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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사자 전체글ll조회 1197l 5
[세준] 모래성 로맨스 

 

 

exo-k 

세훈X수호 (오세훈X김준면) 

 

 

 

 

 

 

 

 

 

 

W.밤사자 

 

 

 

 

 

 

 

* * *

 


 오세훈의 멋없는 고백을 세 번이나 들었더니 여태 보여줬던 모든 행동들이 전부 날 좋아했기 때문에 한 행동이었나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고백 전에 난 단순한 형, 동생사이라고 생각했을 시절 말이다. 내 대신에 해주었던 필기들, 밥을 사준 날들, 바보같다며 머릴 헝크러뜨린 일까지. 이 모든 행동들을 친하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여겼는데 알고보니 나에게 굉장히 호감을 갖고 한 행동이라면? …동생 한 명을 잃은 건가? 아영이의 고백을 받고 거절했을 때도 이렇게 머릿속이 복잡하진 않았는데…. 아, 그렇구나. 거절을 안 했어. 왜 여태 생각을 못했지? 그냥 어물쩡 넘어가던 제 자신이 못났다 생각하며 머릴 쥐어뜯었다.
 그런 준면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훈은 아침댓바람부터 준면의 집을 찾아왔다. 사귀자곤 했지만 어버버거리다가 피자를 다 먹곤 집으로 후퇴하는 준면을 보곤 따라가지 않았었다. 거절인가?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다시 집까지 따라가 대답을 들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싫어!라고 소리칠 것 같아서였다. 그냥 거부감없이 옆에 있어주면 되는건데.

띵동- 청아한 소리가 울렸다. 그리곤 우다다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뭐야, 왜 달려나오지? 설마 내 고백을 받아 들일려고…


"오세훈~!"


 문을 활짝 열어제끼고 잘 만났다는 듯이 한쪽 입꼬릴 올린다. 그 표정은 뭐야? 묻고싶은 세훈이지만 가만히 지켜봤다. 먼저 이름을 부른 걸 보면 나한테 할 말이 있다는 건데.


"하하. 들어와"
"형. 잠 덜깼어? 학교 가야지."
"아, 맞다. 그래 나가지 뭐"


 정말 바보같아…작게 중얼거리니 매섭지도 않은 눈에 힘을 주고 째려본다. 그리곤 쏜살같이 가방을 찾아메고 문을 걸어잠궜다.
 

 

 


-

 

 

"사실 내가 너한테 몹쓸 짓을 한 거 같아. 너도 많은 생각끝에 말했을텐데, 무시로 일관하고. 도피한 걸 꺼야. …아니다. 도피한 게 맞아."
"괜찮아, 이해해 줄 수 있어"
"괜찮긴 뭘 괜찮아! 거절하려는데!"
"뭐?"


 아차, 실수했다. 정중하게 거절하려고 마음먹었는데….


"거절한다고! 니 마음! 싹 다 접어! 그렇지 않으면,"
"…않으면?"
"휴학기 내고 떠나버릴꺼야!"
"…떠나? 진심이야?"
"……."
"어디로 떠나게?"
"말 해주면 그게 떠나는거냐? 너 모르게 갈꺼거든?! 더군다나 남자인 널, 받아들일 수… 어, 없으니까!"


 아아 망했다. 생각과는 달리 상처되는 말로 거칠게 거절해버렸다. 기고만장해져선 되도않는 말이나 해대고. 사실상 휴학기를 낸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었다. 떠나긴 어딜떠나겠는가. 진짜로 행했다간 부모님한테 맞아죽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간 내 의지가 꺽일 것 같기에 두 눈에 힘을 빡 주었다. 내 앞으로 다가오지마. 난 도망갈테니까. 니가 없는 곳으로. 내 말을 끝으로 오세훈은 입을 열지 않았다.
계속 입만 달싹이며 눈만 맞춰왔다. 할 말은 많은데 참고있는 모습. 그리곤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곤 픽 바람빠지는 웃음을 흘린다. 눈도 두 세번 깜박이곤 머릴 긁적인다. 그리고 투명해진 눈.


"너, …우냐?"
"안 울어. 맺혀 있는 거야"


 세훈은 신경질적으로 고갤 돌려버렸다. 내가 말이 너무 심했나. 남자라고 너무 막대한거 아닌가. 어릴 때 말고는 잘 울지도 않던 녀석인데 곧 울어 버릴 것 같은 눈을 하고 등을 돌려버렸다.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은 자체적인 행동임에 왠지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나도모르게 손을 뻗으려는 찰나 세훈이 입을 열었다. 나와 눈을 마추지 않고 등을 보인 그 상태로.


"아… 준면이 형 놀려 먹는 거, 재미 없어졌네. …다 장난이었으니까. …그러니까, …날, 멀리하진 말아"
"…."
"우리… 계속 친한 형, 동생 사이인 거다?"


 그리곤 학교로 쾌속질주했다. 본능적으로 같이가자고 소리치곤 달렸다. 거짓말 아닌거 다 아는데 멍청이같으니. 오늘따라 연기를 왜이렇게 못 하는거야. 완벽히 해냈으면 내가 속아 넘어가 줄 수도 있잖아. 떨기나하고.

 

 

 

 

 강의실에 도착하니 먼저 와 앉아있는 세훈이 보인다. 그리고 그 옆엔 친구 박찬열이. 맨 끝에 앉은 세훈의 옆자리에 타인이 앉아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맨날 옆엔 내가 앉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빈자리로 가 앉으니 김종인이 웬일인가 싶어 나와 오세훈을 번갈아본다. 너네 싸웠냐? 그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 쟤가 왜 혼자 앉아있냐? 그 질문엔 어깨를 으쓱. 싸운건 아니지. 난 세훈의 고백을 거절했고, 세훈은 장난이었다며 모든 상황을 무마시켰으니. 그리고 자기 입으로도 친한 형, 동생사이 라고 했잖아? 난 싸운거 아니야. 절대로.

 


 강의가 끝나고 쉬는 타임에도 오세훈은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없는사람 취급하는 느낌. 이것을 확 느껴버린데에는 그만한 사건이 있었다. 밥을 먹으러가려는데 지 친구 박찬열과 딱 붙어서 날 지나쳐 나가 버리는 게 아닌가. 순간 얼음이 된 날 보고는 김종인이 배꼽잡고 웃었다. 뭐야 안 싸웠다며? 싸웠네 둘이~ 듣기싫은 깔깔댐을 막기위해 한 번만 더 깔깔댔다간 웃어서 배가 터지게 만들어주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더니 차츰 줄어들었다.
 그리곤 세훈을 제외한 동기라곤 인사만 하고 필요할 때만 찾는 얕은 우정에 동기들인지라 차마 '같이 밥먹자'라곤 못할 것 같아서 이렇게 아싸처럼 밥을 쳐먹고 있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김종인이 내 맞은 편에 앉길래 눈만 치켜떠 봐주고 말았다. 뭐냐?하는 무언의 질문.


"미운오리새끼가 따로 없길래"
"…국이 짜네"
"어? 오세훈 저거 박찬열이랑 같이 먹고 앉았네"
"순두부가 왜 이렇게 다 부숴진거야"
"…왜 그런건데?"
"……."
"왜 싸웠냐니깐? 너네 지켜본 세월이 자그마치 2년이다. 내가 모르겠냐."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응?"
"도대체, 내가 뭔 잘못을 했길래 죽마고우를 잃게 생겼냐고. 내가 살아 있는 게 죈가?"
"뭐, 뭐야, 왜그래에~"


 괜한 종인의 멱살을 그러쥔 준면은 내가 뭔 짓을 한건가 하며 손에 힘을 풀었다.

 주위에서 밥을 먹던 학생들의 눈길이 전부 준면과 종인을 향했기 때문에 세훈도 이를 지켜볼 수 있었다. 말 소린 들리지 않았지만 행동만이 눈에 콕 박혔다.
 형 왜 저러는거야. 가서 상황을 알고싶었지만 참았다. 잠깐만. 아주 잠깐만 떨어져있자. 내 자신이 너무 짜증나서 자괴감에 빠질 것 같아. 형이 내 곁에 있으면 뭔 짓을 저질러 버릴 것 같단 말이야.

 

 

 

 

 

* * *

 

 세훈의 일방적인 무시는 계속 되었다. 항상 먼저하던 전화와 문자도 안 하고, 자취방으로 찾아오는 일도 없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마주칠 때도 아는 척을 안 했다. 또 며칠 안되어 오세훈과 김준면이 서로 쌩깐다더라하는 말들이 돌았다. 정말 돌아 버릴 것 같았다. 한 순간에 학교에선 둘 다 아싸가 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깊은 친구라도 만들어 놓을 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드는 중이었다. 그러나 가끔씩 말을 걸어오는 김종인을 제외하면 정말 아싸의 냄새를 풍기는 저와달리 오세훈은 좀 달랐다. 가는 곳마다 여자동기들이 졸졸졸 따라다니는게 보이는 것이다. 항상 내 옆에 붙어서 여자동기들의 말따윈 감정없이 내뱉었었는데 오세훈의 그림자같던 내가 없으니 아주 살 판 난거다. 혼자있으면 더 공략하기 쉬울거라 생각한건가?


"준면아"
"아, 깜짝이야"
"왜 그렇게 놀래, 서운하게~"


 타과생인 한나래였다. 이름만알고 인사만 주고받던 사이라 갑자기 말을 거니 심장마비 걸리는 줄 알았다. 정말 대화도 안 하고 인사도 잘 안 하는 사이인데 뭔가싶어 바라보니 눈을 반달모양으로 접어 웃는다. 넌 왜 이러세요….


"요즘 혼자 다니네"
"…아"
"너랑 오세훈, 찰떡궁합같았는데"
"에이~ 그건 아닌데,"
"그래서 말 붙일 기회가 없었어. 옆에 누가 떡하니 있는데 번호 묻는 건 너무 쑥쓰럽잖아?"
"어?"
"번호, 달라는 거잖아"


 눈 앞에 내밀어진 한나래의 핸드폰을 받아들고 010을 눌렀다. 나는 관심도 없고 마음도 없는 애한테 번호를 줘도 되나? 평소에 누군가한테 번호를 줘본적이 별로 없는데.
 인사밖에 안 하던 여자애가 갑작스레 말을 걸고 핸드폰번호까지 물으니 굳이 깊이 생각 안 해도 준면에게 관심이 있던 것이 분명했다. 010까지만 누르고 멈춰있던 준면에게 한나래는 끝까지 다 누를 것을 재촉했다.


"손에 쥐난 것도 아니고… 번호가 뭐야?"


 준면에 손에 들려있던 나래의 핸드폰이 제주인을 찾아갔다.


"아으 미안. 갑자기 생각이 많아져서…. 내 번호 010, 8447…."
"그리고?"
"……."
"안 가르쳐 줄꺼야?"
"한나래"
"엉?"
"…나랑 진지하게 만나볼래?"

 

 

 

 

 

* * *

 

 한나래와 사귄지 이제 막 일주일째 접어들려하고 있었다. 한나래를 진심으로 좋아해서 사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번호를 묻는 여학생에게 진지하게 만나보자고 한 이유는 자신에게 여자친구가 생기면 세훈에게 변화가 올 것이라 예상을 하고 있던 것이다. 실제로 이렇게 사귀게 될 것이란 건 뜻밖이었지만 말이다. 진지하게 다가 온 건 너니까, 사귀자고는 내가 말해도 되지?하며 웃는 나래에게 거절할 순 없었다면 변명일까.
하지만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래정도면 귀여운 구석도 꽤 있었으니까. 그리고 어째선지 나와 오세훈의 중간다리 역할이 된 김종인이 이를 곧이 곧대로 세훈에게 가 알렸다. '평범하게 잘 살고있네, 라고 세훈이가 그러더라'라고 김종인 입에서 나온 걸 보면. 그래도 딱히 개의치 않았다. 너는 마음정리를 하고, 나는 친한 동생 한명 잃고. 그리고 여자친구가 생기고.


"준면아, 나는 이렇게 손만 잡아도 좋긴 한데,"


 소소하게 공원데이트를 즐기던 나래가 준면의 손에 깍지를 껴  들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자긴 되게 수줍음이 많은 거 같아"


 내가 수줍음이 많았나. 나도 모르던 사실이 한나래 입에서 나오니 의아했다.


"여기 가로등 되게 없다. 그치?"
"어? 그러네…"
"흠흠, 무섭진 않은 거 같아. 자기가 있어서 그런가?"
"진짜? 영광이야"
"그게 다야?"
"…응?"


 아…. 분위기 한번 정말 이상해. 이건 대놓고 말하는 것 보다 더 뻘쭘하다. 어두운 공원에서 연인이 있으면 뭘 할까나…. 역시 하나밖에 없나. 젠장, 아직 맘에도 없는 입맞춤따위 하고싶진 않은데. 어떻게 이 상황을 모면하나 생각하고 있는데 양쪽 볼을 잡는 작은 손길.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되겠어?"
"저… 나래야…"
"더 이상 말하지마"


 입술을 비죽이곤 자신에게로 눈을 고정시킨다. 자 어서. 무언의 눈길이다. 난 여자고 넌 남자잖아. 당연한 포지션 아니겠어? 내가 이렇게 까지 했는데. 얼마간 눈을 맞추고 침을 꿀꺽.


"아아아 안 되겠어. 미안"


 준면은 분위기에 멍해져있던 정신을 차리고 나래의 두 손을 살며시 떼어냈다. 그에 나래는 울먹이는 듯한 표정으로 점점 변해갔다. 상황을 몰아가긴 했는데, 준면은 그 상황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한 터라 많은 상처를 받은 것이다. 원하는 대로라면, 가로등이 몇 없는 어두운 공원 벤치에 앉아 키스를 하는 게 제법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비록 나래가 먼저 밑밥을 뿌려놓고 물기만을 기다린 형태였지만.


"나, 너랑 만나는 게 나쁘진 않았어. 진지한 만남이라고 생각하고 여러번 만났지만, 아직 연인에 관계로 인식이 되질 않아서…"
"…나쁘진 않았다는 게, 좋지도 않았단거네"
"…"
"야- 쫌 슬프다…."
"미안…."
"너 키스는 거부했지만 아직 나 찬거아니지?"
"어? 아, 그, 그럼"
"말 더듬는거 봐. 그럼 내가 차지 뭐. 우리 깨지자 준면아"
"어?"
"놀라는 척 하지마. 어차피 먼저 깨지자고 할거였으면서."
"미안…."


 속상한 표정을 하고선 계속 쿨한 척 말을 내뱉는다. 그에 대답해줄 말은 고작 미안하단 말 뿐이 없었다. 오래 갈 사이는 아니라 짐작했고, 또 차이는 게 마음은 편했다.


"지금 시간이 늦은 건 알고있지?"
"응. 가자. …데려다줄게"

 

 

 

 


* * *

 

 다시 쏠로가 된 지도 이틀이 지났고, 매일매일 오세훈을 마주치고 아는 척 안 한지도 삼 주가 다 되어간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세훈이가 나를 향한 감정이 나와 다르다고해서 서로 피하는 게 최선일까? 오랜 시간 항시 옆에서 조잘대던 과거를 다시 되돌릴 순 없을까? 머릿속에선 지금 상황에 대해 한탄 할 수 밖에 없었다. 정말로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말이다. 오세훈은 날 피하고. 극단적으로 말해서 절교상태같다. 왜 피하는가에 대해선 대강 짐작이 가긴 하지만 말이다. 아마 마음정리. 그럼 난 세훈이의 친한 형인 상태에서의 마음정리를 해야하는 걸까 의문이 들다가도 나의 상황은 납득이 가질 않았다. 친했던 동생이자 죽마고우에게서 어떤 마음정리를 하냔 말이다.

 사실 준면은 세훈이 학교에서 저를 스쳐 지나갈 때마다 눈길이 자연스레 향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저 혼자만의 눈길이었다. 세훈이 의도적인 건지 항상 고개를 틀어서 눈도 한 번 못 마주쳤다면 이유가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저 멀리서 보이는 인영도 분명 오세훈임이 틀림없었다. 훤칠한 키하며, 잘 정돈된 다갈색의 머리카락, 그리고 어디 흠 잡을데 없는 시원하게 보이는 댄디한 옷 스타일까지 멀리 떨어져있음에도 준면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어느새 다섯걸음만 걸으면 코 앞에 닿을 거리에 우뚝 멈춰 선 채 서로를 관찰한다. 그리고 아주 잠시간의 시간이 흘러가듯 세훈도 아무렇지 않게 발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그런 세훈과 달리 준면은 옆을 스쳐 지나간 그 찰나에 손을 뻗었다. 아 놓쳤다. 손이 닿지 않았다. 세훈의 발걸음은 빨랐으며, 자신의 행동은 너무 느렸다. 내가 뭔 짓을 하려고 한거지? 갈 곳 잃은 손이 허공에 머물다가 제 눈에 닿았다. 멍하니 제 손과 세훈의 뒷모습을 바라보길 몇 십초 안 되어 누군가 어깨를 두드리기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내가 끼어들 문젠지 아닌진 모르겠지만, 포기가 너무 빠른 거 아니야?"
"…어? …김종인"
"싸웠든간에 너 방금 말 걸려고 한 거 아니었어?"
"아…. 그게…."
"뭔진 몰라도 대화를 시도했으면 해봐야지?"


 사람좋은 미소를 씨익 지으며 말하는 종인은 준면의 어깨를 몇 번 더 두드려주었다. 그런 종인을 보며 준면은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단 생각을 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인지 자세히 모르면서도 용기를 복돋아 주는 말에 고맙다는 무언의 대답이었다.


"나, 세훈이랑 왜 이렇게 됐는지 이해가 안 돼"
"보는 나도 그래"
"세훈이 마음이 어찌되었던 이런다고 해결 되는 게 아니잖아, 그치?"
"음, 그렇지?"
"그렇다고 그 마음을 묵살시키는 것도 하고싶진 않아. 거부감은 안 드니까."
"거부…감?"
"있잖아, 니 말대로 역시 제대로 된 대화를 해야겠지? …이러고 지내는 거 너무 싫으니까…."
"아아, 당연하지! 꼭 잘 풀리길 바란다 김준면!"


 뭔가 결심한 듯한 얼굴의 준면은 종인의 손을 맞잡고 악수를 힘차게 한 후, 주먹을 꽉 쥐어 세훈이 간 방향으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종인은 뭔지 잘 모를 둘의 상황이 궁금해서 캐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나중에 화해 한 후에 물어도 늦진 않을 것 같았다. 서로 실과 바늘마냥 붙어다니던 둘이 아무리 싸웠다 한들 쉽게 절교할 것 같진 않았다. 이렇게 장기간 말도 안 하는 모습은 처음 본 것 이었지만, 왠지 그런 생각이 든 종인이었다. 마치 연애초기 커플의 사랑싸움 같단 생각을 조금 했지만.

 

 

-

 

 

 

 

"야,… 하아, 하… 오세…훈,"

 재빨리 뛰어가 세훈의 뒷 모습 가까이 다다랐을 때 쯤 준면의 입에서 거친 숨소리와 함께 세훈의 이름이 불려졌다. 그리고 뒤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세훈이 우뚝 멈췄다. 방향을 틀진 않았지만 준면이 자신을 보고 있을거라 느껴지자 묘하게 기분이 짜릿해졌다. 준면이 먼저 저를 찾을거라 예상은 했었지만 막상 그 상황이 닥치니 어찌할 바를 몰랐다. 너는 지금 무슨 얼굴을 하고 날 불러세웠을까.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걸까. 계속해서 궁금증이 떠올라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걸 억지로 참고있었다.


"…왜?"


 세훈은 자신의 얼굴이 설렘으로 가득찼을 것 같아서 준면을 등진 채 낮고 침착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걸 알리 없는 준면은 저와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한다 오해를 해버리곤 숨을 고르며 제 아랫입술을 잘근 씹었다. 먼저 불러세우긴 했는데 어디서부터 얘길 꺼내야 할지 몰라 조금 망설이던 준면은 세훈과의 거리를 좀 더 좁히기 위해 다가갔다. 조용한 복도에 울리는 준면의 발자국 소리에 숨을 죽이고 있던 세훈은 엉겁결에 뒤를 돌려던 찰나 자신의 허리를 감아오는 손길에 몸을 움찔했다. 정확히 말하면 준면이 뒤에서 끌어 안은 게 맞다.


"어, 형, 뭐 하는…"


 갑작스런 준면의 행동에 굳어버린 세훈은 말을 더듬었다. 아… 이런 건 예상하지 못했는데. 일방적으로 피하는 건 싫다며 다시 관계회복따위를 말할거라 생각했는데, 무려 뒤에서 끌어안는 행동을 하다니….


"오세훈…."
"아, 형, 진짜…. …심장 떨리게 하는데 뭐 있다?"
"…떨리냐?"
"나 아직 정리 안 됐어"
"하지마"


 그와 동시에 준면이 팔에 힘을 주었다. 마음정리따윈 생각도 하지 말란 듯한 강요였다면 맞을 것이다.


"…김준면…."
"난 아직 설레임은 없는데, …설레임만이 사랑의 신호탄은 아니잖아"
"…형…."
"긴 말 하지 않겠어. 한 번 옆에 있어볼래"
"…형이 날 생각하는 게, 안 바뀌면?"
"오세훈. 너 바보냐? 니가 바뀌게 만들어야지"


 준면은 약하게 꾸중하는 말투로 세훈의 배를 주먹으로 가볍게 쳤다. 갑작스런 공격이었지만 그 신호를 계기로 세훈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제 허릴 감싸고 있는 팔을 풀고 뒤돌아 준면을 마주봤다. 아 이런 표정이었군. 눈은 초롱초롱했으며, 입은 오리마냥 쭉 나와있었다. 계속 뭔가 말하고 싶은 듯 움찔움찔 하면서. …여기가 학교만 아니었다면 뭔 짓을 해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다행으로 여겼다. 아직 날 완전히 받아주겠다는 게 아니라, 옆에 있으면서 마음을 먹어보겠단 것이었으니, 강제로 범하려 한다면 정 떨어지겠지. 그리고 형을 소중히 하고 싶으니까.


"형, 우리 수업 제낄까?"

 

 

 

 

 

-----------# 

 

ㅠㅠ급전개 돋네요 ㅠㅠㅠㅠ 

원래 단편으로 쓴 것이긴 하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 앞으로 몇화나 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ㅋㅋㅋㅋㅋㅋ 

세준행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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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좋아요진짜
11년 전
밤사자
덧글 감사합니다~
11년 전
독자2
수업재끼고뭐하게?(의심미)나도낑겨줘ㅋ보기만할께♡
11년 전
밤사자
서, 설마 벌써요..(의심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덧글 감사합니닼ㅋㅋ
11년 전
독자3
원래 댓글 잘 안남기는 눈팅세준러인데...이건 보몀볼수록 둘다 머무 사랑스러워서 도저히 손을 놓을수가 없네요 ㅜㅜ진짜 연중하지말도 완결해주세요! 저 밤사자님 진짜 팬됬거든요 ㅜ 세준 일상달달물 ㅜㅜ최고네요 ㅜ
11년 전
밤사자
비회원님! 덧글 보고 아..뭐라 쓰셨을지 궁금하다..궁그미궁그미~이러고있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덧글 감사해요>.<연중 안 할게요 ㅎㅎㅎ 막 단편분량이었는데..지금 어찌할까 고민중이에요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3
잘읽고갑니다
11년 전
밤사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1년 전
독자4
수녀에요 아 이제 드디어 행쇼의 시작인가요ㅠㅠ 다행이네요ㅠㅠ세후니불쌍햇는데ㅠㅠㅠ 잘읽고가요~!
11년 전
밤사자
안녕하세요. 수녀님~~ 세후니 벌써부터 불쌍하면 안 돼요ㅠㅠㅠ스스로 더 불쌍해질거거든요..(스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년 전
독자5
ㅠㅠㅠ세후니가 행복해지는날이 빨리왔으먄 좋겠어요ㅠㅜ
11년 전
독자6
이런 급전개 아주 좋아요..ㅠ.ㅠ아...마지막 김준면이 어떤 표정 짓고 있는지 상상해버렸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엄마야ㅠㅠㅠㅠㅠㅠ코피 날꺼 같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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