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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현씨)
(오늘 약속 있어요?)

어떡해, 보냈어. 전송을 누른 엄지를 굽혔다 폈다 하다가 황급히 주머니에 휴대폰을 넣었다. 언제 답장이 올까 싶어 애가 탔지만 방금 보낸 것이니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책상에 올려둔 가방에 노트북과 서류 몇 개를 챙겨 넣었다. 이번 주말도 푹 쉬기는 힘들 것 같았다. 최대한 오늘 저녁에 끝내고 자기로 마음을 먹고 회사를 빠져나왔다.

역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 답장은 오지 않았다. 평소에 씻거나 자는게 아닌 이상은 답장을 잘하던 사람이라 더 신경이 쓰였다. 바쁜 시기라서 그런 건가. 내가 대학교를 다닐 때 이 시기에는 어땠는지 떠올려 봤지만 도움이 되는 건 아니었다. 전화를 해볼까 싶었는데 답장이 바로 오지 않는다고 바로 전화를 하기에는 좀 그렇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지. 어제 막 잘라서 짧아져있는 손톱을 살짝씩 물었다. 그러다가 이 버릇을 고치느라 애썼던 일들을 떠올리며 얼른 손을 멀리 했다. 없어진 것 같다가도 무의식적으로 다시 기어나오는 버릇이었다. 지금 내 손톱이 문제가 아닌데. 노태현씨가 답장을 안 하잖아.

(요즘 과제 때문에 바빠서요.. 미안해요)
(아니면 우리집으로 올 수 있어요?)

정말 양반은 아닌 것 같아. 예전 버릇까지 동원해가며 답장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니 드디어 답장이 왔다. 보고 있는 것도 아닌데 괜히 머리를 정리하고 구겨져있는 옷도 쫙 당겨서 폈다. 답장 하나 하는 거에도 유난이야.

(네. 갈 수 있어요.)
(주소 보내주세요.)

주소를 아예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안 알려줘도 괜찮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이번에는 금방 알았다며 집 주소가 적힌 카톡을 보내왔다. 이미지만 대충 떠오르던 집이 글자로 눈 앞에 보이니 느낌이 묘했다.

첫날 말고는 가 본 적이 없는 그의 집에 다시 간다니 설레는 듯 했다. 자취하는 것 같았는데 뭐라도 사갈까 싶어 근처에서 슈퍼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초록색 간판을 단 슈퍼가 눈에 들어와 발걸음을 옮겼다. 안으로 들어가 바구니를 집어드는 순간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나 오늘 세트 속옷 입고 왔었나?




Shape Of You



[핫샷/노태현] Shape Of You + + + + | 인스티즈



"뭘 이렇게 사왔어요, 무거웠을 텐데."

"같이 먹으려고 샀어요-"


엘리베이터를 타기도 뭐하고 걸어오기도 뭐한 거리인 3층. 평소라면 운동 삼아서 걸어갈 수도 있는데 오늘은 조금이라도 빨리 올라가고 싶으니까.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복도를 조금 꺾으면 보이는 302호. 검은 글씨로 간결하게 써져있는 팻말이 보이자 손을 가만히 두지를 못했다. 봉지를 잡고 있지 않은 손은 계속 손톱으로 손끝을 꾹꾹 누른다거나 하는 손장난을 반복하고 있었다.


띵동- 맑은 초인종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그 소리가 조금 커서 내가 여기에 온 사실을 이 건물 사람들이 다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초인종부터 문을 훑었다. 첫날에 이 열쇠 구멍에 열쇠를 넣고 돌리고 보이는 건 깔끔한 무채색 거실이었는데. 지금도 여전하겠지.


안에서 발소리가 들리는 듯 하더니 약간의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리고 손잡이를 잡고 나와 눈을 마주치는 노태현씨도 보였다.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그에게 인사를 건넸고 그도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또 내 손에 들린 묵직한 봉지를 바로 받아주었다.


"들어가요."

"네."


익숙한 느낌에 속이 간질거렸지만 애써 티내지 않으려고 했다. 그냥 태연한 척 소파에 가방을 두고 노태현씨가 봉지를 정리 중이니까 옆에 가서 도와주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밥 안 먹고 왔어요?"

"태현씨랑 먹고 싶어서요."

"나도. 그래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봉지를 접어서 정리하던 그가 나를 보고 웃었다. 나도 별 다른 대답 없이 따라서 웃기는 했는데 진짜 심장에 안좋네. 머리를 내려서 그런지 조금 더 부드러운느낌인 것 같기도 하다. 평소에는 거의 올리고 다녀서 몰랐는데 조금 귀여운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새로운 머리 모양에서 눈을 못 떼는게 눈에 보였는지 노태현씨가 먼저 말을 꺼낸다. 손으로 제 앞머리를 조금씩 털면서 말하는데 살랑살랑 움직이는 모양새가 예뻤다.


"머리 내린 거 별로예요?"

"네? 아니요. 잘 어울려요."

"그럼 다행이고요. 계속 보길래 이상해서 그러나 했어요."


하나도 안 이상해요.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덧붙이니 알았다는 얼굴로 웃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그가 나를 빤히 보기 시작했다. 오늘 머리를 좀 열심히 하기는 했는데 그걸 알아본 건가. 그런 거면 눈썰미 진짜 대단한 거,


"머리, 안 묶어도 돼요?"

"약간 덥기는 한데. 묶을까요?"

"네. 머리끈 있어요?"


손목에 끼고 있던 머리끈을 보여주니 본인이 가져가서 손짓한다. '내가 묶어줄게요.' 내가 잠깐 망설이니 웃으며 그가 먼저 내 뒤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아프면 말해요.' 라고 말하며 내 머리카락을 살살 모으기 시작했다. 거실에 따로 빗을 두지는 않았는지 제 손으로 내 머리카락을 쓰는데 발끝까지 간지러움이 타고 내려가는 듯 했다.


간지러운 기분에 내가 어깨를 조금씩 떨자 중간에 한 번 귀에 대고 말하기도 했다. '금방 끝나요.' 오히려 그 목소리에 몸이 더욱 떨릴 뻔 했지만. 그는 머리끈을 몇 번 돌려서 묶은 뒤 내 어깨를 잡고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그리고 귀나 이마에 있는 잔머리를 살짝씩 만져주며 만족스럽다는 얼굴을 했다. 내 정수리를 톡톡 두드리며 '예쁘다.' 하고 말하는데 얼굴이 터질 것 같았다.


나는 '우와. 머리를 어쩜 이렇게 잘 묶었지-' 하고 어색한 말투로 말하며 부엌으로 향했다. 지금 내가 도망친 걸 그도 알고 있을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었다. 계속 눈을 마주치고 있으면 부끄러워서 죽어버릴 것 같은데.


우리는 간단하게 볶음밥을 만들고 할 일을 하기로 했다. 나도 어차피 노트북을 챙겨온 참이었고 그가 해야 할 일을 방해하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서로 한 접시씩 깔끔하게 비운 뒤 자리에 앉았다. 나는 소파 위에서 하기로 했고 노태현씨는 소파에 기대서 테이블 앞에 앉기로 했다. 


한참동안은 노트북을 두드리는 소리만 들려서 여기가 집인지 사무실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중간중간 몸을 풀다가 눈이 마주치는 거 말고는 말을 섞거나 하지도 않았다. 아무리 이렇게 하기로 결정한 거라는 하지만 조금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어느정도 일이 마무리 되어서 노트북을 가방에 집어넣었다. 더 이상 화면을 봐도 자판을 두드리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노트북 접었던 다리를 쭉 펴고 앉아서 거실을 구경했다. 혼자 사는 집인 것 같은데 텔레비전이나 소파 등 있을 건 다 있는 집이었다. 심지어 침실도 따로 있는 집. 내가 사는 원룸이랑은 비교가 되었다.


"아, 피곤하다. 시우씨는 일 다 끝냈어요?"

"거의 다요. 나머지는 내일 마무리하려고요."


순간 정강이에 무게감이 느껴져서 놀랐다. 뭔가 했더니 바닥에 앉아있던 노태현씨가 소파에 기대면서 내 정강이에도 머리가 닿았던 것이었다. 지친 얼굴로 바라보는데 왠지 웃음이 나왔다. 머리도 내리고 가만히 기대서 쳐다보니까 귀여워.


몸을 앞으로 숙여서 그의 머리를 조금씩 쓸었다. 처음에는 빤히 보더니 내 쪽으로 몸을 옮겨서 제 머리를 내민다. 내가 노태현씨한테 이럴 수 있는 날이 오다니.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장면이었다. 어떡해, 진짜 귀여워.


"기분 이상해요."

"왜요?"
"반려동물 된 기분이라서?"

"태현씨 오늘 되게 귀여워요."

"언제는 야하다면서요."


아니 뭐, 그건 그거고... 적당히 얼버무리려고 했는데 안 될 것 같다. 소파로 올라 온 그가 제 머리를 쓰다듬던 내 손목을 잡고 이야기한다. '정확히는 야시시하다고 했는데.' 은근 집요한 면이 있는 사람이라서 이럴 때면 참 당황스럽고 민망하고 그렇다.


최대한 눈을 안 마주치고 싶은데 점점 다가오면 볼 수 밖에 없잖아. 성큼성큼 다가온 그는 금방 숨결이 닿는 자리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옆으로 돌렸던 시선을 아래로 내려버렸다. 보이는 건 내 바지와 소파 바닥 정도였는데 그걸로 모르는 척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


물론 내가 쳐다보지 않는다고 멈출 사람도 아니었다. 손목을 잡고 있던 손을 위로 올려 깍지를 껴왔다. 오늘도 약간 따뜻한 손이었다. 내가 깍지 낀 손을 바라보자 내 손 마디에 입을 맞추고는 이마로 다가온다. 이마에서부터 볼, 입술까지.


노태현씨는 깍지 낀 손을 쭉 뒤로 당겨서 그의 어깨에 팔을 두르게 했다. 그도 자연스럽게 내 등과 허리를 안았다. 점점 앞으로 숙이는 그 덕분에 소파 손잡이에 거의 누운 듯한 자세가 되었다.


입술이 떨어지고 숨을 몰아쉬는데 그와 눈이 마주쳤다. 씨익 하고 웃는 얼굴을 보니 금요일 밤의 번화가가 떠올랐다. 머리를 내려도 그 표정이 어디 가지는 않는구나. 


그는 내 입술에서 쇄골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등을 감싸던 손을 가져와 검지로 일자라인을 쓱 훑었다. 간지럽기도 하고 점점 열이 올라서 따뜻한 손이 닿으니 더 더워지는 것 같았다.


나는 그의 손가락을 보고 있었고 그는 내 쇄골을 보고 있었는데 똑같은 순간에 고개를 들어서 눈이 마주쳤다. 잠깐 시선을 맞추던 우리는 작게 웃었다. 이윽고 노태현씨는 내 쇄골에 가볍게 뽀뽀하고 그대로 내 위에 누워버렸다.


체구가 작고 날씬해서 무게가 얼마 안 나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는 훨씬 무거웠다. 꾹 누르는 압박감에 조금 답답하기도 했지만 내 위에 누워서 목덜미에 고개를 묻은 그는 꽤 마음에 들었다. 그 상태로 작게 웅얼거리는데 움직이는 입술과 콧바람 때문에 절로 몸이 떨렸다.

[핫샷/노태현] Shape Of You + + + + | 인스티즈


"솔직히 진짜 하고 싶은데 너무 피곤해요."

"오늘 많이 힘들었어요?"

"네. 시우씨 온다고 해서 나름 힘낸 건데 안 될 것 같아요."

"이제 쉬어요. 시간도 늦었는데."

"그래야겠어요. 자고 가요."

"오늘요?"
"방금 말했잖아요, 시간 늦었다고."

"그래도,"
"손만 잡고 잘게요. 오늘 하루만."


그렇게 말하고 내 턱에 뽀뽀하면 귀여워서라도 자고 가야겠잖아. 나를 보고 웃으며 내 손을 찾아 다시 손을 잡는데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에는 고개를 끄덕였고 내일이 주말이라는 사실에 감사하며 그의 집에서 자고 가기로 했다. 노태현씨 말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하루만 손만 잡고 자기로 약속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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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을 정해놓고 쓰는 글은 아니라서 적당히 끝내야겠다 싶으면 다른 글을 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잘 보고 있다는 댓글 항상 감사합니다. 장문의 댓글들 볼 때마다 감동이에요. 오늘은 프요일이네요. 다들 노태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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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91.6
진짜 항상 재밌게 보고 있어요 자까님 ㅠㅠㅠㅠㅠ 엉엉 진짜 오늘의 노태현은 왜 이렇게 귀여운 거죠 ㅠㅅ 진짜 보면서 몽몽이 생각 났어요... 글 분위기도 너무 좋고 날마다 작가님 글 기다리게 되는 것 같아요 가끔 첫 화부터 계속 다시 보기도 하고요 >__< 재밌게 잘 읽었어요 항상 좋은 글 감사해요!!
6년 전
독자1
재밌게 읽고있어요 ❤️❤️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오 작가님 ❤️❤️
6년 전
비회원43.214
와 쟉갸님 글 정말정말 재미있게 읽고있어요 이렇게 둑흔둑흔한 글 써주시는 작가님 워아이니❤️
6년 전
비회원34.124
저는 정말로 shape of you 너무 잘읽고있습니다. 집에와서 제탕하는 재미... 그래서 부담이 될 수 도 있지만 저는 작가님이 오래오래오래 연재해주셨음 좋겠어요! 노태현 shape of you도 재밌지만 작가님글이라면 다른 글이라도 좋을 거 같아요!
제 작은 소망이에요

6년 전
비회원76.176
너무너무 잘 보고 있습니다 ♡
6년 전
독자2
우리의 노태현님은 오늘도 최고셨습니다ㅋㅋ 아 내린 앞머리를 상상해버렸잖아요힛 아 그랬더니 정말 귀엽더군요ㅠㅠ 아무리 생개을 해봐도 노태현은 야시시합니다 그 매력이 어디안가요... 게다가 쉡옵유가 너무좋았는지 거기에 맞춰져서 망상을 하게되니 내년부터 시작될 대학교에 환상을갖게됩니다ㅋㅋ아환상을 갖지 말라던데 그럴 수가 있나요 실망을 할지라도 지금은 즐길래요ㅋㅋ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6년 전
비회원204.35
아 진짜 작가님 전부터 느꼈지만 영업너무 잘하시고 오늘도 정말 노태현하네여ㅜㅜ 흑흑 오래도록(?) 연재해주십사 하는 바입니다ㅜㅜ 프요일인데 행복한 프요일되시길 바라여 작가님!!^^❤
6년 전
독자3
진짜 이거 매일매일 보고싶어요ㅜㅜ 좀더 길게 써주세요 맨날 기달려요 글써오실꺼같아서 막 기다려줘용 너무 이쁜글 감사드립니당~~~
6년 전
비회원207.20
저는 정말로 한편당 열번은 넘게 본거같아요.....노태현..미쳐쯰 에이예...진짜 부담만 안되신다면 정말정말 오래볼 수 있음 좋겠어요 아주 태혀니 분위기 쩌러요...
6년 전
독자4
아.. 작가님 정말 오래보고 싶어용!! 물론 쉐옵유 아니더라도 글이 올라온다고 하니까 다행입니다❤ 쉐옵유 덕분에 하루를 살아가는 느낌... 작가님이 떠나시면 글잡 들어올 일도 없을 것 같아요ㅠㅠㅠㅠ항상 좋은글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 글도 말이 필요없게 설레구 좋네여~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5
ㅠㅠㅠㅠㅠ 이거 완전히 끝낼수있을때까지 보물같은 글 계속 연재해주세요ㅠ 진짜 글읽으면서 저까지 심장간지러운기분느끼는거 첨입니다.. 항상 잘보구있어요 화이팅하세요 작가님..❤❤❤❤❤❤❤
6년 전
비회원166.87
매일 힘드실텐데 써주시고 감사해요ㅎ 태현이 진짜 좋아하는데 더 좋아하도록 도와주시는거같아요ㅠ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6
항상 저에베 설레는 맘으로 하루를 보내게 만들어주시는것같아요ㅜㅜㅜ 감사합니다. 태현이라서 더 행복하네요ㅜㅜㅜ
6년 전
독자7
헐 다 봤다..결국 약속 미뤘어요ㅌㅋㅋㅋ
진짜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ㅠ

6년 전
독자8
이거 완결나면 텍본 뿌려주실 수 있나요ㅠㅠ
인생작..

6년 전
독자9
이 글 이제서야 봤는데요, 감질맛 나서 죽을거같아요. 언제 오셔도 반길 예정입니다. 꼭 와주세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트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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