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틴의 끝 上
W. 리코더
함께한지도 어느덧 4년. 진리와 내가 만난지도 어느덧 4년이 다 되어갔다. 그 말의 의미는 내가 진리를 짝사랑한지도 4년째라는 것. 우리는 단짝친구. 그 이상은 아니였었기에, 괜한 기대만 하게 되는 날도 점점 길어졌다. 예쁘장한 외모로 학교에서 이름을 꽤 날렸던 그녀였던 터라, 몇 번씩 바뀌어가는 반반한 남자친구들을 보며 혼자 속을 삭힌게 한 두번이 아니였다. 그래, 인정한다. 여자인 나는 여자인 너를 좋아했다. 내가 다른 것들은 다 잊어버리더라도 너를 처음 본 그 순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았다. 물론 지금도 잊지 못하지만 말이다. 맞아, 진리야 너를 처음 본 그 때는 여름이였어.고등학교 입시 준비로 바빴던 나는, 그 날도 미술 학원에서 썩어가고 있었다. 중3, 16살. 지금 생각하면 내가 그 어린 나이에 매너리즘을 느끼고 있었다는 사실이 우습기도 하다. 뭐가 그리 재미 없었는지. 그 날따라 그림이 더욱 안 그려졌던터라 화가 나, 휴대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는데 뒤에서 조그마한 소리가 들렸다. 거의 못 알아 들을 정도로 웅얼거려 내가 알아 들은게 용하긴 하지만 말이다. "저기… 그림 계속 안 그릴거야? 계속 보고 싶은데…" 처음보는 예쁜 얼굴이였다. 새하얀 피부와 예쁘게 쌍커풀 진 너의 눈이 얼마나 예뻤는지. 다른 아이들이 그랬으면, 아마 화를 내버렸을지도 모르겠지만 짧게 어? 응… 이라고 중얼거리고선 다시 연필을 잡았다. 몇 분쯤 쓱쓱댔을까, 네가 나를 빤히 보고 있다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최진리야. 넌 이름이 뭐야?" "나… 나는 정수정." "정수정? 이름 예쁘다. 너랑 잘 어울려." 네가 더 예쁜데.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초면에 그런 말을 하는 건 불편해할까 다시 집어 삼켰다.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너의 쾌활한 말투가 나의 귓가를 파고 들었다. 진리, 최진리. 너를 처음 본 그 순간 내 첫사랑은 그렇게 시작 되었다. "나는 피아노 전공이야. 이모가 학원 원장님이셔서 잠깐 놀러왔다가 네 그림이 너무 예쁘더라고…" "아, 그럼 너도 요즘 입시 준비 중이겠구나." "으응, 너도 많이 힘들지? 나도 힘들다…" 좋아하는 음식도, 색깔도 거의 모든 것이 맞지 않았지만 입시라는 그 하나의 공통점만으로도 우리는 친해질 수 있었다. 처음 본 그 날부터, 우리는 방학내내 붙어 다닐 수는 없었지만, 시간 날 떄마다 틈틈히 만나며 점점 친해져왔고, 떼어 놓을래야 떼어 놓을 수 없는 친한 친구가 되었다. 물론 나는 다른 감정을 가졌었지만. 입시 시즌이 끝난 후, 너는 나와 같은 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우리는 한 층 더 가까워졌다. 그리고 철 없는 생각이였지만 난 네가 영원히 내 옆에 있을 줄 알았다. 네가 남자친구라고 사내새끼를 데려오기 전까지는. 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