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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P/대영] -이상한 나라 .下 | 인스티즈

[B.A.P/대영] -이상한 나라 .下 | 인스티즈

[B.A.P/대영] -이상한 나라 .下 | 인스티즈

 

 

 

 

 

 

[B.A.P/대영] -  이상한 나라 .下

 

 

 

 

W. 깔로레(Calore)

 

 

 

 

 

 

 

꾸는 꿈이 평범한 것은 아닌 것 같아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에게 물었다. 스페이드는 눈동자를 천천히 굴리며 나를 바라보다가 어깨에 올렸던 손을 거둬 내렸다. 빈 어깨를 슬쩍 보고 다시 그를 바라보았다.


"..아니, 없어"


그는 그렇게 말하고 등을 돌렸다. 역시 기분 탓인가.. 하긴 여기는 내가 생전 와본 적도 없는 곳인데다가 이상한 나라였다. 여기가 꿈속이라면 더 더욱 그와 만날 수는 없었을 거다. 단지 꿈속에 남자와 스페이드의 목소리가 닮아서 느낀 감정인지도 모르겠다. 무심코 아래를 보니 말하는 나무에게서 받은 열매가 내 발 근처에 어지럽게 떨어져 있었다.


"함부로 돌아다니지 마. 이 숲은 항상 조금씩 길이 틀어지기 때문에 한번 갔던 길을 되돌아가는 건 힘들어. 계속 길을 물으면서 가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야"


"아.. 그래서 길이 갑자기..그런데 제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나 말고 또 누가 있겠어?"


어느새 체셔가 제 발 밑에서 붉은 열매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나는 허리를 숙여 체셔를 안아 올렸다. 이거 따려고 여기까지 온 거야? 체셔가 붉은 열매를 발톱에 꽂고 짤짤 흔들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어쩌다가 말하는 나무가 줬어. 체셔는 열매를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이내 발을 털어 열매를 버려 버렸다. 별로 안 먹는 게 좋을걸. 체셔가 내 품에서 빠져 나와 땅에 떨어진 열매를 콱콱 밟아 터트렸다. 체셔의 발이 붉은 과즙으로 물들었다. 스페이드가 다가와 그것을 가만히 내려 보았다.


"혹시 먹었어?"


그의 물음에 고개를 흔들었다. 체셔가 열매를 다 밟아 없앨 때 즘 스페이드는 자신을 따라오라고 했다. 나는 체셔를 다시 안아 들고 뒤를 쫓았다. 어디로 가는 걸까? 왠지 붉은 왕궁으로 가는 건 아닌 듯 싶었다. 스페이드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걷다가 어디선가 멈추었다. 스페이드가 하는 행동을 살짝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았다. 작은 노란 열매가 열린 나무 앞에 서서 손을 뻗어 그것을 두어 개 따다 내게 내밀었다. 먹으라는 것 같아 열매를 손으로 넘겨받았다. 체셔는 어느새 모습을 감추었다. 작은 열매를 입에 넣고 씹자, 시큼한 첫맛에 눈이 감겼다. 하지만 뒤에 단맛이 입안에 착 감겼다.


"맛있다.."


"앞으로 배가 고프면 나한테 말을 해 혼자 돌아다니지 말고"


열매를 오물오물 씹으며 스페이드가 주는 열매를 더 받았다. 붉은 열매를 보고 아마도 내가 배가 고파서 열매를 따러 나왔는지 아나보다. 실은 그게 아니긴 하지만 그냥 그렇다 치고 노란 열매를 열심히 삼켰다. 먹다보니 첫맛의 신맛도 익숙해졌다. 계속해서 스페이드가 열매를 따다 줘 어느새 한 손에는 열매가 가득 찼다.


"스페이드도 먹어요."


"..됐어"


"그럼 내가 먹어야지!"


한 손에 수북이 쌓아 올려진 열매가 야금야금 사라져갔다. 보나마나 체셔일 것이 분명하다. 역시나 체셔의 동그란 머리만이 내 손 근처에서 나타나 열매를 양 볼에 가득 넣고 씹고 있었다. 노란 과즙이 체셔의 입가며 손에 잔뜩 묻었다. 그 와중에 스페이드가 짜증난 얼굴을 하고 체셔를 바라보았다. 또 싸우는 건 아니겠지..? 걱정스러웠지만 다행히도 스페이드는 노려 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스페이드 다시 열매를 따려 손을 뻗었다. 이번에는 까지 발을 들고 나도 같이 열매를 땄다.


"이 나무는 말을 하지 않네요?"


"모든 나무가 말을 하는 건 아니야"  


"그 붉은 열매는 먹는 게 아니었어요? 나무가 가져가도 된다고 해서 먹어도 되는 건 줄 알았어요. 아, 근데 장신구라고 했었던 것 같다.."


"나무가 뭐라고 했어?"


"딱히 별 이야기는 없었고 스페이드가 굉장히 유명하다고 말해 줬어요."


"뭐?"


"하루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저랑 다닌다고 소문이 자자하데요"


"실없는 소리"


스페이드는 자기네들끼리 떠드는 그저 실없는 소리라고 했다. 아닌데, 나무가 하는 말 맞는 것 같은데.. 현명하고, 똑똑하고, 강하고.. 열매를 한 손에 한 아름 따고 까치발을 내렸다. 나무에게서 손을 때는 스페이드를 향해 돌아섰다. 잘생겼잖아?


"맞는 것 같은데.."


"뭐라고?"


"아니, 이거 드시라고요"


"안 먹,"


"힘들게 땄는데.."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하고 들고 있자 스페이드가 결국 별 수 없다는 듯 내 손에 올려진 열매 하나를 집어 먹었다. 나는 그 틈에 스페이드의 한 손을 잡아다가 열매를 반 덜어 주었다. 따다 보니 너무 많이 땄다는 소리를 하고 잔디에 앉아 남은 열매를 오물오물 먹었다. 스페이드는 내가 준 열매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내 옆에 앉았다.


"금방 다시 갈 거야"


나는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보니 앞에 작은 강이 흐르고 있었다. 이런저런 일도 있고, 상황도 썩 그리 좋은 건 아니지만 이 공간과 풍경에서 조금 마음의 편안함을 느꼈다. 입 안에 열매를 혀로 데굴데굴 굴리다가 어금니로 톡, 하고 터트렸다. 시큼하고 달콤한 즙이 다시 한 번 입안에서 번졌다. 스페이드는 내가 준 열매를 그저 손에만 담고 있었다.


"만약 제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게 되면 이곳에 다시 올 방법은 없겠죠?"


"여기에 되돌아 올 필요가 왜 있지?"


"이렇게 도와주시는데 제대로 감사도 못 드리고 갈 테고 그리고 이렇게 만났는데 다시는 못 보는 것도 좀 그렇고.."


"네 말대로 우리는 만난 지 고작 하루 밖에 안 지났어."


"하지만 그 시간에 전 벌써 스페이드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짧은 시간에 느낄 수 있는 정도 많아요."


"그래, 나도 그간 너한테 느끼는 게 많긴 하지"


"뭔데요?"


"덤벙거리고 잘 속고, 아무나 믿고, 남한테 의지도 잘하고 살짝 푼수기도 있는 것 같아. 앞에서 자꾸 알짱거리고"


"그, 그 정도인가..? 저 때문에 많이 불편..하셨겠네요"


"근데, 그래서 그런지 좀 그런 게 있어. 뒤돌아서면.. 다시 뒤돌아보게 만드는 그게 있어. 넌."


스페이드가 강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손으로 굴리고 있던 열매를 살며시 내리막길에 굴렸다. 노란 열매들이 내리막길을 타고 구슬처럼 굴러갔다. 그대로 흐르는 강물에 빠져 물위를 동동 떠 유유히 흘러갔다. 그가 내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꿈은 깨면 뒤를 돌아봐도 아무 것도 없잖아?"


"..."


"꿈은 꿈에서 그쳐야 미련이 없어"

 

스페이드는 돌아가서도 자신을 잊고 지내라는 말 같았다. 그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일어나, 가자. 내게 손을 내밀며 일어나는 것을 도와주었다. 손에 아직 남은 열매를 그와 같이 굴려버리고 내민 손을 잡고 일어났다. 내리막길을 내려 갈 때도 스페이드가 손을 잡고 내려와 주었다. 흙으로 길이 나있는 땅에 와서야 그가 손을 놓으려 했지만 나는 무의식중에 손을 놓지 못하게 쥐어 잡았다. 내 행동에 스스로도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손은 놓지 않았다. 스페이드도 어쩐지 잡은 손에서 힘을 풀지 않았다. 흙바닥에 작게 난 체셔의 발자국을 나침반 삼아 다시 길을 걸었다. 

 


숲으로 들어서면서 부터 옅게 끼었던 안개가 걸으면 걸을수록 숲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어 졌다. 발자국만으로는 무리가 있다고 체셔도 판단했는지 어느새 모습을 드러내 앞장 서 걸었다. 한 층 더 음산해진 숲에 한 눈을 판 사이 걸음이 뒤쳐지자 이제는 말없이 스페이드가 제 손을 잡고 끌었다. 그런데 기분 탓인가 안개가 조금 탁하고 매캐하게 느껴졌다. 목이 따가워 두어 번 큼큼 거렸다. 눈까지 따가워 이제는 기분 탓이 아닌 것을 깨달았다. 눈을 비비는 사이 무언가 앞에서 바람이 일어 보았더니 체셔가 허공에 누워 통통한 꼬리를 흔들어 안개를 걷어주었다. 피식 웃으며 체셔에게 고맙다고 했다.


"난 여기까지. 앞으로 몇 발만 더 가면 그..뭉게뭉게가 나올 테니 알아서가"


"뭉게뭉게? 체셔 어디가?"


체셔는 대답을 해주지 않고 줄무늬, 귀, 꼬리, 몸, 얼굴 순으로 사라졌다. 표정도 뭔가 못마땅 한 것이 그 뭉게뭉게 라는 것을 싫어하는 걸까? 체셔의 말대로 그대로 앞으로 걸어가니 무언가 나왔다. 숲 한 가운데 떡하니 있는 것을 진득이 감상했다. 이게 뭉게뭉게..라는 건가? 그다지 뭉게뭉게 같지 않아 보이는데? 나는 내 앞에 있는 끝이 보이지 않는 나무기둥에 넋을 잃었다.


"앞에 뭐가 보여?"


"네? 아..엄청 큰 나무기둥이요 완전 높아요. 저게 뭐에요?"


말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그가 내 등을 탁, 하고 치는 바람에 놀라 몸을 떨었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눈을 댕그랗게 뜨고 스페이드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앞을 보라는 듯 고개를 까닥였다. 나는 그대로 뻣뻣하게 앞으로 돌렸다. 그런데 거기서 또 놀라고 말았다. 분명히 앞에 아주 큰 나무기둥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주 낮은 나무 밑동이 있었다. 그리고 그 넓은 나무 밑동위에 누군가 여유롭게 누워있었다. 그 사람은 우리 쪽을 향해 돌아누웠다. 콧대가 높은 남자는 담뱃대가 긴 장담배를 뻑뻑 피고 있었다. 한 번 깊게 빨더니 후, 하고 연기를 뱉었다. 그 연기는 바로 내 얼굴에 쏟아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콜록데는 사이 스페이드가 연기를 없애 주었다.


"연기 너무 많이 마시지마. 아까처럼 헛것 보이니까"


연기에는 환영을 보여주는 힘이 있는지 많이 마시면 안 된다고 하였다. 아까 큰 나무기둥도 그 동안 계속 맡았던 연기 탓으로 스페이드 말대로 헛것을 본 모양이다. 밑동에 누워있는 남자의 주위에 뿌연 연
기가 자욱했다. 남자가 나른하게 누워 내 쪽을 쳐다보았다.


"넌 누구니?"


"전.."


"오, 그 아이구나? 옆에 검은 완장의 사내와 같이 다닌다던 그 맹랑한 아이."


담배를 입에서 살며시 때며 시선을 스페이드 쪽으로 옮겨갔다. 눈빛이 날카로워 조금 무서운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다.


"번견이 따르는 주인을 바꿨나봐?"


"애초부터 따르는 주인 따위 없었어."


'..이것 또한 놀라운 사실이군."


남자는 고개를 들어 올려 입에서 연기를 허공에 올려 보냈다. 연기가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하늘로 올라갔다. 고개를 내리면서 다시 시선이 내게로 돌아왔다. 나는 그 눈을 피하지도 못하고 벌벌 떨면서 쳐
다보았다.


"실은 원래부터 주인이 여기거나? ..넌 누구니?"


"저는 유영재인데요.."


"유영재가 누구지? 별명 같은 것만으로는 누구인지 알 수 없어. 나는 네 존재를 묻고 있는 거야"


"저도 제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어요. 당장 어저께의 기억도 나지 않아요."


"그렇담 이건 너의 본래 모습이 아니라는 거니?"


"잘 모르겠어요."


"이제 보니 너, 좀 희미하구나? 연기처럼 희미해"


"제가요?"


"불안정하다는 거야"


나를 유심히 보더니 입에 담고 있던 담배를 빼고는 남자는 혀를 찼다. 힘들 길을 선택했어. 남자를 그렇게 말하며 눈동자를 나에게서 스페이드 쪽으로 옮겼다. 둘이 한 참을 말없이 바라만 보았다. 그러다
남자가 담뱃재를 터는 것으로 시선이 끊어졌다.


"붉은 왕궁으로 가는 거지?"


"어떻게 아셨어요?"


"너희가 이렇게 돌아다니는 것을 모르는 앤 없을 거야. 붉은 왕궁으로는 보내줄게"


"정말요?"


"대신, 너는 간과하고 있는 것을 알아 해"


"간과하고 있는..거요?"


"이렇게 존재가 미희한 것을 나는 도와주긴 싫어. 어떡할 거야?"


"..네 알려주세요."


"잠깐만"


스페이드가 갑자기 내 팔을 잡고 말렸다. 나는 이유를 묻는 듯 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어쩐지 그의 표정이 심각해 보였다. 그러다 콧대 높은 남자가 이러는 우리가 답답했는지 담뱃대로 나무기둥을
빠르게 두세 번 내리쳤다.


"아니야, 아니야. 이 아인 이미 결정을 내렸어. 그리고 어차피 알아야 하잖아? 이제 와서 피할 셈이야?" 


스페이드가 눈동자를 굴리다가 이내 천천히 내 팔을 잡은 손을 내렸다. 그것을 알게 되면 모든 것을 알게 될 거야. 남자가 숨을 길게 내빼며 내게 연기를 뱉었다. 매캐한 연기는 폐를 따갑게 만들었다. 연신 콜록거리다가 머리에 두통을 느꼈다. 머리를 흔들어 정신을 차려보려 해도 자꾸만 몸이 휘청거렸다. 결국 멀어져가는 의식을 부여잡지 못하고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꿈의 연장 이었다. 남자가 들어왔던 현관문이 열리자 그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제자리에 앉은 체 그 모습을 바라만 보았다. 문을 통해서 들어온 사람은 내가 어머니라고 불렀던 여성 인 것 같았다. 나는 아픈 발목을 불편하게 움직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는 자신의 등 뒤로 나를 감췄다. 어머니는 화가 났는지 큰소리를 냈다. 등 뒤에서 남자의 옷자락을 부여잡았다. 그때부터 두 사람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어머니도 남자도 서로 큰 소리를 냈다. 다가오는 어머니를 피해 남자가 뒤로 물러서다가 나에게 완전히 몸을 돌렸다.


위로 올라가 있어.


싫어 안 돼..


꿈속에 나는 고개를 저었지만 남자가 나를 부축하고 계단으로 올려 보냈다.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갈수록 다리가 아파서 인지 마음 때문인지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계단을 반 쯤 올라섰다가 빠르게 걸어올라 오는 어머니에 걸음을 멈추었다. 내게 손을 뻗으려는 어머니를 저지하고 먼저 올라가라고 남자는 내게 말했다.    

 
방에 들어가 있어 금방 올라갈게 알았지?


남자는 자신의 손대신 난간을 내 손에 쥐어주었다. 망설이다가도 그의 말대로 주춤주춤 계단을 올라갔다. 하지만 자꾸 돌아가는 고개는 어쩔 수 가 없었다. 어머니와 남자가 한 층 더 크게 언성을 높였다. 두 사람은 뭣 때문에 싸우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큰 소리에서 단어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제 그만 하세요


비켜, 내 아이인데 네가 뭔데 자꾸 이래라 저래라 인거니?


당신 아이라면 적어도 손찌검은 하지 마세요.


누가 손찌검을 했다는 거니?


이러는 거 당신 말고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알아요.  


 
손찌검이라니.. 그렇다면 불편한 다리 또한 어머니가 그런 것 일까.. 두 사람의 싸우는 모습에 굳어 있던 나는 갑자기 계단을 내려왔다. 아마도 두 사람을 말리고 싶었는지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어머니의 눈이 무섭게 내 쪽으로 향했다. 나는 작게 움츠러들었다. 한심하구나. 넌 어쩜 그리 못났니? 네가 그러니까 남이 이렇게 집까지 들어와서 관섭하는 거고 밖에서 이상한 소문이 나는 거란다. 어머니의 말에 나는 고개가 수그러들었다. 나는 어머니 앞에서 한 없이 작아져만 갔다. 돌아가신 네 아버지는 이렇지 않았단다. 그렁그렁 매달린 눈물이 결국 추락했다. 너는 말을 들을 때까지 혼을 나야 돼 너를 위해서란다. 아가야. 어머니의 말이 나를 옥죄었다. 어머니는 남자를 밀치고 내 손목을 잡고 끌었다. 난간을 잡고 버텨보려 했지만 아픈 다리로는 버틸 수가 없어 자꾸만 몸이 앞으로 끌려갔다. 계단 끝에서 아슬아슬하게 매달려있자 남자가 어머니의 손을 잡아 땠다. 잡힌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 남자의 등 뒤에서 나를 끌어내리기 위해 막무가내로 밀어 올라왔다. 좁은 계단에서 움직임이 위태로웠다. 남자는 끝까지 나를 데려가지 못하게 막았다. 어머니는 다시 한 번 큰소리를 내며 남자의 어깨를 쥐고 옆으로 밀었다. 그런데 밀린 남자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몸이 앞으로 쓰러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어머니도 나도 말을 잃고 서 있었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움직이는 것은 나였다. 사시나무처럼 바들바들 떨며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다가 이내 울음을 터트리고 급하게 계단을 내려갔다. 하지만 다친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발을 헛디뎌 계단을 한 번 구르고 말았다. 하지만 정신없이 바로 상체만 일으켜 쓰러져있는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마치 잠든 것 것처럼 눈을 감고 있는 얼굴이 보였다. 꿈속에 나도, 보고 있는 나도 얼이 빠졌다. 남자가 머리를 대고 있는 데서부터 계단에 붉은 피가 흥건하게 흘러 내렸다. 남자를 흔들어 보았지만 미동이 없었다. 그때 어머니가 계단에서 내려왔다. 그러더니 쓰러진 남자의 양팔에 손을 끼워 넣고 어디로 가로 질질 끌고 갔다. 나는 엉금엉금 기어 어머니를 붙잡았다.


"어머니 어디로 데려가시는 거예요? 제발 데려가지 말아주세요"


이거 놔라 애야.


"어머니 제발..!"


나의 절규에도 내 손을 뿌리치고 남자를 계속 끌고 갔다. 바닥에 내팽겨진 체 오열했다. 어머니 데리고 가지 말아주세요..어머니..어머니..


"대현아.."

 

-


꿈에서 깨어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멍하게 허공을 바라보다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는 듯 하다가 체셔가 보였다. 스페이드는? 체셔가 조용히 얼굴을 돌려 어느 한 곳을 바라보았다. 시선을 따라가니 저만치 멀리 등을 돌리고 서있는 그가 보였다. 일어서서 그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섰을 때 그가 내 쪽을 등을 돌렸다. 그의 얼굴을 보고 숨을 들이켰다.


"꿈을 꿨는데"


"..."


"그 꿈에서 본게 내 기억이 맞는다면.. 그 꿈에서 본 얼굴이 진짜라면.."


뒤늦게 선명히 다가오는 꿈의 기억에 말을 잇지 못하고 몸을 떨면서 울음을 터트렸다. 한 발자국 앞으로 걸어가 옷자락을 쥐어 잡고 스페이드의 어깨에 기대 꿈속에서처럼 서럽게 울었다. 가만히 서있던 그가 내 등에 손을 올렸다. 


"아직 아니야. 이제 얼마 안 남았어..돌아가자. 돌아가야지?"

 

 


그가 빠른 걸음으로 내 손을 잡고 붉은 왕궁으로 걸어갔다. 꽉 잡은 손도 급하게 걷는 걸음도 맘에 들지 않았다. 나는 돌아가기 싫어.. 하지만 그는 내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오직 길을 걸었다. 그렇게 스페이드에게 억지로 끌려 붉은 왕궁 앞까지 와버렸다. 문지기에게 고하자 거대한 문이 양쪽으로 활짝 열리었다. 저 너머로부터 붉은 꽃잎이 흩날려 왔다. 또 다시 그의 손에 이끌려 걸음을 옮겼다. 고개를 돌려 본 스페이드의 표정은 평소랑 다름없었다. 아니, 오히려 굳어 보인다고 해야 할까.. 붉은 정원 사이를 걷다가 맞은편에서 오는 무리에 걸음을 멈추었다. 붉은 제복의 군을 이끌고 화려한 붉은 드레스에 긴 금발을 한쪽으로 넘긴 여왕이 다가왔다. 스페이드는 고개를 숙여 경례를 했다. 여왕은 붉은 입술을 단정히 닫은 체 무표정으로 그 인사를 받아냈다.


"검은 여왕에게서 전갈은 받았습니다. 부탁이 있다고 하셨지요?"


"그렇습니다."


"당신이 여기까지 걸음을 한걸 보면 그만큼 절실하다는 거겠죠"


붉은 여왕과 스페이드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붉은 여왕이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드레스 자락을 정리하고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하지만 저는 그 부탁을 들어줄 수 없습니다."


"차원의 힘이 없기 때문입니까?"


"글쎄요"


스페이드는 여왕의 애매한 답을 듣고서 한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소문일 뿐 여왕은 차원이 넘는 힘이 없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순간 스페이드가 칼을 꺼내 여왕에게 겨누었다. 그러자 군대들이 동시에 칼을 빼들어 이쪽을 겨누었다. 그 모습에 놀라며 여왕과 스페이드를 번갈아 보는 사이 그가 자신의 등 뒤로 나를 숨기고 그들과 대치하며 천천히 몸을 돌려 뒤로 걸어갔다. 그러다가 흙바닥이 아닌 푹신한 잔디를 밟게 되었다. 잔디 위에서도 몇 걸음 뒷걸음치 쳤다.


"여기가 당신의 자국이라고 착각이라도 하나보군요? 여왕의 정원에 함부로 들어가다니 무례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미 차원의 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왔습니다. 그 장소 까지도"


"그래서 어쨌다는 거죠? 저는 당신의 부탁을 들어 주지 않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담 무력을 행사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 정신이 아니군요. 당신은 지금 한 언행과 행동만으로 이미 사형은 모면 할 수 없을 겁니다!"


"지금은 목숨보다 중요 한 것이 있습니다. 어떠한 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주군이시여."


스페이드는 여전히 대치를 이루면서 정원 안으로 들어갔다. 붉은 군대도 우리를 향해서 점점 다가왔다. 뒤를 향한 손이 더듬거리더니 내 손을 잡았다. 앞과 뒤를 번갈아 가며 눈으로 무언가 찾고 있었다. 뭐하는데? 스페이드를 붙잡고 말했다. 넌 원래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지. 그가 어이없는 대답을 했다. 난 안가. 내 말에 그가 빠르게 움직이던 고개를 내게 고정시켰다.


"그건.. 할 수 없는 일이야 가야 돼"


"안가, 안 간다고!"


"떼쓴다고 될 일이,"


순간 짧은 비명과 함께 스페이드의 몸이 옆으로 쓰러지면서 잔디 위를 굴렀다. 나한테 한 눈을 판 사이 붉은 군단이 스페이드를 친 것이다. 고통을 느끼면 쓰러져 있는 스페이드를 향해 칼을 들어 올리는 군단에 나는 한 달음에 뛰어가서 그의 몸을 덮었다. 바들바들 떨면서도 떨어나가지 않도록 팔을 꽉 부여잡았다. 그러자 머리위에 손이 얹는 것이 느껴지더니 그것을 꽉 부여잡고 스페이드가 몸을 들썩였다. 나는 그저 두 눈을 꾹 감고 기다렸다. 고개 들면 안 돼. 그가 말했다. 그리고 안긴 몸이 몇 번 움직이더니 거친 숨을 몰아쉬는 것이 들썩이는 가슴으로 느껴졌다. 이제 고개 들어봐. 내 팔을 토닥이며 말했다. 나는 그의 가슴에서 어깨를 몇 번 들썩이고 일어났다. 어느새 내 얼굴은 눈물범벅이 되었다. 스페이드는 두 눈을 가만히 감은 채 입술을 달싹였다.


"고개 들었어?"


"응.."


"눈물..닦고 앞에 봐봐 장미 핀 곳 보여?"


눈물을 지우고 앞을 보았다. 몇 번 두리번거리다 멀리 보이는 붉은 장미 밭이 보였다.


"거기로 곧장 달려가 알았지?"


"너는? 너 안가면 나도 안가"


"넌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지"


"돌아가면 뭐해? 거긴 네가 없잖아!"


"..."


"왜 처음부터 말 안 해줬어? 너무 늦게 알았잖아..바보 같이 너무 늦게 알았어"


"빨리 가.."


"안 갈 거야 그때처럼..떨어지기 싫어"


감은 눈을 살며시 뜨자 맺혀 던 눈물이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 내렸다. 이럴까봐 말 안 했던 건데.. 그가 자리에서 힘겹게 상체를 일으켰다.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 한 손으로 뺨을 감쌌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울 지마라며 울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해주었다. 


"절대 안 가.. 다신 안 떨어질 거야"


"..이제 정말 시간이 없어"


칼집을 땅에 박고 힘에 부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가지마라고 손을 잡았지만 고개를 저으며 내 손에서 자꾸만 빠져 나가려고 했다. 금방 따라 갈게 먼저 장미 밭으로 가 있어. 결국 내 손을 놓아버리고 붉은 군단과 여왕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따라 나서려고 했지만 갑자기 모습을 나타난 체셔에 일어나려고 들썩이던 몸을 멈추었다.


"체셔, 어떻게 안 될까?"


"무엇을?"


"나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 스페이드와 함께 있고 싶어"


"그건 할 수 없는 일이야. 너는 그와 이미 헤어졌고, 여기에서의 시간은 다 됐어."


"나는 체셔랑도 헤어지기 싫어.."


체셔는 가만히 앉아 있다가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내 무릎을 타고 올라오는 작은 몸을 품에 안았다.


"꿈에서의 시간이 이렇게 빠른지 몰랐지.. 하지만 그를 위한다면 어서 장미 밭으로 가. 그의 노력을 수포로 돌리지는 마"

 

 

 

결국 체셔와 함께 장미덤불이 무성한 밭이 있는 곳까지 왔다. 붉은 꽃잎들 사이 한 가운데 주저앉아 그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체셔는 내 옆에 엎드려 누워 곁을 지켜주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모습이 보이지 않자 계속 초조해져갔다. 자리에서 일어서 주변을 왔다 갔다 거리다가 다시 주저앉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체셔가 엎드렸던 몸을 일으키고 정면을 주시했다. 그러자 앞에서 기다리던 사람의 인영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왔을 때 깨끗했던 흰 제복이 붉게 물든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 앞에 한 쪽을 무릎을 꿇고 앉았다. 다쳤어? 스페이드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누구 핀데? 그는 대답이 없었다. 한 손에 들고 있던 칼을 들었다. 또 누구 것인지 모를 피가 흥건히 묻은 칼을 장미 밭에 수직으로 꽂아 내렸다. 칼에 묻은 피가 밭으로 전부 스며들어갔다. 피가 스며든 땅이 조금씩 떨려 오는 것을 느꼈다. 곧 돌아갈 거라는 말에 나는 또 다시 눈물을 흘렸다.


"이제 꿈에서 깨어나야지 너, 너무 오래 잤어."


북받쳐 오르는 울음에 어린애처럼 숨까지 헐떡거렸다. 


"너 혼자 그렇게 보내고 온 게 마음에 걸려서 내가 여기로 널 부른 건 가봐.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하는 앤데.. 그 사람하고 둘이 남겨두는 것도 마음에 걸리고"

"넌 착하고 정도 많고 똑똑하니까 누구한테든 사랑받을 거야. 물론 그 사람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가서 또 바보같이 당하지고 말고 싫은 건 분명하게 말해"

"아무나 믿지 말고 여기서도 느꼈겠지만 너도 혼자서 잘 할 수 있어 어디서 가서 위축되지 말고 그리고.."

 

"안 가..안 가, 나 안 갈래"

 

"울지 말고 우는 건 여기서 마지막으로 하자 거기서는 내가 달래 줄 수가 없으니까"

 

말을 마치고 나를 한 품에 끌어안았다. 나는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계속 가지 않겠다고 말을 되풀이 했다. 땅의 진동이 더 극심해졌다. 그러다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몸을 잡고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가시가 없는 장미 넝쿨이 몸과 팔을 감고 끌어당기고 있었다. 강제적으로 그의 몸과 떨어져 장미덤불로 끌려 들어갔다. 마지막까지 잡고 있었던 손 또한 끊어졌다.   


"끝까지 곁에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아냐, 싫어! 너랑 같이 있을래 이거 풀어줘, 풀어줘 대현아.."


"..꿈에서 깨면 내가 한 말 잊지 말고 마지막으로.."


덤불속으로 완전히 들어가 이제는 모습도 잘 보이지 않았다. 끌려 들어가지 않으려 잔디를 붙잡았지만 힘없이 뜯어질 뿐이었다.

 

[사랑해 영재야]

 

 

-


정신을 차려보니 방 안의 침대에 누워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나무도 풀도 꽃도 아무 것도 없었다. 결국 돌아버렸다는 것에 절망했다.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벌컥열고 나갔다. 긴 복도를 걷다가 이내 달리기 시작했다. 대현아, 대현아.. 현관문을 열자 눈 따가운 햇볕이 내리쬈다. 잠에 들기 전 사람들이 모여 있던 그 곳으로 돌아갔다. 아직 그곳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검은 옷을 입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아래에는 작은 무덤이 있었다. 꿈에서부터 마르지 않는 눈물이 다시 흘렀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을에서 장례라면 분명히 있을 터. 그리고 어느 한 곳에서 시선이 멈추었다. 어머니가 검은 옷을 입고 멀찍이 서계셨다.


"어린데 안 됐어.."


"그러게 말이야"


사람들이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된 일이래?"


"사고인 모양이야 절벽 아래서 발견 됐데"


"세상에, 그렇담 자살 아니야?"


"글쎄.."

 

내가 모르는 사이 대현이의 죽음이 이런 식으로 알려 있었던 건가? 아닌데, 내가 봤는데 대현이가 어떻게 이렇게 됐는지 내가 봤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말을 해야 되는데..고개를 돌려 홀로 서 계시는 어머니를 보았다. 어머니.. 언제나 불러도 아련하고 그리운 사람..그런 어머니의 죄를 내가 말 할 수 있을까.. 그때 옆에서 소곤거리던 사람 중 한 아주머니가 내게 다가왔다. 얼굴을 보니 대현이와 함께 자주 뵈었던 아주머니였다. 아주머니는 슬픈 표정을 지으셨다.


"얼마나 마음이 아프니.."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요"


"..내가 가끔 음식 같은 걸 주면 대현이가 항상 먼저 너에게 제 것을 나눠 주던 것이 생각나는구나. 부인..께서는 많이 편찮으시니까 대신해서 널 챙겨주던 아이였는데 이렇게 돼 버렸구나. 힘들면 언제든 아줌마에게 오렴"


걱정어린 말과 함께 내 손을 잡고 어루만져 주셨다. 내가 말 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거야.. 나는 아주머니의 손을 좀 더 부여잡았다.


"아주머니 대현이 절벽 아래서 발견 됐어요?


"그렇다고 들었단다."


"..아니에요"


"응?"


"대현이 절벽에서 죽은 거 아니에요"


"무슨 소리니 영재야?"


"저희 어머니가 대현이 계단에서 밀었어요 제가.. 봤어요"


조금 큰소리를 말하자 아주머니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듣고 시선이 내게 쏟아졌다. 혼란스러워 하시는 아주머니의 손을 놓고 사람들 사이로 멀리 서 있는 어머니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어머니는 쓰고 계셨던 검은 면사포를 걷어 올리셨다.. 항상 봐왔던 아름답고 고운 나의 어머니의 얼굴 이었다. 고운 얼굴에 미소를 품고 한 없이 다정한 어미의 정으로 안아 줄때가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의 모습때문에 어머니의 치마폭을 빠져 나오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고 중요한 사실을 외면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나를 싫어 하셨고 나를 더 이상 사랑으로 보듬어 주시지 않았다. 그리고 대현이 일까지.. 이제는 더 이상 어린애처럼 모른 척 도망칠 수는 없었다.


"어머니..대현이를 그렇게 보내놓고 죽음까지 거짓으로 알려 진체 보내는 건 차마 그냥 보고 있기가 힘들었어요."


"..."


"어머니는 저를 이제 사랑하지 않으시지만 저는 언제나 어머니를 존경하고 사랑했었고 지금도 사랑해요"   


"아가야"


"불효막심한 저를 부디 용서해주세요 어머니께 좀 더 떳떳한 아들이 되어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고맙구나.."


어머니는 장갑을 빼고 젖은 내 뺨을 어루만져주셨다. 손에서의 그리웠던 온기가 느껴졌다.

 


 


그 후로 어째서 인지 나는 꿈을 더 이상 꾸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하면 혹여나 꿈에서 만나게 될까 자기 전까지도 대현이 생각만 하다 잠들어 버려도 눈이 뜨면 어느새 아침이었다. 적어도 그곳에서 잘 있다고 확인이라도 시켜줘야지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 내가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데.. 야속하고 속상해. 땅과 한 몸이 된 대현이를 내려다보며 투덜거렸다.


"나 이제 혼자서도 뭐든 잘해.. 아주머니께서 가끔 집에 오셔서 도와주시기도 하지만 웬만한 건 혼자서 해. 그리고 어머니는..나와 너한테 한 실수를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으셨는지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려 가셨어. 근데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아 나름 잘 살고 있어. 네가 없어서 힘든 건 아닌데 보고 싶은 건 어쩔 수가 없어..이렇게 말해도 너 꿈에 안 나올 거지?"


다 알아. 심통을 부리고 그 자리에서 몸을 홱 돌렸다. 성큼성큼 두어 발 앞으로 걸어가는 것도 잠시 그래도 행여 나한테 서운해 할까봐 마음이 약해져 다시 대현이에게 돌아갔다. 내일 또 올게.. 넌지시 말해주고 나서야 편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

 

 

볕 좋은 잔디위를 사뿐히 걷는 작은 발이 이내 어느 한 곳에서 자리를 잡고 멈추었다. 꼬리를 살랑거리며 잔디위에 편하게 눈을 감고 누워있는 사내를 흥미롭게 내려다보았다. 사내는 그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는지 살그머니 눈을 떴다.


"생각보다 잘 지내고 있지 않아?"


"..."


"서운하지? 내심 자기가 없으면 아무 것도 못 할 줄 알았는데"


"..네가 그런 말로 구슬려 봤자 꿈으로 안 부를 거라고"


"널 많이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네가 보고 싶어 하는 건 아니고?"


복실한 얼굴에 피었던 미소가 순간 경지 되었다. 굳은 체 사내를 쳐다보다가 정신없이 사내 주위를 의미 없이 맴돌았다. 사내는 어느 정도 지켜보다가 상체를 일으켜 제 앞에 지나갈 때 목덜미를 집어 들었다. 사내의 손에 잡혀 매달린 체 몸을 동글히 말았다. 너도 보고 싶잖아? 살짝 틱틱거리는 말투로 말하고 몸부림치면서 사내의 손에서 빠져나갔다. 둥그런 엉덩이를 방실방실 흔들며 사라져 갔다. 사내는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파릇한 잔디, 따뜻한 나무, 바람 없이 잔잔한 숲. 그 아이를 닮은 세상을 품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안 보고 싶겠어?"

 

 

 

fin.

 

 

 

 

>부연설명 보실 분들만..ㅋㅋ큐ㅠㅠㅠ

 

감춰둘 내용을 여기에 입력하세요.

긴 글이다 보니 여러번 수정을 하고 올리게 되네요 ㅎㅎ

음, 일단 내용을 좀 파 보자면..

어머니 라는 사람은 남편이 죽고 그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모두 영재로 돌아가 그것이 학대로 돌아가죠

한창 사랑받고 뭔가 배워야 할 시기에 어머니 손을 타지 못한  영재는 꾀 어리숙하고 커서도 어린애의 모습을 보입니다.

 

이상한 나라에서도 영재가 자꾸 누구한테 의지하고 소심한 모습이 자주 보이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현실에서. 즉 꿈에서 영재는 더 어리숙함니다.

하지만 이상한 나라에서는 현실에서 기억이 없기 때문에 좀 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면이 있습니다.

아..설명하는데도 필력이 후달림ㅋㅋㅋㅋㅋ

 

   째든ㅋㅋ그런 영재한테 유일한 버팀목이고 손발이 되주던 대현이가 죽고 나서 영재는 반송장이 된 상태로 지내게 되죠

이 글의 맨 첫 단락 첫 시작 부분이 그때의 영재의 정신상태를 보여주는 단락입니다

정신이 없죠 무기력하고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조차도 자각이 없고.

 

혼자 남게된 이런 영재가 걱정이된 대현이가 자신의 세계로 데려와 

이상한 나라의 여러 인물들과 만나면서 영재에게 뭔가 할 수있다는 자신감을 부여해 주고

하지못한 말들을 전하게 되죠

 

 

이상한 나라의 인물들은 모두 하나같이 달콤한 말들로 영재를 유혹합니다.

체셔는 나중에 도움을 주긴 하지만 영재와 시계토끼를 만나게 한 주된 원인제공을 한 인물이죠ㅎ

현실에서 한 없이 다정하던 대현이가 이상한 나라에서는 차갑게 대 하는 이유는

이들과 차이를 두기 위한 대현이의 행동입니다.  

동시에 순진한 영재가 나중에 행여나 아무나 믿고

해를 당할까 그러지 말라는 암묵적인 충고이기도 하죠 중간중간에 계속 대현이가 말로 해주기도 합니다

 

어머니는 이미 자신이 통제 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아픈 인물입니다.

대현이의 일이 있고 나서야 자신의 심각성을 알게 되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고 그래도 자신에게 진심어린 말을 해준 영재에게 고맙다고 합니다.

이것은 영재를 향한 마지막 애정입니다.

위태로웠던 어머니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맙니다.

뒤늦은 속죄이죠.

 

 

아, 음...마무리를 어케 해야 할지..ㅠㅠㅋㅋㅋㅋㅋㅋㅋ

죽어서도 영재 걱정,생각뿐인 대현이의 애정? 사랑? 에 박수를...응?ㅠㅠ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판타지를 그냥 써보고 싶었어요 ㅠㅠㅠㅠㅋㅋㅋㅋㅋ

 

 

감사힙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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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그동안 바빠서 미루고미루다지금봤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역시 대현이였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영재걱정되서 자기세계로데려왔다는게왜이리슬프죠ㅠㅠㅠㅠㅠㅠ오늘도잘보고갑니다ㅠㅠㅠㅠ
9년 전
비회원4.167
오ㅓ 진짜 대박인거같아요.. 눈물도 나고...★ 슬프고 ㅜㅠㅠ 짠한데 정신없이 읽게되는 뭔가가 있네요.. 정말 잘보고 갑니다.. 진짜 대박이에요
9년 전
비회원152.100
와 진짜 짱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정말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2
헐 왜 이제서야 봤을까요ㅠㅠㅠ진짜 최고ㅠㅠㅠㅠㅠ잘 읽고갑니다ㅠㅠ
9년 전
독자3
아아아아 금손님.....!이런 명작을 지금 봤네오ㅠㅠㅠㅠㅠ대현이 너무 아련해요ㅜㅜㅜㅠ처음만났을때부터 얼마나 슬펐을까.....이런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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