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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탄이 쓴 조각글, 고르기 모음💜
2020.04
1

“야 전정국, 가자. 오늘은 진짜! 너 무조건 가야 해.”
"안가."
“제발.. 정국님. 오늘 7반이랑 한다고!”
"..."
“정국아아아아. 너 없음 지는 거 알잖아.”

"아, 애교 뭐야. 가라. 나 잘거야."
정국은 질색하며 허공에 손을 두어 번 힘없이 흔들더니 책상에 푹하고 엎드렸다. 그리곤 고개를 여주 쪽으로 돌리더니 자는 듯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하고 조용히 갈 태형과 지민이 아니었다. 엎드린 정국을 흔들며 어린아이처럼 보채기 시작했다.

“이러기니, 정국아.. 우리가 어? 그 정도 사이였단 말이야?”

아니 너네 도대체 언제 가..? 계속 되는 소음에 미간이 자연스레 찌푸려졌다. 김태형은 아직도 축구 타령이구나, 너답다. 공부는 하는 걸까.. 부모님이 얼마나.. 어? 김태형을 보며 잡생각을 하다가, 아차 하고 정신을 차렸다. 다시 문제에 집중하려 펜을 꼭 쥐고 고개를 흔들었다. 한 문제를 다 풀어갈 즈음 이젠 갈 때가 되지 않았나 싶었는데,
2

“야, 김여주.”
"...머!”

불똥은 왜 나한테 튀는 거야. 속으로 김태형 욕했던 게 찔려 괜히 짜증을 냈다. 들켰나, 혹시?
“오 컴 다운,, 너 속으로 내 욕하고 있었니? 까칠하기는.”
"아니거든. 반에서 좀 나가줄래? 방해되니까.”
“반에서 좀 나가줄뤱~ 방해뒈니까~"

"야!!”
“넌 밥도 대충 먹고 공부만 하냐. 쉬엄쉬엄 해.”
"오냐. 이제 얼른 썩 나가렴.”
“아 맞다, 오늘 야자 할 거?”
"왜? 말 안 해줘. 너 또 오빠하고 귀찮게 하려 그러지."

“너무 잘 아는데..? 형이 밥 사준대. 가자. 너 데려가야 사준단 말이야. 응?”
"아...”

"야, 김태형. 축구 안 가? 20분 남았는데."
"헐, 야 나 일단 간다."
태형은 놀라 시계를 보더니 지민과 뒷문으로 뛰쳐나갔다. 휴, 하마터면 저 눈에 또 넘어갈 뻔했다. 불쌍한 눈으로 쳐다보면 이기지 못하고 결국은 들어주고 마는 내 성격을 잘 아는 김태형이었다. 저, 저 똑똑한 자식. 전정국이 도와준 건지, 시끄러워서 보내버린 건지 잘 모르겠지만 내심 고마웠다.
3
열일곱, 열여덟을 지나 어느덧 열아홉. 다를 게 없었던 일상에 변화가 생겼다면, 짝을 바꾼지 일주일이 지났고 바뀐 짝이 축구광 전정국이라는 것. 그 전정국이 축구를 하지 않고 내 옆자리만 지키고 있는 것도 일주일째라는 것이다. 김태형을 쫓아내준 건 고마웠지만, 일주일 동안 그렇게 쳐다보면.. 차라리 내가 잘못한게 있다면 빨리 말로 해줬음 하는 마음이었다. 물론 무서워서 그러는건 절대 아니다. 진짜다..
"..."
"..."

"..혹시 나한테 할 말이라두 있..어?"
"왜?"
"계속 쳐다보길래.."

"안돼?"
"..어?"
"계속 보고싶어서."
전정국은 말을 끝내면서도 나에게 시선을 떼지 않았다. 눈동자엔 별을 박았는지 반짝하고 빛나는 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대답이 저렇게 단순하고도 당당하게 돌아올 줄이야. 원래 사람 얼굴을 뚫어져라 보는 걸 좋아하는가 봐..!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어.. 하며 되뇌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정국의 대답에 귀가 빨갛게 물든 것만 같았다. 신경 쓰지 않으려 애써도 웃음이 나올 듯 마음이 간질거렸다.
4

"자."
"이거 나 주는거야?"
"응. 너 밥도 잘 안 먹더라. 공부는 그렇게 하면서, 몸 상하겠어."
"헐, 고마워. 잘 먹을게! 우와."

"김태형한테 뺏기지 말고, 너 다 먹어."
여주가 당황한 틈을 타 전정국의 손이 책상이라는 선을 넘어왔다. 생각지 못한 간식에 아까까지 동공지진했던 건 기억도 안 나는지 방방 뛸 듯 좋아하는 여주였다. 단순한 여주에 정국도 참지 못하고 미소를 지었다.
"어? 다 내가 좋아하는 거네. 나랑 취향 비슷한가 보다."
애가 참 무뚝뚝해 보여도 착하구나. 역시 겉으로 봐서 판단하면 안 된다니까. 간식을 막 고르다, 정국으로 시선을 옮겼다. 뭐야, 지금 웃는 건가?! 웃는 거 처음 보는 거 같은데. 홀린 것처럼 멍하니 보다, 이번엔 얼굴도 빨개진 것 같아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 심장은 왜 이리 빨리 뛰는지 알 길이 없었다.

"진짜 모르겠나 보네."
"어?"
"아니야. 맛있게 먹어."
정국의 의미심장한 말에 여주는 다시 생각에 사로잡혔다.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곰곰히 생각해봐도 답이 튀어나오지 않자 포기하고는 다시 간식을 고르는 여주였다. 모를 수 밖에 없었다. 애초에 여주는 정국에게 관심이 없었으니까. 여주는 모르는 정국의 짝사랑은 눈이 내리던 겨울부터였다. 어쩌면 처음 마주쳤던 그때부터였을지도.
2020.01
5
"야, 닌 약속도 없냐."

"와. 외로울까봐 와줬더니. 실망이다, 정국아.."
겨울방학이 시작되었다. 공부와 일찍이 담쌓은 정국은 방학이 되자마자 편의점 알바를 시작했다. 태형도 심심한지, 편의점을 자주 찾았다. 손님도 많이 없어, 게임 하기를 반복하다가 지루한지 괜히 문쪽을 바라보는 정국이었다. 그때 손님이 들어오는 듯 문에 달린 종이 울렸다.

"어서오세요."
형식적인 인사에 단어장으로 보이는 공책에 시선을 고정하던 여주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공책에 눈을 떼지 않는 게, 그러면서도 편의점이 익숙한 듯 걸음을 옮기는 게 신기해 정국의 시선은 여주에게로 꽂혔다. 젤리 앞에서 갸우뚱거리며 한참 고민하는 모습이 꽤 귀엽기도 했다. 고심 끝에 한 봉지를 골라 카운터에 선 여주에게서 라벤더 향이 훅 풍겨졌을 때, 이미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은 정국이었다.

"뭐야. 김여주."
"어? 네가 여기 왜 있어?"
"친구 알바, 집 가냐?"
"어, 석진오빠 오늘 집 내려왔던데? 좀 이따 같이 밥 먹재서 가는 중. "
"뭔 소리야. 형 요즘 바빠서 집 못온다고 징징.."

"...?"
"아, 아니다. 즐데~"
"뭐래.."

"1700원 입니다."
정국은 태형과 친한 듯 투닥거리는 여주를 빤히 쳐다보다, 자신의 표정에 감정이 들킬까 얼른 고개를 숙여 계산을 끝냈다. 젤리를 꼭 쥐고선 문을 나서는 모습까지 바라보다 태형에게 고개를 돌려 물었다.

"쟤 친구야?"
"김여주? 소꿉친구지."
"아.."
"뭐야, 이 바보같은 표정은. 안된다. 나 형 큐피트 해줘야 해. 야 듣고있냐? 야."
이미 태형의 말은 들리지도 않았다. 이후에도 여주가 편의점을 찾을때마다 정국의 시선은 자연스레 여주에게 향했다. 추웠던, 눈이 많이 내리던 겨울이었지만 정국은 왜인지 춥지 않았다.
2020.04
6
아 진짜 20분밖에 안 남았어! 태형은 지민과 축구공을 들고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다. 지민이 전정국은 갑자기 왜 저러는 거냐며 투덜거렸다. 처음 보는 정국의 모습에 가능성 없는 추리까지 하는 지민이었다.

"전정국, 고3되더니 공부하는거 아니냐?"
"전정국이??"
"내가 말하면서도 어이 없었다. ㅈㅅ"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본다."

"김석진 더 애타서 어쩌냐, 이제."
태형은 모르겠다는 듯 한숨을 쉬고 운동장으로 걸어나갔다.
열아홉의 봄날, 여주의 첫사랑이 시작되고 있었다. 여주만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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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더러운 과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