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새로운 책가방을 산지 얼마 안 된 주말에 언니 손을 잡고 동네의 작은 교회에 간 적이 있어요. 그 교회의 목사님은 저한테 간식을 제 작은 손에 넘치게 쥐여주면서 십자가 앞에서 간절히 바라면 하나님이 제 소원을 들어주실 거라 하셨고, 일요일마다 교회에 나와 헌금을 내면 하느님이 좋아하실 거라고 했어요. 언니는 왜 그렇게 좋은 곳을 제가 학교를 입학한 후에야 저를 데려갔을까요? 저는 어린이집도 못 가고 작은 집에서 엄마랑 많이 괴물을 물리치느라 힘들었거든요. 교회만 잘 나가서 돈 좀 내고 십자가 앞에서 두 손 모아 기도를 하면 제 소원을 들어줄 거라는데. 이렇게 좋은 곳을 혼자 다니던 언니가 미웠어요. 처음 간 교회에는 작은 교회에 맞지 않게 큰 십자가가 있었고, 저는 그 십자가 앞에서 첫 살인을 저질렀어요. 뭐 칼로 사람을 찔러 죽인 건 아니고요. 그냥 십자가 앞에서 고요하게 사람 한 명을 찌르고 후회도 원망도 기쁨도 느끼지 못한 채 벼랑 끝으로 던져버렸어요. 신성한 십자가 앞에서 누굴 죽였냐면 아빠를 죽였어요. 터무니없이 죽여달라 하면 제 소원을 안 들어주실 것 같아서 제가 지금보다 더 낮은 곳에 살고 평생 가난에 찌들어 살지언정 아빠를 죽여달라고 그 작은 손을 모아 기도했어요. 하나님은 제 기도를 듣긴 하셨을까요? 하긴 제 기도를 들으셨으면 매일 밤 술을 취해 불투명한 문을 두드리던 괴물을 없애주셨겠죠. 아님 밖이 보이지 않는 문을 주셨던가. 아니면 제가 달력 뒤에 그린 그림들을 숨어있던 괴물이 찢어버렸을 때 그 달력을 다시 붙여주셨겠죠. 아님 종이를 주셨던가. 아 어쩌면 하나님은 제 소원을 들어주셨을지도 모르겠네요.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 저희 집이 제가 너무 가고 싶었던 수영장이 되게 해준 건 제 소원을 들어준 거였을까요. 동굴에 살면서 마늘과 양파를 먹어 사람이 된 곰을 보고 동굴에 살면 그 괴물도 사람이 될지도 모르겠다 생각한 나의 생각 때문에 그렇게 작고 깊숙하고 습한 지하방으로 보내주신 걸까요. 하나님이 제 이야기를 안 들어주신다는 건 괴물이 아직까지 살아있는 걸 보면서 매 순간 느꼈었어요. 그래도 저는 오늘도 살인을 저질으려고 해요. 제 기도 들어주실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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