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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

수면욕

성욕.


이 세 가지를 흔히들 말해 인간의 3대 욕구라 부른다. 사람들에 따라 배설욕을 붙이는 사람도 있긴 있으나 이거나 저거나 어쨌든 다 틀린 정의였다. 이 인간의 3대 욕구는 자기들이 세상의 중심인 줄 아는 재수없게 똑똑한 인간 집단들, 그러니까 그 어느 학계에서도 이론적으로나 학문적으로나 정의한 적이 없다. 한 마디로 뭣도 모르는 일반인들이 만들어낸 찌라시란 소리다. 좁은 속 억지로 늘려 백번 양보해서 3대 욕구를 이해해본다 할 때 식욕이나 수면욕은 인정할 수 있는데 어떤 머리 빈 새끼가 성욕을 끼워놓은 건지 모르겠다. 성욕을 풀지 않는다고 해서 죽는 사람 새끼가 도대체 어디 있냐는 말이다. 금욕을 해 몸에 사리가 쌓이고 그 사리로 인해 내장 파열이 일어나지 않는 한 성욕은 3대 욕구에서 빼야 한다.



대신 이 자리에 사랑욕을 넣어볼까 한다. 성욕보다 더 한 쌉소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꽤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먼저 '인간의 3대 욕구'의 정의를 재확인해봐야 한다. 앞서 말했듯 이 이론은 그 어디에서도 학문적으로 정립이 되지 않은 찌라시에 불구했기에 내 나름대로 정의를 내려보자면 생존에 필수적인 욕구, 그러니까 충족되지 않으면 안 되는 욕구. 적어도 나에게 있어 사랑은 그랬다.



사랑하지 않으면 그건 사람답게 사는 게 아니다. 개소리를 대단한 진리마냥 말하는 것 같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렇다. 사람은 항상 사랑을 한다. 우리 엄마는 아침 막장 드라마를, 동생은 최근 되게 핫한 여자아이돌을, 내 친구는 자신의 고양이를 사랑한다. 게다가 지금 침대에 앉아 휴대폰이나 만져대고 있는 사쿠사 키요오미도 열렬히 사랑을 하고 있다. 물론 그 대상이 사람은 아니다. 나는 키요오미의 폰을 훔쳐보았다. 역시나 배구 영상이었다. 예민한 청소 로봇같은 키요오미도 이렇게 매일 사랑을 하고 있는데 현재 나의 사랑의 상태는 부재다.



앞에 줄줄이 늘여트렸던 개소리 이론에 따르면 사랑욕이 충족되지 않고 있는 나는 인간다운 삶을 사는 게 아니다. 나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 이말이다. 그나마 목숨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는 연애를 하고 싶어 해서, 고쳐 말해 사랑을 사랑해서 가까스로 삶을 연맹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머지않아 연약한 불씨처럼 미약해질 것이다. 그 전에 누구라도, 하물며 뭐라도 사랑해야 했다.



그래서인지 요즘 꽂힌 게 있다. 난 분명 딱 한 번 두 사람의 연애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유튜브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유명한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우리 결혼했어요'까지 이끌어버린 것이다. 유튜브의 최고 마케팅은 알고리즘이라고, 나는 그렇게 유튜브에 들어가기만 하면 연애하는 영상을 찾아보곤 한다. 멜로눈깔 장착한 채 여자를 바라보는 잘생긴 남자를 보면 가슴이 웅장해지고 입에 꿀이라도 발라놓은 건지 서로의 입술을 미친듯이 빨아재끼는 키스씬을 보며 입맛을 다신다.



마지막 연애가 언제더라. 아, 나 연애해본 적 없지. 연애를 텍스트로만 배운 고대 유물인 나는 요즘들어 미친듯이 연애가 하고 싶다. 생리가 가까워지면 야한 게 땡기듯이 비록 연애해본 적은 없으나 나에겐 그런 주기가 있다. 연애가 미친듯이 하고 싶을 때가. 비단 나만 이런 것은 아니었다. 같은 반 여자 사람 친구한테 물으니 자기도 그런 때가 있다고 한다. 다른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TV에서도 한 연예인이 그 사랑의 주기를 언급했고 그 시기만 잘 넘기면 결혼하지 않는다고 우스갯소리를 한 게 생각이 난다.



그럼 키요오미도 그 주기가 있을까? 그런 의문이 들었다. 사쿠사를 아주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입장으로써 이런 소리해서 미안한데 키요오미는 대학교는 몰라도 적어도 고등학교까지는 그 흔한 연애 한 번 못하고 졸업할 게 분명했다. 대부분 사랑이라고 인정 안 해주는 뽀시래기 시절 때조차 키요가 좋아했던 여자애는 없었다. 반대로 키요오미를 좋아했던 여자애들은 꽤 있었으나 그 마음을 받아준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다. 그게 지금까지도 이어져 그는 18살인 현재까지도 모태솔로로 남아있다.



평소에 여자라고는 자신의 엄마와 소꿉친구인 나뿐인 걸 보면 여자를 한낮 생명체로밖에 보지 않는 것 같고 배구 바보라서 연애할 생각도 시간도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얘는 연애를 안 하는 건데 나는 연애를 못 하는 거다.


"야."


내 손은 천장을 향하고 있었고 그 안에 들린 폰에서는 유튜브 우결 클립이 틀어지고 있었다. 우리의 시선은 여전히 각자의 핸드폰에 향하고 있었다.


"왜."


생각해보면 내가 연애를 못하는 게 얘 때문은 아닐까. 우리가 너무 붙어 있어서 내 주위에 남자가 없는 것 같아.


"나랑 사귈래?"


충동적으로 나온 질나쁜 농담이었다.


"그래."


그러니까 키요가 대답할 줄 모르고 한 말이었다. 그것도 긍정을 할 거라고는.





[하이큐/사쿠사] 사랑욕 | 인스티즈

사랑욕
공백






닝은 3번의 눈 깜박임 끝에 몸을 벌떡 일으켰다. 지금 자신이 뭘 들은 건지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정작 장본인은 덤덤하게 계속 배구 경기를 보고 있지만.


"뭐?"


사쿠사가 휴대폰을 끈 건 닝의 황당함이 그대로 담겨있는 소리를 듣고나서였다. 사쿠사는 여느때와 다름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닝을 바라보았다.


"그래, 사귀자고."


로맨스 드라마에서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고백 장면에 닝과 사쿠사를 대입하니 이렇게도 허무했다. 사쿠사는 고백받은 사람 치고는 너무도 평온했다. 이건 뭐, 마트 다녀오자는 말에 대답한 거랑 다를 게 없었다. 닝은 사쿠사와 시선을 맞추며 정신없이 머리를 굴렸다. 사쿠사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닝은 사쿠사가 무슨 생각으로 자신의 고백을 받아준 건지 바로 알 수 있을 만큼 사쿠사를 잘 알지 못했다. 같이 지내온 13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할 정도였다. 비단 닝 탓만 할 순 없었다. 본인의 감정이라든가 이야기를 일체 안 하는 녀석이라 사쿠사에 대한 건 닝 스스로가 알아가야만 했었다. 그래도 13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은 게 아니었기에 닝은 나름 사쿠사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했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닝이 착각했던 모양이다.


"그……"

"네가 먼저 사귀자고 한 거다. 무르기만 해봐."


한시라도 빨리 장난이었다고 정정해야 했다. 그러나 사쿠사는 닝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닝은 약간의 살기가 느껴지는 말에 입을 꾸욱 다물 수밖에 없었다. 사쿠사는 한 번 시작한 일은 반드시 끝을 보는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사쿠사가 그 '시작'을 해버린 것이다. 농담 조금 보태서 어느새 정신차려 보니 식장이었다, 라는 전개를 가능하게 만드는 사람이 사쿠사였다. 닝은 이마에 땀구멍이 열리는 기분이 들었다.


"대답."


천적을 앞 둔 초식 동물처럼 닝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만족스러운 대답을 얻은 사쿠사는 다시 휴대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방금 엄청난 폭풍이 지나갔는데 피해는 고스란히 닝만 받은 모양새였다. 닝은 사쿠사의 눈치를 보다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러자 사쿠사가 옆에 있던 이불을 닝의 위로 덮어주었다. 안 그래도 복잡한 머리가 아프기까지 했다. 사쿠사가 평소처럼 대했기에 닝도 최대한 평소처럼 대하려 했다. 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시선은 유튜브 영상에 가 있지만 머리는 아니었다. 마치 컴퓨터 본체 뒤편에 있는 무서울 정도로 얽힌 케이블들처럼 닝의 머릿속이 그랬다. 단단하게 묶인 선들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닝은 막막했다. 그렇다고 선을 자를 순 없는 노릇이었다.


"언제 갈 거야."


갑작스러운 사쿠사의 목소리에 닝은 살짝 몸을 움찔거렸다. 그러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닝은 시계를 확인했다. 곧 저녁시간이었다.


"지금."


닝은 몸을 일으켰다. 몸만 왔기에 특별히 챙기는 거 없이 바로 현관으로 향했다. 사쿠사가 따라왔다. 현관에서 멈출 줄 알았던 사쿠사의 발은 어느새 닝과 같이 신발을 신고 있었다.


"어디 가?"

"데려다 줄게."


굳이? 닝은 가까스로 말을 삼켰다. 제법 늦은 시간이긴 해도 바로 옆동이라 데려다줄 필요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닝은 사쿠사의 고집을 꺾을 자신이 없었다. 결국 같이 사쿠사 집을 나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서 닝의 집으로 향하는 동안 둘 사이에 오고가는 말은 없었다. 사쿠사는 현관까지 데려다주고 닝이 완전히 집에 들어가는 걸 보고나서야 제 집으로 향했다. 그런 사쿠사 때문에 닝은 문이 닫힌 현관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진짜로 연애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






'안 좋아하는 사람이랑 사귀게 되었어요.'


닝은 지식인에 올리려다 그만두었다. 초딩도 아니고 연애 상담을 지식인에 하는 게 좀 쪽팔리기도 했고 무슨 답변이 오든 닝은 그걸 실행할 용기가 없다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럴 용기가 있었다면 애초에 그때 장난이었다고 말을 꺼냈을 것이다. 닝은 책상에 엎드려 한숨을 내쉬었다. 그 일이 있고 다음날이었다. 남녀분반이라 둘 중 누군가가 굳이 찾으러 오지 않는 이상 웬만하면 안 마주칠 수 있었다. 그와 연애하기 전에도 볼일이 없는 이상 찾으러 가진 않았기에 딱히 그를 피한다는 티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하굣길은 달랐다. 사쿠사도 닝도 동아리 활동을 했기에 하교 시간이 겹쳐서 항상 같이 하교를 했다. 그러니까 일찍 하교해버리면 누가봐도 닝이 사쿠사를 피하는 거였다. 닝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한 채 교문으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엔 사쿠사가 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닝은 평상시에 사쿠사를 어떻게 대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기다리는 사쿠사를 향해 손을 흔들었는지 그냥 인사도 없이 사쿠사에게로 갔는지. 최대한 발걸음을 늦추며 고민을 하던 닝은 결국 말없이 사쿠사에게로 가 옆에 섰다. 다행히 이게 맞는 건지 사쿠사는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았다. 그러나 하나의 문제를 넘으니 또 다른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다. 하교하면서 사쿠사와 무슨 대화를 나눠야 하는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평소에 시덥잖은 대화를 나눴던 것 같은데 지금은 대화의 소재가 떠오르지 않았다. 사쿠사가 먼저 대화를 시작할 리가 없었기에 낭이 시작해야만 했다. 정신없이 할 얘기를 고르던 찰나였다. 먼저 입을 연 건 예상치 못하게 사쿠사였다.


"손 잡아도 돼?"


닝은 자기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춰버렸다. 사쿠사를 올려다보자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런 다음 시선을 내려 아직은 떨어져 있는 두 손을 바라보았다.


"어, 어."


대답이 끝나자 닝의 오른손이 사쿠사의 큰 손으로 덮어졌다. 따뜻한 온기가 손을 통해 전해지고 있었다. 처음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오랜만에 잡아보는 사쿠사의 손이었다. 초등학생 때 짝이 되고 선생님에 의해 맞잡은 손 이후로는 둘이 손을 잡는 일은 없었다. 그때 잡았던 사쿠사의 손은 닝과 비슷했는데 지금은 잡은 게 아니라 감쌌다 해도 될 정도로 사쿠사의 손은 자라있었다. 운동하는 사람 손 치고는 부드러웠다.


"네가 다른 사람이랑 손을 잡긴 하는구나."


새삼 놀라웠다. 사쿠사는 상대방이 누구든간에 접촉 자체를 일체 싫어했다. 그건 소꿉친구인 닝에게도 해당했다. 그러니까 사귀기 전에 말이다.


"좋아하는 사람이랑은 잡아."


사쿠사가 인상을 찡그리며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닝은 대답하지 않고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렴풋이 눈치 채고는 있었지만 그걸 직접 확인하는 거랑은 달랐다. 맞잡은 손이 간지러워서 당장에라도 놓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반대쪽에서 조그마한 틈도 없이 단단하게 손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속으로 생각하기 무섭게 사쿠사가 손을 움직여 깍지로 고쳐잡았다.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저 쪽에서 놓아주지 않는 이상 도망가는 건 불가능했다. 마스크가 걸려있는 귀가 붉었다.


사쿠사는 이 연애에 진심이었다.






*






솔직하게 말할 생각은 진작에 그만두었다. 이미 늦어버린 감도 있고 생각했던 것보다 이 연애가 싫지 않은 것도 있었다. 13년 동안 친구로 지냈던 남사친을 한순간에 남자로 볼 수 있냐고 물으면 닝의 답은 그렇다, 였다. 정확히는 한순간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13년이라는 세월과는 비교했을 때 아주 짧은 시간에 닝은 사쿠사가 이성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아니, 애초에 13년이건간에 연애를 하며 남녀가 부대끼는데 이성으로 안 보는 게 더 이상할 것이다. 아직 좋아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사쿠사가 스킨십을 할 때마다 기분이 이상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사쿠사는 생각보다 스킨십이 많았다. 사쿠사는 워낙 접촉을 싫어해서 연애하면 어떻게 나올까 궁금하긴 했었다. 근데 오히려 그 반대로 작용하다니, 살짝 그동안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한 만큼 이쪽에 쏟아붓는 느낌이었다. 하굣길에는 무조건 손을 잡고  집 앞에서 헤어질 때는 꼭 포옹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사쿠사답게 스킨십을 하기 전에는 꼭 허락을 맡았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인 건 알겠는데 사귀는 사이니까 손 잡는 거나 포옹 정도는 굳이 허락을 맡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쿠사는 허락에 집착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닝이 집에 들어가기 직전 상황이었다. 항상 그랬듯이 지금도 안아도 되냐고 물으려고 하는 거겠지. 닝은 사쿠사의 입에서 말이 나오기도 전에 먼저 까치발을 들어 그를 안았다. 그러자 평소에 안을 때와 다르게 사쿠사의 근육이 굳어버린 게 느껴졌다. 사쿠사가 드물게 당황한 모습을 느끼자 닝은 그제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처음으로 닝이 먼저 스킨십을 했다.



닝은 바로 사쿠사의 목을 감싼 팔을 풀고 그와 떨어졌다. 재빨리 뒤를 돌아 급하게 도어락 비밀번호를 쳤다. 그런데 너무 마음이 급했던 건지 번호를 잘못 눌러버렸다. 도어락은 기계소리를 내며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새빨개진 얼굴로 닝이 다시 번호를 누르려는데 사쿠사가 백허그를 해왔다. 닝의 행동이 그대로 멈췄다. 목 부근에서 사쿠사의 숨결이 느껴졌다. 그렇게 몇 분간을 있었는지 모르게 시간이 한참이 지난 후 사쿠사는 움직였다. 한 손은 여전히 허리를 감싸고 한 손은 닝이 미처 열지 못한 도어락에 갔다. 익숙하게 번호를 눌렀고 문은 그제서야 열렸다.



닝은 도망치듯 사쿠사의 품에서 벗어나 집으로 들어갔다. 힘조절을 실패해 문은 쾅 소리를 내며 닫혔고 닝은 다리가 풀려 현관에 주저앉았다. 아까부터 귓가엔 자신의 심장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오래 달리기를 했을 때도 이렇게 오랜 시간 심장이 빠르게 뛰지 않았다. 사쿠사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심장은 원래대로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좋아한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이렇게 요란한 사랑은 처음이었다. 새삼 사쿠사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진짜 한 번 시작하면 진짜 끝을 보는구나. 그게 배구든 사람의 마음이든 말이다.






*






사귀고나서는 처음으로 놀러가는 사쿠사의 집이었다. 사쿠사는 사람이 많은 곳을 싫어했고 닝은 추운 걸 싫어했기에 크리스마스지만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아파트 바로 옆동이라 밖에 있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날씨가 살인적으로 추워서 몸은 금방 얼어붙었다. 닝은 덜덜 떨면서 사쿠사의 집으로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본 사쿠사의 인상이 구겨졌다.


"두껍게 입고 다녀. 감기 걸린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쿠사는 제 품에 닝을 담았다.


"나 감기 걸리면 간호해줄거야?"

"어."

"거짓말. 세균 덩어리라고 근처에도 안 올 거면서."

"마스크 끼고 손 잘 씻으면 안 옮기니까 옆에 있어줄 수 있어."


너 진짜 짜증나. 닝은 그렇게 궁시렁거리면서도 사쿠사의 품 속으로 더 파고들었다. 사쿠사는 그런 닝의 모습에 공중에서 살짝 웃음을 흐트리고는 닝을 안아들었다. 그대로 소파로 가 자신의 다리 위로 닝을 앉혔다. 둘 사이에 처음 있는 행위라 닝은 당황하고 말았다. 사쿠사는 닝이 그러거나 말거나 소파 위에 있던 담요로 그녀의 몸을 감싸주었다.


"뭐하고 놀래."


사쿠사는 결단력 없는 닝을 위해 미리 생각해놨던 것들을 나열해주었다. 영화, 보드 게임, 컴퓨터 게임…… 하고 더 이어질 때였다. 예시가 다 나오기도 전에 닝이 입을 뗐다.


"너 키… 스 해봤어?"

"……뭐?"


당황한 사쿠사를 보니 닝은 부끄러움이 조금 없어진 기분이 들었다.


"키스 해봤냐고."

"……아니."

"나랑 해볼래?"


바로 대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사쿠사는 잠시간을 고민했다. 그리고 나온 대답은 닝의 입장에서는 조금 황당했다.


"정말 나랑 키스해도 돼?"


안 될 건 또 뭐야. 친구 사이인 것도 아니고 연인 사이에 키스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스킨십에 주저없던 사쿠사가 키스에 이런 반응을 보이니 오히려 닝 쪽에서 당황하고 말았다.


"너 나 안 좋아하잖아."


하지만 당황할 건 따로 있었다. 닝은 섣불리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닝은 그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사쿠사는 처음부터 닝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닝과 사귀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닝은 그제서야 사쿠사가 왜 그렇게 허락에 집착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부끄러운 사실을 들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닝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와 동시에 사쿠사한테 미안해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점점 시야가 흐릿해지는 걸 보아 결국 눈물이 차버렸다. 닝은 사쿠사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으나 사쿠사가 여주의 얼굴을 확인한다고 몸을 떼어놨다.


"왜 울어."

"미안."


사쿠사가 눈물을 닦아주다 내 사과를 듣고는 한숨을 내쉬며 닝을 안아주었다. 애기 달래듯 등을 토닥여 주었다. 닝 조금 진정됐을 때 닝이 몸을 떼 얼굴을 마주했다.


"근데 나 이제 너 좋아해."

"……진심이야?"

"응. 그러니까 우리 키스해보자."


땡땡 부은 눈으로 그렇게 말하니 천하의 사쿠사도 무장해제 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얼굴을 보며 큭큭 웃어대는 사쿠사에 닝은 투덜댔다.


"그래서 할 거야 말거야."

"미안한데 나는 여태 참고 있었거든. 키스든 그 이상의 것이든."


뭐, 뭔. 당황한 닝이 말을 더듬거리는 사이 사쿠사는 얼굴을 가까이 했다. 굳이 안 물어봐도 된다는 소리야. 그 말을 끝으로 사쿠사가 입을 맞춰 왔다. TV에서 본대로 처음에는 뽀뽀하듯이 입을 맞추다 서로의 영역으로 혀가 침투했다. 낯선 감각을 느끼며 둘은 계속해서 나름의 키스를 이어 나갔다. 그렇게 몇 분 동안 서로의 숨결을 섞다 입을 뗐다. 그런데 어째 첫키스치고는 반응이 미지근했다.


"어…… 막 황홀하진 않네."


닝의 말에 사쿠사는 대답이 없었다. 부정하지 않는 걸 보아 사쿠사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한 번 더 해보자."


그렇게 몇 차례의 키스가 이어졌다. 몇 번을 해도 황홀한 느낌이 들지 않는 건 여전했지만 키스는 은근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었다. 입술은 겨우 떨어졌고 둘은 가까운 거리에서 채 쉬지 못한 숨을 몰아 쉬었다. 닝이 뭐라 말을 하려는데 사쿠사가 난데 없이 닝을 소파 위에 앉히고 어디론가로 가버린다. 황당한 닝은 일단 사쿠사가 하는 양을 지켜보았다. 사쿠사는 티비 밑에 있는 물티슈를 가져왔고 몇 장을 뽑아 닝의 입가에 있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침들을 닦아주었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더 어이가 없는 건 자기보다 나 먼저 닦아준 것에 대해 조금 감동을 받은 거였다. 닝은 이런 곳에서 사쿠사가 자신을 정말 좋아하고 있구나 하고 느낀다. 아마 다른 사람이 들으면 비웃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들의 연애는 그랬다.


"아, 진짜. 좋아해, 키요."

"나도."

"뭐야, 제대로 말해."


사쿠사는 몸으로 표현하는 건 잘했지만 은근 말로 표현하는 건 서툴렀다. 닝은 그걸 알아서 더 억지를 부렸다. 사쿠사의 목소리로 제대로 듣고 싶었다. 사쿠사의 인상이 구겨질락 말락거렸다. 닝은 그런 사쿠사를 기다려 주었다.


"……사랑해."


사쿠사는 닝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이듯 말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키스 자체보다는 그냥 좋아하는 사람과 키스라는 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설레고 떨렸던 것 같다.







요즘 사쿠사 처돌이가 돼서...
자급자족으로 쓴 건데 같이 즐기실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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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하앙,,,나 녹아버릴고같아요,,,
3년 전
독자2
드림 프린스 사쿠사 🖤🤍 오늘은 여기에 뼈를 묻겠어요
3년 전
독자3
미텼다 센세ㅔ
3년 전
독자4
오졌더 센세
3년 전
독자6
센세 글이면 난 오수가 주인공이어도 괜찮아 센세
3년 전
글쓴이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현웃 터졌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년 전
독자5
같이 즐겨요 센세
3년 전
글쓴이
예에~!! 좋아요 좋아요^^/
3년 전
독자7
하아아앙ㅇ아앙아아아앙ㅇ!!!
3년 전
독자9
아 센세 너무 좋잖아요ㅠㅠㅠㅠ
3년 전
독자10
하아ㅏㅇㅇ ㅠㅠㅠㅠㅠ 하앙 ㅠㅠㅠㅠㅠㅠ
3년 전
독자11
하아앙하앙하으앙으하아앙하앙!!!!!!!!!!!!!! 센세ㅠㅠㅠㅠㅠㅠ 나 완전 도라방스에요ㅠㅠㅠㅠ 494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3년 전
독자12
다른 사람도 아닌 사쿠사가 저러니까 설렘이 배가
돼요 센세

3년 전
독자13
센세 작가하세요
3년 전
독자14
와 진짜 설렘 포인트를 제대로 짚으시네요 ㅠㅠ 혼자 히죽히죽거리고 있어요 ...
3년 전
독자15
솔직히 센세 수능 시험지 OMR 이름란에 사쿠사 키요오미라고 적어도 될듯
3년 전
독자16
센세......사쿠사.....ㅇ<-<
3년 전
비회원61.149
하앙..하...귀여워 .. 귀엽다 .. 너무 귀여운데 ? 아 귀여워 .. 귀엽다 .. 너무 귀여운데 ? 아 귀여워 .. 귀엽다 .. 너무 귀여운데 ? 아 귀여워 .. 귀엽다 .. 너무 귀여운데 ? 아 귀여워 .. 귀엽다 .. 너무 귀여운데 ? 
3년 전
독자17
하앙 센세 너무 설레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3년 전
독자18
센세 저 터졌어요 하앙 사랑해요
3년 전
독자19
사쿠사 찐 사랑이다ㅠㅠㅠㅠㅠㅠ
3년 전
독자20
와 너무 좋은데? 장난 아냐 진짜 왜냐면 장난 아니거든
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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