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새벽에 일찍 깨버려서 좀 걸으러 나갔는데 아직 캄캄할 때였거든
한바퀴 걷고 돌아오다가 하얗고 통통한 강아지가 내 앞에 견주는 저만치 더 앞에 나타났어
내가 시력이 안좋은데 가뜩이나 어두우니까 목줄한건지 안한건지 모르겠더라고
안한 것 같은데 하필 둘의 거리가 마치 목줄한 듯한 느낌이었달까
혹시라도 견주랑 강아지 사이로 지나갔다가 목줄에 걸려서 강아지가 다칠까봐 살짝 돌아서 가려니까
견주가 너무 당황하신 말투로 죄송해요 근데 얜 안물어서 괜찮아요라더라고
그 말에 내가 더 당황해서 혹시 목줄한건데 제가 못보고 그 사이로 지나가면 강아지가 다칠까봐 돌아서 가려던거라고 구구절절 랩하듯이 말해버림
근데 알고보니 목줄 안한거였어…
순식간에 분위기가 목줄 안했다며 타박한 사람된듯해서 강아지한테 안녕잘가너진짜귀엽다~라고 속사포로 쏟아내고 도망쳐옴
난 꼽주려던게 아니었는데ㅠㅠㅠㅠㅠ 견주의 사람없는 시간이라 목줄 안했다는 기죽은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를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