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어디 하소연 할 데가 없어서 여기에 주절주절 써본다.
나는 올해 22살 여자사람이야, 그럭저럭 수도권 대학에 입학한 지 벌써 햇수로 3년.
지방에서 올라와서 자취를 시작 한 지도 벌써 3년이 다 되어 가네.
우리 집은 지방에서도 상당히 가난한 집에 속했다.
농사일을 하시는 부모님이셔서, 수입이 일정치도 않았고, 한 계절 벌어 네 식구가 1년을 먹고 사는 그런 집이야.
깡촌에서 학교생활을 할 때에는 전혀 알지 못했다. 내가 흙수저니 하는 거.
그런데 점점 나이가 찰 수록 알게 되는 사실들이 많아지더라.
집에서 모아 놓은 돈이 1억도 채 안 된다는 걸 최근에야 알게 되었고, 집값도 한 7-8천만원..? 정말 농촌에 시골 집이라서.
부모님한테 한달 용돈으로 30만원씩 받고 있는데
관리비를 포함한 월세, 45만원을 작년까지만 해도 집에서 대 주셨는데 올해는 좀 사정이 힘들어 지셨다고.
월세 45만원, 한달 폰 요금 8만원, 이것 저것 아끼고 아껴도 한달에 53만원에 +알파가 되니까 한달에 월 90만원은 족히 나가더라고.
30만원으로는 택도 없어서 공강, 주말 주에 3-4일씩 알바를 해서 근근히 버티고 있었어.
그래도 나름 뿌듯했고, 내 주변에 한달 용돈 30만원, 알바해서 추가 생활, 이런 친구들만 있었어서, 나는 지금까지도 별로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 3월, 편입했다는 한 동갑내기 여자애랑 친해지게 되었어.
귀티나는 예쁜 얼굴에, 늘씬한 키에, 당당한 표정과 말투. 얼마 되지 않아서 걔는 학과 내에 되게 발을 넓히게 되었고,
그냥 평범 평범의 극을 달리던 내가 얘덕분에 평소에 호감 있었던 타과 선배랑 같이 하는 술자리도 끼게 되고 해서 너무 좋았다.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어, 얘는 되게 여유가 있는 애라는걸.
자기 자신 잘 꾸미고 다니기도 하고, 예뻐서 쳐다만 봤던 신발, 옷, 화장품들까지 얘는 다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러던 지난 주말이었어.
알바 끝나고 피곤에 지친 밤 9시, 집에서 멍하게 화장도 안 지우고 누워있는데 걔한테서 전화가 왔어.
자기 지금 어디 있는데, 나오라고.
너무 피곤하다고 말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선배랑 그 무리랑 같이 있다는 말에 벌떡 일어나지더라.
부랴부랴 화장 고치고, 옷 갈아입고 나갔다.
북적이는 가게 안에, 걔랑 선배들이 있었어.
인사 하고 앉아서 술을 마시는데, 내가 좋아하는 선배가 걔 옆자리에 앉아서 둘이 조곤조곤 말하고 있더라.
되게 불안한 기분이 밀려오는데, 둘이 말하는 내용을 듣는데, 대리 불러서 집앞에 차 세워두고 조금 걸어서 너네집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그 말 듣고 벙쪘다. 그 선배는 서울 토박이 출신인데다가, 서울에서도 부자 동네로 유명한 곳에 사는 사람이기도 했고, 둘이 무슨 사이인가 해서.
얘가 지방에서 올라와서 학교 근처에 방을 얻었겠거니 했는데, 물어보니까
"아니 학교 근처 너무 시끄럽기도 하고 내 취향의 인테리어로 꾸며진 방이 없어서, 조금 조용한 동네로 갔어!"
하는데,
술자리 무르익고, 얘 잠깐씩 자리 비운 사이에 들리는 말들이.
지방에서 정치쪽으로도 연결되어 있고, 아버지는 사업하시고 어머니는 교수님이시라고.
게다가 외동딸.
나중에 얘한테 들어보니 한달 용돈 120만원씩 2번 나눠서 들어오고, 그 선배 바로 옆동네에 월세 100만원은 따로 집에서 내준다고.
부모님이 아르바이트 한다고 시간 쓰는거 싫어하시기도 하고, 얘가 배우고 싶어하는건 다 배워봐라 주의신데다가.
올 겨울 아빠가 보너스로 1000만원 주기로 했는데, 그 돈 보태서 차를 살 지, 유럽 여행을 갈 지 고민이라고.
내가 좋아하는 선배도 아버지가 사업하시고 어머니도 전문직이신데다가, 되게 집안 상황이 비슷한 사람이었는데.
그래 그때 알았어야 했는데.
얘 그 선배랑 사귄지 한달 됐다고 하더라.
둘이 취미도 똑같고, 자라온 환경도 비슷하고, 현재 상황도 비슷해서.
진짜 너무 황당하고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가서 표정 굳어있으니 주변에서 몰랐냐고 막 웃으면서.
"쟤네 저번주에 얼굴책에 여행 다녀온거 사진 올렸었는데."
내가 얼굴책 잘 안해서, 그제야 확인해보니까
둘이 바닷가에서 찍은 사진, 호텔 바에서 찍은 사진, 둘다 바이올린 가지고 있어서 바이올린 들고 찍은 사진.
차 안에서 찍은 사진.
너무 행복한 표정으로.
진짜 그 순간에 웃음도 안 나오는거 억지로 웃으면서 축하한다고 하고 집에 와서 펑펑 울었다.
오늘이 딱 4일짼데 , 진짜 손에 아무것도 안 잡히던게 그나마 조금은 나아진다.
얼굴책은 폰에서 지워버렸는데, 같은 과라서 자꾸 마주치는 둘이 너무 너무 질투나고, 내 스스로 자괴감 들고 한다.
나도 같은 학교에, 같은 과에, 나름 공부 열심히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배경이 좀만 더 좋았어도 하는 생각.
부모님께 항상 너무 감사하고 죄송하지만,
이번주는 너무 힘들다. 너무.
정말 진짜 왜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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