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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 전체글ll조회 705l 3

 

 

 

 꿈을 파는 가게

 2. 첫 손님

 

 

 종이 울리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틀자 볼이 빵빵한 단발 머리의 꼬마 숙녀가 서 있었다. 원피스 끝자락을 붙잡고 수줍은 듯 눈 둘 곳을 찾지 못하는 듯 보였다. 단발 머리와 대화하기에 카운터는 너무 높았기에 하제와 나는 의자를 최대한 단발 머리쪽으로 당겨 앉아야 했다. 하제가 계속 나에게 말을 걸어보라는 눈빛을 주었지만, 애초에 나는 아이들에게 관심이 없었기에 무시했더니 하제가 심술쟁이.라며 입모양으로 말하곤 단발 머리에게 말을 걸었다. 심술쟁이는 무슨.

 

 "안녕?"

 "……안녕…하세요."

 

 하제가 단발 머리를 더 잘 보기 위해 몸을 앞으로 기울자 단발 머리는 놀란 듯 뒷걸음질치며 말했다. 보다못한 내가 하제를 뒤로 잡아 당기자 그제서야 단발 머리는 다시 앞으로 오는 듯 했다. 어쨌든 첫 손님이긴 하니 이참에 그 꿈이라는 것을 어떻게 파는 지 봐야겠어 하제가 하는대로 가만히 있었다. 하제가 단발 머리에게 잠시만. 이라며 말을 하곤 카운터 밑에 손을 넣어 오렌지 주스가 든 컵을 꺼냈다. 도대체 먼지만 많아보이는 그 공간에서 뭐가 자꾸 나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하제는 단발 머리에게 웃으며 말했다.

 

 "오렌지 주스 먹을래?"

 

 단발 머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자.'라며 컵을 건네준다. 하제는 단발 머리가 주스를 어느정도 먹으며 편안해질 때까지 기다리곤 물었다.

 

 "이름이 뭐야?"

 "슬기…예요."

 "슬기? 예쁘네, 이름. 슬기야, 여기는 뭐하는 곳 같아?"

 

 하제의 말에 슬기는 가게 안을 쓱 둘러보았다. 자세히 본다고 해도 벽장에 여러가지 물건들만 진열되어 있을 뿐이지만 나름대로 무언가 의미하는 바를 찾으려는 생각이 기특해서 내가 앉고있는 의자를 빼서 슬기의 옆에 놔주었다. 덕분에 내가 앉을 곳을 잃어버려서 지금은 하제의 등에 기대어 서있다. 하제가 무겁다고 나오라는 시늉을 했지만 무시하곤 슬기의 답을 기다렸다. 슬기는 가게 안을 다 둘러보고 나서야 의자가 있는 것을 눈치챈 것인지 위에 폴짝 뛰어 앉는다. 개미만한 목소리로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고는 입을 열었다.

 

 "잘 모르겠어요."

 "음…그래?"

 

 하제는 기대하던 대답이 아닌듯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슬기가 하제의 표정을 보고는 말을 이었다.

 

 "잘 모르겠는데… 꿈이 많아요."

 "꿈이 많아?"

 

 하제의 표정이 바뀌었다.

 

 "네. 꿈이 많아요. 제 꿈도 있고, 친구들의 꿈도 있어요. 엄마랑 아빠가 옛날에, 저만 했을때 하고 싶었던 일이라는 것도 있어요. 많아요. 꿈이. 많은 것 같아요."

 "음……. 그럼 슬기는 왜 이 곳에 온 것 같아?"

 "그건…. 모르겠어요."

 

 알면 천재지. 하제가 그래도 기특하다며 슬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슬기는 부끄러운듯 고개를 숙여 주스만 먹을 뿐이었다.

 

 "슬기는 꿈이 뭐야?"

 "유치원 선생님이요."

 "왜?"

 "예쁘잖아요. 그리고 착해요. 우리 선생님은. 우리 선생님처럼 애들한테 잘 해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그렇구나. 기특하네."

 

 하제가 주머니에서 엄지손가락만한 작은 토끼 인형을 꺼내더니 슬기에게 쥐어주었다. 슬기는 토끼 인형에 정신이 팔린듯 연신 우와, 거리며 하제를 쳐다보았다. 정말 자신에게 주는 것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의사표현처럼 보였다. 하제가 그것을 눈치챈듯 고개를 끄덕였다.

 

 "슬기가 유치원 선생님이 될 수 있도록 오빠가 도와줄게. 이 인형은 그 증거야. 슬기가 슬기네 유치원 선생님처럼 정말 착한 선생님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을 때, 다시 여기에 와. 그러면 그 때는 슬기에게 꿈을 소개시켜줄게."

 "확신할 수 있을 때라는 말이 무슨 말이에요?"

 "음…. 슬기한테 너무 어려운 말이긴 하겠다. 뭐라고 해야하지……."

 "네가 유치원 선생님이 됐다고 상상했을 때, 적어도 너네 반 아이들은 끝까지 챙겨주고 봐줄 수 있다고 생각될 때 말이야."

 

 조그마한 어린이를 이해시키려는 말을 찾느라 쉽사리 입을 떼지 못하는 하제가 가여워 입을 열었다. 내 말에도 감을 잡지 못 하는 것 같아 카운터 밖으로 나와 쭈그려 앉아 슬기와 눈을 맞췄다. 하제가 놀란 눈치였지만 신경쓰지 않고 슬기를 지그시 바라봤다. 슬기도 나와 눈을 맞추며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슬기야, 눈 감아봐. 아무것도 안 할테니까."

 "………."

 "상상해봐. 지금의 너. 어린 너가 유치원 선생님이라고 생각해봐. 지금 유치원은 어때?"

 "……어지러워요. 애들이 제 말을 안 듣고, 무시해요. 시끄럽게 해요. 제가 우는 애를 잘 못 달래요. 우는 애는 더 많이 울어요."

 "그럼, 이제 너네 반 선생님처럼 키도 커지고 아이들이 믿고 의지하는 선생님이라고 생각해봐. 지금은 어때?"

 "…웃어요. 나한테 이건 어떻게 읽는 거냐고 물어봐요. 대답해줬어요. 내가. ……남자애가 저한테 인형을 가져다줘요. 나중에 저랑 결혼할 거래요……."

 "그래. 이제 눈 떠봐, 슬기야. 지금의 너는 아직 부족해. 하지만 나중에는 두 번째처럼 될 수 있어. 그런데 그렇게 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할 거야. 그 많은 노력들을 하고 나서 이제 선생님을 해도 될 것 같다고 생각될 때. 그 때 오라는 말이야. 알겠어?"

 

 슬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와 많이 대화해본 적이 없어서 투박하고 날이 서있을지도 모르는 말투였지만 나름대로 슬기가 이해해준 것 같아 기특했다. 하제처럼 슬기의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고는 다시 카운터 안으로 들어왔다. 하제가 나에게 엄지 손가락을 세우며 잘했다는 표시를 해주었다. 하제가 슬기에게 말했다.

 

 "이제 이해됐어?"

 "…네."

 "그래, 이제 나가도 돼. 슬기를 기억할게. 잘 가."

 

 슬기가 의자에서 폴짝하고 내려오며 하제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컵을 하제에게 건네주고는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언니 안녕."

 

 나가기 전 뒤를 돌아 나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한다. 나에게 인사를 해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기에 방심하고 있다가 깜짝 놀라 나도 손을 흔들었다. 다행히도 나가기 전에 내 인사를 본 듯 예쁘게 눈을 접어 인사해준다. 다시 딸랑하는 소리가 나더니 슬기가 가게 밖으로 나갔다. 나의 그런 바보같은 모습을 봤는지 하제가 쿡쿡 소리를 내며 웃는다. 어깨를 들썩이며 웃는 꼴이 짜증이 나 팔을 아프지않게 때리곤 하제의 등 뒤를 바라보았다. 하제의 등 뒤로는 내가 아까까지 있었던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구름처럼 움직이지는 않는지 계속 둥실둥실 떠있을 뿐이었다. 슬기가 보이지 않았다. 그 사이에 사라졌나.

 

 "하제, 슬기가 안 보여요."

 "괜찮아. 원래 다 그러니까."

 "원래 다 그래요?"

 "응. 보통 사람들은 이 곳에서 눈을 뜨면 바로 이 가게가 보일테니까. 이 가게를 나가면 현실의 눈을 떠. 잠에서 깬 것 뿐이야."

 "그런가요……. 저도 이 가게를 나가면 현실의 눈을 뜰까요?"

 "잘 모르겠는데. 그러니까 혹시 나가지는 마. 무서워. 사라질까봐."

 

 직원이 무단으로 도망갈까봐 걱정 하나는 끔찍하게도 해주는 악덕 고용주다. 슬기에게 줬던 의자를 다시 가져와 털썩 앉으니 다시 진열장인지 벽장인지가 내 눈안으로 들어왔다. 꿈이 많아요. 꿈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첫 손님이었다. 단발 머리의 꼬마 숙녀. 희미하게 웃으니 문득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하나의 궁금증이 있었다. 아까처럼 다시 카운터에 엎어져있는 하제의 어깨를 잡아 세우며 말했다.

 

 "하제, 우리 슬기에게 꿈을 판 건가요?"

 "아니."

 "왜요? 슬기는 꿈이 있었잖아요. 토끼 인형도 줬고. 그거 유치원 선생님의 물건 아닌가요?"

 

 하제가 피식 웃으며 슬기의 머리를 쓰다듬듯 내 머리도 쓰다듬었다. 애취급을 받는 것 같아 하제의 손을 떼어내곤 답을 기다렸다. 하제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슬기가 지금 유치원 선생님이 되기엔 네 말대로 너무 작고 여려. 꿈을 살 수 있을 만한 노력이 없다는 말이야. 꿈을 사기 위해서는 자신의 노력과 일종의 물물교환을 해야한다고 했다고 말했었지? 그런데 슬기는 그저 꿈을 꿀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그래서 팔 수 없었어. 꿈을. 아무리 귀엽고 당찬 포부의 손님이라도 규칙은 지켜져야 하니까. 그 뿐이야."

 "인형은요, 하제?"

 "말했잖아, 내가. 슬기가 유치원 선생님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증거라고. ……말했지만, 그냥 이 곳에 왔었다는 기념품일 뿐이야. 그리고 사람들은 꿈에서 깨어나서 말하겠지. '어, 내 손에 왜 인형이 있지?'라고. 이 곳에서 유일하게 현실로 나가서도 모습이 있는 물건이야. 그 인형은."

 "그런건가요……."

 "내가 재밌는 거 말해줄까? 그 인형과 관련한 거야."

 

 내가 있은 후에 첫 손님이었는데 첫 손님에게 처음 꿈을 판 게 아니었다는 사실에 실망하고 있자 하제가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내가 흥미를 가질만한 것이라는 것을 아는 듯 개구장이처럼 웃는 모습이 웃겼다. 노력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하제가 애쓰고 있다는 것은 알겠어서 대꾸해줬다.

 

 "뭔데요? 말해줘요."

 "어린이들은 신기해. 어른들은 일어나서 갑자기 자기의 손에 있는 이 인형에 일어나서 잠깐 놀라고 말아. 그 뒤론 자기 자식들에게 주거나 쓰레기통에 버리지. 이 곳에 왔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 해. 하지만 어린이들은 이 인형을 보며 이 곳에 왔었다는 것을 기억해. 그리고 소중히 간직하지. 뭐, 그 뒤로 그 아이가 크면서 이 곳을 기억하는 것은 그 자신에 따라 갈리지만 말이야."

 "애들을 좋아하진 않지만…. 신기한 존재긴 하네요."

 "참나, 너도 어렸을 땐 애였어."

 "조용히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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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다음편도얼른보고싶다ㅠㅠ너무좋다빨리다음펀도보고싶러!!!!잘보거가♡
9년 전
글쓴이
우와 1편의 그 독자야? 고마워요! 댓글 바라고 올린 글은 아니었는데 정말 댓글이 하나도 없어서 순응하고 있었는데 댓글이라니! 감동!!!
9년 전
독자2
너무 재밌어요ㅠㅠ 잘보고가요!!ㅎㅎ
9년 전
독자4
진짜 좋아요 그냥 왠지 모르게 작가님 글만 읽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작가님 짱!!!!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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