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되었다
점심시간이 될때까지 그 시간동안
난 교실에서 피해있었다
쉬는시간이 시작되는 종이치자마자 아무도 모르게 교실에 들어가
자리에 앉아있으려했지만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않아 관뒀다
그렇게 3교시, 4교시가 끝날때까지 화장실 맨끝에 들어가있다가 나왔다가를 반복하며 시간을 떼웠다
점심시간이 되고 모두 급식실로 뛰어나가는소리가 들렸다
적당히 반에 아무도 없을때 가기위해 5분 조금넘겠다 싶을만큼 더 있다가 나왔다
교실에 도착하고보니 아침때처럼 아무도 없었다
적막함과 고요함이 공존하는 가운데
아까 아침에 먹고 한개 남긴 샌드위치를 꺼냈다
항상 이렇게 먹다보니 내 몸도 그렇게 적응했나보다
이렇게 먹어도 더이상 보채지 않는다
나도 그때는 그런사람이었을까
샌드위치를 다먹고나서 책상위에 널브러진 쓰레기를버리면서 시계를 봤다
아직 반애들이 오려면 좀 멀었기에 복도끝에있는 정수기로 물을 마시러갔다
정수기위에 종이컵을 펼쳐 물을 받았다
멍하니 정수기에 시선을 둔채 물을마시고
한번 더 마시려고 다시 물을 받았다
물이 적당히 채워질무렵
계단쪽에서 급식을 다먹고 올라오는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순간 흠칫해 몸을 벽쪽으로 돌리고 물을 그대로 들이켰다
"아 이따 같이가 그냥~ 니 뭐 어차피 중간에 헤어지나아 "
"아무슨 닌 어디사는지도 모르는데 그걸 우리끼리 정하냐"
"아왜...아 그건 이따 물어보면되고... 같은방향이면 니도 괜찬은거아냐 그치? "
"아진짜....권순영 도랏ㅁ... 어? "
망했다
계속 등돌리고 있어서 모를거라 생각했는데...
아냐 아직 모를수도있어 그래 날본게 아닐수ㄷ
"야 쟤 내짝아냐...?....수아야...?야 임수아 맞..아..?...세요...?
뭐라해야되지..아니 지금 뭐라하면안되나 그냥...어쩌지..
그냥 가만히 있어야되나 아어떡해 어떡하지
대답해야되는데 뭐라해야ㄷ
"수아야? 아 뭐야 수아맞네 왜 대답안해 흐힣"
"어? 아 아.. 미안....그...어..."
누가 어깨를 탁 잡았는데
나와 상대방 모두 무안할정도로 정말 화들짝놀랐다
상대방은 권순영이었다
왜 대답을 안했냐는 권순영에 뭐라 말을 하긴 해야하는데 뭐라말해야 될지 몰라 점점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야 얘 부담스러워하잖아 아무튼 권순영 친한척 오짐"
"뭐래 너도 끼고싶냐?에베베베 아 근데 너 물마시려고온거야? 어..? 근데 그럼 너 점심은?"
권순영이 계속 질문을 한다
앞으로 물어볼게 많아보인다
벌써부터 식은땀이난다 대답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확밀려온다
근데 그 짧게라도 말할수있는 대답이 목구멍에서 턱 막혔다
입은 굳게 닫혀 무슨 말도 할 수 없게됬다
그냥 권순영의 질문에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그저 땅만 본체 권순영의 질문에 대답하지않겠다는 나름 의사를 표현했다
이제 얘도 나에게 정떨어진다는둥 그런소리를 하며 나를 그런눈빛으로 보겠지
눈길조차 안주고 지금처럼 예의상의 형식적인 대화조차 안걸겠지
다들 이렇게 하면 날욕하기는 했어도 그 다음부터는 내 존재에대해
그 누구도 아무 시선도 주지않고 내 근처엔 지나가는것도 꺼려하고 어떤말도 걸려고하지않았다
그래 그리고 어차피 내일도 짝이 바뀌니까....내 옆자리엔 앉으려고도 하지않겠지...
애초에 내가 권순영과 말을 섞는다는게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난 그냥 모든것을 원래대로의 위치로 돌려놓기위해 이러는것이다
권순영은 모두의 동경을 받으며 자유롭게 활개치고 다녀도 아무도 뭐라하는사람이 없는 그런 자리고
나는
..
아 난그냥
없는자리...
그런자리일것이다
모두가 무리지어사는 세상 바깥의, 그들의 등 뒤에서 겉돌아야만하는 그런자리
"....음..그래.... 아맞다 근데 너아깐 왜 안왔어? 쟤가 너 보건실갔다고 해놓긴했는데.."
순간 아까 그일이 떠르면서 심장이 쿵 떨어지는것같았다
몸의 모든움직임이 잠시 멈춘것같은 기분이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이번에는 대답을 해야하나싶어 살짝 고개를 들고 권순영의 넥타이끝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 이상으로는 올려다볼 자신이 없었다
누구든 사람과 사람이 대화를 할때는 서로 눈을 보며 대화해야한다고 알고있다
하지만 난 언제부턴가 난 상대방의 눈을 보는게 가장 어려운일이 되었다
눈을 보면 너무 무서워졌다 땀이 나고 손과 눈은 계속 떨렸다
권순영은 지금 나를 얼마나 버릇없고 못배운애로 보고있을까
그런 생각에 몸이 굳고 시선도 계속 아래로 떨어져갔다
"....나..어 그냥..어...아뭐라해야되지...아그니까...아니..그냥.."
갈수록 거의 혼잣말 수준이었다
들리긴했을까
그냥 그렇게 알면되는데... 그냥... 아..그냥제발....
혹시 못들었다면서 다시말해달라고 하면 어떡하지...
그렇다고 지금처럼 정적이 길어지는것도 너무 긴장되고 점점 버티고 서있기 힘들었다
눈물이 울컥하고 차올라 눈을 감아버렸다
눈을 떴을때는 이 둘이 내앞에 없는 상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야 보건실갔다왔나보지.....나먼저가?권순영 교실안갈거야?"
"...?어?...아니 왜 니혼자가 어차피 다같은반인데 같이가야지 수아야 뭐해 교실안가? 가자! "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내민 이손을
뿌리치고 도망가면 바로 잡혀서 미친듯이 맞겠지
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저손을 잡으면 어떻게 될까 겁부터 났다
그래서 권순영이 아무리 무안해지더라도 이 손을 무시하고 가려했다
"ㅇ...어?"
권순영은 그냥 지나쳐가려는걸 알았는지 뭔지
내가 한발짝 내딛자 마자 내 손목을 잡았다
순간 몸이 권순영쪽으로 쏠려 부딪힐뻔했다
권순영은 당황하는 나는 아랑곳하지않고 손목을 고쳐잡았다
이석민은 이미 저만치 앞장서서 가고있었다
손목을 빼려고 혼자 낑낑대면서 권순영가는대로 끌려가는데 권순영은 유유히 날 잡고 이석민과의 대화를 이어갔다
누가 볼까 싶어
혹시라도 이석민이 뒤돌아볼까싶어
..아니 그냥 뒤돌아보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아니...아냐 안돼..
머릿속이 복잡했다
여러감정들이 뒤섞이다 갑자기 윤정한선생님이 뇌리에 스쳐갔다
순간 소름이 끼치며 권순영한테 잡힌 팔에 힘이 들어갔다
바로 손목을 빼려고 팔을 위로 확 당겨올렸는데
권순영은 내손목은 놓지않고 그대로 잡은체로 같이 당겨왔다
나와 마주친 권순영도 아마 본듯했다
눈은 잠시라도 어딘가 시선을 놓을 수 없을만큼 미친듯이 흔들렸고
권순영에게 붙들린 손은 주체할수 없을 만큼 떨렸다
권순영은 갑자기 이러는 내게 당황하고 또 놀랐는지
걸음을 멈추고 잡고있던 손을 놨다
힘없이 떨어진 손은 계속해서 떨렸고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처럼 힘겹게 뒷걸음질쳤다
지금 이상황에서 도망치고싶었다
권순영은 이석민한테 먼저가라고 일러주고는 다시 내쪽으로 몸을 돌렸다
점점 표정이 굳어지는게 미묘하게 느껴졌다
최대한 애써 태연한척하는게 보였다
권순영의 시선은 떨리는 손에 가있었다
숨기고싶었다
손을 어딘가 숨겨놓고 내손아니라고 그렇게 말하고싶었다
내손 아니니까
아니니까...제발 그렇게 보지말라고.. 그렇게 말하고싶었다
툭치면 울듯한 표정의 내얼굴과
떨리는 손을 감추려 허공에서 계속해서 방황하는 내손을 권순영은 애써 태연한척하며 번갈아 보았다
번갈아 볼때마다 겨우 겨우 고개를 돌렸다
권순영은 잠시 말이없다가 짧게 한숨을 쉬고는 지금 이상황을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는듯
마른세수를하다가 나처럼 두 손을 허공에 놓은체 갈팡질팡하며 어쩔줄 몰라했다
저기 뒷문에서 이석민이 나오는게 보였다
"야!! 왜안와 왜 뭔일있어?"
'어? 아냐... 아냐아냐 수아야 가자
교실가야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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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에요
실기준비하는데 혼나서 현타오더라고요 그래서 못왔었음....
근데 지금 이시간에 볼 사람들이 있을까...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