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생각하면 손에 막 땀나고 너무 무서워 학교 끝나고 집 가는 버스타러 가려면 꼭 지나쳐야 하는 길이 있는데 거기서 살인사건이 일어났었어 범인도 못 잡았고 그것이 알고 싶다에도 나왔었거든 나 그거 보다가 내 귀가 길이고 여성을 폭행하고 끌고간 차량 목격자 찾는다고 뭐 걸어 놓은 거 보고 너무 무서웠는데 맨날 집 가는 길인데 뭔 일 나겠어 하고 안일해있었음 그 날은 야자 마치고 같이 집가는 친구들은 아파서 조퇴하고 해서 혼자 가는 날이였어 열시 십분이였나? 그 쯤이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거기가 진짜 외져 차밖에 안다니고 가로등도 드문드문 켜져 있어가지고 좀 어두운데 길에 김치포대? 같은게 있는거야 근데 들고가다가 터졌는지 희미한 불빛으로 포대 바깥으로 뭐 나와있는게 보이더라 별로 신경 안쓰고 지나치려고 했어. 근데 무의식 중에 포대 지나치면서 시선 거기로 뒀는데 김치가 아니였어 포대는 좀 컸고 볼록한데 바깥으로 나와 있는게 고양이 발들 토막이였고 김치 국물인줄 알았던건... 응... 근데 너무 놀라서 소리지를 뻔했는데 뭔가 느낌 쎄한거 있잖아 여기서 소리 지르면 왠지 나도 저렇게 될 것 같은. 일부러 보란듯이 저렇게 널어놓은 것 같은. 그래서 절대 쳐다보지도 않은척 비명 꾹 눌러 삼키고 그 어두운 길 미친듯이 달려나갔어 좀 밝은 곳으로 나오니까 그제서야 눈물 막 터져나오더라 거기서 버스 기다려서 타고 오기가 도저히 용기가 안 나서 아빠한테 전화하고 차타고 집 오고 다음 날부터 야자 끊고 다섯시에 칼같이 귀가해 졸업 한지 좀 됐는데 아직도 그게 눈에 선해서 밤에는 절대 못 돌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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