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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김남길 몬스타엑스 강동원 이준혁 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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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우씨, 이거 인원수대로 복사하고 물이랑 볼펜 좀 놔줘."


방금 탕비실 청소를 마친 발이 재빠르게 돌아간다. 그곳에는 모니터만 바라본 채로 참고자료들을 펄럭거리는 과장이 한 명 있었다. 동기들 사이에서도 나이가 많은 편이었는데 볼록 나온 배나 숱이 적어지는 머리에서 확연하게 그 나이차가 확연하게 느껴졌다. 마음으로는 이미 흑채를 머리부터 발 끝까지 부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할 일을 못찾아서 가만히 있는 인턴도 있는데 왜 나한테만.


"네, 과장님-"


속으로 욕한다고 겉으로 티를 낼 수는 없었다. 난 하찮은 비정규직이고 저 사람은 과장이니까. 그런 사람이 인턴한테 복사 몇 장 시키는 건 일도 아니었다. 최대한 웃으면서 적당히 넘어가자.

나는 복사기로 향하는 길에 방황하는 손을 책상에 두었다가 무릎에 올렸다가 하는 내 동기에게 물병을 가져다줄 것을 부탁했다. 물론 이 동기가 일을 똑부러지게 잘하는 느낌은 아니라서 일을 시키지 않은 걸 수도 있지만 이 정도는 초등학생도 할 테니까.

조금 이따가 과장급부터는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고 약간의 숨통이 트였다. 자리에 앉아서 어깨를 통통 두드리는데 책상 위에 쌓여있는 서류들이 가관이었다. 그 위에 작은 메모지도 붙어있었다. 


'타이핑 좀 부탁해ㅜㅜ'


일 못하는 동기도 그닥 호감은 아니었지만 손이 느리다는 핑계로 잡다한 일은 다 나한테 넘기는 사수도 절대 호감은 아니다. 오히려 비호감의 정석이 될 정도였다. 한숨만 쉬면서 손 놓고 있는다고 해도 일이 처리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전혀 일 할 의지가 생기지 않았다. 정말 회사를 뒤집어 버리고 나갈까라는 생각만 몇 번씩은 하는 것 같다.

물이라도 마실까 싶어서 내 컵을 가지고 탕비실로 향했다. 발걸음은 거의 바닥을 쓸고 다닐 정도였고 어깨는 힘이 빠져서 둥근 산처럼 보였다. 탕비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곧장 정수기로 가 냉수를 한 컵 가득 따랐다. 그리고 바로 들이키려고 하는데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이 시간에 연락할 사람은 취준생인 친구들이나 모르는 번호,

노태현씨 뿐이었다.

딱히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내심 그이기를 바랐다. 같이 있다고 마음이 아주 놓이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의 연락은 꽤나 반가웠기 때문이다. 냉수를 반 컵 정도 마시고 핸드폰을 확인했다.

여러개의 카톡과 문자가 와있었는데 문자를 먼저 확인했다. 문자는 화장품 가게의 세일을 광고하는 것 말고는 영양가 있는 내용이 없었다. 그 다음에는 바로 노란 아이콘을 눌러서 카톡을 확인했다.


(뭐해요?)

(좀 있으면 점심시간이라서 연락했어요.)


우리 부모님도 점심이라는 이유로 내가 뭘 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었나. 아마 고등학교 졸업하기 전에 늦잠을 자서 공부를 안 할 때 말고는 없었을 텐데. 지금 상황이 상황인지라 나름 감동을 받은 것 같다. 오늘은 열심히 답장을 해줘야지 하고 타자를 누르고 있는데 그 사이에 카톡이 하나 더 왔다. 양반은 아닌 사람이야.


(난 3시간 공강이라서 심심해요.)


그래, 3시간 공강이면 심심하겠다. 공강. 공강? 이 사람이 대학생이었나? 언제 말을 했었던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한데 기억은 안나고. 갑자기 머리에 돌을 맞은 것 같았다. 지금 대학생이라는 건 나보다 어릴 수도 있다는 거 아니야? 물론 내가 졸업을 일찍하고 운이 좋아서 인턴도 일찍 나왔지만 그래도 나보다 어린사람 같지는 않았는데.

혼자 이런저런 고민에 빠져있느라 답장을 못한 사이 카톡 한 통이 더 왔다. 무슨 일이 있냐고. 하지만 내용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오직 말투, 프로필 사진, 상태 메시지를 확인하는데에 급급했다. 그런 걸 보면 나이를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노태현씨는 깔끔한 사람이라고. 프로필 사진과 상태 메시지는 기본 그대로였다. 말투라고 해봐야 만나서 말하면 카톡 말투랑 똑같아서 비교할 것도 없었다.

일단은 더 이상 읽씹을 하기는 뭐해서 답장을 보냈다. 신경은 온통 그의 나이로 쏠려있었지만.


(별 일 없었어요. 지금 사무실이라 답장이 늦었어요.)


표정 이모티콘이라도 보내볼까. 내 성격은 이런 걸 전혀 쓰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뭔가 내가 딱딱한 말투로 말하니 저쪽도 그런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ㅠㅠ)


윽, 진짜 별로야. 공강이라고 하더니 정말 심심하기는 했나보다. 내가 카톡을 보낸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바로 답장을 보내왔다.


(뚝. 회사에서 울면 상사들이 흉봐요.)


이게 지금 장난인 건지 진심으로 하는 충고인 건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말투만 다르지 약간 아빠랑 카톡하는 느낌도 났다. 

차라리 그가 나보다 나이가 많았으면 한다. 솔직히 이런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이 남자는 좀, 야시시한 느낌이 있다고 해야 하나. 딱히 단어를 떠올릴 수는 없었지만 내가 대학생활에서 봤던 동기들과 비교가 불가한 느낌이었다. 그런 사람이 나보다 어리다고 생각하면 약간 깰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건 그거 나름대로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또 혼자 생각하다가 노태현씨의 말이 마지막인 대화방을 보고 정신을 차렸다. 대충 'ㅎㅎ 알았어요. 나중에 또 연락할게요.' 라는 답장을 보내고 탕비실을 나섰다. 먼저 연락해준 게 반가워서 대답 좀 잘해주려고 했는데, 공강 얘기가 그렇게 충격적일 수가 있는 얘기인 건가.

자리로 돌아와 서류들을 타이핑하는데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손가락은 현란하게 키보드 위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머리만 그자리에서 멈춰있었다. 메신저가 깜빡거리는 것도 그냥 두고 있었다.

대체 나는 그 사람에 대해서 뭘 알기는 하는 건가. 밥도 먹었고 길도 걷고 키스도 하고, 집도 같이 가서 할 건 다 했는데 정작 왜 이런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하다고 말을 안했지? 우린 뭐하려고 만나고 연락하고 있는 거야. 아니야, 이렇게 시작하면 끝이 없어.


"시우씨, 밥 먹으러 가자. 점심시간이야."


내 사수가 멍하니 타이핑만 치고 있는 내 어깨를 두드렸다. 미안한 건 아는 건지 오늘은 밥 먹는 것도 챙겨준다. 항상 이런 식이라서 별로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지금 기분 나쁠 겨를이 있는 타이밍도 아니었으니 신경쓰지 않으려고 했다.

나와 사수, 아까 그 일 못하는 동기까지 3명이서 회사 건물을 빠져나왔다. 구내식당이 있기는 하지만 맛이 정말 학식보다도 못한 날이 많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원들은 밖으로 나가서 점심을 먹고 들어왔다. 평소에 자주 가던 한식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평범한 외부와 달리 전통적인 디자인이 가게 안을 꽉 채우고 있었다.

익숙한 구석자리로 가서 각자의 메뉴를 주문했다. 종업원이 다녀가니 테이블에는 적막만 흘렀다. 나는 머리가 복잡했고 동기는 내성적이었으며 사수는 우리에게 큰 흥미를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한가지,


"내 말 좀 들어봐. 내가 지금 만나는 남자친구가..."


남자친구 얘기하는 건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거. 남자친구를 정말 좋아하는 건지 그 사람이 말할 무언가를 엄청나게 하는 건지 같이 밥을 먹으러 오면 십에 백은 남자친구의 이야기다.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어색하게 아무말도 안하고 있는 것보다는 나았다. 나는 적당한 리액션으로 얘기를 받아 넘기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귀걸이를 사주더라고. 학생이면서 돈이 어디있다고."

"선배, 남자친구분이 연하에요?"

"내가 말 안했었나? 나보다 5살 어려."


5살. 정확한 숫자를 들으니 점점 머리가 복잡해졌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대학생이면 최소 20살, 군대까지 합치면 26살부터 시작할 것이다. 차라리 나랑 비슷한 20대 중반이면 몰라 정말로 20살이고 그러면 어쩌지. 아무리 어린티가 난다고는 하지만 너무 어른스러운 사람이라 티가 안나면 어떡해. 또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내가 노태현씨와의 나이 차이를 계산하면 심란해하자 사수가 물어온다. 내 남자친구 얘기를 해보라는 얼굴로. 하지만 썸인 것 같은 남자 나이를 몰라서 이 난리라는 말을 할 수는 없으니,


"제 친구도 연하 만난다고 했는데 선배도 그러신가 해서요."

"아. 그래?"

"자기 남자친구 친구들 중에 괜찮은 애들이 많다면서 소개 시켜준다는데 저는 남동생이 있어서 연하는 좀 그렇다라고요."

"아니야. 직접 만나보면 달라. 네 동생이 어떤 느낌인지는 몰라도 전혀 동생이라는 느낌 안들어."


저는 동생 느낌이 안나는 남자가 아니라 동생이 아닌 남자를 만나고 싶어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이었지만 종업원의 테이블 세팅과 함께 다시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나 이렇게 생각만 잔뜩 하다가 실수하면 어쩌냐. 뭐, 그건 나중 일이고. 일단은 눈 앞에 보이는 식사에 집중하기로 했다. 스물스물 올라오는 생각들을 밥과 함께 꼭꼭 씹어서 삼켜버리려고 애썼다. 잠깐이라도 고민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Shape Of You 




점심을 먹고 퇴근하기까지 계속 생각해봤다. 궁금하면 물어보지 왜 혼자 난리인지. 물론 민망하다는 이유도 있었다. 갑자기 '근데 나이가...' 하면서 물어보기에는 이상할 것 같기도 하고 그게 사실이면 앞으로 노태현씨를 볼 때 옛날 같은 느낌으로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남동생이 있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라서 정말 노태현씨를 동생 보는 것처럼 볼지도 모르는데 그 만약이 너무 싫었다. 

난 지금의 노태현씨랑 만나고 싶은 건데. 그렇다고 당연한 것도 모르고 계속 만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더욱 머리가 아팠다. 

내 가방을 챙겨 인사를 나누고 회사에서 나왔다. 그리고 지하철 역으로 가는 길에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혼자 머리 터지는 것보다 잠깐 쪽팔려도 그냥 물어보자라는 심정이었다.


[네, 시우씨. 퇴근하는 길이에요?]

"노태현씨, 우리 지금 볼래요?"

[지금이요?]

"네. 저 지금 노태현씨랑 꼭 봐야할 것 같아요."

[아, 그럼 제가 거기로 갈게요. 주소 보내주세요.]

"바로 보내드릴게요."


평소 같았으면 만나자는 말도 제대로 못했을 텐데 지금 많이 급한 심정이기는 한가보다. 매를 맞는 상황은 아니지만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고 했으니까. 확실하게 확인하자.

노태현씨에게 문자를 보내고 만나기로 한 카페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뭐라도 마셔야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아무거나 눈에 들어오는 음료로 주문했다. 바로 나온 음료를 들고 창가에 바짝 붙어서 앉았다. 오늘은 무슨 옷을 입고 오는지 확인이라고 할 심산이었다. 그러다가 그가 앉자마자 '몇 살이에요?' 라고 물어볼까봐 마음을 다스리기도 했다. 

온다. 내가 앉은 곳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거리에서 그가 보이기 시작했다. 일단 옷차림은 평소랑 비슷했다. 셔츠에 면바지. 저걸로는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우니 섣부른 판단은 하지 않기로 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와서 둘러보고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내 앞에 앉고. 뭔가 영화이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자연스러운 느낌이었다. 여기서 부자연스러운 건 나 밖에 없었다. 날이 더워서인지 걷은 소매가 테이블 위로 올라왔는데, 솔직히 보기는 좋았다. 너무 가늘지 않은 손목에 얌전하게 둘러져있는 시계도. 무엇보다,


"많이 기다렸어요?"

"아니요, 저도 금방 온 거예요."


얼굴을 보면 화해지는 낯선 느낌 때문에 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다. 땀이 약간 맺혀있는 이마가 신경쓰이는 건 예외다. 그는 내 대답에 입꼬리를 올렸고 나도 그를 따라 웃었다. 순식간에 기분이 변하는게 이렇게 쉬운 일이었나. 아까, 아니 방금까지도 걱정만 태산이었지 웃을 생각은 들지도 않았는데.

그는 한 쪽 팔꿈치를 테이블에 대고 손으로는 턱을 괴었다. 그리고 나를 쳐다보는데 그 눈이 '거짓말하지 말고 말해봐.' 라고 말하는 듯 했다. 그는 아무말도 안했지만 괜히 혼자 긴장이 되었다.


"금방 언제요?"

"네? 그냥 한 2,3분?"

"시우씨."

"앞으로 나한테 거짓말 못하겠어요."

"...네?"

"그 음료 만드는 것만 5분 넘는데. 여기 사람들도 많고."

"..."

"완전 들켰죠."


네... 이것도 속에서만 외치는 말이었다. 노태현씨는 가만히 고개만 끄덕이는 내 모습을 보고 있으니까. 그는 내 끄덕임에 입술을 꾹 다물고 웃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가 그를 따라 고개를 올리니 손으로 내 볼을 두어번 두드리며 말했다. '주문하고 올게요.' 손길은 뭐하러 저렇게 다정한 걸까.

이번에는 주문하고 온다는 것에 대한 대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카운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쩐지 잘 길들여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저 사람이 조련을 잘하는 거 아니면 내가 조련당하기 쉬운 사람이라는 거 둘 중 하나인데 전자라고 생각하고 싶다. 후자는 내가 인정하기 싫으니까.




Shape Of You




"근데 여기서 회사 다닐 줄은 몰랐어요. 우리집 여기서 버스로 10분이면 오는 곳이라."

"정말요? 왜 한 번도 이쪽으로 와본 적이 없지."

"이쪽으로 자주 오면 안돼요. 여기서 회사랑 반대편으로 가면 큰 유흥가니까."

"처음 들었어요."

"알아도 좋을 거 없는 정보니까 잊어요."


카페에서 나와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이었다. 하늘에 보라, 남색이 조금씩 깔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들어가겠냐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 같았다.

그는 내 머리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눌렀다. 나는 그 손 그대로 내 머리를 잡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나름 째려보려고 했는데 별로 통하지는 않은 것 같다. 내 표정을 보자마자 볼을 잡아 늘려버리는 걸 보면.

내가 볼이 잡힌 채로 '아파요-' 라고 하니 웃으며 꼬집은 자리를 쓰다듬는다. 그리고 한참동안 눈을 맞추는데 또 묘해지는 기분이었다. 지금 상황으로는 키스를 해도 나쁘지 않았지만 아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먼저 의도적으로 눈을 피했다. 그러자 그가 내 어깨에 팔을 두르면 안아온다. 머리카락에 얼굴을 붙이고 말하는데 그 부분만 간지러웠다.


"오늘 하고 싶은 말 있는 거 아니었어요? 왜 말을 안해요."

"아, 원래는 있었는데 안해도 될 것 같아요."

"나 이렇게 궁금하게 하고 안알려주는 거 싫은데."

"진짜 별 거 아니라..."

"나 시우씨가 먼저 만나자고 해서 되게 기분 좋게 왔어요. 그니까 하고 싶었던 말 해줘요."


여기서 그런 말을 하면 내가 당황하잖아요, 노태현씨. 그는 나를 달래려는 듯이 뒷머리를 살살 쓸었다. 이런 손길을 받으면 받을 수록 내 고민이 너무 우습고 쓸데없는 것이었다는 걸 자각하게 되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그가 궁금해 하고 부끄러울 각오로 만나자고 한 거니까. 결국 말하기로 결심했다.


"되게 뜬금없는 질문인데..."

"나 그런 거 좋아해요."

"노태현씨,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26살이요."

"네?"

"내가 말 안해줬어요? 올해 26살이에요."

"아아, 그렇구나."


나이가 어려도 신경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나보다 한살 많은 그의 나이를 들으니 자동으로 안심이 되었다. 그래, 나보다 어린데 이런 느낌인 사람이 어디 있어. 생각해보니까 나 대학생 때 노태현씨보다 나이 많은 사람도 있었던 것 같아.


"갑자기 나이는 왜요?"

"아까 공강이라고 하시길래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흐음. 내가 시우씨보다 나이 많아서 기분 좋아요?"

"네..? 그렇게 보였어요?"

"엄청요. 입꼬리가 막 여기까지 올라갔어요."


그는 양손의 검지손가락으로 내 입꼬리를 쭉 위로 올렸다. 그의 말에 민망해진 내가 손가락을 살짝 잡고 밀어내면서 '아닌데.' 하고 웃으니까 맞단다. 뭐, 사실이니까 더 이상 부정하지는 않았다. 내 동생이 장가는 가야 연하를 사귈 마음이 생기든가 말든가 하는 나로서는 기분 좋은 대답이었으니까.



[핫샷/노태현] Shape Of You + + | 인스티즈



"왜 내가 더 나이 많은 게 좋아요?"

"나이가 더 많아서 좋은 건 아닌데. 그냥요.."

"그냥이 뭐예요. 나 아직도 궁금한데."

"노태현씨가 너무 야시시하니까..."

"네?"


일났다. 이럴 줄 알았다. 중요한 순간에 머릿속에 있는 거 필터링도 안하고 말하는 거. 상대가 노태현씨라서 다행인가. 회사 과장이나 사수 상대였으면 퇴사했을 거다.

내가 내뱉은 말에 낯뜨거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안겨있는 이 자세도 갑작스럽게 불편해졌고 절대 위를 보고 싶지 않았다. 지금 눈이 마주치면 그대로 도로로 뛰어들 것 같았다. 죽든 택시를 잡아서 집에 가버리든 노태현씨를 마주하지 않는 방법을 떠올리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내 목소리가 귀에 울리면서 내 노력은 소용없는 짓이 되었고 얼굴을 점점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때, 작게 웃는 소리가 들리며 노태현씨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어떡해, 진짜.' 하며 중얼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그러게요. 저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일단 입부터 틀어막아야 했다. 노태현씨는 들었던 고개를 살짝 내려 내 눈을 보려고 했다. 나는 여전히 땅만 보고 있었다.


"나 야해요?"

"..."

"얼마나요?"


물어보지마, 제발. 그는 내 턱을 가볍게 쥐고 내 입술에 여러 번 입을 맞추었다. 저녁에서 밤으로 넘어가는 지금, 입술이 닿았다가 떨어지는 소리만 선명하게 들려왔다. 속이 간질거려서 죽을 것 같은데 눈을 마주칠 수는 없었다. 눈을 봤다가는 부끄러워서 죽을 거야.

나는 눈을 질끈 감으면서도 그의 입술은 받아들였다. 그런데 오늘을 평소처럼 진득한 느낌이 아닌 잠자기 전에 가볍게 하는 입맞춤이었다. 물론 둘 다 심장에 좋지 않지만 지금은 이렇게 짧게 여러 번 하는 입맞춤이 더 심장에 안 좋았다.

그는 짧으면서도 길었던 입맞춤을 끝내고 나를 다시 그의 품에 당겨 안았다. 이렇게 하면 숨은 약간 막혀도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눈을 안보면 무슨 용길도 생기는 것인지 그의 소매를 살짝 쥐었다. 그러자 다시금 내 머리에 입을 맞추며 말한다.


[핫샷/노태현] Shape Of You + + | 인스티즈



"근데 시우씨도 야해요."

"...아니에요."

"정말요. 내가 시우씨 야하다고 생각안했으면 금요일에 갑이 집에 가지도 않았,"

"더 말하지 마세요. 부끄러워서 죽을 것 같아요."

"지금은 귀여워요."


금요일 얘기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니 한층 더 죽고 싶어졌다. 나는 얼굴은 묻은 채로 손만 뻗어 그의 입을 살짝 막았다. 그러자 노태현씨는 내 손을 감싸서는 손바닥에 작게 뽀뽀했다. 가슴 중간도 간지러운데 이제는 손바닥도 간지러웠다. 뭔가 박박 긁고 싶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그냥 두고 싶은 느낌이었다.

내 어깨를 안은 팔에 힘이 풀리고 그의 몸이 조금 멀어졌다. 안돼, 아직은 얼굴 못 봐. 하지만 고개를 숙이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가 양손으로 내 턱을 받쳐서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차라리 눈이 멀었으면 좋았을걸.


"시우씨가 얼마나 야한지는 나중에 우리집 오면 알려줄게요."

"안 그래도 돼요..."

"아니면 내가 갈까요?"

"..."

"나중에 집에 초대해줘요."


그는 내 이마에 입을 맞추고 내 손을 잡아왔다. 그리고 곧장 버스 정류장까지 나를 데려다주었다. 나는 버스 안에서도 멍했고 집에 올라가는 계단, 씻는 동안에 계속 정신을 잡지 못했다. 침대에 누워서 천장만 쳐다보다가 울리는 핸드폰 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 물론 잘자라는 그의 인사에 다시 쪽팔림과 현타 등등이 몰려와 다시 멍해졌지만.

원래 사람한테 잘 휘둘리는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그 생각이 완전히 깨졌다. 나는 잘 휘둘리는 사람인 것 같다. 아니라고 해도 일단 노태현씨한테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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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자주 오는 것 같지만 생각날 때 빨리 쓰려고 오늘도 또 왔습니다. 즐겁게 읽어주셨다는 댓글들 덕분에 쓰는 글입니다. 다들 노태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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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쉡업유 간지풕빨 노태현에 빠져 하루에 한번씩은 찾아보고있습니다만....ㅎ..이렇게 글로 야시시한 노태현씨를 만나다니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모든 프듀팬들이 이글을 뵈야만 합니다!우리 노태현씨를 알아주세요!! 잘읽었습니다..아 근데 진짜 제 취항저격했어요ㅋㅋ 사실 쉡업유 가사가 하루밤을 지낸 여자의 흔적을 느끼는 야시시한 노래여서 전에 하루밤을 지낸 여자를 태현이가 알아보고 다가온 줄알았는데 아니더라구요ㅋㅋ 초면에서부터 관계기 발전되어가고있는데 생각해보니까 사실 초면에 막 그렇게 웃으면 누구들...안반하겠습니까..휴... 잘 읽었습니다! 신알신하고가요!뿅!
6년 전
비회원122.76
진짜 사랑해요 작가님...
이 글 분위기가 하 ㅠㅠㅠㅠ미쳐요 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이렇게 다음글 빨리 올라올거라 생각못했는데 빨리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ㅠㅠㅠㅠ 사랑해요 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3
아 정말 너무 설레어서 죽을것 같아요......이렇게나 다정하면서 이렇게나 섹시할 수가 있죠? 어떻게? 아하 그건 바로 태현이기때문에 가능한 일이군요! 제가 멍청한 질문을 했네요 하지만 작가님이 이런 쏘고져스한 글을 써주시지 않으셨다면 몽총이인 저는 평생 모르고 살았을거에요.....흑흑 오랜만에 글잡 들어오길 너무 잘했고 안그래도 쉡옵유 너무 좋아하는 노래였는데 이 글 보면서 들으니까 앞으로 들을때마다 태현이 생각나서 노래듣는내내 실실 웃게될것같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자주 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사랑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비회원46.86
하...심장이 노곤노곤해지네요..♡
6년 전
독자4
ㅇ<-< 발리고 갑니다,,,
6년 전
독자5
작가님 제가 쓰차가 이제야 풀렸습니다.. 전편 보고나서 댓글을 너무나도 남기고 싶었는데 쓰차가 이제서야..(울컥
일단은 제목부터 너무 사랑하고요 노태현씨..ㅠㅠ 도 너무 흡.. 감격적이라 말이 안나오네여ㅠㅠㅠㅠㅠ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제목부터 내용까지 심쿵이에요ㅠㅠ

6년 전
독자6
작가님 항상 하는 말이지만 너무너무너무 사랑합니다.. 진심하고 또 진심이예요... 진짜 뭐라고 더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작가님덕분에 태현이가 더 좋아질정도입니다... ....지인짜 진짜 사랑합니다...핳
6년 전
독자7
아 이거 대박이예요 진짜 노태현 섹시미 +10375027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랑해요 작가님
6년 전
비회원204.35
아 진짜ㅜㅜㅜㅜㅜㅜ대박 읽으면서 이런느낌드는거처음이예요ㅜㅜㅜ아진짜노태현해야될것같은데여 ㅜㅜㅜㅜㅜ아아아ㅏ작가님이 정말짱이네요 제발 자주와주세요 노태현짱인거 작가님이 알게해주셔서 너무 감사할따름입니다여ㅜㅜㅜ아 진짜 현실웃음나오고 장난아니네요ㅜㅜ 정주행도 다햇다구요!!! 으아아아아아아 노태현짜유ㅠㅠㅠㅠ
6년 전
독자8
작가님 진짜 대박이에요 완전 대박 ㅠㅠㅠㅠㅠㅠ 빨리 다음 화두 보여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사랑해료 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비회원43.214
아작가님 ㅠㅠㅠㅠㅠ이 글 보고나서 쉪오브유 노래들을때마다 야시시한 태현이 얼굴 생각나서 광대가 안내려가욬ㅋㅋㅋㅋ정말로 하루종일 노래들으면서 흐흐흫 거렸습니다ㅋㅋ와 근데 아렇게나 빨리 다음편이 올라오다니요..작가님 제 심장 책임지세욧!!!!! 아 다음편 빨리 보고싶다 현기증날려고하요 작가님 사랑합니다!!!!!!!!!!!
6년 전
독자9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작가님 저 읽는 내내 아랫배가 간질간질 무슨 병 걸린거마냥... 진짜 저런 사람이 존재한다묜... 전 시집갈래요...,,.,. 이제 노태현때문에 일상생활 불가능입니다.. 다음편 또 있쥬..? 저 기대하고 코오 잡니다.,..
6년 전
독자10
아ㅜㅜㅜㅜㅜㅠㅜㅜㅜ 이런식으로 갑자기 오면 내 심장에 무리가와서 너무 좋아요ㅜ 작가님 이글 너무 행복해요 더많이써주세요 작가님 진심 명필 장난 아니예요!!!!
6년 전
독자11
와 진짜.. 대박이에여ㅠㅠㅠ아 진짜 설레 죽을 것 같아여ㅠㅠㅠ 심장이 너무 아파ㅠㅠㅠㅠ 백만편 써주세요...
6년 전
독자12
살 수가 없다
6년 전
독자13
너무 좋아서ㅠㅠㅠㅠㅠ
6년 전
비회원63.217
..? 뭐죠 제 심장 지금 뭐죠? 진짜 ㅠㅠㅠㅠㅠ 분위기 실화죠..? 진짜 미쳤어요ㅜㅜㅜㅠㅠㅠㅠㅠㅠ 하루에 10개씩 올렺 시면 안되나영 ㅎㅎ,, 노태현 진짜ㅜㅠㅠㅠㅠㅠㅠㅠ 사랑해요 자깐님
..아이시떼루..워아이니..❤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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