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단편/조각 만화 고르기
몬스타엑스 이준혁 강동원 김남길 성찬 엑소 온앤오프
밤샘 전체글ll조회 2172l 1

 

[EXO/찬열] 불편한 관계 (Uneasy Relationship) 8 | 인스티즈

 

 

 


불편한 관계 (Uneasy Relationship)
8

 

 

 

 클럽에서 만났던 남자가 같은 부서 팀장이라니? 나는 따뜻한 김밥을 우걱우걱 씹으며 박찬열씨와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끊겼던 필름이 어느 정도 돌아오기는 했지만 말 그대로 어느 정도일 뿐이었다. 가죽 자켓으로 힙겹게 접착된 필름 한 부분으로 그날 내게 있었던 모든 일을 생생히 떠올리는 것은 역시나 무리였다. 그러나 하나 확실한 것은 호텔 탁자에서 엎어져 자던 남자가 박찬열씨였다는 사실이다. 분명 내가 클럽에서 정신을 잃었으니 나를 호텔까지 데려간 것도 박찬열씨겠지 그럼.

 

 

 

 클럽에서 호텔까지. 나를 침대에 눕히기까지 꽤나 절절맸을 박찬열씨가 눈에 선했다. 그동안 세상 살면서 내가 손해를 봤으면 봤지 남에게 빚지고 살지는 않았다고 자부한다. 그런 면에서는 정말이지 하늘에 맹세코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었는데 박찬열씨는 자꾸만 내 신조를 깨뜨린다. 왜 자꾸 미안할 일이 생기는 건지 도통 알 수 없다.

 

 

 

 호의도 반품이 가능하다면 부디 다시 포장해 반송하고 싶은 마음이다. 택배비까지 동봉해서 말이다. 입안에서 서걱 거리며 씹히는 단무지가 달았다. 반품은 개뿔이. 다 개소리겠지. 얌전히 앉아 김밥을 씹다가 한숨을 푹 내쉬니 박찬열씨의 시선이 짤막히 와 닿았다. 하지만 나는 그 시선을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방금 막 간과했던 것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간과했던 것들'이라 함은 내 주정이었다. 대학 시절에 음주가무로 꽤나 유명세를 떨쳤다. 물론 술을 잘 마셔서 유명했던 것이 아니라 술만 먹으면 개가 된다고 말이다. 하도 정도가 심해 후배들 꽐라 만드는 것이 취미이자 특기인 대학 선배들도 몇 번의 술자리 이후로는 나는 건드리지를 않았다. 수연 언니는 일전에 이런 말을 했다. 아무래도 너는 술을 멀리하는 게 좋겠어. 그러니까 결론은 그날 술을 퍼마신 내가 박찬열씨한테 어마어마한 진상을 부렸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으으 앓는 소리를 내며 머리를 창문에 꽁꽁 찧었다. 빚을 지고 갚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내 술 버릇이 큰 문제였지.

 

 

 

"먹다 말고 뭐 합니까?"
"폭력 행사요."
"내 차 유리 고문하는 겁니까?"
"아뇨! 그게 아니고요..."
"그만하고 먹어요. 곧 있으면 도착하니까."

 

 

 

 얼굴에 열이 오른다. 입꼬리를 축 내리고 박찬열씨에게 물었다.

 

 

 

"저기요 팀장님."
"왜요?"
"저 그날 클럽에서... 그, 어."

 

 

 

 차마 문장을 맺지 못하고 말을 얼버무리는 내게 박찬열씨는 웃음기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장난 아니었는데."
"......죄송해요. 제가 진짜 술만 먹으면 개가 되가지구... 아으."
"그쪽 술은 좀 멀리해야겠더라고."
"...그쵸. 제가 진짜 미쳤었나 봐요 정말."
"미쳤지. 쌩판 모르는 남자한테 안겨서 곤히 자는 게 정상은 아니지."

 

 

 

 아, 내가 그날 박찬열씨한테 안겼구나. 문득 깨달은 사실에 정신이 온통 멍해졌다. 클럽에서 술에 잔뜩 꼴은 여자를 데리고 나가려면 들쳐 매거나, 안아 들거나 혹은 부축하거나.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임에도 불구하고 눈이 핑핑 도는 기분이다. 몽롱한 정신으로 눈만 꿈뻑이는데 박찬열씨가 이어 말했다.

 

 

 

"멀리해요. 술."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젓가락을 바삐 놀려 김밥 꽁지를 입에 집어넣었다. 뭐라도 삼켜야지 이상한 기분이 가실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입안에 들어온 김밥은 몇 초 씹지도 않아 꿀꺽 삼켜졌다. 그리고 나는 곧 후회하고야 말았다. 꾸역꾸역 삼킨 김밥이 목을 틀어막았기 때문이다.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뭉쳐진 느낌에 켁켁거리며 목을 부여잡았다. 주먹 쥔 손으로 가슴께를 턱턱 내리치자 박찬열씨는 아까 김밥과 같이 사 왔던 생수병 뚜껑을 따서 내게 건넸다. 급하게 페트병을 받아든 내가 물을 꿀꺽 꿀꺽 마시는 것을 지켜보던 박찬열씨는 웃으면서 말한다.

 

 

 

"그런 말이 있어요."
"......"
"한 번은 우연 두 번은 인연 세 번은 필연이라고."

 

 

 

 갑작스러운 박찬열씨의 말에 또 한참 사례가 들려 버렸다. 허리를 굽힌 채로 컥컥 거리며 기침하는 내 등을 박찬열씨는 아프지 않게 두들긴다. 나는 머리가 지끈댐을 느꼈다. 과한 친절은 XY 생명체와 내외한 경험이 많지 않은 XX 생명체의 심장에 무척이나 해롭게 다가온다. 지금 이 상황이 특히나 그렇다.

 

 

 

[EXO/찬열] 불편한 관계 (Uneasy Relationship) 8 | 인스티즈

* * *

 

 

 

 광고 회사에 도착한 우리는 저번에 만났던 그 여자와 다시 얼굴을 맞대게 되었다. 쨍한 레드 컬러의 립을 매트하게 바르고 나온 여자는 특별한 인사치레 없이 바로 업무 이야기에 들어갔다. 내가 사무실에서 노동을 착취당했던 근 며칠 동안 콘티를 짜낸 것인지 여자가 들고 온 레버 화일에는 깔끔히 정리된 용지가 꽂혀 있었다. 피곤한 얼굴의 여자는 손가락으로 눈가를 꾹꾹 누르더니 곧 박찬열씨에게 화일를 건넸다.

 

 

 

"일단 1차 검토 거쳐서 나온 거예요. 마음에 안 드시는 부분이 있다거나 추가할 것들 말해주시면 저희가 다시 수정해 드릴게요."

 

 

 

 립스틱만큼이나 손톱도 새빨갰다. 기다란 손톱으로 레버 화일를 넘겨준 여자는 이제 제 임무를 다했다는 듯 몸을 소파에 느릿하게 뉘었다. 두꺼운 화일을 받아든 박찬열씨는 내 쪽으로 화일을 기울여 넘기기 시작했다. 몸을 기울이다 못해 아예 내 정면에 놓여진 화일에 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콘티를 살펴보기야 편했지만 내게 맞춰주느라 뻐근할 박찬열씨의 고개가 걱정이었다.

 

 

 

"어때요?"
"예?"
"구성 괜찮아요?"
"어... 네."

 

 

 

 아무렴 괜찮겠죠.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광고 회사에 의뢰한 콘틴데 괜찮지 않을 리가요. 대충 고개를 끄덕이자 박찬열씨도 나를 따라 고개를 끄덕였다. 탁상에 화일을 내려놓은 박찬열씨는 지독히도 사무적인 목소리로 여자에게 말했다.

 

 

 

"2차 검토해주시고 이 콘티로 가죠 그럼."

 

 

 

 고개를 끄덕인 여자는 곧 화일을 제 품으로 거둬들이며 말했다.

 

 

 

"광고 모델 건으로 오세훈 측이랑 컨택을 해봤어요."
"......"
"그런데 소속사에서 조건을 내걸더라구요?"

 

 

 

 들려오는 오세훈의 이름에 귀를 쫑긋 세웠다. 그리고 이어진 여자의 말에 눈썹을 찡그렸다. 조건? 무슨 조건? 다음 말을 추궁하듯 여자를 빤히 바라보자, 여자는 뜸 들이듯 한 박자 쉬고 이어 말했다.

 

 

 

"같은 소속 여배우 유제인을 같이 넣어달라는데요?"
"비용은?"
"추가 비용 없다네요. 그냥 원 플러스 원."

 

 

 

 최근 미니시리즈 드라마 하나를 성황리에 끝내 이슈가 되고 있는 유제인이 추가 비용 없이 함께 촬영해 준다는 것은 우리 쪽에서 이득이었다. 박찬열씨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그럼 그렇게 진행하라고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입 안쪽의 여린 살을 잘근 거리며 씹었다. 이유 없는 불안함이 원인이었다. 여자는 붉은 입술을 끌어올려 웃으며 촬영 날짜를 안내했다. 부드럽게 흘러가는 대화에 나는 결국 직감을 내려놓았다.

 

 

 

 끝나고 오세훈에게 문자나 한 통 보낼 생각이다. 역시 슈스 오세훈! 휴대폰 광고 축하한다? 이 정도 멘트면 선을 넘지 않는 친구 역할로 무난하지 않을까 싶다.

 

 

 

[EXO/찬열] 불편한 관계 (Uneasy Relationship) 8 | 인스티즈

[EXO/찬열] 불편한 관계 (Uneasy Relationship) 8 | 인스티즈

* * *

 

 

 

 주말이랍시고 느릿하게 일어나 거실 불을 켜려는데 전구가 나간 모양인지 요지부동이었다. 집이 온통 깜깜했다. 자취 인생만 몇 년이라고는 하지만 나는 아직도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문외한이다. 꿈쩍 않고 고고히 꺼진 상태를 유지하는 전등을 올려다보던 나는 울상을 지으며 휴대폰을 꺼내 들어 익숙한 번호를 꾹꾹 눌렀다. 통화 연결음이 몇 번 들리고 곧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내게는 가까이 사는 사촌 오빠가 하나 있다. 이름은 김민석이요, 같은 대학교 공대 출신이시다. 김민석과는 바로 이웃한 동네에 사는 데다가 어렸을 때부터 유독 사이가 좋았기에 친남매처럼 왕래하는 사이다. 새내기 시절 내가 혼자 전구를 갈겠답시고 뻘뻘거리다 손에 상처를 단 이후로는 김민석이 전구 교체를 자처했다. 걸어서 30분에 차를 타면 10분 남짓한 거리인지라 전화 한 통이면 금방 날아오는 김민석이었다. 김민석이 전구를 갈아주는 날이면 괜히 미안한 마음에 내가 밥을 사고는 했고.

 

 

 

"오빠 나 전등 나갔는데..."
"어디?"
"거실. 집이 완전 침침해."

 

 

 

 일체형 원룸인지라 거실 등 하나가 나가면 집 전체가 깜깜했다. 지금은 그나마 해가 쨍쨍해 별다른 불편함은 없지만 해가 지고 난 뒤가 문제였다. 칙칙하게 내려앉은 주위를 살피던 나는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고 김민석은 잠시의 침묵을 깨며 답했다.

 

 

 

"어떡하지. 오빠 지금 집 내려왔는데."
"헐? 언제 올라오는데?"
"내일 아침 먹고 가야지."

 

 

 

 타이밍 좋게 삼촌과 외숙모를 보러 집으로 내려간 모양이었다. 이걸 어쩐담? 입술만 잘근대는 내게 김민석은 말한다.

 

 

 

"오늘만 잘 버텨봐. 내가 내일 바로 너희 집으로 갈 테니까."
"응."
"괜히 혼자 전구 간다고 낑낑대지 말고. 알겠지?"

 

 

 

 타이르는 듯한 김민석의 어투에 영상 통화도 아니건만 고개를 끄덕였다. 외숙모랑 삼촌은 잘 지내시지? 안부를 전해달라는 부류의 말을 끝으로 전화는 끊어졌다. 휴대폰을 내려다보던 나는 소파에 누워 휴대폰 자판을 두들겼다. '전구 가는 법' 초록색의 검색 창에 적어 넣고는 검색 버튼을 눌렀다. 비단 나만의 고민이 아니었는지 결과 창에는 셀 수 없는 글들이 떠올랐다. '자취생인데 전구는 어떻게 갈죠?' 글 제목에 격하게 공감하며 글을 클릭한 나는 곧 휴대폰을 소파 구석으로 던져 버렸다. 안개등이고 14소켓이고, 삼파장 램프는 또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하기 싫어. 괜히 혼자 전구 갈겠답시고 낑낑거리지 말라는 김민석의 말이 머릿속에서 윙윙댔다. 김민석의 말마따나 하루 정도는 대충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밤이 오면 그냥 자면 되는 거다. 그렇게 자고 일어나면 날이 밝아있을 거고 김민석이 와서 전구를 갈아주겠지. 결국 걱정을 져버린 나는 치솟는 귀찮음에 굴복하고 시체처럼 누워 있기를 선택했다.

 

 

 

 그렇게 또 몇 시간을 누워있었을까? 시간의 경과와 비례해 슬슬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거실에 나는 하는 수 없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깜깜한 건 싫은데 어떡하지... 곰곰이 생각하던 나는 곧 짝하고 손뼉을 쳤다. 몇 달 전에 부활절이랍시고 동네 교회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달걀과 양초를 나눠줬었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달걀이야 정수정이 먹어 치웠다지만 양초는 베란다 창고에 박아 뒀던 것도 같았다.

 

 

 

 나는 곧장 베란다로 달려가 창고 문을 열었다. 먼지가 뽀얗게 쌓인 훌라후프며 연장들 사이를 헤집자 곧 기다란 양초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 밤은 이걸로 나겠구나. 겨울잠을 준비하는 엄마 곰처럼 뿌듯한 미소를 지어 보이던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왼손에 양초를 쥔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시간에 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지? 의문은 현관문을 엶과 동시에 종결되었다.

 

 

 

"...박찬열씨?"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은 머쓱한 미소를 짓고 있는 박찬열씨였다. 커다란 봉투를 든 채로 나를 바라보던 박찬열씨는 봉투를 내게 건넸다. 품에 안겨오는 묵직한 느낌에 봉투 안을 곁눈질하면 여러 개의 반찬 통이 담겨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박찬열씨에게 무어라 입을 달싹일라치면 박찬열씨가 먼저 선수를 쳐버린다.

 

 

 

"입에 맞을진 모르겠네."
"...저기 박찬열씨. 갑자기 이게 다 뭐예요?"
"엄마가 이번에 밑반찬 싸서 보내줬는데 너무 많이 싸주신 거 있죠."
"근데 이걸 왜 저한테,"
"밥 좀 잘 챙겨 먹고 다니라고."

 

 

 

 이렇게까지 해 줄 필요는 없는데. 말하려던 것은 박찬열씨의 걱정 어린 말투에 압살당했다. 박찬열씨의 호의는 항상 나를 어딘가 모르게 저릿하게 만든다. 나는 대꾸 대신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뿌듯한 얼굴로 웃어 보이던 박찬열씨는 곧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는다.

 

 

 

"근데 손에 들고 있는 건 뭐예요?"
"그니까 이게 양초... 양촌데."
"웬 양초?"

 

 

 

 대답을 요하는 박찬열씨에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고민하던 나는 결국 입을 뗐다.

 

 

 

"거실 불이 나가서..."
"그럼 전구를 갈아야지 초를 켜요?"
"......"

 

 

 

 그러게요. 저도 지금 제가 왜 초를 켠다고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전구 가는 법을 몰라서 초를 켤 예정이라고 말하기에는 괜한 자존심이 견디지를 못 했다. 첫 만남부터 본의 아니게 엉성한 모습만 보였던지라 박찬열씨의 눈에 뭐 하나 할 줄 모르는 한심한 여자로 비칠까 무서웠기 때문이다. 머쓱한 얼굴로 박찬열씨의 얼굴만 올려다보고 있자니 고개를 갸웃거린 박찬열씨가 물어온다.

 

 

 

"혹시 전구 못 갈아요?"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나를 내려다보며 쿡쿡대던 박찬열씨는 곧 농담조로 물어온다.

 

 

 

"자취는 어떻게 했어요 그동안?"
"......"
"들어가요. 내가 해줄게."
"......"
"나 들어가도 돼요?"

 

 

 

 다정한 얼굴로 들어가도 되냐고 물어오는 박찬열씨에게 차마 거부 의사를 내비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다만 불편한 것은 박찬열씨에게 진 빚이 오늘부로 또 하나 늘어나겠구나 하는 마음이었다. 어정쩡히 웃어 보인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비켜주었고, 박찬열씨는 곧 현관으로 들어와 거실 상태를 살핀다. 침침한 거실에 나는 숨을 삼켰다.

 

 

 

"이러고 있었어요? 벌써 깜깜한데 저녁 되면 진짜 귀신 나오겠다."

 

 

 

 나는 흐흐 어색한 웃음만 흘렸다. 거실로 들어간 박찬열씨는 등을 살피더니 묻는다.

 

 

 

"전구 없죠?"
"네 사러 가야 되는데... 근데 그... 뭐라 그랬지? 소켓? 그런 거 모르는데 어떡하지..."
"괜찮아요. 내가 알아서 할게."
"어... 네."
"부엌도 침침한데 곧 갈아야 될 것 같다. 그쵸."

 

 

 

 부엌을 눈짓하며 물어오는 박찬열씨에게 나는 머쓱히 고개를 끄덕였다.

 

 

 

[EXO/찬열] 불편한 관계 (Uneasy Relationship) 8 | 인스티즈

* * *

 

 

 

 늘 혼자 가던 길을 다른 사람과 함께 걷는다는 것은 어색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하지만 박찬열씨와 함께 걷는 길은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뭐가 그렇게 궁금한지 길을 걸으면서도 계속해서 내게 뭔가를 묻고 말을 건네는 박찬열씨 덕분에 마트까지 가는 내내 어색할 틈이 없었다. 10분 거리의 마트에 도착해서 전구를 집어 든 박찬열씨는 계산대로 직행하려는 내 어깨를 잡아 돌려 식품 코너로 향했다.

 

 

 

"왜요?"
"아까 계란 떨어졌다고 그랬잖아요. 이왕 왔는데 장 봐서 가요."

 

 

 

 아까 흘리듯 말했던 것을 속에 담고 있었던 모양이다. 박찬열씨는 빠른 걸음으로 장바구니에 계란 한 판을 집어넣었고, 나는 종종걸음으로 박찬열씨의 뒤를 쫓았다.

 

 

 

 결국 어묵이나 햄같이 간단히 해 먹을 수 있는 것들 몇 가지와 국거리를 장바구니 안에 가득 쟁여 넣은 후에야 박찬열씨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대에 장바구니를 올려놓고 직원이 바코드를 찍고 있으면 나는 박찬열씨에게 물었다.

 

 

 

"박찬열씨는 되게 장 잘 보네요? 남자들은 원래 이런 거 잘 못하잖아요."

 

 

 

 오세훈도 그렇고 그동안 내가 알아왔던 남자란 생명체는 모두 함께 마트에 와서 장을 보기는커녕 저희들이 좋아하는 과자를 집어 들기 바쁜 종족이었다. 그런데 박찬열씨는 진짜 정반대다. 내가 알아왔던 그 종족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반찬거리를 쏙쏙 골라내는 손길은 어째 나보다도 더 섬세한 것 같다. 필요한 것들만 계산적으로 집어 들고 유통기한까지 확인하는 치밀함에 호기심이 일었다. 마트 봉투를 받아 들어 계산이 끝난 물건을 담던 박찬열씨는 푸하 웃으며 말했다.

 

 

 

"유학 내내 자취했어요. 학생 주제에 가정부 달고 사는 것도 웃기잖아요. 나 혼자 다했지."

 

 

 

 들려오는 대답에 아아, 고개를 끄덕이며 박찬열씨를 도왔다. 계산이 끝나고 주머니에 쑤셔 넣었던 지갑을 꺼내 계산원에게 카드를 건넸다. 하지만 박찬열씨가 더 빨랐다. 당연하다는 듯이 계산원에게 제 카드를 내밀고 있다. 빨간 유니폼을 차려입은 계산원은 제 앞으로 내밀어진 두 개의 카드에 무얼 받아 들어야 하나 고민하는 눈치다. 나는 박찬열씨를 올려다보며 한쪽 볼을 부풀렸다.

 

 

 

"진짜 안 그러셔도 되는데... 제가 계산할게요."
"그쪽 괜찮다는데 다 내가 굳이 산 거잖아요."
"아니...... 진짜 괜찮아요 저는."

 

 

 

 당황한 얼굴로 입을 뻐끔거리자 박찬열씨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한다. 이걸로 해주세요. 갈팡질팡하던 계산원은 곧 박찬열씨의 카드를 받아 들었다. 허망한 얼굴로 박찬열씨의 카드가 긁어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으면 박찬열씨가 씁, 하는 소리를 내며 말한다.

 

 

 

"대신 소원 하나 들어줘요."
"...소원이요?"

 

 

 

 고개를 끄덕인 박찬열씨는 카드와 영수증을 받아들어 점퍼 주머니에 쑤셔 넣고 한 손에는 봉투를 다른 한 손에는 계란을 든다. 무거울 텐데 가뿐해 죽겠다는 얼굴로 걸음을 옮기는 박찬열씨를 억울하게 쳐다보던 나는 입을 열었다. 아니! 그걸 또 왜 박찬열씨 혼자 들어요? 진짜 무거울 텐데 그거! 언성을 높이자 박찬열씨는 순한 얼굴로 웃어 보이더니 내 팔을 잡아끌며 얼른 가자 말한다. 검정색의 캡 모자 아래로 보이는 입꼬리는 분명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화를 내도 좋다고 웃는다. 나는 하는 수 없이 계란 한 판을 앗아 들었다.

 

 

 

 밀어내기도 미안하게 왜 이렇게 착해요 박찬열씨는.

 

 

 

[EXO/찬열] 불편한 관계 (Uneasy Relationship) 8 | 인스티즈

* * *

 

 

 

 집에 들어와서는 창고에서 연장통을 꺼내다 주었다. 지난번에 김민석이 혹시 집에 도둑이라도 들면 망치로 내리치라고 장난스럽게 웃으며 가져다줬던 것이었다. 차단기를 내린 박찬열씨는 드라이버를 꺼내 형광등을 갈아 끼우기 시작했고, 가만히 앉아 박찬열씨를 지켜보던 나는 곧 마트에서 장을 봐온 것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박찬열씨가 가져다준 밑반찬도 있었고 오늘 사온 것이 아까워서라도 며칠 동안은 꼭 밥을 챙겨 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계란을 냉장고 용기에 차곡차곡 쌓아 넣음을 마지막으로 정리는 대충 마무리가 되었다. 밥솥을 확인하니 밥은 넉넉했다. 밑반찬도 넉넉히 있어서 탕 종류만 대충 만들면 저녁은 충분할 것 같았다. 간단히 계란찜을 만들어야겠다 싶어 조그마한 냄비에 물을 받고 다른 그릇에는 계란을 깨뜨려 숟가락으로 휙휙 저었다. 소금양을 조절하는데 박찬열씨가 뒤에서 어깨를 확 잡아온다. 갑작스러운 악력에 깜짝 놀라 크게 숨을 들이 마시는데 박찬열씨는 웃는 얼굴로 물어 온다.

 

 

 

"뭐 해요?"
"아... 진짜 깜짝 놀랐는데... 아."
"요리 잘하나 보네. 난 또 맨날 토스트만 먹길래 요리 못하는 줄 알았어요."
"그건 그냥 귀찮아서..."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박찬열씨는 웃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아까 소원 하나 들어준다고 했잖아요."
"네? 네. 그랬죠 제가."
"귀찮아도 챙겨 먹어요."
"네?"
"밥 챙겨 먹어요. 그러라고 반찬 가져다주고 같이 장 봐준 거니까."

 

 

 

 마주 보며 웃는 얼굴이 묘하게 따뜻했다.

 

 

 

"전구는 다 갈았어요. 차단기 올리고 갈게요."

 

 

 

 눈을 맞춘 상태로 예쁘게 웃어 보인 박찬열씨는 뒤돌아 걸음을 옮겼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손에 쥐고 있던 숟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어... 저기 잠깐만요!"
"왜요?"
"그러니까요..."

 

 

 

 뒤돌아 나를 빤히 바라보는 박찬열씨에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 말했다.

 

 

 

"식사 하고 가라구요."

 

 

 

 어색한 웃음이 입가에 맴돌았다.

 

 

 

 

 

/

.....◑▽◑......◐▽◐.....(눈치를 본다)

오랜만입니다 여러분. 불관 7편 올린 지도 벌써 2주가 지났네요. 옛날에 써뒀던 글 하나 올리고 잠적한 셈인가요? ...세상에 제가 정말 미쳤나 봐요. 제 할 일만 하다 보니까 글은 아예 손을 놓고 있었네요. 신년 됐다고 만나자는 전화는 또 왜 이렇게 많은지 몰라요. 어째 요 며칠 동안은 집에 있었던 시간 보다 밖에서 나돌아 다니는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네요. 어제 부랴부랴 8편 쓰기 시작해서 방금 완성했어요. 많이 기다리셨나요? 정말 죄송합니다.

다 읽으셨다면 아시겠지만 이번 편은 별거 없어요. 그냥 찬열이랑 여주랑 꽁냥대는게 답니다. 대신 (아마도) 9편부터 몰아칠 예정이에요. 오늘도 밑밥은 깔아 놓았습니다. 해석하는 것은 여러분의 몫이에요! 제가 스토리를 잘 풀어나갈 수 있을지가 의문이지만... 좋은 밤 되세요. 함께 해주시는 모든 분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암호닉

퓨어 잇치 김까닥 베가 만쩨 셀카 더부룩 와플집사장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습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1
...열아...정말식사만하고갈거아니지...?그렇지?
9년 전
독자2
셀카 / 작가님 오랜만이에요 보고싶었어요 엉엉엉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주랑 찬열이랑 얼른 회사에서 꽁냥되는모습보고싶네요 근데 밥만 먹ㄱ....아닙니다
9년 전
독자3
헐 ㅠㅠㅠㅠㅠㅠㅠ 작가님 오셨군요 ㅠ 찬열이랑 여주랑 오늘 꽁냥대는거 보기좋아요 ㅎ 찬열이가 여주를 많이 챙겨주네 ㅋㅋㅋㅋㅋㅋ 세후니 긴장좀 해야할듯 ㅠ 여주도 바빠서 못챙겨주는 세후니보다 옆에서 다정하게 잘챙겨주는 찬열이한테 마음이 기울게 되있어 ㅠㅠ
9년 전
독자4
헐작가님ㅠㅠㅠ너무재밌어요ㅠㅠ근데왜광고는다른여자와같이찍는다고한걸까요??음..잘읽고갑니다~~
9년 전
독자5
더부룩이에요ㅠㅠ 세훈이광고에 그 여배우는왜 무페이로 함께찍겠다고 한걸까요ㅠㅠㅠ? 뭔가 불길해요 그리고 그와중에 찬열이는 어쩜 그렇게 다정한지ㅠㅠㅠㅠ정말 설레요ㅎㅎ
9년 전
독자6
잇치입니댜 정말 기다렸어요!!!다음편이기대되여
다음엔 일찍오시는거죠??

9년 전
독자7
헐 이런 작품을 이제 발견하다니.. 1편부터 8편까지 진짜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ㅜㅜㅜ 다정다정한 찬열이한테 설레면서 ㅎ.. 작가님 글써주셔서 고마워요 ㅜㅜㅜ 암호닉 받으시면 [니니랑]므로 신청이요~!!
9년 전
독자8
어머어머 그렇지 그렇게 자연스럽게 부부처럼 한 지붕 아래에서 밥도 같이 먹구 흐흐 전구도 갈구..작가님 저 [니란여자]로 암호닉 신청해요♡
9년 전
비회원66.86
기다리고있어요 작가님ㅠㅠ 너무 재밌어서 한번보고 두번보고있으니까 얼른오세요!!
8년 전
독자9
오고가는 이웃의 정 보단 쬐끔 더 있네요 ㅎㅎㅎㅎ 후우우우우
8년 전
독자10
열아..하하하하하하허뭐하러앞집살아!같이살자!
8년 전
독자11
밥밥....ㅠㅠㅠㅠㅠㅠㅠㅠ얼른 담편보러가야겠어요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2
밥먹고가래ㅠㅠ
라면먹고가라는거랑같은의미는어때?ㅋ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715 1억05.01 21:30
온앤오프 [온앤오프/김효진] 푸르지 않은 청춘 012 퓨후05.05 00:01
      
      
      
트위터랑 포스타입에서 천사님을 모신다가 많은데 그게 뭐야?1 05.07 16:58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번외편4 콩딱 04.30 18:59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72 꽁딱 03.21 03:16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5 콩딱 03.10 05:15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54 콩딱 03.06 03:33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61 꽁딱 03.02 05:08
엑소 꿈의 직장 입사 적응기 1 03.01 16:51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45 콩딱 02.28 04:59
이준혁 [이준혁] 이상형 이준혁과 연애하기 14 찐찐이 02.27 22:09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53 꽁딱 02.26 04:28
김남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7 걍다좋아 02.25 16:44
김남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9 걍다좋아 02.21 16:19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45 꽁딱 02.01 05:26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33 꽁딱 02.01 01:12
김남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40 걍다좋아 01.30 15:24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2 꽁딱 01.30 03:35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1 꽁딱 01.30 03:34
방탄소년단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그루잠 12.26 14:00
방탄소년단 2023년 묵혀둔 그루잠의 진심4 그루잠 12.18 23:35
샤이니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상대?182 이바라기 09.21 22:41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 콩딱 09.19 18:10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26 콩딱 09.16 19:40
지훈 아찌 금방 데리고 올게요5 콩딱 09.12 23:42
방탄소년단 안녕하세요 그루잠입니다9 그루잠 09.07 16:56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임창균] 유사투표2 꽁딱 09.04 20:26
이동욱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4 하트튜브 08.23 20:46
몬스타엑스 [몬스타엑스/채형원] 유사투표2 꽁딱 08.15 06:49
팬픽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