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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5년 전 (2019/8/22) 게시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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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 Misch - I Wish (NPR Music Tiny Desk Concert Live)





[드림] 사쿠사랑 안 맞아서 싸우다가 헤어지고 서로 다시 찾게 되는 거 보고싶다 <7> | 인스티즈



1편: https://www.instiz.net/name?no=29944900

2편: https://www.instiz.net/name?no=29957669

3편: https://www.instiz.net/name?no=29962712

4편: https://www.instiz.net/name?no=30077932

5편: https://www.instiz.net/name?no=30083911

6편: https://www.instiz.net/name?no=30155953




 그렇게 둘은 다시 둘이 함께하던 시절의 그 자리로 돌아옴. 

 그 날 서로 다시 시작해보자고 이야기를 나눈 후 어색하게 닝을 먼저 버스 태워보내며 배웅하던 사쿠사. 버스에 타서 퉁퉁 부운 눈이 남에게 보이면 어쩌지 걱정하면서도 은근슬쩍 올라가는 입꼬리와 아직도 찔끔찔끔 나오는 눈물콧물을 어쩌지 못하는 닝. 사쿠사 역시 이 오묘한...그답지 않게 솔직하게 말해보자면 좋은 기분을 어떻게 할 수가 없음. 자신이 탈 버스를 기다리며 닝이 떠나간 사람 없는 버스 정류장 기둥에 머리를 살짝 기대고 눈을 감아버리는 사쿠사. 빠른 속도로 두근거리는 자신의 심장. 속으로 뱉는 말은 욕이지만 분명 기쁨에 내뱉어버린 욕이었을 것임.

 집에 돌아와서 잘 들어갔냐고 문자해볼까 핸드폰을 한참을 만지작거리다가 썼다 지웠다가 썼다 지웠다가를 반복하다가 결국 눈 딱 감고 먼저 '들어갔어?' 한 마디 보내는 사쿠사. 마찬가지로 먼저 뭔가 연락해볼까 고민하면서 사쿠사랑 헤어진 이후 더 꼭 껴안고 자던 베개를 껴안고 침대에 누워서 마찬가지로 문자를 썼다 지웠다가 하던 닝은 깜짝 놀람. 채팅창 들어가 있었는데 갑자기 날라오는 라인에 당황하는 닝과 바로 사라지는 1에 더 당황하는 사쿠사...ㅋㅋㅋㅋ
 
 그렇게 쭈뼛쭈뼛 시작한 라인에서 잘 들어갔다고 대답하는 닝. 얼굴을 직접 마주하지 않으니 더 말이 잘 나오는 걸까, 닝은 오히려 사쿠사에게서 먼저 라인이 날아든 것에서 되려 자신이 용기를 얻어 고마워, 정말 미안해...다시 얘기해버림. 또 말 안해도 괜찮아, 닝에게 답장해주는 사쿠사. 닝 그 말에 쪼끔 찔려서 아 뭐라고 답장보내지 고민하던 중, 사쿠사 쪽이 먼저 더 말을 붙임. 이미 충분히 알고 있어.

 사쿠사가 그렇게 말해오니까 겨우 다 진정했더니 또 막 눈물이 나올 것 같은 닝. 결국 참지 못하고 또 질질 울어버림. 원래 이 베개 커버는 그를 그리워하던, 자신을 자책하던 눈물에 젖기 일쑤였는데, 지금은 행복을 담은, 이 행복감에 몸둘 바를 모르고 있는 눈물에 젖고 있음. 그런 사쿠사에게 울면서 또 닝이 보내버리는 말. 고마워. 미안해... .


 둘은 그 날 이후 간간히 연락하다가-근데 쉽사리 애정표현같은...낯간지러운 말들은 못 꺼내고 그냥 흔한 일상 얘기나 밥 먹었어? 옷 잘 입고 다녀...비 온다 우산 챙겨 등등...-재결합 한 지 약 일주일만에 처음 얼굴 보고 만나기로 함.

 그래서 처음, 재결합 이후로 처음 데이트 하는데 둘 다 말이나 행동이 서로 잘 안 나옴. 완전 다시, 수학으로 따지면 더하기 빼기 곱하기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뭔가 어색어색함. 사쿠사랑 닝 둘 다 서로 싫어하는 행동 안 하려고 눈치 보다가 별 얘기 못 하고  그냥 먹을 거나 조용히 먹다가 영화나 보고 사쿠사가 닝 집에 데려다 주고 그렇게 그냥 끝남. 몇 번 손 슬쩍 잡아보려다가 실패하고, 팔짱 껴보려고 망설이다가 실패하고, 맛있는 거 먹여주려고도 해보다가 실패하고...제대로 된 스킨쉽은 해보지도 못함.


 첫 데이트 후에 다시 심란해진 닝. 아니 물론 얼굴 보니까 다 좋았음. 여전히 잘생겼고, 여전히 분위기 있었고, 여전히 같이 있으면 너무 좋은데 데이트날 원래같지 않게 어딘가 더더 조심스럽고 멀어진 듯한 사쿠사 행동에 얘는 나를 받아주기는 했지만...내가 싫은 걸까...막상 다시 만나보니 아닌걸까...걱정이 됨. 물론 재결합한 연인이 어떻게 처음부터 예전에 했던 이런짓 저런짓을 다하겠느냐마는...닝은 어딘가 혼자 초조해지기 시작함. 어딘가 씁쓸해지기 시작함. 불안한 생각과 장면들이 다시 머릿속을 스쳐지나가기도 함. 그래도 고개를 와일드하게 저으며 털고 일어나보기로 함. 아냐, 이제 시작인 걸. 더 이상 술 약속도 망나니처럼 나가지 않고 남사친이랑 연락도 진짜 많이 끊음. 혹시라도 나가는 날에는 남자 있다없다 말해주고-물론 최대한 남자 없는 모임에만 나가려고 노력함- 언제까지는 들어오겠다고 말함.

 사쿠사도 데이트 후에 조금 혼란해짐. 아니, 닝에 대한 마음이 혼란해졌다기 보다는, 어떻게 다시 시작해나가는 게 좋은 건지를 모르겠음. 자기가 보기에 별로인 행동들에 대한 지적질 자제하고 닝이 좋아하는 거 더 많이 들어보고 하려했지만 첫 데이트에서 별로 그럴 여유가 없었음. 하지만 닝은 좋았음. 닝이랑 다시 있는 게, 그 익숙한 샴푸 냄새나 이런 게 너무 좋았는데, 근데 닝도 어딘가 자신을 어색해하는 그 모습이 자기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음. 안 그래도 본인 딴에는 신중하다는 사쿠사 진짜 신중해서 거의 관찰하는 급으로 닝을 신경 쓰려고 하는데-사쿠사 잘 아는 코모리같은 애들이 보면 경악할 거임 야 얘가 저렇게 남한테 섬세한 애였나...??하고-그게 쉽지가 않음. 그런 노력이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으니까 사쿠사 역시 닝과 같이 불안한 기분도 들기 시작함. 하지만 인내심을 가져보기로 함. 시작한지 얼마 안 됐으니까. 노력하면 바뀔 수 있다고,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배구도 그렇듯이, 그렇게 믿었음. 그렇게 사쿠사를 믿게 만든 닝도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사쿠사는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그 첫 데이트 이후로 둘은 한 두 번 정도 더 만나서 저녁 먹음. 시간이 서로 그렇게 엄청 잘 맞지는 않아서...저녁 먹고 그 뒤에 달달한 거 먹고 엄청 늦지는 않은 시간에 헤어짐. 한 번은 막차 이후까지도 같이 있어봤는데 역시 다른 날과 별로 다를 게 없었음. 물론 이야기도 처음 데이트 보단야 편하게 했지만 아직은 그 조심스러움을 감출 수 없는 그런...어딘가 아직 거리감이 느껴지는 그런... .

 자꾸 그런 식으로 만나니까, 분명히 각자 마음속으로 다짐했는데도 계속 어딘가 불안해지는 두 사람. 물론 시간이 걸린다는 걸 알지만 서로 초조해지는 두 사람. 나쁘게 말하자면 데이트 한 번 다녀온 거일 뿐인데 왜 이렇게 지치는 건지 모르겠음. 이러면 안 되는데, 데이트 한 번 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 되면 안 되는데...나는 쟤와 멀어질 생각이 없는데 왜...처음 사귈 때는 잘 맞았는데 왜 다시 보니까 왜이렇게 어색한지 진짜 사람 일은 알다가도 모르겠음. 
 
 그래서 그걸 어떻게든, 정말 어떻게든 극복해보려고 닝하고 사쿠사 자기들 딴에 나름대로 뭔가 해본답시고 다음에는 진짜 하루 통째로 시간 비워서 뭔가 해보겠다고 열심히 머리를 굴려서 가고싶은 데 여기여기 정하고 그 근방으로 놀러가자고 돌려 말함. 

 그렇게 잡힌 다음 데이트. 당빠 주말임. 근데 둘은 도쿄에 삶. 그리고 현생때문에 어디 멀리 가지를 못함. 거기에 날짜는 언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갔는지 벌써 올해의 달력이 12월 단 한 장 남음. 어라, 곧 연말이네. 즉 무슨 소리다? 어디를 가던 사람이 많다 이 말임.

 인간 많은 걸 겁나게 싫어하는 사쿠사 키요오미의 여자친구인 닝 씨 여기서 약간 X된 걸 직감함. 그런데 뭐 어쩌겠어. 만나고싶은데 되는 날은 저거밖에 안 되고, 뭔가를 하고 싶음. 아니, 해내야만 함. 어쨌든 두 사람은 열심히 짱구를 굴려봄. 첫눈 같은 걸 둘이 같이 맞아볼까 이런 고민도 안 해 본 건 아니었는데, 어느덧 날씨는 이미 11월 말에 첫눈이 내려버리고 오히려 자차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출근 전날 눈이 안 내리기를 바라는, 혹여는 눈이 산만큼 오게 되어서 출근을 안 해도 되면 좋겠다는 망상도 해보는 날씨가 되어버림. 겨울이네, 속으로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려보는 둘. 다시 약속한 서로의 존재가 아직은 어딘가 어색하지만, 그래도 둘이 함께할 수 있는 계절이었기에 정말 고마운 계절이었음.
 

 ***


 연말이라 그런가, 붙잡아보려 해도 상류의 물줄기같이 빠르게 흘러만 가는 시간에 어느덧 둘이 만나기로 한 주말이 다가옴. 일단 닝과 사쿠사는 도쿄역 앞에서 만나 마루노우치 근처에서 점심을 먹기로 함.

 사실 나름대로 둘이 같이 해보고싶은 걸 여러 개 생각해봤는데 정말 새롭게 둘이 같이 할만한 게 없음. 마루노우치도 원래 둘이 주말에 만나면 점심 먹기도 해봤던 데고, 저녁 먹고 야경보러 가기로 한 롯폰기도 예전에 기념일에 저녁 먹어봤던 데였음. 하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면 크리스마스가 멀지 않아 생각보다 일루미네이션이나 크리스마스 마켓같은 행사가 많이 열리고 있다는 것. 그런 걸 포함해서 딴에는 열심히 일정을 짜봤지만...글쎄, 그냥 평범한 데이트 코스가 되어버린 느낌이라 닝은 왠지 성에 차지 않음. 그래도 뭐 어쩌겠나. 그냥 본인이 더 노력해보기로 결심하고 집을 나섬.

 긴장 30%, 기대 50%, 불안 20% 정도의 기분인 닝. 날씨는 다행인 것인가, 최근 계속 추웠던 것과는 반대로 꽤 따뜻했음. 좀 두꺼운 코트에 목도리 정도만 둘러도 걸어다닐 수 있을 법한 날씨? 물론 해가 넘어가고 밤이 되면 사정이 좀 달라지겠지만, 알게 뭔가, 닝은 사쿠사를 만나는 오늘 하루만, 천운이 따른 날씨의 오늘만 얼죽코 회원-사실 얼어죽을 날씨가 아닌 시점에서 fail인가 싶기도 하지만-이 되어보기로 함. 제일 아끼는, 웬일로 사쿠사가 옷 예쁘다고 해줬던 적이 있었던 그 옷과 비슷한 스타일에 좀 더 이것저것 걸치고 빡세게 꾸미고 나가기로 함. 왠지 막 화장도 잘 된 것 같음. 음, 맘에 든다.


 약속 시간 10분 전에 미리 도착한 닝. 원래 닝은 약속 시간 딱 맞춰서 가거나 차라리 늦는(...) 타입이지만 다시 시작한 사쿠사에게 조금 더 그런 예의? 정성?을 보이고 싶어서 일찍 나옴. 사쿠사도 막 일찍 나와있고 그러는 편은 아니었어서 닝 그냥 편하게 사쿠사 연락 기다리면서 폰하고 있었음. 거의 약속 시간이 쪼끔 지났을까, 닝한테 '어디야?'라고 사쿠사로부터 문자가 옴. 닝이 '패밀리마트 옆에 서있어'고 조금 시린 손으로 문자를 보내려고 하던 찰나 자기 앞에서 조금 뛰어온 듯 헐떡이는 숨소리로 "닝." 하고 이름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림.

 핸드폰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들어 사쿠사를 본 닝은 인삿말을 건네려고 열었던 입을 하게 벌린 채 말문이 막힘. 미친 너무 잘생긴 거임. 누가 봐도 뽷!! 뙇!!!! 힘 주고 나온 검은 코트 걸친 평소에는 보기도 힘든 완전 댄디한 패션에 엄청 곱슬이라 평소에 머리 상태가 멍멍이판일 때가 많았는데 오늘 되게 세련되게 적당히 차분한 머리랑 왠지 얼굴도 막 생기 있고 유난히 이목구비도 뚜렷해보이고 막 그럼. 

 "...와, 대박."

 닝 이 말 입밖으로 소리 내서 함. 잘생긴 거 너무 알고있었지만 진짜 오늘따라 엄청 신경 쓴 티가 남. 그런 사쿠사에 닝 베시시 흘러나오는 웃음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음. 닝 막 사쿠사 팔을 손으로 툭툭 치면서 엄청 씨익 웃으면서 야, 완전 멋있어, 대박, 진짜 잘생겼어, 이 말을 몇 번을 하는지 자기도 모르겠음. 사쿠사 닝이 자꾸 그러니까 자기도 어이 없었는(?)지 한 번 바람 빠지게 웃고는 딴에는 또 부끄러운지 짧게 입술을 핥고는 닝이랑 눈을 못 마주치고 시선을 멀리 보내면서 슬금슬금 뒷걸음질 침.

 그러다가 닝이 사쿠사 팔 한 번 세게 잡아당겨서 둘이 갑작스럽게 가까워짐. 잡아당긴 닝 정작 이렇게 가깝게 붙을 생각 없었는데 갑자기 훅 붙어서 당황. 당연히 이끌려간 사쿠사는 더 당황. 하지만 짧고 느리게 한 번 두근, 울리는 심장. 가까이 다가갔을 때 코끝을 간질이는 두 사람의 우디한, 하나는 좀 더 플로럴한, 또 다른 하나는 약한 시트러스의 향기를 머금은 향수 냄새. 정말 오랜만에 닿은 두 사람. 잠시 눈을 멍하니 마주보다가, 혹자는 눈에 생기가 없냐며 뭐라 하던 그 깊은 눈동자를 쳐다보다가 갑자기 속에서부터 피어나는 몽글거리는 따뜻한 느낌에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한 번 더 올리는 닝. 그러면서 가자, 하고 사쿠사의 팔을 붙든 채 느릿하게 길가로 이끔. 그런 닝을 따라 조금은 머쓱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사쿠사였지만 어느새 정말 오랜만에, 심장 박동이 발소리보다 빨라져있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음.


 ***


 평범한 샐러드와 커피를 곁들인 샌드위치였던 점심. 맛은 그래도 정말 다행히도 닝이 제대로 된 구루메 집을 찾았는지 제 값을 한다고 생각이 듦. 점심 먹는 지역이 지역이다보니 돈이 좀 깨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지만, 두 사람 모두 오늘의 데이트에는 아낌 없이 투자할 의향이 넘쳤기에 후회 없이 먹고 나옴. 그리고 밥 먹으면서 이런 저런, 재결합 극초반부에는 하지 못했던 조금은 더 사적인 얘기를 해나가면서, 서로 외모에 힘을 잔뜩 주고 나온 그 모습에서부터, 그렇게 전에 여러 번 만났을 때는 닿기가 힘들었는데 아까 그렇게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던, 또 그게 그렇게 크게 어색하지 않았던 사실로부터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거임. 서로가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그렇게 서로 입 밖으로 차마 말을 꺼내지는 못하지만, 마음 속으로나마 그런 의지를 넌지시 확인하고 나니 조금씩 긴장이 풀려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둘. 어떻게 말로 하지도 않았는데 서로가 그런 의지를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있냐고? 그것은 사쿠사와 닝이 함께했었던 2년의 시간이 대답해줄 것임. 2년의 대화가, 2년의 숨소리가, 2년의 눈물이, 2년의 온기가 그 답을 대신해줄 것임. X같은 인간이랑 보냈다고 생각하며 욕까지 했었던 그 2년이 사실은 헛된 시간이 아니었음을.


 조금 늦은 점심을 먹고 인근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향해 가는 사쿠사와 닝. 둘이 사귀던 때 함께 맞은 크리스마스 시기에는 둘 다 스케줄이 안 맞아서 못 가봤던 도쿄 크리스마스 마켓을 올해는 솔크를 함께 보내게 될 친구들끼리라도 가고 말겠다고 다짐했었던 닝-지금은 그 친구들에게 대역죄인이 되어버렸지만. ...물론 그 행사를 같이 가자는 말이 크리스마스 전에 재결합한 남자친구의 입에서 먼저 나온 것은 진짜 정말 의외였음.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이 5쥐게 많을 예정이어서 절대 본인이 가고 싶을 장소는 아니었을 거임. 그래서 너가 싫으면 안 가도 된다고 하는데도 저번에 저녁 먹다가 슬쩍 얘기나온 걸 또 어떻게 기억했는지 가자고 자기가 고집하는 사쿠사. 닝 미안해서 고마워서 죽을 것만 같음.   

 그렇게 약간은 루즈해진 분위기에서 크리스마스 마켓까지 걸어가던 둘. 닝의 얼굴에는 예전에 사쿠사와 있었을 때처럼 미소가 끊이질 않고, 옆에서 나란히 걷고 있는 사쿠사의 얼굴에도 긴장이 풀어진 기색을 감출 수 없음-물론 사쿠사 모르는 사람이 보면 여전히 무서워서 피해다님. 하필 전날 눈이 제대로 온 게 오늘 날씨가 따뜻해서 오전에 녹아버린 눈이 얼어붙는 바람에 염화칼슘이 곳곳에 뿌려져 있지만 여전히 미끄러운 얼음판 길을 조심스럽게 걷는 둘. 조심스럽게, 천천히 걷고 있는만큼 서로에게 집중하고, 서로를 바라보고, 서로의 손을 언제 잡을 수 있을까, 알게 모르게 신경을 집중하고 있음. 

 닿을 듯, 말 듯, 한 쪽이 조금이라도 손을 다른 쪽으로 가까이 하면 손가락이 스칠 듯, 서로의 손등의 감촉이 느껴질 듯 말 듯한 거리에서 걷는 두 사람. 그리고 떨려서 죽을 것 같은 심장을 버티지 못하고 결심해버린 닝. 자기 남자친구의 손을 그냥 확 잡아버리려고 뒤로 손을 빼려던 순간 발을 잘못 디디는 바람에 휙 미끄러지면서 뒤로 확 나자빠져버림. 

 우웕ㄱ!!!!!!! 이상한 소리 내며 미끄러져버린 닝...뭐가 일어났는지 파악할 틈새도 없이 정신없이 뒤로 넘어가는데 넘어지질 않음. ...??? 아직도 넘어질까봐 놀란 심장이 두근두근 계속 뛰고 있는 와중에 좀 어정쩡한 자세로 서있었음. 상황 파악을 굳이 따로 할 필요도 없이 바로 뭐가 일어났는지 알게된 닝. 자기를 받쳐주고 있는 넓은 가슴팍. 넘어져가는 반대편 어깨를 감싸안은 다부진 팔.자신의 팔을 끌어안은 커다랗고 예쁜 손. 그리고 그런 자기 얼굴을 자기만큼 당황한 채 내려다보고 있는 키요오미. 

 "괜찮아?"

 당황한, 약간은 허탈한 웃음소리 섞인 목소리로 물어보는 사쿠사. ...????? ....아.

 "어어...난 괜찮아."

 이 웃긴 자세로 이렇게 길거리 한복판에서 넘어질 뻔한 걸 얘가 붙잡아준덕분에 서서 남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얘한테 이렇게 안겨있는 것도 좀 뻘쭘해져서 애써 무마하듯이 다시 사쿠사의 도움을 받아 일어나는 닝.  ..........아, 쪽.팔려...!!!

 굳이굳이 안 물어봐도 닝이 X팔리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사쿠사. 사실 자기도 주변 사람들이 얘가 넘어질 뻔하면서 갑자기 다 쳐다보는 바람에 쪽.팔렸던 기분을 숨길 수가 없음. 그래도 결국 닝이 안 넘어졌으니 다행인가. 사쿠사 답지않게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는 어색하게 서있는 닝을 내려다보다가 한숨 크게 한 번 내쉬더니

 "...넘어지지나 마."

 하면서 자연스럽게 닝 손을 잡아온 채 다시 느긋하게 걸어가기 시작함.

 .......?? 이 놈 봐라...? 완전 선수잖아? 이렇게 자연스럽게 손을 잡는다고...? 그렇게 속으로는 자기는 손을 잡을까말까 한참을 고민했던 게 약간 억울해져서 은근 불평(?)아닌 불평을 하면서도 그렇게 걸어가는 사쿠사의 옆얼굴을 빤히 쳐다보고는 같이 걷기 시작하는 닝. 그런 사쿠사의 얼굴에 조금 전보다 붉게 홍조가 올라온 게 오로지 공기가 차가워서 그런 것때문이라고 혼자 착각하면서. 그리고 자기 심장이 아직도 빠르게 뛰는 건 아직도 놀란 게 진정이 안 된 것이라고 착각하면서.


 그렇게 손잡고 아슬아슬한 걸어가게된 둘. 서로를 붙들고 걸어가니 아까보다는 조금 덜 위험한 것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음. 그런데 그러고 걸어간 지 몇 걸음 채 떼지 않아 닝이 갑자기 사쿠사의 손을 잡지 않은 다른 쪽 손으로 자기 입을 가리더니 풋, 하고 어깨를 움츠리며 웃음. ? 뭐야, 얘. 

 "뭐야, 왜 또 웃어."

 오늘은 좀 힘 빡 주고 나오길래 좀 멀쩡한 줄 알았더니 갑자기 지 혼자 웃는 닝을 보고 이상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는 사쿠사. 그래도 닝 지 혼자 몇 번 더 웃더니 이내는 얼굴에 미소만을 띄우면서 입을 엶.

 "몰라! 그냥. ...왜, 난 웃으면 안 돼?"

 그렇게 말하면서 사쿠사 얼굴을 조금은 빤히 쳐다보는 닝. 그런 닝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빤히 마주 바라보는 사쿠사. 잠시동안 가던 길에서 멈춰선 둘. 잠시, 아주 잠시였지만, 찰나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시간. 

 "...아니?"

 "그럼 됐어."

 ......??? 정정하겠다. 오늘 멀쩡하기는 개뿔이, 오늘 이상한 것 같다. 뭐가 좋은 지 실실 웃으면서 맞잡은 손에 더 힘을 실고는 사쿠사 쪽으로 더 가깝게 붙으며 다시 걸어나가기 시작하는 닝. 순간 사쿠사는 기시감을 느낄 것임. 그렇게 자신한테 가까이 오는 닝의 온기가 느껴지니 떠오르는 이 감정. 이 기분과 분위기.

 아무래도 다시 정정해야할 것 같다. 이상한 게 아니었다. 언제나의 닝이었다. 함께 같은 소파에 앉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요리를 해먹고, 함께 같은 숨을 공유하고, 함께 같은 길을, 같은 방향을 보면서 온기를 나누며 걸었었던 그 사람이었다. 그걸 깨달으니 녹아내리기 시작하는 아주 약간이지만 여전히 남아있던 긴장과 초조함. 확실하게 깨달았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닝이었다. 그리고 닝 옆에 있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사쿠사 역시 그런 닝에 응답하듯이 닝의 손을 붙드는 자신의 손에 힘을 더했음. 그리고 그들이 잡은 손은 어느샌가 평범하게 붙잡은 손에서 서로의 온기를 놓치고 싶지 않은 듯 정성스레 깍지 낀 손으로 바뀌어있었을 거임.



​(여러분...오랜만이죠...ㅠㅠㅠㅠㅠㅠ 너무 늦게 와서 이 썰을 아는 닝들도 이제는 익만에 없을 듯....ㅠㅠㅠㅠ
 아 이 썰 어떻게 끝내야하나 3280420번 고민하다가 결국 끝은 내야겠어서 들고 왔습니다ㅠㅠㅠㅠㅠㅠ 이 계절감 없음 무엇....아마 다음편이면 확실히 완결일 것 같네요...!)
 






 
닝겐1
헉 엄청 오랜만이네요!!!!! 돌아와주셔서 감사해요ㅠㅠㅠ 다음은 불맠인거죠? (˵ ͡° ͜ʖ ͡°˵)
5년 전
글쓴닝겐
아니 이 닝이...!! 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사실 고민을 안 하고 있는 건 아니긴 해요....ㅋㅋㅋ큐ㅠㅠㅠㅠㅠ 좀 더 생각해봐야 될 것 같아요...ㅠㅠㅠㅠ
5년 전
닝겐2
꺄악!!!! 긍정적 검토 부탁드립니다❤️
5년 전
닝겐3
헉 센세 저 이 썰 진짜 좋아했어요 물론 지금도 좋아하구요ㅠㅠㅠㅠㅠㅠㅠㅠ이렇게 또 보니 너무 기뻐요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5년 전
닝겐4
홀 진짜 오랜만이다
5년 전
닝겐5
악 넘 좋아🔥❤️❤️❤️❤️❤️❤️❤️
5년 전
닝겐6
헐 센세 저 이거 다 좋아했어요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시 와주셔서 감사해요❤❤❤❤❤❤❤
5년 전
닝겐7
센세 기다리고 있어ㅛ어여ㅠㅠㅠㅠㅠㅠㅠ❤
5년 전
닝겐8
센세 보이세요...? 제 마음......❤
5년 전
닝겐9
센세!!!!!!!!있었구나ㅠㅠㅠㅠㅠ아 센세 나 정말 시티팝 좋아하는데 센세 올려주는 음악 취향 미쳤다구요 하앙 ㅠㅠㅠㅠ근데 이번 편 Tom Misch??? 진심 파쳤다....Geography앨범 나 사랑하는데..하앙 센세 사쿠사 캐해 나 너무 사랑해여!!!! 아니 그냥 센세를 사랑한다!!!!!!!!!!!
5년 전
닝겐10
헐 이거 예전에 올라오자마자 댓글달았던 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지금이라도 와주셔서 너무 감사해여ㅠㅠㅠㅠㅠㅠㅠㅠ 이 띵글을 어떻게 잊어요... 진짜.. ㅜㅜㅜㅜㅠㅠㅠㅠㅠㅠ
5년 전
닝겐11
센세 마지막편을 기다리고 있어요 ㅠㅠㅠㅠㅠ
5년 전
닝겐12
이제 추워지는데 센세가 안올까 기다려 ㅠㅠ
4년 전
닝겐13
센세 저 마지막편 기다리고있어요!!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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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오타쿠의 기준이 뭐야? 29 09.23 20:002177 0
만화/애니/드림 🏐 로판 댓망 54 09.23 20:41289 1
만화/애니진짜 오타쿠의 기준은 뭘까8 9:52183 0
만화/애니고죠 서사도 표절이야? (ㅋㅋㅈㅇ)21 0:14833 0
만화/애니굿즈 사면 오타쿠라고 생각해?9 09.23 21:25446 0
드림 혹시 시뮬에서 해보고 싶은 닝 타입?성격? 있어??4 14:46 10 0
하...룩업 취소할말 1 14:19 30 0
날 추워지니까 바나나피쉬 재탕하고 싶다...4 14:06 13 0
블루록 질문있어! ㅅㅍㅈㅇ1 13:48 14 0
🏐 여기서는 무슨 굿즈를 판다는거야?????? 13:40 38 0
드림 본인표출닝들 스타듀밸리 시뮬 어때?6 13:28 21 0
확실히 요즘 만화나 애니캐들 옷 잘입는듯2 11:39 39 0
드림 원피스 드림 추천해줄 수 있을까,, 2 10:28 29 0
진짜 오타쿠의 기준은 뭘까8 9:52 183 0
난 사실 완결 후에 화력 떨어질까봐 걱정하는거 9:46 57 0
다른 작품을 봐도… 메인 장르로 돌아오게되는거 같음… 9:35 12 0
은혼 룩업 4개 더 나오잖아 카구라 카무이5 8:06 54 0
주술 막화 최종화 사진2 5:12 122 0
🏐 미쳤다 얘들아 5기 피셜 봤어??? (아니었대😔) 5 4:46 101 2
인기작 굿즈들 플미 붙었을 때 사는거 말리고싶다 7 2:40 139 0
블리치 롤링스타 듣고 추억에 젖는 새벽 2시 28분 2 2:28 14 0
드림 혐스일 다음편 아직도 존중 버티기중7 1:50 100 0
나루토 원피스 차이 이게 진짜 정확한듯7 1:37 170 0
주술 외전 가능성 있어보여?4 1:04 69 0
드림 🏐 1시에 다시 시작하는 호그와트 시뮬하자1 0:45 5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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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편으로 들고왔어요! 눈물의 여왕 보고 시한부인 여주와 남친 지훈아찌와 그런 늒ㅋ힘 요즘 생각이 막 안 나서 ㅠㅠ 쉬는 타임!!! 요즘 몸 상태가 별로 안 좋은 것 같다뭔가 체력이 딸리고 두통이 심해지고 속이 아프다던가 며칠 전에 한 행동이 기억 안 나고그래서 아저씨 몰래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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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1억
저는 불륜녀입니다_ 사랑하는 파도에게w.1억  아이들과 떡볶이를 먼저 다 먹은 ##파도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면서 우석에게 목례를 했고, 우석은 팔짱을 낀 채로 먹지도 않고 앞에 앉은 아이들을 보다가 급히 팔짱을 풀고선 똑같이 목례를 했다. "쌤! 쌤은 안 먹어요?""어. 너희 많이 먹어.""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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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코너에 도착하자 둘은 왠지 부끄러웠다.한동안 둘은 말없이 정면을 응시하다 온유가 먼저 말을 꺼냈다."들어갈까...?""그..그래"들어가서 부끄러움에 손을 놓고 좀 멀리 떨어져서 각자 괜히 매트리스를 꾹꾹 눌러보고 배게를 만지작거리며 구경했다.그러다 예원을 발견한 직원이 저쪽에 있는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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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친구는 아이돌오늘은 오랜만에 친구들이랑 술을 마신다!그 나에게 유기현을 알려준 몬베베 친구도 함께라서 뭔가 떨리고 두근 거리기도 하는데 ㅎㅎ[햄찌현]- 나두 오늘 스케줄 끝나고 멤버들이랑 먹을 거 같넹 - 연락할게 조심하고!- 사랑해 라고 보내는 오빠에 또 설레서 헤헤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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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공자랑 폭군 보고 온 사람들이 보면 좋을 듯제목 그대로 귀공자에서 폭군으로“그림은 염병. 뒤지게도 못 그리네”벤치에 앉아서 풍경 그리고 있던 최국장 어깨를 툭 치고 옆에 앉는 폴.“그래도 저번보단 늘지 않았나”“지랄. 그거 갈매기냐?”최국장 그림 속 물 위에 떠다니는 뭔가를 보고 묻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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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병이 있다. 발병의 이유 혹은 실제로 학계에서 연구가 되는 병인지 모르겠는 병이 있다. 매일 안고 살아야 하는 병은 아니지만 언제든지 나를 찾아올 수 있는 병이다. 고치는 방법을 스스로 연구해 봤지만 방법이 없었다. 병원에서는 일종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하지만 실제로 그런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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