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느 정도 상황 파악은 끝났지? ㅋㅋ 스펙타클 하지 않아?
그러고 나서는 딱히 한 대화도 없었고, 진짜 잠을 못 자긴 한 건지 소파에 누워서 곤히 잠을 청하더라고.
"김지원, 일어나. 들어가서 자던가."
"으으, 잘래..."
웅얼웅얼. 새우 잠을 자는 게 안쓰러워서 억지로 깨워 놓고 저녁 준비를 하러 갔다 왔는데 애가 없는 거야.
언제 기어들어 간 건지, 아니 그보다 내 방은 어떻게 알았는지 침대에서 꾸물꾸물 거리면서 자고 있더라.
"야, 밥."
"밥."
말은 왜 따라하는건데ㅋㅋㅋㅋ 저녁을 먹고 나서 그냥 서로 멍하니 거실에 앉아 있었어.
지금 상황이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게 불투명하잖아. 생각이 참 많아지는 밤이더라.
"그래서, 너 어쩔 건데?"
"뭘 어째? 여기서 살 건데."
"똥 싸지 마."
"아씨! 밥 먹는데!"
김지원이 은근히 나를 흘겨보고 들러붙어서 찡찡대기 시작해. 어휴...
아무래도 스물두 살 버릇 스물네 살까지 간다고 속담을 바꿔야 될 것 같아.
일단 어쩔 수 없으니 당분간은 그냥 여기 있는 걸로 마무리하고 김지원은 소파에서, 나는 침대에서 잤지.
목이 말라서 거실로 나갔는데 빛을 등지고 뭔가를 하고 있는 김지원이 보이더라고.
"..."
도통 뭘 하는 건지. 엄청 집중해 있길래 곡 작업이라도 하는 줄 알았더니 탭으로 기사며 댓글, 팬카페에 접속해 보고 있는 거야.
갖갖이 욕들로 난무한데. 사서 고생이지, 아주.
"그런 거 볼 시간에 곡이나 하나 더 써."
"아."
"나중에 짠, 하고 보여 줄."
"..."
대답이 없는 김지원의 모습에 멀뚱히 서 있었더니 멋쩍은 듯이 말하더라.
"나는 있잖아. 그냥 음악만 할 수 있으면 다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데뷔하고 나서 내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얼마큼 좋은지,
무대에서 같이 호흡할 수 있는 관객이 있다는 게 얼마나 짜릿한지,
내 모든 걸 무조건적으로 믿고 좋아해 주는 팬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하고 고마운지 알게 됐어."
"..."
"그래서 지금은, 어... 견딜 수가 없네.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고, 안일하게 생각했나 봐."
"뭘?"
"이전까지는 얼굴도 본 적 없는 사람의 모든 걸 온전히 있는 그대로 믿고, 인정해 주고, 좋아해 줄 사람은 없다는 걸 간과했던 모양이야.
생각보다 너무 힘드네. 무기력해져."
그러고 김지원은 씩 웃었고 탭을 끄고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웅얼거려.
"응, 그래서. 몰라. 떠오르는 악상이 없어."
"..."
"너는."
"어?"
"너는 안 그러면 좋겠는데..."
이걸 내가 어떤 말로 표현을 해야 되지?
그 때 김지원은 순식간에 응어리졌던 모든 걸 토해내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이게 진짜 사람 김지원이구나 싶으면서도 뭔가 한없이 작아 보이는 동갑 남자애의 모습이 참, 안타깝더라.
"김지원. 그러고 자면 숨 막혀."
김지원이 끌어 올렸던 이불을 얼굴이 보이게 내려 주고 살짝 이마에 꿀밤을 놨어.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오버스럽게 이마를 부여잡고 악악 거리는 거야.
"개그하냐? 우리 집에서 누가 질식사하는 꼴은 보고 싶지 않으니까 똑바로 디비 자."
"아, 아파! ...근데. 넌 날 동정해?"
"전혀."
"그럼 동경해?"
"내가 동경하는 건 무대 위에 서 있는 바비라고 저번에도 말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럼 너한테 난 뭐야?"
속사포 같은 대화가 이어져 가는 중이었는데 마지막으로 내던진 질문에는 뭐라고 자신감 있게 대답이 안 나오는 거 있지.
째깍째깍, 시계 침이 돌아가는 소리만 들려 오는 중에 가만히 생각을 하다 내가 내놓은 대답에
김지원은 놀랐는지 잠시 숨을 흡, 멈췄다가 눈을 끔벅이더라.
"남자친구?"
입 밖으로 꺼낸 나도 순간 아차, 했지만 사람 김지원이 알고 싶고, 좋은 건 사실이었으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는데
눈앞에 있는 이게 더 난리 법석인 거야ㅋㅋㅋㅋㅋ
우선 1차로 보인 행동은 눈을 땡그랗게 떴어.
2차로 손을 막 아그작 아그작 깨물 거리더니,
3차 벌떡 일어서서 이리저리 돌아다녀.
하이라이트는ㅋㅋ 그러다 어두운 거실 어딘가에 머리를 쿵 박았는지 아프다며 주저앉아 징징대는데.
세 살배기 어린애세요 ㅠㅠ? 불을 켜고 김지원의 이마를 살살 만지며 달랬지.
"뚝 해."
"안 울어."
"그럼 네 눈물은 진짜 닭똥이냐?"
"보지 마, 부끄럽다고."
김지원은 바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푹 숙이더니 또 뭐가 그리 좋은지 헤실 거리기 시작했고,
나는 그제야 얘가 진짜 미친 게 아닌가 의심까지 했다니까ㅋㅋㅋ
"거짓말 아니지? 그럼 우리 남자친구, 여자친구 하는 거야?"
"...음, 그게 그렇게 되나?"
"완전 그렇게 돼. 완전."
"그럼 그렇겠지."
"...가수 바비는?"
"여전히 동경의 대상."
영양가 없어 보이지만 프로틴 100%에 달하는 대화라고.
"몰라. 어쨌든 내가 걔보다 더 좋은 사람이야."
"걔라니?"
"김바빈가 나발인가."
아무 의미 없는 그냥 막 연애를 시작하는 연인의 대화같이 들릴 법도 하지만 저쯤부터 였나?
김지원이 그냥 사람 김지원과 연예인 바비를 구분 짓기 시작했던 날이.
뭐, 이제는 슬프게도 당연한 일이 돼서 익숙해져 버렸지만.
"야! 여보야, 배고파. 왜 아침부터 컴퓨터만 잡고 있어?"
아, 미친. 김지원 깼다. 근데 저거는 왜 아침부터 징그럽게 여보야래. 평소에는 부르지도 않으면서.
"야! 여보, 야! 배고프다고!"
"아 좀, 좀. 애세요? 네가 빠릿하게 좀 챙겨 먹어."
하... 과거썰은 이만하면 충분하지? 나는 저거 때문에 아침 준비하러 가야겠다.
늘 거르시다 오랜만에 드신다는데 수라상을 차려 드려야지.
다음에는 그냥 그 하루에 일어나는 일을 중점으로 풀어 줄 테니까 기다려.
김지원도 활동 중이고, 재미있는 일이 많을 것 같,
"배고파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은데 저 새끼는 왜 지랄 염병이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 진짜 간다. 안녕!
to B continued |
:) 뿅!
지긋지긋했던 과거편이 드디어 끝났어요 ㅠㅅㅠ 더 자세히 풀다가는 아무래도 이 썰 30화는 족히 찍을 것 같으니 살살 넘길게요 ㅋㅋ
잘 정리 해서 최대 두 편 안으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 암호닉 *:> [김밥]님 [시계]님 [고데기]님 [바나나]님 [밥씨눈]님 [밀대]님
늘 예쁜 피드백 감사드려요(흐앗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