자했어. 문자를 보내고 얼마 안와서 전화가 걸려왔지만 한빈은 종료버튼을 눌렀어. 현관문에 들어가 신발을 확인했어. 하나도 없었어. 신발을 아무렇게나 벗어 둔 뒤 방에 들어가지도 않고 거실에 가방을 두고 쇼파에 털석 주저앉았어. 쇼파에 누워서 티비를 키니 한창 유행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나왔어. 사람들이 나와서 웃고 떠들고 있어. 내기를 하는것 같아 보이는데... 저게 웃기나.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인위적인 웃음소리마저도 한빈은 좀처럼 집중을 할 수 없었어. 눈물이 떨어졌어. 티비속의 사람들은 웃고 있는데 앞에서 울고 있는 꼴이라니. 하지만 닦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계속 시선을 티비에 고정시켰어. 눈물은 조금씩 떨어지다가 결국 흐느끼기까지 했어. 어깨를 들썩일 정도로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어. 한빈은 곧이어 끅끅 거리는 소리까지 내면서 필사적으로 참았지만, 쉽지 않았지. 몸을 둥글게 만 채 두 손으로 자신의 팔을 감쌌어. 결국 큰소리로 울어버리는데, 울어도 좀처럼 슬픔이 가시지 않았어. 그것보다 소름이 돋았어.


  그래, 소름이 돋았어. 알고 있었잖아. 한빈은 사실 알고 있었어. 한빈은 손으로 자신의 뺨을 쓰다듬었어. 지원이 그랬던 것처럼. 따뜻한 손과는 반대로 차가웠던 그 쇠의 느낌. 결혼할거라고 호언장담하던 두사람의 얼굴웃는 얼굴이 스며든 왼손 약지에 걸려있던 작은 쇳덩어리를 기억하면서 한빈은 자신의 뺨을 손톱으로 긁으면서 처절하게 울었어.


















2.







 주말 내내 한게 없었어. 한빈은 이불위에 누워서 어기적 어기적 일어날둥 말둥 게으름을 피우면서 스르륵 일어나서는 가져왔던 가방에서 책을 꺼내보다가도, 다시 던져버리고는 다시 이불위에 풀석 누워 알지못할 괴성을 질렀어. 진짜 지독하게도 우울하다, 라고 생각했지. 괴성에 깜짝놀란 지원이 거실에서 한빈의 방으로 달려와서는 물어봤어. 너 왜그래 밥 안줘서그래? 밥해줄까? 뭐먹고싶어? 하더니 방 안 꼬라지가 말이 말이 아닌거야. 그래서 좀 짜증나는 심정이었지만 필사적으로 참고는 팔짱을 끼고서 어디 해보자는 식으로 문 옆에 기대섰지. 한빈은 그런 지원의 폼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고는 꿈틀꿈틀 침대에서 미끄러져 내려와서 가방 옆에 앉았어. 공부하기 싫어서 그랬다. 왜.



  그여자 만나러 갈거야? 한빈의 직설적인 말에 지원이 발끈했어. 그여자라니! 그여자라 하지말고 좀 더 친해져봐! 괜찮은 애라니까 그러네. 오가는 말들의 패턴은 항상 똑같았어. 하지만 한빈은 미간의 주름을 피지 않은 채 화가 난다는듯 앉은 의자에서 다리를 덜덜 떨면서 손으로 번갈아가면서 식탁을 툭툭 쳤어. 부엌에서 찌개를 준비하는 지원을 의미없이 바라보면서 입술을 깨물었어. 입술을 깨물다가 입술에서 주르륵 무언가가 흐르자 한빈이 자기 입술을 손으로 한번 문지르고, 확인하더니 별안간 욕을 하며 손톱을 자근자근 씹었어. 지원은 한빈에게 눈길을 한번 주더니 찌개에 불을 줄이고는 뒤로 돌아서 거실로 나갔어. 그리고는 바세린을 가져와서는 한빈의 앞에 앉아서, 바세린 뚜껑을 열고, 손으로 바세린을 찍어서, 그 손을 들어올려서는, 그래서, 그래서 한빈은 갑자기 뻗쳐오는 열에 고개를 훽 돌렸어. 기분이 나빠져서 참을수가 없었지. 지원이 갑자기 강압적으로 손바닥을 이용해 얼굴을 잡더니, 자신의 쪽으로 돌렸어. 그리고는 한손으로 목을 둘러서 얼굴을 고정시키고, 한손으로는 아직도 피가나고있는 입술에 바세린을 발라주었지. 한빈은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어. 그저 지원을 바라보면서, 아 씨발 씨발 씨발. 이 단어만을 속에서 되내었지.



  지원이 밥을 차려주고 나갔을 때, 한빈은 차려진 밥상에 손도 대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 풀석 드러누웠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게 뭐가있지? 작은 방에 어울리지 않는 책상을 보면서 한빈은 한숨을 쉬었어. 큰 식당에서 지원과 그 여자와  밥을 먹을 때 했던 말들이 아직도 또렷히 기억나서 더 부셔버리고 싶을 정도로 싫었어. 그 여자는 고등학생이면 한참 공부할때네, 공부는 잘 돼? 라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순수한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었지. 아니요. 할 마음도 없어요. 라고 그 여자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며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었어. 듣자마자 놀라며 그러면 안돼! 공부 안하면 지원이형처럼 된다~ 지원을 보며 장난스레 웃으며 하는 말에 그리고 그 웃음에 대답하듯 같이 따뜻하게 마주웃는 지원을 생각하며 한빈은 저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은 책상을 빨리 못쓰게 만들어서 버려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그리고 또 곧 자신이 했던 생각을 되짚으며 자괴감에 빠져들었지. 돈 외모 성격 뭐하나 빠지지 않는 그녀가 오히려 불쌍한거 아닌가. 까지 생각이 들고 말았을때 한빈은 결국 생각하고 말았어. 참. 참 못됬다. 이러면서.





  한빈은 누가 보기라도 하듯 조심히 지원의 이불을 덮었어. 들어가서 아기처럼 몸을 둥글게 말았지. 등쪽에 이상한 무언가 딱딱한게 있는것같은 느낌이 들어 아래를 확인했는데 역시 무슨 공책이 있는거야. 책을 펴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글자들을 처음에 한빈은 잘 이해하지 못했어. 사랑하는 한빈이. 사랑하는 한빈이. 내가 먹여살려야할. 사랑하는 한빈이. 불쌍한 한빈이. 사랑스러운 한빈이. 사랑하는 한빈이. 사랑하는 한빈이. 페이지를 어디를 넘겨봐도 비슷한 단어들의 나열이 눈에 비쳤어. 자신이 헛것을 보나 싶었지만 한빈은 눈을 부릅뜨고 공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빠르게 읽어나가기 시작했어.

  다 읽은듯 공책을 탁, 하고 덮은 뒤에 이불을 다시 머리끝까지 덮고는 눈을 감았어. 그러다가 한쪽 입꼬리만 올려서 하. 하고 짧게 웃다가 다시 공책을 들고 공책을 읽다가, 다시 웃다가. 그렇게 공책을 원래자리에 두고 잠이 들었어.





  지원이 돌아올때까지 한빈은 자고 있었어. 아직도 자냐고 놀라면서 묻는 지원에게 한빈은 누워서 지원을 쳐다보며 말했어. 마음에 들지도 않은 여자랑 놀고온 기분은 어때? 가방을 놓고 외투를 벗으려던 지원이 우뚝 멈춰서서 한빈을 바라보았어. 왜그래?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어. 한빈이 이불을 걷고 조용히 그리고 느리게 일어섰어. 그리고는 천천히 걸어서 지원의 앞에 섰어. 정면으로 눈을 마주치며 한빈이 지원의 팔을 잡았어. 그리고 가까이 다가가더니 놀라며 긴장하는 지원에게 말했어. 지금 무슨생각 들어? 지원은 한빈의 눈을 보았다가, 코를 따라 내려가 입술을 보고, 그리고 턱을 보고 천천히 다시 올라와 눈을 보았어. 침조차 삼키지 않고 똑바로 한빈을 쳐다보다가 대답했어. 후회할거야. 한빈은 지원의 팔을 세게 잡았어. 그래서, 지금 뭘 하고싶어? 또다시 물었으나 대답은 오지 않았어. 곧 지원이 말했어. 꼭 말로 해야해? 한빈은 눈까지 휘며 환하게 웃었어. 아니.












문체가 구어체로 상당히 오글거리거나 거슬릴텐데 다 읽어주는 이쁘니들 고마워 ㅎㅎ

1편이 너무 절망적이라서 차라리 2편을 같이 올려버려야겠다 생각했어 ㅎㅎ 뭐 나눌 필요도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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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2
취향저격ㅠㅠㅠㅠᆢㅠ잘읽구가여
9년 전
독자3
취향저격당했어요ㅜㅜㅜㅜ신알신하고가요~
9년 전
독자4
ㅠㅠㅠㅠㅠㅠ어떻게 이렇게 제취향인거죠? ? ?ㅠㅠㅠㅠ작가님 사랑합니다ㅠㅜㅜ
9년 전
독자5
대박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바비아이행쇼 ㅋ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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