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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Give Me Love   

  

http://inti.kr/name_gs/196980   

  

(2) Say Something   

  

http://inti.kr/name_gs/197366   

  

(3) Delicate   

  

http://inti.kr/name_gs/198221   

  

(4) C`mon Through   

  

http://inti.kr/name_gs/199922   

  

(5) Please Don`t Go  

  

http://inti.kr/name_gs/200845   

  

(6) All Alright (수위조심)   

  

http://inti.kr/name_gs/202677   

  

  

  

  

  

  

  

  

  

  

  

  

  

  

  

  

  

  

  

  

  

비냄새는 아직 머물렀지만 비는 그친지 오래였다. 비의 요란한 목소리가 사라지자 축축한 공기의 바람이 미묘한 휘파람 소리를 만들어냈다. 시곗바늘이 11시를 넘어가며 가르키고 있었다. 줄리안은 머리보다 높게 나 있는 작은 창문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창문을 느리게 닫았다.   

  

  

  

  

  

  

  

  

  

리닐러/독다일러       

  

(7) Help Me       

  

       

  

  

  

  

  

  

  

23쪽 끝으로 커서가 옮겨졌다. 장위안은 마지막 내용을 기록하고 노트북을 덮었다. 몇 시간 동안 계속 붉은 불을 반짝이던 검은 녹음기도 그제서야 불빛을 끄고 잠에 들었다. 타일러는 침대에서 다시 상체를 일으켰다. 그런 타일러를 다니엘이 약하게 살짝 눌러 침대에 다시 눕혔다. 그의 커다랗고 푸른 눈동자가 잠시 줄리안과 장위안을 보는 등 방황하다가 다니엘을 다시 마주했다. 다니엘이 살짝 웃으며 타일러의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려주곤, 손을 타일러의 눈 위에 부드럽게 눌렀다. 짓무르고 아직까지 촉촉한 타일러의 눈가가 다니엘의 손바닥을 통해 느껴졌다. 타일러는 뭐라 말을 하거나 손을 치우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색색거리는 숨소리만 내뱉을 뿐이었다.  

  

  

  

“혼자, 괜찮겠어요?”  

  

  

  

무섭지 않겠어요? 다니엘의 말에는 사실 그런 뜻이 담겨져 있었다. 타일러는 10시간 동안 몇 번이나 울다지쳐 잠들고, 울면서 깨어나기를 반복했었다. 다니엘은 타일러에게서 그런 증상이 왜 일어나는 건지 잘 알고 있었다. 타일러의 정신적한계까지 그의 공포와 약점을 끄집어내버렸으니, 다니엘은 타일러를 혼자 놔두는 것이 걱정되는 건 당연한 거였다. 그런 다니엘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타일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당신 때문이 아니더라도 나는 매일 밤 이 병실에서 혼자...괜찮지 않았어요.”  

  

“......”  

  

“덜하면 덜했지 더하진 않을거예요. ...괜찮겠죠. 괜찮을거예요.”  

  

  

  

그는 강하다. 다니엘은 다시 한 번 그렇게 느꼈다. 가만히 그의 눈 위에 올려진 다니엘의 손에 잘게 떨렸다. 장비를 다 챙긴 장위안이 뒤에서 다니엘을 조금 재촉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를 들었는지 타일러가 작게 바람빠지 듯 피식 웃으며 다니엘의 손을 내렸다.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정말 아름다운 하늘을 닮은 그의 비취색 눈동자가 드러났다. 괜찮을거라니까요. 살짝 어색한 미소를 머금은 그의 입술이 오물조물 작게 움직이며 말했다. 다니엘은 그를 보며 잠시 머뭇거리다가 침대 옆에서 꿇어앉아있던 무릎을 일으켰다. 장위안이 밖으로 나가고, 줄리안이 내일 정오에 다시 올테니 아침 잘 먹고 기다리라는 당부를 한 뒤 병실 밖으로 사라졌다. 다니엘은 침대에 기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타일러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리고 바닥을 보며 잠시 머뭇거렸다. 그의 입에는 작은 미소가 머금어져 있었다. 바람 빠진 듯한 웃음이었지만, 그 작은 미소엔 수많은 감정들이 섞여있었다. 타일러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안 가요?”  

  

“음...어, 아. 그러니까요... .”  

  

“저기요?”  

  

“아니, 아니...그, 웃으시는 걸 앞으로 많이 보고싶다구요. 이 말을 할까 말까 잠시 고민하고 있었어요.”  

  

“...예?”  

  

“타일러 씨는 웃는게 더 예뻐요.”  

  

  

  

우는 것보다 훨씬 더. 다니엘은 너무 작게 말을 하고 너무 빠르게 문을 닫고 나가버려서, 그가 끝까지 들었을까 하고 작게 걱정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타일러는 다니엘의 모든 말을 귀에 담았다. 혼자남은 병실에서 타일러는 잊어버린 줄 알았던 작은 웃음을 터뜨렸다. 비록 압축된 공기만 하, 하고 터뜨리는 작은 웃음이었지만. 타일러는 멍한 눈으로 허공을 응시한 채 잠시 이불로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 이윽고 기대앉았던 몸을 스스르 내리며 침대 한가운데에 편하게 푹, 하고 드러누웠다. 자신은 이제 어떻게 웃는지도, 어떻게 웃었는지도 잊어버린 그 웃음을, 그는... .  

  

타일러는 조용히 자신의 얼굴을 매만졌다. 너무나 조용한 방, 원래는 공포의 대상이었던 그 고요함이 달콤한 혼자만의 평화로움으로 다가왔다. 그의 한마디에, 타일러를 복잡하게 괴롭혔던 수많은 기억들이 일시적으로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 타일러 자신은 웃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웃음이 예쁘다는 소리는 커녕 보기좋다는 소리조차 들으면 안된다고, 자신은 이제 그렇게 되어버린 존재라며,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타일러가 마주한 시야가 크고 느리게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밀려오는 욱한 느낌에 입을 앙물었다. 타일러는 그런 자신이 너무 싫었다. 원래라면 눈물이 메마른 것처럼 잘 울지도 않던 자신이, 몇 년 만에 심각한 울보로 거듭나 버린 것 같았다. 타일러는 눈물이 맺힌 눈동자를 위로 올렸다. 아아, 울지마. 제발 울지마라.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하고 말하며 타일러는 두 손바닥으로 자신의 이마를 약하게 몇 어번 눌렀다.  

  

달콤함이란 가끔은 시림보다 서글프게 다가올 때가 있다. 타일러에겐 그 때가 지금이었다. 그리고 타일러에게 그 서글픈 달콤함은 이유모를 불안감과 함께 다가왔다. 다니엘, 그는 자신의 일종의 구호요청으로 찾아왔다. 어떻게 발견하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신를 도와달라는 구호요청을 통해. 타일러는 이 도움이 끝나고 나면, 동시에 끊겨버린 이 달콤함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할 엄두도 나지않았다. 끊어야 했다. 스스로 뒤로 물러나야 했다. 초콜렛중독처럼 빠져버리면, 결국 손해는 자신이었다. 타일러는 자신의 몸을 감싼 이불을 더욱 끌어모았다.  

  

그는, 치유될 수 있을까? 다니엘은 뿌옇게 인 차 창에 머리를 기대며 습관적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를 상처입게 만든 그들을 벌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스스로 힘을 얻어 다시 밝게 웃기위해서는, 그의 상처가 치유되어야 했다.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다니엘은 조금 착잡한 마음으로 머리를 살짝 창에 박았다. 서리가 지워지며 요상한 무늬를 만들어냈다. 다니엘은 습관처럼 창에 물음표를 하나 그려보았다. 그 물방울무늬는, 역시 질문만 내던질 뿐 해답을 주지 않았다.  

  

  

  

  

  

  

  

* * *  

  

  

  

  

  

  

  

타일러는 실오라기 걸치지 않은 몸으로 앉아있었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빗물이 타일러의 몸과 바닥을 때렸다. 멍한 표정으로 바닥을 쳐다보던 타일러가 자신의 얼굴을 문질렀다. 더러운 것에 대한 급격한 혐오감이 느껴졌다. 타일러는 두 손으로 자신의 몸을 문질렀다. 몸을 문지르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물기 어린 숨이 점점 더 거칠어 졌다. 타일러의 눈에는 바닥을 기어 온 수많은 하얀 개미가 자신의 다리를 기어오르는 것이 비추어졌다. 타일러는 흐느끼며 개미가 기어오르는 자신의 몸을 긁었다. 긁힌 상처에서 나온 피가 샤워기물에 천천히 씻겨내려갔다.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의 질척거리는 발소리도 들려왔다. 타일러는 자신의 몸을 씻으며 내뱉던 울음을 참아 멈춰야 했다. 타일러는 물에 씻겨내려가 보이지 않을 눈물을 흘리며 누군가의 인영을 마주했다. 그 인영은 인형을 다루듯 타일러의 팔을 잡아 끌었다. 타일러는 인형인 듯 그에게 순순히 끌려갔다.  

  

자신의 몸을 핥아올리는 개미보다 기분 나쁜 감촉이 느껴졌다. 타일러는 멍한 눈으로 그의 어깨에 기댔다. 그러자 타일러의 귓가에 더러운 숨소리가 느껴졌다. 귀가 타서 녹아내리릴 듯 혐오스러운 숨소리였지만, 타일러는 그것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둔탁한 두 손이 타일러의 허리를 타고 내려가더니 둔부의 양 살을 잡아챘다. 다리가 벌려지는 느낌이 났다. 타일러는 눈을 질끈 감았다.  

  

  

  

“타일러 씨.”  

  

  

  

타일러는 다니엘의 목소리와 자신의 어깨를 흔드는 손에 다시 구해졌다. 사람은 계속 된 일들과 자극에는 적응되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타일러가 그런 꿈을 꿨는데도 더 이상 울지않는 것. 그것이 그 이론의 증거일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타일러는 익숙해질 수 있는 정도의 단계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일러는 익숙해진 듯,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저 퀭한 눈으로 자신의 눈 앞의 다니엘을 보며 멍하게 있을 뿐이었다. 타일러는 자신의 눈가를 잠시 비비며 상체를 살짝 일으켰다. 잔뜩 헌 눈가가 의외의 따가움을 선사했다.  

  

  

  

“자 버리면 그냥 바로바로 깨워주지 그러셨어요.”  

  

“타일러 씨가 너무 피곤해보여서요. 힘들어보이고...”  

  

  

  

꿈 속이 훨씬 더 피곤하고 힘들어. 타일러는 터져나오려는 그 말을 억지로 삼켰다. 타일러는 스스로가 보기보다 많이 솔직하고 다소 다혈질인 성격이었다. 4년 전까지는. 타일러는 4년 동안 억지로 눌러야 했던 자신의 성격을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습관처럼 무의식적으로 억눌렀다. 여러가지로 스트레스를 느꼈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타일러는 자신의 까슬한 머리를 한 번 메만지다 잔뜩 잠긴 목소리로 습관처럼 물었다. 내가, 어디까지 얘기했었죠?  

  

줄리안은 타일러의 이야기를 들으며 인상을 잔뜩 쓰거나, 못 참고 밖으로 나가곤 했다. 장위안은 머리가 아프다며 잠깐 쉬자고 부탁까지 했고.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타일러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덤덤했다. 초반에 눈물을 흘린 것에 비하면 지금은 잘 울지않으니, 더욱 덤덤해진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니엘은 그런 타일러가 안타까웠다. 타일러가 가진 상처의 고통은 계속 자극한다고 해서 둔해지는 감각의 고통이 아니다. 다니엘은 그가 오열하며 쓰러져도 차라리 이것보단 나은 걸 거라고 생각했다. 다니엘은 타일러의 상태가 처음처럼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뭔가 나아가던 상처가 무언가로 인해 다시 찢어져가는 것 같은, 다니엘은 뭔가 그런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들었다.  

  

  

  

“타일러 씨, 그런데 정말 괜...”  

  

  

  

갑자기 크게 울린 줄리안의 벨소리가 다니엘의 말을 끊었다. 잠시 벨소리를 제외한 정적이 감돌았다. 줄리안은 전화를 받으며 병실 밖으로 나갔다.  

  

  

  

“하여간 폰도 주인닮아가지고. 매너모드 좀 하라니까.”  

  

  

  

장위안이 혀를 차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그러니까, 뭐라고 말하려 했더라. 다니엘은 입 안에서 끊겨버린 자신의 말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끊겨버린 조각은 찾을 수 없었다. 다니엘은 잠시 어색한 침묵을 삼켰다. 타자소리만 가득한 침묵이, 문을 벌컥열고 들어온 줄리안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듯 깨졌다.  

  

  

  

“됐다!”  

  

  

  

줄리안은 알 수 없는 탄성을 내뱉으며 병실 안으로 박차오르듯 들어왔다. 자, 오늘 피해자심문은 잠깐 철수! 장위안이 타이핑을 멈추고 물었다. 뭐가. 됐다니까! 아니 그러니까 뭐가?! 마중가자! 줄리안은 장위안을 무시하고 다짜고짜 타일러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 다니엘은 너무 당황해 지금 뭐하냐는 소리까지 하지 못했다. 눈에 띄게 크게 움찔한 타일러는 줄리안의 힘이 이끄는데로 끌려갔다. 영문을 모른 채 멍하게 굳어있던 다니엘과 장위안이 그들을 뒤따라갔다. 줄리안이 타일러를 끌고 향한 곳은 병원의 정원이었다. 빗물이 마른지 얼마되지 않은 풀잎들이 뽀송뽀송하게 자라있었다. 갑자기 나온 줄리안 때문에 노트북까지 다 들고나온 장위안이 줄리안을 원망하듯 살짝 흘겼다.  

  

아무도 없는 정원에서 동물의 짖는 울음소리가 울려퍼졌다. 가만히 서있던 줄리안이 무언가를 본 듯 호들갑을 떨며 뒤로 물러났다. 그와 동시에 정원의 풀숲을 헤치고 검고 하얀 털을 가진 큰 대형견 한 마리가 헥헥거리며 불쑥 튀어나와 무작정 앞을 향해 달려나갔다. 순간 타일러의 몸이 전기를 맞은 듯 눈에 띄게 움찔 뛰며 다니엘을 덥썩 잡았다. 다니엘은 타일러의 힘이 그렇게 센지 그 때 처음 알아차린 듯 했다. 다니엘의 팔을 잡아챈 타일러는 다니엘과 한 몸이 될 듯 있는 힘껏 그에게 달라붙었다. 심하게 떨리는 타일러의 손이 미끄러지더니 다니엘의 옷깃을 잡았다.  

  

  

  

“타일러 씨?”  

  

  

  

다니엘의 부름에도 타일러는 대답하지 않았다. 타일러는 오로지 잔뜩 크게 확장된 두 동공으로 헥헥 거리며 자신의 주위를 도는 그 개만 노려보고 있었다. 타일러는 심해진다면 거의 발작할 정도로 떨고 있었다. 다니엘의 귓가에 타일러의 겁에 질린 숨소리가 들리면서, 타일러가 진술했던 것 중 한 대목이 기억처럼 그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개를 키웠던 적이 있긴 해요. 비록 제 집이 아닌 누나 집에 있던 개긴 하지만요. 하지만 어떻게 생겼는지, 이름이 뭐였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아요. 정말, 사랑스러웠던건 기억이 나는데요... ...모르겠어요. 개라는걸 생각하면, 그들의 개만 생각이 나요. 덩치가 늑대처럼 크고, 날카로운 이빨에서는 하얀 침이 뚝뚝 흐르고 있었어요. 그들은 그 개들의 목줄만 잡은 채 내 코 앞에서 그 것들을 보여주며 협박했죠. 제대로, 시키는대로 하지않는다면 사지를 물어뜯게만들어버릴거라구요. 몸뚱이에 팔다리뼈만 덜렁거리는, 그런 몸을 만들어버릴거라고. 그러면 그 날 나는 잘못한 것도 없지만 잘못했다고, 더 잘하겠다고 빌어야 했어요.’  

  

다니엘은 순간적으로 욱하고 무언가가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타일러가 공포를 참기위해 자신의 옷깃을 붙잡으며 이를 악물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의 입에서는 이가 맞 부딪혀 따닥거리는, 그의 공포를 증명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다니엘은 아무것도 모른 채 타일러의 다리를 핥고 있는 개를 노려보았다. 그 덩치가 큰 개는 뭐가 그리 좋은 지, 타일러가 좋은 듯 그 커다란 몸을 일으켰다 앉았다 하며 헥헥거리면서 웃고 있었다. 다니엘은 그 순진한 개를 걷어차려하는 분노를 억누르고, 발과 소리로 위협하여 그 개를 쫓아낼 참이었다.  

  

  

  

“밴딧.”  

  

  

  

다리를 핥는 끔찍한 혀의 느낌이 갑자기 사라지기 시작했다. 타일러는 참았던 숨을 헐떡이며 급하게 쉬었다. 살짝 눈물이 고인 타일러의 눈동자가 어찌된 영문인지 상황을 쫓았다. 갓 청년이 된 듯한 남자가 개 목줄을 제대로 채우며 개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타일러는 숨을 헐떡이며 다니엘의 옷깃을 놓았다. 어찌나 이를 세게 악물었는지, 입에서는 약간의 피 맛이 느껴졌다. 다니엘은 어이가 없었다. 정상적인 병원도 아니고, 정신병원 씩이나 되는 곳에서 저런 식으로 개를 관리하다니. 경찰들의 관리법에는 없는 내용이었지만 뭐라 한 소리를 해야 할 것이라고 판단되었다. 그래서 다니엘은, 개에 정신이 팔린 듯한 한 청년에게 뭐라 말을 하려고 한 참이었다.  

  

  

  

“이봐요, 지금...!”  

  

“키 작은 병원복 아저씨, 개 무서워해요?”  

  

  

  

청년은 다니엘의 말을 자르면서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시선과 손길은 밴딧이라는 개에게서 떼지않은 상태였다.  

  

  

  

“무슨 사연이신지도 모르겠고, 아직 많이 안배워서...음, 뭐더라. 아, 아무튼 제대로 말씀드릴 수는 없는데요. 어, 나도 어릴 때 개한테 한 번 물려본 적이 있거든요. 그 때 지인짜 싫어했었는데, 어떻게 요 녀석을 키우게 되다 보니까... 개가 얼마나 귀여운 건지 잘 알겠더라구요.”  

  

  

  

청년은 특유의 웅얼거리는 듯한 말투로 말을 계속 이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무릎을 털었다. 화려한 피어싱과 몸에 가득한 문신이 눈에 띄는 남자였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느끼는 트라우마를 통한 공포심 같은건 다 진짜 부질없는 환상이죠. 도움도 안 주는 환상이에요, 걔는. 좀만 저 처럼 마음을 열면 벗어날 수 있을거예요. 봐요. 얼마나 사랑스러운데. 이 사랑스러움을 못 본다는 건 너무 안타깝잖아.”  

  

  

  

다니엘은 기분이 나빠 살짝 인상을 썼다. 중얼거리는 듯한 그의 말투는 약간 띠꺼운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다니엘은 아무리 타일러라도 기분나빠할 것이라 예상하고 타일러의 얼굴을 힐끗 내려보았다. 하지만 다니엘의 예상을 깨고, 타일러는 공포에 젖은 눈으로 청년과 그의 개를 보고 있었다. 그런 타일러를 물끄러미 마주하며 시선의 방향을 쫓던 청년은 작게 실소를 터뜨렸다.  

  

  

  

“뭐야, 아저씨. 타투도 무서워해요? 이거 인생 참 못 즐기시면서 사시는 분이네......악!”  

  

  

  

빡,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청년의 머리가 앞으로 푹 꺾였다. 아, 왜! 날카롭게 소리치는 청년의 뒤로 어느 새 미소가 짙은 흑인 한 남자가 다가와 서 있었다. 남자는 차분해보이는 비주얼과는 달리 상당히 깨방정스러운 행동과 말투로 청년의 머리를 한 번 더 후려쳤다. 야, 내가 문신 안 보이게 긴 팔 입고 나오랬지?! 남자의 잔소리에 청년은 그저 꿍얼거림으로 짜증을 내며 맞은 머리를 매만지고 있었다.  

  

남자는 꿍얼거리는 청년을 무시하고 한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천천히, 세 명의 경찰과 한 명의 환자를 갈색의 깊은 눈동자로 훑어보았다. 줄리안이 그를 보며 살짝 방긋 웃었다. 남자는 그의 미소에 살짝 고개를 까닥거림으로서 맞인사를 했다. 청년은 남자를 따라 그들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무언가를 큰 실수를 한 것을 깨달은 듯,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며 살짝 한탄의 소리를 내뱉었다.  

  

다니엘은 뭔가 그 남자에게서 익숙함을 느꼈다. 뭐였지. 잊으면 안되는 사람인데, 다니엘은 그를 잊고 있었다. 다니엘은 타일러를 슬쩍 한 번 내려보았다. 타일러의 떨리는 표정이 미묘하게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다니엘은 갑자기, 머리에 전구가 켜지듯 불쑥 그가 누구인지 떠오르는 것에 속으로 소리없는 작은 탄성을 내뱉기 시작했다.  

  

  

  

“타일러 라쉬씨, 오랜만이네요. 기억하세요?”  

  

  

  

남자는 셔츠 깃을 정리하며 다가왔다. 그리고 짧게 깎은 머리도 살짝 매만진 남자는, 살짝 미소지으며 타일러에게 스윽 손을 내밀었다.  

  

  

  

“심리상담치료사 샘 오취리입니다.”  

  

  

  

그리고 이 쪽은 제 동생놈이자 제자인 다니엘 스눅스이구요. 샘은 다른 손으로 스눅스의 머리를 꾹 누르며 말했다. 스눅스는 머리를 까닥이며 인사했다. 다니엘은 뭔가 전혀 공통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남자가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것에 대해 묘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것도 한 순간이었다. 다니엘은 힐끗 타일러를 쳐다보았다. 악수를 청하는 샘의 손을 넋이 나간 듯 멍하게 쳐다보던 타일러는, 고개를 슬쩍 올려 샘의 얼굴을 마주했다. 살짝 고개를 옆으로 꺾으며 살짝 미소짓는 샘을 보며 타일러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미묘한 표정으로 다시 고개를 숙이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치료......”  

  

“예?”  

  

“...치료 안 받아요.”  

  

  

  

순식간이었다. 다니엘이 상황파악을 하기도 전이었다. 몸을 돌린 타일러는 잡을 틈새도 주지않고 빠르게 몸을 돌려 도망치듯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모두가 돌발상황에 굳은 채 가만히 서 있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그 곳에 있던 사람 중 어느 누구도 그를 빨리 쫓아가 잡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BGM : Maximilian Hecker - Help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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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 잠만 나 잠깐 죽었다 살아나고올께(심호흡)
9년 전
독자2
어....???? 어떻게 된거야.... 잘 풀리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게 왠...?
9년 전
독자3
뭐여! 이게 무여! 왜 안받아! 타일러ㅠ
9년 전
독자4
왔구나!! 오늘도 짱잼인듯 다음편 기다릴께ㅠㅠ!!
9년 전
독자5
우와ㅠㅠㅠㅠ언제나생각하는거지만 진짜재밌다ㅠㅠㅠㅠㅠㅠ무슨일이지? ㅠㅠㅠㅠㅠㅠㅠㅠ다음편 기대할게 쓰니!
9년 전
독자6
기다릴게 으어, 심쿵
9년 전
독자8
쓰니야ㅠ 기다리고있어!
9년 전
독자10
글잡 왔구나! 신알신하고 가!
9년 전
비회원192.24
혹시 다쓰면 텍스트파일 볼수 있을까요 ㅠㅠ 제가 비회원이라서 ㅠㅠㅠ
9년 전
독자9
으앙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보고싶었어ㅜㅜㅜㅜ!!!!!!!!
9년 전
독자12
쓰니!! 7편까지 너무너무 잘 봤어!(사실 정주행만 5번째라고 한다.) 볼때마다 분위기며 문체며.,,,다 내 취향저격이라서 늘 처음보는 것 처럼 빠져들어 보는 것 같아ㅠㅠ 그래서 그런가...더 뒷내용이 궁금해져서...(쭈뼛쭈뼛)
사실 쓰니가 이 작품이 10편으로 구성되어있다고 해서 뒷내용을 많이 보고싶어. 무리한 부탁일수도 있겟지만, 다음편을 써줄 수 있을까?? 보고싶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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