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김남길 몬스타엑스 이준혁 강동원 엑소 성찬
온도도씨 전체글ll조회 2735l 6
관심 그만 받기를 설정한 글입니다


 

 


 

 


 

 


 

 


 

 


 

 




 

 


 


 


 


 


 

[방탄소년단] 막장 로맨스는 처음이라 1 


 


 


 


 

 1. 결혼 적령기 서른둘 


 


 


 


 

 "우리 이제 진지하게 얘기할 때 되지 않았어?" 


 


 


 애꿎은 포크질이 다 식은 파스타면을 쿡쿡 찌른다. 얼마 손대지 않은 파스타가 팅팅 불어가고 있지만, 태형은 그런 내게 무신경했다. 

 …뭐가? 고개도 들지 않고 묵묵히 음식을 입에 욱여넣는 그에게서 짧은 물음이 되돌아온다. 물음과 물음 사이 잠깐의 정적이 어떤 의미인지 정도는 나도 잘 알았다. 

 그럼에도 이렇게 얘기를 꺼낼 수 밖에 없는 건, 


 


 


 


 "엄마가 자꾸 재촉하니까, 그래서 묻는 거야. 요즘따라 보채더라..." 

"…" 

 "우리 둘 결혼 언제 하냐면서." 

"…" 

 "솔직히 생각해볼 때긴 하잖아. 5년이나 만났구." 


 


 


 시도때도 없이 소식을 물어오는 엄마 때문, 아니. 

 태형이 먼저 얘기 꺼내길 기다리다 지쳐서라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른다. 


 


 


 "그래, 그렇긴 하지."
 


 

 

 부모님께 말씀드려볼게. 늘 그렇듯 로봇처럼 딱딱 튀어나온 말은 예상대로였다. 항상 같은 레파토리. 

 그리곤 또 다시 침묵이 대화를 단절시킨다. 둘 사이의 침묵이 편하던 시간을 지나, 요즘엔 숨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를 바라보는 두 눈은 만남이 길어질수록 차게 식어갔다. 우리가 같이 있는 순간은 지나치게 단조로웠고, 설레는 감정은 사라진지 오래였으며, 묵직한 공기만이 곁을 감돌았다. 

 스물 일곱에 만나 뜨거웠던 3년과 친구같이 편했던 2년을 지나, 갑자기 이렇게 팍 식은 건 서른 둘이 되던 해부터였다. 

 


 

권태기라 해야할지. 그럼에도 꾸준히 만나긴 했으니 그저 과하게 편해진 거라 해야할지. 


 


 


 

 "다 먹었으면 일어날까?"
 

"그래, 그러자." 


 


 


 

 그릇을 깨끗이 비운 태형이 바로 외투를 챙겨들었다. 

 잠시 내 그릇에 꽂히던 시선은 내 얼굴을 살폈다. 웬일로 걱정이라도 하려나. 


 


 

 [방탄소년단] 막장 로맨스는 처음이라 1 | 인스티즈
 

 "요즘 다이어트 해?"
 

"...어?" 


 


 


 

 무심한 물음에 말문이 턱 막힌다. 

 요즘따라 짧아진 입에 대한 원인을 단순히 다이어트로 판명내린 그는 떨떠름한 내 반응까지 지켜보진 않았다. 곧 다른 곳으로 튄 시선이 그럴 생각조차 없어보였다. 

 먼저 카운터로 걸어가 결제하는 태형의 뒷모습을 가만 바라보았다.  


 


 


 

 그런 그를 볼 때면 비참한 생각이 들곤 했다. 

 김태형은 자신이 나의 근황을 챙겨야 할 남자친구란 사실을 의무적으로 주입시키고 있는 것 같다는, 그런 생각. 가끔씩은 그러질 못해서 이렇게나 내게 무심해지는 것 같단 생각. 

 그러므로 그가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 


 


 


 


 "안 타고 뭐해?" 


 


 

 조수석 창이 내려간다. 운전석에 앉은 태형이 상체를 창쪽으로 숙인 채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가 먼저 운전석에 올라타 시동을 걸 동안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으나, 이제야 그런 나를 알아챈 모양이다. 말없이 조수석 문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당연하게 조수석 문을 열어주던, 내가 탄 뒤에야 운전석으로 얼른 뛰어가던 그의 예전 모습이 잔상처럼 눈가에 비쳤다. 오늘따라 복잡한 생각이 휘몰아치는 건 왜일까. 


 


 

 나를 사랑하나, 김태형은. 


 


 


 

 "결혼 안할거잖아." 

"…무슨 소리야." 

 "근데 왜 자꾸 생각하는 척 해." 

"…" 

 "너 나 이제, 안좋아하잖아." 

"아니야, 그럼 우리가 왜 만나겠어." 


 


 


 

그렇게 말하는 그의 눈동자는 날 더이상 담지 않는다. 그가 무거운 한숨을 내쉰다.  


 


 


 

 "거짓말. 이젠 나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요즘 너 예민한 것 같네."
 


 


 


 가끔 까칠하다거나 축 가라앉은 내 말투와 행동을 단순 예민함으로 치부해버리는 그였다. 

 미동없는 나를 올려다보길 포기한 그가 다시 운전석에 똑바로 앉았다. 그러곤 가만히 앞을 응시했다. 

 요즘따라 피곤해보이는 눈이 짙게 물들었다. 복잡한 생각이 깃든 듯이. 아님 그저 이런 내 행동이 피곤해서일 수도. 


 


 

 [방탄소년단] 막장 로맨스는 처음이라 1 | 인스티즈
 

 "결혼식 날짜 얼른 잡자."
 


 


 


 결혼이라는 단어가 우리 사이를 이렇게 만들어버린 건 아닐까. 

 언제부턴가 결혼이란 말로 내 감정을 컨트롤하기 시작한 그에게 내가 부담이었던 걸까. 칭얼거리는 아이 달래듯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는 김태형은 여전히 날 쳐다보지 않는다. 

 추워, 얼른 타. 하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시린 바람 탓에 잔뜩 굳은 손을 더욱 말아쥐었다. 울컥하는 마음이 목구멍을 치고 올라온다. 길게 참던 숨을 훅 내뱉었다. 태형아.  


 


 


 

 "우리 그만 헤어지자." 


 "…김여주. 너 도대체 왜," 


 


 


 

 그게 맞는 것 같아. 우리한테 맞는 결정은 결혼이 아니었던 것 같네. 

 어쩌면 계속 참아왔을 지도 모를 말이 차창을 넘어 태형에게 닿았다. 도망치듯 뒤돌아 걸었다. 

 그가 무슨 표정을 지었을지, 무슨 반응을 보였을지, 혹시 그 순간엔 나를 바라봤을지. 그 순간에도 나는 그런 것들이 궁금했지만, 

 그는 내 뒤를 쫓지 않았다.  


 


 


 

 결혼 적령기라고들 하는 서른 둘에 나는 결혼도, 연애도 포기했다.  


 


 


 


 


 

2. X같은 이별 뒤엔 X같은 재회가 온다 


 


 


 

 출근길의 복잡한 인파 속에서 몸을 한껏 구긴 채 걸었다. 이별의 아픔을 느낄 새도 없이 나는 바쁜 현실에 허덕였다. 

 어쩌면 바쁘려고 했다는게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남들 안하겠다는 야근까지도  자처해서 했으니. 덕분에 집에 돌아오면 쓰러지듯 잠들기 바빴고, 일어나면 출근하느라 전쟁이었다.  


 


 


 

 "아이씨, 저거 건너야 되는데." 


 


 

 건너야 할 횡단보도가 파란 불로 바뀐 것을 보고 걸음을 더 재촉했다.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직장인들이 너나할 것 없이 내 앞을 제쳤다. 

 그 바쁜 와중에도 눈에 띄는 건 앞 사람의 반쯤 열린 서류가방이다. 헐거운 지퍼 탓에 열린 건지 반쯤 걸친 노트가 아슬아슬하게 옆으로 튀어나와있었다. 

 괜히 내가 불안하네. 말을 해줘야 하나. 결국 길바닥으로 힘없이 낙하하는게 하필 내 눈에 보여서는. 


 


 


 

 "엇, 잠깐, 저기." 


 


 

 사람들의 발길에 치이기 전에 재빨리 주워올렸지만, 주위가 온통 북적이는 통에 물건의 주인은 이미 시야를 벗어난 뒤였다. 

 노트를 펼쳐보았지만 이름은 온데간데 없고, 작곡노트인 듯 악보와 함께 정갈한 글씨만 가득했다. 신분증이나 휴대폰도 아니고 이걸 어떻게 찾아주지.


 


 

 한숨을 푹 쉬며 인파 속을 바라보는데 손목 위로 갑작스런 묵직한 통증이 덮쳤다. 

 알 수 없는 힘에 끌려 뒤도는 순간 손에 들린 노트가 누군가에 의해 홱 빠져나갔다. 


 


 


 

 "어어," 

"제 겁니다." 


 


 


 

 꽤나 차가운, 아니 싸가지 없는 낮은 음성이 귀를 파고들었다. 동시에 어딘가 낯익은 체향이 바람을 가르고 훅 끼쳐왔다. 

 브라운 계열의 코트 자락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다음으로는 탁한 회색 머리가 보였다. 마지막으로, 둥글면서도 날카로운 눈매가 시야에 꽉 들어찬 순간 주위가 암전되었다. 

 오로지 그 얼굴만 보였다. 수 년 만에 마주하는, 반갑고도 미운 그 얼굴. 


 


 


 

 "...민윤기?" 


 


 


 

 입 밖으로 그 이름을 내뱉는 것도 얼마만인지 몰랐다. 잊고 지내온 알 수 없는 감정이 순식간에 몸을 마비시켰다. 


 


 


 

 "..." 


 


 

 제 이름이 상대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꽤나 놀란 눈치였다. 나를 내려다보던 두 눈은 곧 노트 위로 옮겨갔다. 휙휙 돌려가며 노트를 살피던 그가 다시 나를 쳐다본다. 


 


 


 

 [방탄소년단] 막장 로맨스는 처음이라 1 | 인스티즈
 

 "제 이름 어떻게 아셨어요." 


 "..." 


 "여기 안 적혀 있는데. 저 아세요?"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한 나머지 사고회로가 끊겼다. 

 어떻게 아냐니. 알 수 없다는 그 눈빛에 혼란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렸다. 

 그런 나를 삐딱하게 내려다보던 그가 곧 뒤돌아섰고, 다시 인파 속에 휩싸여 멀어져갔다. 


 


 


 

 왜 나를 몰라보지. 예상치 못한 재회의 순간은 뇌리에 박혀 머리를 떠나가지 않았다. 

 확실히 나를 모른다는 눈빛이었다. 물론, 진짜 모른다는 건 말도 안되니 모르는 척 연기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겠지만. 

 프린트가 다된 복사기 앞에서 넋놓고 서있다거나, 뜨거운 커피 잔을 덜컥 잡다 떨어트린다든가, 서류를 엉뚱한 곳에 보낸다든가 하루종일 나사 하나가 빠진 채 돌아다녔다. 

 결국 상사에게 한 소리 들었지만, 그 와중에도 넋을 놓았다. 왜 민윤기는 나를 모른 척 했을까. 


 


 


 

 탁.  


 


 

 손가락이 딱 하고 맞물리는 마찰음이 내 정신을 다시 현실로 소환시켰다. 

 소리의 주인공은 우리팀 막내 전정국 사원이다. 언제부터 서있던 건지 칸막이에 팔을 걸치고 선 정국은 겨우 정신이 돌아온 내게 커피잔을 건넸다.  


 


 


 

 [방탄소년단] 막장 로맨스는 처음이라 1 | 인스티즈
 

[방탄소년단] 막장 로맨스는 처음이라 1 


 


 


 


 

 1. 결혼 적령기 서른둘 


 


 


 


 

 "우리 이제 진지하게 얘기할 때 되지 않았어?" 


 


 


 애꿎은 포크질이 다 식은 파스타면을 쿡쿡 찌른다. 얼마 손대지 않은 파스타가 팅팅 불어가고 있지만, 태형은 그런 내게 무신경했다. 

 …뭐가? 고개도 들지 않고 묵묵히 음식을 입에 욱여넣는 그에게서 짧은 물음이 되돌아온다. 물음과 물음 사이 잠깐의 정적이 어떤 의미인지 정도는 나도 잘 알았다. 

 그럼에도 이렇게 얘기를 꺼낼 수 밖에 없는 건, 


 


 


 


 "엄마가 자꾸 재촉하니까, 그래서 묻는 거야. 요즘따라 보채더라..." 

"…" 

 "우리 둘 결혼 언제 하냐면서." 

"…" 

 "솔직히 생각해볼 때긴 하잖아. 5년이나 만났구." 


 


 


 시도때도 없이 소식을 물어오는 엄마 때문, 아니. 

 태형이 먼저 얘기 꺼내길 기다리다 지쳐서라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른다. 


 


 


 "그래, 그렇긴 하지."
 


 

 

 부모님께 말씀드려볼게. 늘 그렇듯 로봇처럼 딱딱 튀어나온 말은 예상대로였다. 항상 같은 레파토리. 

 그리곤 또 다시 침묵이 대화를 단절시킨다. 둘 사이의 침묵이 편하던 시간을 지나, 요즘엔 숨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를 바라보는 두 눈은 만남이 길어질수록 차게 식어갔다. 우리가 같이 있는 순간은 지나치게 단조로웠고, 설레는 감정은 사라진지 오래였으며, 묵직한 공기만이 곁을 감돌았다. 

 스물 일곱에 만나 뜨거웠던 3년과 친구같이 편했던 2년을 지나, 갑자기 이렇게 팍 식은 건 서른 둘이 되던 해부터였다. 

 


 

권태기라 해야할지. 그럼에도 꾸준히 만나긴 했으니 그저 과하게 편해진 거라 해야할지. 


 


 


 

 "다 먹었으면 일어날까?"
 

"그래, 그러자." 


 


 


 

 그릇을 깨끗이 비운 태형이 바로 외투를 챙겨들었다. 

 잠시 내 그릇에 꽂히던 시선은 내 얼굴을 살폈다. 웬일로 걱정이라도 하려나. 


 


 

 [방탄소년단] 막장 로맨스는 처음이라 1 | 인스티즈
 

 "요즘 다이어트 해?"
 

"...어?" 


 


 


 

 무심한 물음에 말문이 턱 막힌다. 

 요즘따라 짧아진 입에 대한 원인을 단순히 다이어트로 판명내린 그는 떨떠름한 내 반응까지 지켜보진 않았다. 곧 다른 곳으로 튄 시선이 그럴 생각조차 없어보였다. 

 먼저 카운터로 걸어가 결제하는 태형의 뒷모습을 가만 바라보았다.  


 


 


 

 그런 그를 볼 때면 비참한 생각이 들곤 했다. 

 김태형은 자신이 나의 근황을 챙겨야 할 남자친구란 사실을 의무적으로 주입시키고 있는 것 같다는, 그런 생각. 가끔씩은 그러질 못해서 이렇게나 내게 무심해지는 것 같단 생각. 

 그러므로 그가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 


 


 


 


 "안 타고 뭐해?" 


 


 

 조수석 창이 내려간다. 운전석에 앉은 태형이 상체를 창쪽으로 숙인 채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가 먼저 운전석에 올라타 시동을 걸 동안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으나, 이제야 그런 나를 알아챈 모양이다. 말없이 조수석 문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당연하게 조수석 문을 열어주던, 내가 탄 뒤에야 운전석으로 얼른 뛰어가던 그의 예전 모습이 잔상처럼 눈가에 비쳤다. 오늘따라 복잡한 생각이 휘몰아치는 건 왜일까. 


 


 

 나를 사랑하나, 김태형은. 


 


 


 

 "결혼 안할거잖아." 

"…무슨 소리야." 

 "근데 왜 자꾸 생각하는 척 해." 

"…" 

 "너 나 이제, 안좋아하잖아." 

"아니야, 그럼 우리가 왜 만나겠어." 


 


 


 

그렇게 말하는 그의 눈동자는 날 더이상 담지 않는다. 그가 무거운 한숨을 내쉰다.  


 


 


 

 "거짓말. 이젠 나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요즘 너 예민한 것 같네."
 


 


 


 가끔 까칠하다거나 축 가라앉은 내 말투와 행동을 단순 예민함으로 치부해버리는 그였다. 

 미동없는 나를 올려다보길 포기한 그가 다시 운전석에 똑바로 앉았다. 그러곤 가만히 앞을 응시했다. 

 요즘따라 피곤해보이는 눈이 짙게 물들었다. 복잡한 생각이 깃든 듯이. 아님 그저 이런 내 행동이 피곤해서일 수도. 


 


 

 [방탄소년단] 막장 로맨스는 처음이라 1 | 인스티즈
 

 "결혼식 날짜 얼른 잡자."
 


 


 


 결혼이라는 단어가 우리 사이를 이렇게 만들어버린 건 아닐까. 

 언제부턴가 결혼이란 말로 내 감정을 컨트롤하기 시작한 그에게 내가 부담이었던 걸까. 칭얼거리는 아이 달래듯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는 김태형은 여전히 날 쳐다보지 않는다. 

 추워, 얼른 타. 하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시린 바람 탓에 잔뜩 굳은 손을 더욱 말아쥐었다. 울컥하는 마음이 목구멍을 치고 올라온다. 길게 참던 숨을 훅 내뱉었다. 태형아.  


 


 


 

 "우리 그만 헤어지자." 


 "…김여주. 너 도대체 왜," 


 


 


 

 그게 맞는 것 같아. 우리한테 맞는 결정은 결혼이 아니었던 것 같네. 

 어쩌면 계속 참아왔을 지도 모를 말이 차창을 넘어 태형에게 닿았다. 도망치듯 뒤돌아 걸었다. 

 그가 무슨 표정을 지었을지, 무슨 반응을 보였을지, 혹시 그 순간엔 나를 바라봤을지. 그 순간에도 나는 그런 것들이 궁금했지만, 

 그는 내 뒤를 쫓지 않았다.  


 


 


 

 결혼 적령기라고들 하는 서른 둘에 나는 결혼도, 연애도 포기했다.  


 


 


 


 


 

2. X같은 이별 뒤엔 X같은 재회가 온다 


 


 


 

 출근길의 복잡한 인파 속에서 몸을 한껏 구긴 채 걸었다. 이별의 아픔을 느낄 새도 없이 나는 바쁜 현실에 허덕였다. 

 어쩌면 바쁘려고 했다는게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남들 안하겠다는 야근까지도  자처해서 했으니. 덕분에 집에 돌아오면 쓰러지듯 잠들기 바빴고, 일어나면 출근하느라 전쟁이었다.  


 


 


 

 "아이씨, 저거 건너야 되는데." 


 


 

 건너야 할 횡단보도가 파란 불로 바뀐 것을 보고 걸음을 더 재촉했다.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직장인들이 너나할 것 없이 내 앞을 제쳤다. 

 그 바쁜 와중에도 눈에 띄는 건 앞 사람의 반쯤 열린 서류가방이다. 헐거운 지퍼 탓에 열린 건지 반쯤 걸친 노트가 아슬아슬하게 옆으로 튀어나와있었다. 

 괜히 내가 불안하네. 말을 해줘야 하나. 결국 길바닥으로 힘없이 낙하하는게 하필 내 눈에 보여서는. 


 


 


 

 "엇, 잠깐, 저기." 


 


 

 사람들의 발길에 치이기 전에 재빨리 주워올렸지만, 주위가 온통 북적이는 통에 물건의 주인은 이미 시야를 벗어난 뒤였다. 

 노트를 펼쳐보았지만 이름은 온데간데 없고, 작곡노트인 듯 악보와 함께 정갈한 글씨만 가득했다. 신분증이나 휴대폰도 아니고 이걸 어떻게 찾아주지.


 


 

 한숨을 푹 쉬며 인파 속을 바라보는데 손목 위로 갑작스런 묵직한 통증이 덮쳤다. 

 알 수 없는 힘에 끌려 뒤도는 순간 손에 들린 노트가 누군가에 의해 홱 빠져나갔다. 


 


 


 

 "어어," 

"제 겁니다." 


 


 


 

 꽤나 차가운, 아니 싸가지 없는 낮은 음성이 귀를 파고들었다. 동시에 어딘가 낯익은 체향이 바람을 가르고 훅 끼쳐왔다. 

 브라운 계열의 코트 자락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다음으로는 탁한 회색 머리가 보였다. 마지막으로, 둥글면서도 날카로운 눈매가 시야에 꽉 들어찬 순간 주위가 암전되었다. 

 오로지 그 얼굴만 보였다. 수 년 만에 마주하는, 반갑고도 미운 그 얼굴. 


 


 


 

 "...민윤기?" 


 


 


 

 입 밖으로 그 이름을 내뱉는 것도 얼마만인지 몰랐다. 잊고 지내온 알 수 없는 감정이 순식간에 몸을 마비시켰다. 


 


 


 

 "..." 


 


 

 제 이름이 상대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꽤나 놀란 눈치였다. 나를 내려다보던 두 눈은 곧 노트 위로 옮겨갔다. 휙휙 돌려가며 노트를 살피던 그가 다시 나를 쳐다본다. 


 


 


 

 [방탄소년단] 막장 로맨스는 처음이라 1 | 인스티즈
 

 "제 이름 어떻게 아셨어요." 


 "..." 


 "여기 안 적혀 있는데. 저 아세요?"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한 나머지 사고회로가 끊겼다. 

 어떻게 아냐니. 알 수 없다는 그 눈빛에 혼란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렸다. 

 그런 나를 삐딱하게 내려다보던 그가 곧 뒤돌아섰고, 다시 인파 속에 휩싸여 멀어져갔다. 


 


 


 

 왜 나를 몰라보지. 예상치 못한 재회의 순간은 뇌리에 박혀 머리를 떠나가지 않았다. 

 확실히 나를 모른다는 눈빛이었다. 물론, 진짜 모른다는 건 말도 안되니 모르는 척 연기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겠지만. 

 프린트가 다된 복사기 앞에서 넋놓고 서있다거나, 뜨거운 커피 잔을 덜컥 잡다 떨어트린다든가, 서류를 엉뚱한 곳에 보낸다든가 하루종일 나사 하나가 빠진 채 돌아다녔다. 

 결국 상사에게 한 소리 들었지만, 그 와중에도 넋을 놓았다. 왜 민윤기는 나를 모른 척 했을까. 


 


 


 

 탁.  


 


 

 손가락이 딱 하고 맞물리는 마찰음이 내 정신을 다시 현실로 소환시켰다. 

 소리의 주인공은 우리팀 막내 전정국 사원이다. 언제부터 서있던 건지 칸막이에 팔을 걸치고 선 정국은 겨우 정신이 돌아온 내게 커피잔을 건넸다.  


 


 


 

 [방탄소년단] 막장 로맨스는 처음이라 1 | 인스티즈
 

[방탄소년단] 막장 로맨스는 처음이라 1 


 


 


 


 

 1. 결혼 적령기 서른둘 


 


 


 


 

 "우리 이제 진지하게 얘기할 때 되지 않았어?" 


 


 


 애꿎은 포크질이 다 식은 파스타면을 쿡쿡 찌른다. 얼마 손대지 않은 파스타가 팅팅 불어가고 있지만, 태형은 그런 내게 무신경했다. 

 …뭐가? 고개도 들지 않고 묵묵히 음식을 입에 욱여넣는 그에게서 짧은 물음이 되돌아온다. 물음과 물음 사이 잠깐의 정적이 어떤 의미인지 정도는 나도 잘 알았다. 

 그럼에도 이렇게 얘기를 꺼낼 수 밖에 없는 건, 


 


 


 


 "엄마가 자꾸 재촉하니까, 그래서 묻는 거야. 요즘따라 보채더라..." 

"…" 

 "우리 둘 결혼 언제 하냐면서." 

"…" 

 "솔직히 생각해볼 때긴 하잖아. 5년이나 만났구." 


 


 


 시도때도 없이 소식을 물어오는 엄마 때문, 아니. 

 태형이 먼저 얘기 꺼내길 기다리다 지쳐서라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른다. 


 


 


 "그래, 그렇긴 하지."
 


 

 

 부모님께 말씀드려볼게. 늘 그렇듯 로봇처럼 딱딱 튀어나온 말은 예상대로였다. 항상 같은 레파토리. 

 그리곤 또 다시 침묵이 대화를 단절시킨다. 둘 사이의 침묵이 편하던 시간을 지나, 요즘엔 숨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를 바라보는 두 눈은 만남이 길어질수록 차게 식어갔다. 우리가 같이 있는 순간은 지나치게 단조로웠고, 설레는 감정은 사라진지 오래였으며, 묵직한 공기만이 곁을 감돌았다. 

 스물 일곱에 만나 뜨거웠던 3년과 친구같이 편했던 2년을 지나, 갑자기 이렇게 팍 식은 건 서른 둘이 되던 해부터였다. 

 


 

권태기라 해야할지. 그럼에도 꾸준히 만나긴 했으니 그저 과하게 편해진 거라 해야할지. 


 


 


 

 "다 먹었으면 일어날까?"
 

"그래, 그러자." 


 


 


 

 그릇을 깨끗이 비운 태형이 바로 외투를 챙겨들었다. 

 잠시 내 그릇에 꽂히던 시선은 내 얼굴을 살폈다. 웬일로 걱정이라도 하려나. 


 


 

 [방탄소년단] 막장 로맨스는 처음이라 1 | 인스티즈
 

 "요즘 다이어트 해?"
 

"...어?" 


 


 


 

 무심한 물음에 말문이 턱 막힌다. 

 요즘따라 짧아진 입에 대한 원인을 단순히 다이어트로 판명내린 그는 떨떠름한 내 반응까지 지켜보진 않았다. 곧 다른 곳으로 튄 시선이 그럴 생각조차 없어보였다. 

 먼저 카운터로 걸어가 결제하는 태형의 뒷모습을 가만 바라보았다.  


 


 


 

 그런 그를 볼 때면 비참한 생각이 들곤 했다. 

 김태형은 자신이 나의 근황을 챙겨야 할 남자친구란 사실을 의무적으로 주입시키고 있는 것 같다는, 그런 생각. 가끔씩은 그러질 못해서 이렇게나 내게 무심해지는 것 같단 생각. 

 그러므로 그가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 


 


 


 


 "안 타고 뭐해?" 


 


 

 조수석 창이 내려간다. 운전석에 앉은 태형이 상체를 창쪽으로 숙인 채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가 먼저 운전석에 올라타 시동을 걸 동안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으나, 이제야 그런 나를 알아챈 모양이다. 말없이 조수석 문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당연하게 조수석 문을 열어주던, 내가 탄 뒤에야 운전석으로 얼른 뛰어가던 그의 예전 모습이 잔상처럼 눈가에 비쳤다. 오늘따라 복잡한 생각이 휘몰아치는 건 왜일까. 


 


 

 나를 사랑하나, 김태형은. 


 


 


 

 "결혼 안할거잖아." 

"…무슨 소리야." 

 "근데 왜 자꾸 생각하는 척 해." 

"…" 

 "너 나 이제, 안좋아하잖아." 

"아니야, 그럼 우리가 왜 만나겠어." 


 


 


 

그렇게 말하는 그의 눈동자는 날 더이상 담지 않는다. 그가 무거운 한숨을 내쉰다.  


 


 


 

 "거짓말. 이젠 나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요즘 너 예민한 것 같네."
 


 


 


 가끔 까칠하다거나 축 가라앉은 내 말투와 행동을 단순 예민함으로 치부해버리는 그였다. 

 미동없는 나를 올려다보길 포기한 그가 다시 운전석에 똑바로 앉았다. 그러곤 가만히 앞을 응시했다. 

 요즘따라 피곤해보이는 눈이 짙게 물들었다. 복잡한 생각이 깃든 듯이. 아님 그저 이런 내 행동이 피곤해서일 수도. 


 


 

 [방탄소년단] 막장 로맨스는 처음이라 1 | 인스티즈
 

 "결혼식 날짜 얼른 잡자."
 


 


 


 결혼이라는 단어가 우리 사이를 이렇게 만들어버린 건 아닐까. 

 언제부턴가 결혼이란 말로 내 감정을 컨트롤하기 시작한 그에게 내가 부담이었던 걸까. 칭얼거리는 아이 달래듯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는 김태형은 여전히 날 쳐다보지 않는다. 

 추워, 얼른 타. 하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시린 바람 탓에 잔뜩 굳은 손을 더욱 말아쥐었다. 울컥하는 마음이 목구멍을 치고 올라온다. 길게 참던 숨을 훅 내뱉었다. 태형아.  


 


 


 

 "우리 그만 헤어지자." 


 "…김여주. 너 도대체 왜," 


 


 


 

 그게 맞는 것 같아. 우리한테 맞는 결정은 결혼이 아니었던 것 같네. 

 어쩌면 계속 참아왔을 지도 모를 말이 차창을 넘어 태형에게 닿았다. 도망치듯 뒤돌아 걸었다. 

 그가 무슨 표정을 지었을지, 무슨 반응을 보였을지, 혹시 그 순간엔 나를 바라봤을지. 그 순간에도 나는 그런 것들이 궁금했지만, 

 그는 내 뒤를 쫓지 않았다.  


 


 


 

 결혼 적령기라고들 하는 서른 둘에 나는 결혼도, 연애도 포기했다.  


 


 


 


 


 

2. X같은 이별 뒤엔 X같은 재회가 온다 


 


 


 

 출근길의 복잡한 인파 속에서 몸을 한껏 구긴 채 걸었다. 이별의 아픔을 느낄 새도 없이 나는 바쁜 현실에 허덕였다. 

 어쩌면 바쁘려고 했다는게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남들 안하겠다는 야근까지도  자처해서 했으니. 덕분에 집에 돌아오면 쓰러지듯 잠들기 바빴고, 일어나면 출근하느라 전쟁이었다.  


 


 


 

 "아이씨, 저거 건너야 되는데." 


 


 

 건너야 할 횡단보도가 파란 불로 바뀐 것을 보고 걸음을 더 재촉했다.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직장인들이 너나할 것 없이 내 앞을 제쳤다. 

 그 바쁜 와중에도 눈에 띄는 건 앞 사람의 반쯤 열린 서류가방이다. 헐거운 지퍼 탓에 열린 건지 반쯤 걸친 노트가 아슬아슬하게 옆으로 튀어나와있었다. 

 괜히 내가 불안하네. 말을 해줘야 하나. 결국 길바닥으로 힘없이 낙하하는게 하필 내 눈에 보여서는. 


 


 


 

 "엇, 잠깐, 저기." 


 


 

 사람들의 발길에 치이기 전에 재빨리 주워올렸지만, 주위가 온통 북적이는 통에 물건의 주인은 이미 시야를 벗어난 뒤였다. 

 노트를 펼쳐보았지만 이름은 온데간데 없고, 작곡노트인 듯 악보와 함께 정갈한 글씨만 가득했다. 신분증이나 휴대폰도 아니고 이걸 어떻게 찾아주지.


 


 

 한숨을 푹 쉬며 인파 속을 바라보는데 손목 위로 갑작스런 묵직한 통증이 덮쳤다. 

 알 수 없는 힘에 끌려 뒤도는 순간 손에 들린 노트가 누군가에 의해 홱 빠져나갔다. 


 


 


 

 "어어," 

"제 겁니다." 


 


 


 

 꽤나 차가운, 아니 싸가지 없는 낮은 음성이 귀를 파고들었다. 동시에 어딘가 낯익은 체향이 바람을 가르고 훅 끼쳐왔다. 

 브라운 계열의 코트 자락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다음으로는 탁한 회색 머리가 보였다. 마지막으로, 둥글면서도 날카로운 눈매가 시야에 꽉 들어찬 순간 주위가 암전되었다. 

 오로지 그 얼굴만 보였다. 수 년 만에 마주하는, 반갑고도 미운 그 얼굴. 


 


 


 

 "...민윤기?" 


 


 


 

 입 밖으로 그 이름을 내뱉는 것도 얼마만인지 몰랐다. 잊고 지내온 알 수 없는 감정이 순식간에 몸을 마비시켰다. 


 


 


 

 "..." 


 


 

 제 이름이 상대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꽤나 놀란 눈치였다. 나를 내려다보던 두 눈은 곧 노트 위로 옮겨갔다. 휙휙 돌려가며 노트를 살피던 그가 다시 나를 쳐다본다. 


 


 


 

 [방탄소년단] 막장 로맨스는 처음이라 1 | 인스티즈
 

 "제 이름 어떻게 아셨어요." 


 "..." 


 "여기 안 적혀 있는데. 저 아세요?"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한 나머지 사고회로가 끊겼다. 

 어떻게 아냐니. 알 수 없다는 그 눈빛에 혼란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렸다. 

 그런 나를 삐딱하게 내려다보던 그가 곧 뒤돌아섰고, 다시 인파 속에 휩싸여 멀어져갔다. 


 


 


 

 왜 나를 몰라보지. 예상치 못한 재회의 순간은 뇌리에 박혀 머리를 떠나가지 않았다. 

 확실히 나를 모른다는 눈빛이었다. 물론, 진짜 모른다는 건 말도 안되니 모르는 척 연기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겠지만. 

 프린트가 다된 복사기 앞에서 넋놓고 서있다거나, 뜨거운 커피 잔을 덜컥 잡다 떨어트린다든가, 서류를 엉뚱한 곳에 보낸다든가 하루종일 나사 하나가 빠진 채 돌아다녔다. 

 결국 상사에게 한 소리 들었지만, 그 와중에도 넋을 놓았다. 왜 민윤기는 나를 모른 척 했을까. 


 


 


 

 탁.  


 


 

 손가락이 딱 하고 맞물리는 마찰음이 내 정신을 다시 현실로 소환시켰다. 

 소리의 주인공은 우리팀 막내 전정국 사원이다. 언제부터 서있던 건지 칸막이에 팔을 걸치고 선 정국은 겨우 정신이 돌아온 내게 커피잔을 건넸다.  


 


 


 

 [방탄소년단] 막장 로맨스는 처음이라 1 | 인스티즈비디오 태그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입니다
 

 "저도 그쪽이에요." 


 


 


 

 바로 고개를 끄덕인 정국이 싱긋 웃으며 핸들을 잡았다. 오디오를 튼 정국의 차가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정국 덕에 금방 도착한 집에 들어서자마자 소파 위로 몸을 내던졌다. 며칠 간 누적된 피로가 한 번에 몰려오는 건지 온 몸이 욱신거렸다. 

 몸살이 오려나. 푹신한 소파에 몸을 맡기니 눈꺼풀이 자동으로 무거워진다. 옷 갈아입어야하는데. 머리로는 그리 생각했지만 이미 축 늘어진 몸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누가 와서 눈에 접착제라도 바른 듯 잠에 드려는 찰나, 


 


 


 

쿵쿵. 쿵. 


 


 

 귀를 때리는 소음이 잠을 확 몰아냈다. 다시 눈을 감았지만 한 번 시작된 소음은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나도 멎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뭐야?" 


 


 


 

 소리의 근원을 따라 한참 눈알을 굴리다 천장을 휙 올려다봤다. 이건 분명 윗집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도대체 뭘 하는 건지, 바닥을 긁는 소리가 들린다든가 망치질하는 소리가 온 집에 웅웅 울렸다. 지금 시간이 몇신데...! 요즘따라 한 번에 몰려온 스트레스 탓인지 괜히 화가 치밀어올랐다. 

 이럴 땐 나도 내 자신을 제어할 수 없었다. 결국 쿵쾅대며 윗집에 올라가 현관문을 냅다 쾅쾅 쳤다. 


 


 


 

 "저기요, 아랫집 사는 사람인데요." 


 


 


 

 시간이 지나도 좀체 미동이 없던 문을 세 번이나 더 두드리고 난 뒤에야 천천히 문이 열렸다. 열리는 문을 확 잡아당기고는 허리춤에 두 손을 올렸다.  


 


 


 

 "아니, 늦은 시간에 도대체 뭘 하시는 거에요?" 


 


 


 

 집주인 뒤로 보이는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공구들을 향해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내부공사를 하는 건지 뭔지는 몰라도 그렇게 큰 소리가 날 것 같으면 미리 양해를," 


 


 


 

 구해, 야, 어어... 집주인의 얼굴을 보자마자 꿀먹은 벙어리마냥 말문이 턱 막혔다. 입은 다물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방탄소년단] 막장 로맨스는 처음이라 1 | 인스티즈
 

 "아..., 소리가 그렇게 크게 나는지 몰랐네요." 


 


 

 이건 도대체 무슨 우연인 건지. 아침에도 마주친 그 얼굴이 왜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걸까. 


 


 


 

 "주의하겠습니다." 


 


 


 

 그럼.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의 손이 문 손잡이를 안으로 잡아당겼다. 어쩌려는 셈인지 스스로도 모르겠지만, 또 내 눈 앞에서 사라지려는 그를 막아야겠단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잠깐만...!" 


 


 


 

 잽싸게 밀어넣은 발이 닫히는 문을 가로막았다. 뭐냐는 듯 세모눈을 뜬 그가 슬리퍼 신은 내 맨발을 내려다본다.  


 


 


 

 "...너 왜 나 모른 척 해?" 


 


 


 

 그 말과 함께 눈물이 왈칵 쏟아져나온 건 나조차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가 내 얼굴을 똑바로 마주했다. 민윤기와의 재회 앞에서 나는 결국, 


 


 


 

 "왜 나 모르는 사람 취급하냐고," 

"..." 

"민윤기 이 개새끼야." 


 


 


 

 묵혀뒀던 울분을 토해냈다. 민윤기 개새끼 따위의 욕을 잔뜩 퍼부으며.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습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1
선댓 선댓~~
4년 전
독자2
어서오세요 :) 이번이 글쓰시는건 처음인가요? 처음이라면 ㅠ 재능있다 생각합니다 ㅠ 앞으로도 글 많이 많이 써줘요 ㅠㅠ
4년 전
독자3
신알신 하고 가요 다음 편도 기대할게요!!
4년 전
비회원72.238
허억....
완전몰입해서봣어요
잘읽었습니다! 다음편도 너무기대되여

4년 전
독자4
다음편 언제 나와용..?
4년 전
독자5
모야모야 몰입도 대박이잖아,,,,, 다음편 기대할게요!♡!
4년 전
독자6
띵작냄새나서 왔습니다,,,,작가님 다음편 기다리겠습니다❤️
4년 전
독자7
우오아...이건 또 무슨 띵작의 향기죠..? 바로 신알신 하고 갑니다. 한번에 쭈욱 읽고 왔습니다,
너무 재미있어요~다음편도 기대할게요><

4년 전
독자8
띵작냄새
4년 전
독자9
완전 대작 냄새 풀풀 나는데요 그런의미로 신알신 하고 갑니다!!
4년 전
독자10
진짜 이건 보자마자 느꼈어요 제스타일이네여 어서 2편 써주세요!!!! 기다리고있을게요
4년 전
독자11
윤기랑 무슨 일 있었는지 너무 궁금해요 ㅠㅠㅠ 잘 보고 갑니다!
4년 전
독자12
센세 꼭 완결까지 부탁드랴요
4년 전
독자13
신알신 하고 갑니다~
다음 편 기다리고 있을게요

4년 전
독자14
우와우 전개 무엇! 너무 잼있어요오!!!!!!
4년 전
독자15
헐 와.. 미쳤어요 .. 일화부터 재밌는데 다음편 너무 기대되잖아여... 여주야 윤기랑 무슨 사이였는데....!!!! 궁금해요.... 후하 잘 읽구 가요!
4년 전
독자16
이건 ㄹㅇ 어남윤이다ㅠㅠ
4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강동원 보보경심 려 02 1 02.27 01:26
강동원 보보경심 려 01 1 02.24 00:4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633 1억 02.12 03:01
[이진욱] 호랑이 부장남은 나의 타격_0916 1억 02.08 23:19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817 1억 01.28 23:06
[배우/이진욱] 연애 바이블 [02 예고]8 워커홀릭 01.23 23:54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713 1억 01.23 00:43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615 1억 01.20 23:2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513 1억 01.19 23:26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517 1억 01.14 23:37
이재욱 [이재욱] 1년 전 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_0010 1억 01.14 02:52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415 1억 01.12 02:00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420 1억 01.10 22:24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314 1억 01.07 23:00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218 1억 01.04 01:01
윤도운 [데이식스/윤도운] Happy New Year3 01.01 23:59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120 1억 01.01 22:17
준혁 씨 번외 있자나31 1억 12.31 22:07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나의 타격_0319 1억 12.29 23:13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213 1억 12.27 22:46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118 1억 12.27 00:5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_end22 1억 12.25 01:21
이진욱 마지막 투표쓰11 1억 12.24 23:02
[배우/이진욱] 연애 바이블 [01]11 워커홀릭 12.24 01:07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_1617 1억 12.23 02:39
이준혁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1 1억 12.20 02:18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_1427 1억 12.19 01:40
단편/조각 인기글 l 안내
1/1 8:58 ~ 1/1 9:00 기준
1 ~ 1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