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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전정국] 뒷골목 41 | 인스티즈

뒷골목 41

 

 

대단하신 전정국 씨께서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런 주제에 자리를 뜨는 나더러 몸조심하라는 쓰잘데기 없는 인사를 던졌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놈 때문에 화가 났던 터라 신경 끄란 말을 해주곤 나와버렸다. 지금 자기 코가 석잔데 누굴 걱정해. 전정국에게서 들을 수 없다면 김태형한테 들으면 그만이다.

 

그대로 조사실을 나왔다. 맞은 편에서 양복을 차려입은 남자가 일정한 걸음으로 지나갔다. 김 검사와 비슷한 느낌이라는 생각이 든 찰나였다.

 

 

“예. 회장님.”

 

핸드폰을 든 남자의 입에서 나온 소리가 걸음을 멈추게 했다. 멈춰선 채로 눈동자를 굴려 옆의 사람을 천천히 흘겨보았다. 전화할 때조차 고개를 살짝 숙이며 예의를 차리고 있다. 회장님은 그가 모시는 사람이다. 옷매무새는 깔끔했다. 잘 다림질된 옷엔 가슴팍에 미세한 주름이 있었다. 지갑이라기엔 두께가 얇다. 작은 사이즈의 수첩 정도. 비서? 비서가 직접 이런 곳에 와야할 상황에 처한 회장이라면. 한 사람밖에 없다.

 

정회장의 비서다.

 

 

   




























 

 

 





[방탄소년단/전정국] 뒷골목 41 | 인스티즈

뒷골목 41

 

 

머리에 까치집을 단 박지민이 트레이닝 바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는 차에서 내렸다. 슬리퍼까지 신은 게 잠을 자다 금방 나온 모습이었다. 주머니에서 뺀 박지민의 손에 차 키가 들려있었다. 차 키를 받아들었다.

 

 

“어제 뭐였어?”

“1팀에서 도와달래서 같이 현장 뛰었어요.”

“도와달란다고 도와줘?”

“어째요. 지금 누나랑 잠복 선 거 망해서 몸 사려야 하니.”

“아. 맞다.”

 

내 말에 박지민이 킥킥 웃었다. 태평해 보이는 웃음이다. 고맙다는 눈인사를 한 채로 차에 올라탔다. 뒷문에서 아까 본 비서가 나오길 기다릴 작정이었다.

 

 

“누구 기다려요?”

“정회장한테 갈 거야.”

“예?”

 

박지민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뭘 놀래. 가서 잠이나 더 자.”

“여기에 정회장있어요?”

“여기 정회장같은 사람이 오면 벌써 대서특필이었지.”

“그건 또 그러네요.”

“저 큰길로 가면 택시 많이 잡혀.”

“가요. 가.”

 

박지민이 슬리퍼를 질질 끌며 시야에서 멀어져갔다. 잠시 후 비서가 나왔다. 비서가 탄 차의 뒤를 밟았다. 이 모든 일의 장본인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 싫었다.

 

 

고급진 차량은 고급 주택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는 동네에 이르렀다. 그 중에서도 가장 화려하고 커다란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이 정회장의 자택인 듯 보였다. 인근에 차량을 주차시키려니 주차된 차가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차를 돌려 이곳과 좀 멀어진 곳에 주차하고 차에서 내렸다. 여기까지 온 이상 저 집 문턱을 밟기라도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십여 분 정도 걸었을까. 아까 봤던 저택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까이서 보니 대문 한 번 겁나게 크다. 그래봤자 대문짝일 뿐인데 굳게 닫힌 게 날 압도하는 것 같다. 여기가 정채희의 집이기도 했다 이건데. 발걸음을 한 번 떼는 게 힘들었다. 가서 무슨 얘길 해? 이렇게 하면 뭐가 달라지는데? 패기롭게 와서는 겁부터 먹고 있으니. 원래 내가 이런 성격이었던가. 온갖 잡생각이 다 든다. 높다란 담장도 한 번 쳐다볼 때였다.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본능적으로 몸을 숨겼다. 대문에서 나온 사람의 걸음걸이가 낯익었다. 대문이 닫히고 방금 나온 남자를 다시 살폈다. 과장이었다. 성민영을 추행했던 저번 과장 대신 왔던 놈. 정회장 따까리같더니 역시였다. 민중의 지팡이니 뭐니 하던 경찰은 이제 허울 뿐이다. 아니, 이젠 허울조차 남지 않았지.

 

 

딩-동.

 

무슨 용기가 갑작스럽게 생겨서는 초인종을 눌렀다. 이주아 형사라고 답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문이 열렸다. 내가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방탄소년단/전정국] 뒷골목 41 | 인스티즈
뒷골목 41

   

 

주제에 날 손님 취급해주고 있었다. 값비싸 보이는 찻잔에 향이 좋은 차를 따라 주더니 인자하게 웃는다. 사람 좋은 웃음이다. 거 참. 차를 입에 댔다. 내 싸구려 입맛과는 거리가 멀다. 맛없다. 원래 부자들은 이렇게 맛 없는 걸 웃으면서 마시나. 밥맛 떨어지게.

이어지는 정적을 틈 타 집을 살짝 둘러보았다. 눈으로 슬쩍 훑어보기가 불가능하게 넓었다. 저 방들 중에서 실제 사용중인 방이 얼마나 될까.

 

 

“제가 올 걸 알고 계셨죠.”

 

찻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이 집구석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알 건 알고 가야지. 상석에 앉은 정회장이 내게 눈을 맞췄다. 인자한 눈빛이다. 살아생전에 절대 내 부친에게선 볼 수 없을.

 

 

“이주아 형사님이라고 했나요. 채희 장례 치를 때 봤었던 것 같은데.”

“네.”

“나를 이렇게 직접 만나러 오고. 나한테 관심이 많은가 봅니다?”

“관심이 좀 있죠. 김 검사한테 제 얘기 못 들으셨나요.”

“아 아직도 남준이랑 함께 일하시나요? 남준이한테 손 떼라 했는데.”

“회장님이 시키신 일에선 손 뗐습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사람 피말려 죽이는 재주가 있다. 빙빙 돌려 말하는 게 정말 짜증난다. 긴장감에 손이 땀이 났다. 썩을.

 

 

“이제 우리를 위해서 일하는 겁니다. 회장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재밌네.”

 

정회장이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재밌다니. 일부러 한 소리가 아니라 정말로 여유 있는 자에게서 나오는 말이었다. 정회장에게 우리의 발악은 그저 재미에 불과했다.

 

 

“정국이는 풀려날 겁니다. 아까 봤던 비서가 손을 써놨거든.”

 

정회장은 위험한 사람이다. 내가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고 내가 원하는 바를 나보다 잘 알고 있다. 정회장의 방금 전 말 한마디에 안도하게 되는 내가 싫다.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났다. 문쪽을 쳐다보려는데 정회장이 말을 이어나갔다.

 

“정국이와는 관계를 이어나갈 생각인가요?”

 

정회장이 날 또렷하게 쳐다보았다. 참 쓸데없는 질문을 한다. 방금 들어온 사람이 누구길래 날 묶어두려는 건지.

 

 

“형사가 깡패랑 어떻게 잘 지내나요. 저는 제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인생이라 찐한 멜로드라마 찍을 시간도 감정도 없습니다.”

“정국이도 같은 마음인가요?”

“그걸 굳이 알고 있어야 하나요?”

“그런데 여길 왔다...”

“.....”

“듣던대로 재밌는 분이시네요.”

 

망할. 기분 한 번 더럽다. 정회장에게 말려들어서는 수확 하나 없다. 자식을 두 번이나 잃은 사람치고는 안색도 평안하다.

 

 

“제가 다음 약속이 있어 일어나야겠네요.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정회장은 여유로운 미소로 내게 악수를 건네기까지 했다.

 

 

“저기요.”

 

내 말에 정회장이 눈썹을 느리게 움직였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거 할 말은 해야겠다.

 

 

“내가 그 깡패랑 어떤 사인지 어차피 다 아시고도 남으실 테니 굳이 안 숨기죠. 내가 어떤 바닥에서 뒹구고 자랐는지도 잘 아실테니 예의도 개나 줘버리겠습니다.”

“......”

“건들지 마. 없는 사람들이라도 계속 건들면 빡치는 수가 있어. 내가 지금은 모르는 것 투성이라 가만히 있지만 이 모든 원인이 당신이라는 것쯤은 알아.”

“...마음에 드네요. 내가 사람 하나는 잘 봅니다. 형사 양반.”

 

정회장이 빌어먹을 미소를 띄우고 나를 바라보았다.

 

 

“열심히 해봐요. 이쯤 되면 알고는 있겠죠? 이주아 양이 나타나고 내 계획이 다 틀어졌지만 내가 살려두고 있단 걸.”

“......”

“아직까지는요.”

 

손바닥에 땀이 흥건하다.

 

 

“오늘 재미있었습니다.”

 

경찰서에서 봤던 비서가 내게로 다가왔다.

 

 

“가시는 곳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협막의 마무리는 과분한 친절이었다.

 

 

“아니오. 혼자 갈게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리에 힘을 주고 걸었다. 아까 봤던 방문 중 하나가 살짝 열려있다. 방문이 있는 위치로 보아 제일 큰 방이다. 현관에 들어서자 비서가 신발장에서 내 신발을 꺼내준다. 신발장 바로 앞에 아까는 없던 화려한 신발 하나가 보인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 이런 듣도보도 못한 디자인의 신발을 신는 사람은.

 

김태형 뿐이다. 김태형이 이 집에 있다. 게다가 이 집엔 김태형의 방이 있다.

 

 

박지민에게 빌린 차에 올라타 곧바로 김태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걸자마자 김태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와. 집 앞이야.”

 

김태형의 개구진 웃음소리가 휴대폰 너머로 들렸다. 방금 신발장에서 본 신발을 신고 온 김태형이 차창을 두드렸다. 창문을 내렸다.

 

“타.”

 

 

김태형이 조수석에 올라탔다. 뭐가 좋은지 계속 실실 웃는다.

 

 

“너라면 알 줄 알았어. 내가 일부러 신발도 거기다가 벗어놨지.”

“너 그 집구석에서 살아?”

“다 알면서 물어보는 건 뭐야? 예의 상?”

 

기가 찼다. 김태형이 날 향해 몸을 틀더니 인상을 찡그린다. 등받이 앞에서 무언갈 꺼냈다. 내 담배였다. 담뱃갑이 그의 몸을 찌른 모양이다. 꽤 아픈 지 인상이 풀리질 않는다.

 

“모서리에 찔렸어.”

 

아픈 표정을 짓는다. 마치 주인에게 쓰다듬어 달라고 갈구하는 개같다. 몸집은 크니까 대형견 정도. 김태형에게서 담배를 뺏았다. 지금 놀아줄 시간이 없단다.

 

 

“설마 너도 정회장인가 뭔가 아들이야?”

 

그렇지 않고서야 왜 저기 살아. 근데 성이 다르다. 정채훈, 정채희는 엄마는 달라도 성은 같다. 김태형은?

 

 

“좀 복잡해. 저어쪽이 워낙에 콩가루라. 가루도 아냐 그냥 아주 갈리고 갈렸지.”

 

이제 돌려서 말하는 거에 진절머리가 난다. 김태형을 쏘아보았다. 얼른 말하라는 의미였다. 내 눈빛에 김태형이 말끝을 늘리며 같지도 않은 애교스런 말투를 구사한다.

 

“아니, 그니까아~”

“제대로 안 말해? 짜증나.”

“나도 잘 몰라.”

“뭐?”

“왜 저 사람이 날 데리고 사는지 나도 잘 몰라.”

“너랑 무슨 관계인데.”

 

김태형은 생각을 정리중인 듯 보였다. 얼마나 꼬인 관계면 말하기 전에 정리까지 필요한가.

 

 

“그니깐 우리 엄마가 저 사람이랑 연애를 했는데. 내가 태어난 거야.”

“그럼 네가 정회장 아들이란 거잖아. 대체 여자가 얼마나 많은 거야 저 노인네.”

“아니. 아들은 아냐. 우리 엄마랑 저 사람 사이에서 나온 아들이 정채훈이고.”

“그럼 넌?”

“우리 엄마가 결혼한 사람이랑 낳은 사람이 나랑 우리 누나.”

“누나...?”

“헐.”

 

 

김태형은 못할 말이라도 한 듯 입을 막았다. 정리하자면 김태형의 어머니가 정회장과 낳은 아들이 정채훈이고. 김태형은 김태형의 어머니가 결혼하시고 낳은 아들... 족보가 꼬여도 제대로 꼬였네 여기. 그리고 누나 얘기를 한 순간 김태형은 온몸으로 자기가 수상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누나 분은 뭔데?”

“알아서 좋을 게...”

“김태형.”

 

아. 김태형. 김태형.

 

 

“시발.”

 

내 얼굴을 살피더니 김태형이 곧바로 차를 나가려했다. 그의 옷 목부분을 꽉 잡아 끌었다. 알았다. 이제.

 

전에 봤었지.

 

 

“김태영. 그 사람이 네 누나구나?”

 

김태형의 표정이 일순간 굳었다가 다시 돌아왔다. 이대로 김태형이 도망갈 것만 같아 그의 팔을 꽉 잡았다. 김태영이란 이름을 처음봤을 때가 그때였지. 정채훈의 사고 기록을 보러갔던 날. 그냥 스쳐지나가는 이름인 줄 알았다. 지금 김태형의 표정과 행동은 그의 누나가 김태영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었다. 그리고 기억을 조금 더 더듬었다. 병실에서 봤던 사진.

 

 

“그때 그 사진에 있던 사람이 너희 누나야? 정호석이랑 너랑 너희 누나. 이렇게 셋?”

“......”

“정채훈이 죽은 사고는 뭔데?”

 

 

묻는 내 목소리에 떨림이 섞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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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주년 삼일절과 돌아온 뒷골목입니다... 마지막 태형이와의 대화 장면은 27편과 함께보시면 관련 내용이 나와요.

독자님들 항상 말씀드리지만 진짜 감사드리고 고맙습니다!! 늘 예쁜 말씀 해주셔서 감사해요.(오늘 노잼이라도 존잼이라고 해주셔야 합니다ㅋㅋㅋ)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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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와자까님 독방에 홍보하고 선댓달아요 ㄸㅓㄹ리는마음으로봐야지ㅜㅠ
5년 전
독자2
우앟ㄱ!!!!!!!!!!! 진짜 오랜만이에요ㅠㅠㅠㅠ

내용이 어렵지만 이게 나중에 떡밥이 될거라고 생각해요ㅠㅠ 언제나 이 글은 제 인생작👍🏻 핵잼ㅎㅎ
🇰🇷!!

5년 전
독자3
헉 작가님 ㅠㅠㅠㅠㅠㅠㅠㅠ 작가님 신알신 울린거 보고
바로 달려왔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태형이 누나랑 정채훈사고까지 담편이 궁금합니다 ㅠㅠㅠ
오늘도 잘 읽고 가욧

5년 전
독자4
작가님 ㅠㅠㅠㅠ기다렸어요ㅡㅜㅜㅜㅜ노잼이라뇨 짱잼 최고잼입니다...작가님 글은 진짜 술술 읽히고 등장인물들도 다 개성있고ㅜㅜㅜㅜㅜ 흑 오랜만에 뵈니까 더 반갑네요ㅜㅠㅜ 바쁜 현생 속에서도 이렇게 연재해 주셔서 감시ㅡ합니다 저 다른 편들도 다시 보고 올게요ㅠㅜㅜㅜ 진짜 진짜로 진짜진짜로 잘 읽고 갑니다ㅜㅜㅜㅜㅜㅜㅜㅠ
5년 전
독자5
작가님 난나우우에요ㅠㅠㅠ너무 뵙고 싶었어요 잘 보고 갑니다❤️❤️
5년 전
독자6
오늘도 진짜 거짓말 안치고 이었습니다 ㅎㅎ
떡밥찾으러 또 읽으면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행복한 현생,, 바랍니다,,,!!^_^

5년 전
독자7
와ㅠㅠㅠㅠㅠ 1년만에 ,, 정주행 다시 해야겠어요 작가니 엉엉
5년 전
비회원206.62
오늘도 대박이네요 정국이 보구싶슴다ㅜㅠㅠㅜㅜㅜ 잘읽고가요!
5년 전
비회원128.177
베네딕션입니다 작가님 ㅜㅜㅠ 가슴이 아려요 언제나 주아를 생각하면.... 잘읽었습니다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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