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원이 흑백요리사에서 하지 못해 아쉬웠던 것은 따로 있다(1)
손종원은 하고 싶지 않은 게 많은 사람이다. 그는 시그너처를 만들고 싶지 않고, 효율을 위해 그 어떤 것도 건너 뛰고 싶지 않고, 파인하지 않은 것은 만들고 싶지 않다. 〈흑백요리사2> 최고의 스타, 두 개의 레스토랑에서 두개의 별을 딴 남자 , 블랑팡의 프렌드 손종원을 만났다.
다짜고짜 본론부터 얘기해볼게요. 아쉽지 않아요?
제 마음속에는 계획이 있었어요. 경연 초반에는 양식으로 시작을 하지만 점차 한식으로 기우는 요리를 하고 싶다. 마지막 디시는 정말 완전 한식 베이스로 가고 싶다. 그런 계획이요. 그런데 그전에 떨어져서 한식을 하는 모습을 못 보여드린 게 아쉬워요. 해외의 많은 시청자에게 한식을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셰프님이 당근 지옥 미션에 진출하지 못한 것 때문에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한식과 프렌치에서 미쉐린 별을 딴 손종원 셰프라면 뭘 했을까?’가 너무 궁금한 거죠. 진출했다면, 뭘 했을까요?
첫 번째 디시라고 하면, 맛있는 겨울 당근, 제주의 구좌당근 같은 걸 쓸 수 있다면, 당근과 귤을 사용한 요리를 냈을 것 같아요. 당근즙에 당근을 익힌 당근 수프에 커피 향을 더하고, 귤 오일을 더해서 복합미를 좀 올렸을 것 같아요. ‘코아’에서 영감을 받은 메뉴죠.
듣기만 해도 맛있을 것 같아요. 〈흑백요리사>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 혹은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였어요?
팀전에서 이겼을 때 제일 좋았어요. 정말 한 표 차이로 저희가 이겼잖아요. 선배님들이 엄청 잘해주신 상황이었고, 저희가 크게 지면 역전을 당할 뻔한 위기였으니까요. 저도 정말 울컥했고 최강록 셰프님은 진짜로 울었어요. 그 우는 모습을 보고 저도 다시 울컥했고요. 또… ‘4평 외톨이’ 님이 저희 레스토랑에 종종 오시는 손님인데요, 그분이 1차에서 합격했을 때도 뭉클하더라고요. 젊은 셰프님이고, 어떻게 보면 요리사 후배고, 사람이 워낙 진실된 사람이라 더 마음이 동했던 것 같아요.
요새 인기가 대단한데요, 매력이 뭐라고 생각해요?
잘 모르겠어요. 전 그냥 제가 하던 대로 했어요. 그냥 제 평소의 태도와 마음이었어요.
그게 매력이었나 봐요. 척을 하지 않는다는 점?
아유. 아녜요.
그런데 라망시크레와 이타닉 가든 같은 미쉐린 스타 레벨의 하이엔드 업장을 혼자 두 개나 책임지는 게 가능한가요?
상대적으로 라망시크레는 좀 더 오래 해와서 함께하는 팀이 뭘 하는지, 뭘 해야 할지 정말 익숙해진 편이에요. 라망시크레에 일주일에 한 1.5일 정도 가 있고, 나머지를 이타닉 가든에서 보내죠.
라망시크레는 정말 대단한 레스토랑이에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8년 동안 운영한다는 게 쉽지 않으니까요.
저는 사실 별생각 없이 그냥 해왔는데, 되돌아보니까 좀 있으면 10년 되네요. 어린 시절 요리할 때, 어떤 레스토랑이 10년 됐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이게 지금의 제가 대단하다는 의미는 아니고요.(웃음) 지금 생각하면 정말 눈 깜빡할 새네요.
에이, 대단한 거죠. 정말 대단한 거예요. 지금 책임지고 있는 팀원들, 그동안 라망시크레를 거쳐 간 직원들을 생각해보면 어마어마할 거 아니에요.
(웃음) 그냥 좀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가는구나. 눈 깜빡하니까 8년이 지났네? 뭐 이런 느낌입니다.
두 개 레스토랑 팀 다 합치면 인원이 꽤 많죠?
다 합치면… 전체로는 한 70명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와… 거의 기업체네요.
부담이 큽니다. 식솔이 많아서요.
그 와중에 하루는 〈냉장고를 부탁해> 고정 녹화잖아요.
그런데 보통은 2주에 한 번 녹화한 분량이 두 주에 걸쳐 나가죠.
그럼… 주 6일 근무에 격주로 하루는 녹화하고 나면 쉴 때가 없겠네요.
라망시크레가 일·월 휴무고, 이타닉 가든이 월·화니까 겹치는 월요일에 쉬고요, 완전히 쉬는 날은 한 달에 하루나 이틀 정도인 것 같아요.
휴가는요?
저 사실… 지난 3년 동안은 휴가 한 번도 안 써봤어요. 근데 이게 뭐 제 자의로 안 쓴 건데, 휴가 안 쓰겠다는 걸 회사에서 막 뭐라고 할 수도 없는 거기도 하고요. 언젠가는 쓸 건데, 지금은 한창 붙어 있어야 할 때라고 생각하거든요.
새벽에는 크로스핏 하잖아요.
운동을 해야 체력이 길러지니까요. 오늘도 하고 왔습니다.
운동하시는 분들은 알죠. 운동해서 병나는 것보다 운동 못 할 때 더 큰 홧병이 생긴다는 걸요.
맞아요. 저도 운동을 안 하면 막 계속 뭔가가 찌뿌둥하고 찝찝하고 그래요. 하루 종일 시간을 낭비한 것 같다가도 운동 한번 쫙 하고 나면 뿌듯해지기도 하고, 자기 합리화도 되고요.(웃음)
그게 또 난리잖아요. 인스타그램에서 셰프님 팔 근육 나온 사진에 좋아요가 엄청나게 눌렸더라고요.
딴 거 촬영하다가 찍힌 사진을 누가 보내주셔서… 근데 제가 몸을 키우려고 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 정말 근력이랑 지구력을 기르려고 하는 거거든요. 요리를 더 오래 하려면 가동 범위도, 체력도 관리해야 하니까요.
체력이야말로 창의력의 원천이죠. 힘들면 아이디어도 안 나오니까요.
저도 맨날 저희 팀원들한테 잔소리해요. 요리 오래 하고 싶으면 운동 좀 하라고.
근데 진짜 이상한 건 요리할 때도 분명히 무거운 걸 들고 웍을 돌리면서 근육을 쓸 텐데, 그건 운동이 안 되는 것 같단 말이죠.
(웃음) 저도 그게 늘 의문이었어요. 마음가짐의 차이인가봐요.
흑백요리사가 낳은 스타, 손종원이 생각하는 한식이 가진 최고의 장점(2)
셰프님 인스타그램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해외 팬들이 정말 많다는 점이에요. 〈냉장고를 부탁해> 때문일까요?
그런 것 같아요. 아무래도 해외에서 많이 봐주시니까요.
해외 셰프들과의 교류도 눈에 띄어요. 얼마 전에 포핸즈(두 명의 셰프가 함께 내는 이벤트성 합작 코스 요리요)를 하셨잖아요. 이탈리안 셰프인 안티모와요. 〈냉장고를 부탁해>에도 나왔던 셰프인데, 그 프로그램이 인연이 된 걸까요?
아니요. 그 전부터 알았어요. 안티모랑은 콜라보만 벌써 여섯 번째예요. 홍콩에 있는 안티모의 레스토랑 에스트로에 식사하러 갔다가,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눈 게 계기가 됐어요. 이탈리아 사람하고 한국 사람이 좀 잘 통하는 구석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나이 차이도 크지 않고, 그 셰프님도 원래 비즈니스 쪽 일을 하다가 커리어를 바꾸셨거든요. 늦게 시작했다는 점도 통했고, 요리에 대한 철학이나 감성도 비슷했고요. 그러다 얼마 전에 한국에서 ‘50 베스트 레스토랑’ 행사가 열려서 해외 셰프들이 대거 들어왔을 때, 〈냉장고를 부탁해> 제작진들이랑 장난스럽게 “이탈리아 셰프가 우리 프로그램에 나오면 어떨까요?”라고 한 마디를 던진 게 계기가 됐어요.
포핸즈를 꽤 자주 하는 편인데, 기준이 있나요?
포핸즈는 이유가 정말 다양하잖아요. 그런데 보통은 각자 하던 음식 다 싸 들고 와서 ‘우리 거 하나, 너네 거 하나’ 이런 식으로 코스를 나누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그 방식이 저한테는 의미가 크지 않더라고요. “이렇게 해서 내게 무슨 의미가 있지?” 싶어서요. 그래서 저희는 포핸즈를 하면 콘셉트부터 음식을 새로 다 만들어요. 평소 하던 게 아니니 당연히 힘들죠. 그럼에도 늘 새롭게 만드는 게 제 나름의 기준이에요.
다른 나라에서 요청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나요?
그럼요. 일본에서도 많이 오고, 홍콩이나 동남아 쪽에서도 자주 와요. 일정 보수를 제안하는 경우도 있고, 고급 리조트에서 “포핸즈 하러 와서 일 좀 하고 쉬다 가라”며 초대하는 경우도 있고요. 저는 포핸즈가 큰 의미로는 축제 같다고 생각해요. 두 주방이 만나서 하나가 되고, 셰프들만의 행사가 아니라 팀원들끼리도 함께 교류하는 시간이 되니까요. 배우는 것도 있고, 서로 어울리기도 하고요. 홍콩에서 셰프가 오면 그 팀이 같이 와요. 저는 그 셰프를 데리고 다니며 보여줄 수 있지만, 같이 온 팀원들까지는 다 챙기지는 못하거든요. 그럼 또 저희 팀원들이 알아서 그쪽 팀원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서로 교류하거든요. 그게 정말 보기 좋고,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싹트는 현장 같아요.
저는 언제나 문화는 국경을 넘어 만나야 서로 융성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네요. 식재료도 ‘다 싸 들고 가는 방식’이 아니라 현지 재료를 쓰면 이해도가 확 달라질 것 같아요.
그게 큰 의미가 있어요. 현지 재료를 쓰는 데 집중하면 요리에 대해 더 폭넓게 이해 할 수 있지요. 예를 들어 한국에서 하는 닭 요리와 홍콩이나 중국에서 하는 닭 요리는 정말 다르니까요. 같은 요리라도 그 닭을 맛보는 순간 레시피에 미세한 조정이 필요하고, 혹은 그 닭의 특징 때문에 새로운 요리의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도 있고요.
일본에서 했던 포핸즈 중 특히 기억나는 게 있나요?
최근에 플로릴레쥬(Florilège, 도쿄의 미쉐린 가이드 2025 2스타 레스토랑)에서 카와테 히로야스(川手寛康) 셰프님과 함께 했던 포핸즈가 기억나요. 카와테 셰프님은 고기 굽기로 유명하신 분이에요. 한국에도 번역된 〈고기 굽기의 기술>을 쓰셨을 정도로 일가를 이루신 분이죠. 저는 예전부터 팔로우도 하고, 그분의 책을 읽어가며 공부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셰프님이 이타닉 가든에서 행사를 치르시기도 하면서 친해졌고, 결국 제가 셰프님의 초대를 받아 포핸즈를 하러 간 거예요. 얼마나 의미가 컸겠어요. 사실 포핸즈를 요청하는 건 어느 정도 나와 함께 요리를 할 레벨이라는 인정의 의미도 있거든요. 차이가 너무 나면 성사가 어려워요. 그런데 카와테 셰프님이 “한 번 와서 같이 하자”고 하셨을 때는 정말 감회가 새로웠어요. 공부하던 책을 쓴 사람 옆에서 제가 요리하고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고 감동적이었어요.
그분들은 또 손종원 셰프의 ‘나물’이나 ‘한국의 장’ 같은 연구를 신기해할 것 같아요.
저도 해외에서 요리를 하다가 한국에 온 입장에서, 한국인의 시점으로도 보지만 해외 셰프의 시점으로도 보게 되거든요. ‘우리가 뭐가 다를까, 뭐가 차별화일까’ 생각해 보면, 해외에 없는 건 확실히 나물·채소 문화예요. 우리 삶엔 너무 친숙하지만, 해외에서 보면 ‘이 풀때기를 이렇게 다양하게 조리한다고?’ 싶을 정도로 신기한 거죠. 철마다 다른 나물과 채소를 먹는 멋도 있고요. 외국 셰프들과 이야기하면 정말 배우고 싶어 해요.
나물은 그냥 샐러드처럼 생으로 먹는 게 아니라 데치고, 말리고, 불리고… 조리법이 다채롭잖아요. 그게 오히려 프렌치 테크닉 같기도 하고요.
말리는 건 오히려 우리나라에 더 익숙한 방식이에요. 서양은 아스파라거스 데쳐 먹는 게 거의 전부잖아요. 그런데 제가 놀랐던 경험이 있어요. 조희숙 선생님(한식공간)이 셰프들을 모아서 가끔 수업을 열어주시거든요. 한 번 나물 수업에 갔는데, 아스파라거스랑 셀러리를 말렸다가 다시 불려서 조리하시더라고요. 되게 ‘요즘 식재료’잖아요? 저희는 상상도 못 한 방식인데, 선생님은 너무 자연스럽게 “일반 나물도 그렇게 하니까 이것도 그렇게 하면 맛있을 것 같아서”라고 하시더라고요. 맛도 좋았고요. 그걸 보고 반성을 많이 했어요.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어요. 셰프님 커리어의 변곡점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변곡점이라기보다는 사실 계획이 없던 일이었죠.(웃음) 저는 평생 방송은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흑백요리사 1> 전에도 출연 제의는 많았는데 다 거절했거든요. 〈냉장고를 부탁해>는 제작진이 예전에 미국에 왔던 게 인연이 됐어요. 그때가 〈냉장고를 부탁해> 시즌1이 한창일 때였고, 〈쿡가대표>라는 스핀오프 격의 방송이 있었거든요. 그때 제작진이 제가 일하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코아’에 왔어요. 그런데 제작진 입장에선 막상 와보니 한국 애가 하나 있는 거죠. 그래서 제가 이것저것 도와드리고, 저도 잠깐 출연도 하고, 그 뒤로도 띄엄띄엄 연락하다가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서 출연을 결심하게 되었어요.
전 조미료를 안 쓰고는 이기기 어려운 한국에서 가장 힘든 요리 경연에 이렇게 순수한 분이 나와서 놀랐어요.
제작진분들이 ‘다양한 요리’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원래 없던 분야를 섭외하고 싶었던 거고요. 제가 하는 다이닝은 거대한 음식의 세계에서 정말 ‘극소’의 영역이잖아요. 전 그걸 시청자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요즘 김풍 작가와의 관계가 또 화제잖아요. 손종원에게 김풍이란?
그냥… 특별한 존재. 유일무이.(웃음)
가장 놀랐던 건 ‘저게 먹을 수 있나?’ 싶은 비주얼인데 먹으면 또 괜찮다는 거였어요.
그게 김풍 작가님의 포인트죠. 기대치를 이만큼 낮춰놨는데, 먹으면 괜찮은 거예요.(웃음) 그런데 풍 작가님, 요리 지식이 정말 해박하세요. 지식도 많고 공부도 많이 하시고요. 얘기해 보면 진짜 잘 아시거든요. 괜히 그렇게 나오는 게 아니라 다 이유가 있어요.
얼마 전에 인터뷰 준비를 위해 이타닉 가든에 다녀왔어요. “손종원이 하는 진짜 요리는 이런 거구나” 싶어서 감탄했어요. 다르고 싶어서 달라진 게 아니라 그냥 보여주고 싶은 게 있는 요리였거든요. 실제로 영감의 원천들을 텍스트로 다 밝혀뒀지요.
한식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고, 거기서 나온 게 지금의 요리들이에요. 예를 들면 ‘남대문 갈치 골목’이란 요리는 남대문 시장의 갈치조림을 재해석한 요리로 시즌에 따라 바뀌어요. 냉채는 항상 나오지만, 계절에 따라 형태나 맛을 계속 바꾸면서 내고요. 이번 시즌의 냉채는 자하손만두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제 편견을 깨준 곳이에요. 해외에 있을 때는 한국 음식이 마늘 향 강하고 양념 많이 들어간 음식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무지했던 거죠. 한국에 들어와서 우연히 자하손만두를 갔는데, 재료가 슴슴한데도 맛이 다 살아 있더라고요. 그때 너무 놀랐어요.
최근에 더 관심이 가는 한식 영역은요?
개성 음식이요. 어찌보면 저희에겐 과거의 음식이기도 하죠. 요즘 트렌드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걸 중요하게 여기잖아요. 개성은 오래 수도였고 자본도 많아서 좋은 식재료가 많았고, 그래서 양념을 과하게 하지 않고 재료 맛을 전달하는 요리가 문헌에도 많아요. 파인다이닝은 결국 ‘배를 채우는 곳’이라기보다 ‘경험을 제공하는 곳’이잖아요. 경험해 보시지 못한 걸 경험하게 해드리고 싶어요.
기억에 남는 손님들의 반응이 있나요?
(웃음) 너무 재밌었던 일이 있어요. 코로나 때 리액션이 되게 좋으신 손님이 오신 적이 있어요. 그분이 울릉도 칡소와 전복을 켜켜이 쌓아 내는 ‘봄나물’이라는 요리를 드시고는 “코로나 걸려서 잃어버렸던 미각이 돌아왔다”고 하시는 거예요. 말도 안 된다고, 한 입 먹고 어떻게 돌아오냐고 했죠. 누군가가 해준 “국뽕이 차오른다”는 얘기도 기억에 남아요. 좀 직설적이지만 한식이 얼마나 대단해질 수 있는지 도전해 보고자 하는 이타닉 가든의 마음과 딱 맞아서 인상 깊었어요.
친구랑 밥 먹으러 갈 때는 어디를 가세요?
친한 친구 만나면 그냥 고기 먹으러 가요.(웃음) 새벽집(한우) 좋아하고, 냉동 삼겹살도 좋아해요. 새벽집은 비싸서 자주는 못 가지만요. 금돼지식당도 너무 좋아하고, 냉면도 좋아합니다.
최근에 한식 외에 영감받은 곳은요?
보르고 한남 좋아해요. 스테파노 셰프님이 하시는 곳인데, 흔한 카르보나라 파스타의 이탈리안이 아니라 재료 특색을 살리는 이탈리아 요리가 많아요. 파스타 종류가 많은 편도 아니고요. 채소도 많이 쓰고, 해산물도 다양하고, 그런 점이 좋아요.
와인은요?
좋아하죠. 집이 용산 쪽이라 와일드 덕 칸틴이라는 내추럴 와인 바 좋아해요.
어! 거긴 저도 가끔 가는데 정말 캐주얼한 곳이죠.
편한 곳인데 좋은 와인이 많아요. 리스트엔 없는데 소믈리에님이랑 얘기하다 보면 숨은 병들이 쑥쑥 나와요. 그 재미가 있거든요. 특히 RM(레콜탕 마니풀랑, 직접 포도를 재배하는 와인 생산자) 와인들을 좋아해요.
이타닉 가든의 와인 리스트도 대단하지요. 샴페인과 부르고뉴가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김성국 헤드 소믈리에의 취향이 담긴 것 같기고 하고, 강한 와인보다는 우아한 와인들을 다 모아둔 느낌이었어요.
이타닉 가든이 하고자 하는 요리는 육류 중심이 아니에요. 지속 가능한 식문화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고기보다는 해산물을 더 쓰려 하고요. 저희 소믈리에 팀이 그런 특징을 잘 해석한 거죠.
서비스 얘기도 인상 깊었어요. 모든 메뉴를 서로 다른 서버들이 마치 시계 톱니처럼 정교하게 돌아가며 막힘없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더라고요.
저는 음식만큼 중요한 게 서빙이라고 생각해요. 설명 단어 하나하나도 중요하고요. 그래서 스크립트를 제가 직접 써요. “이대로만 설명해라”가 아니라, 베이스를 만들어놓고 각자 언어를 더해서 하게 하는 방식이죠. 어떤 음식은 나가기 전에 설명하고, 어떤 디시는 가지고 나가서 설명하고, 어떤 건 온도가 중요해서 드시고 나서 설명해요. 다 정해져 있어요.
손님의 오른손·왼손까지 체크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해야죠. 예를 들어 처음에 나오는 카나페에는 좌우 순서가 있어요. 오른손잡이를 기준으로 하면 왼쪽으로 갈수록 접시가 높아지죠. 그런데 그 순서가 왼손잡이 손님께는 불편할 수 있어요. 첫 잔을 잡을 때 손님이 왼손을 쓰시면 그걸 캐치하고 그때부터 배치가 달라져요.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이런 걸 놓치면 톱니가 흐트러져요.
뭔가 그런 세밀한 서비스가 오늘 함께한 블랑팡을 떠올리게 하네요.
지켜야 할 걸 지킨다는 점에서도 그렇죠. 사실 맛에서 효율을 따지면 안 지켜도 되는 것들이 참 많거든요. 그런데 저는 제가 배운 걸 고수하고 있어요. 블랑팡이라는 브랜드에도 그런 점이 있지요. 세상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브랜드인 블랑팡은 쿼츠 파동(전기를 사용하는 쿼츠 시계 탓에 기계식 시계의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었던 위기) 때 쿼츠를 만들지 않고 기계식을 고집했죠. 그런 게 저는 럭셔리가 가져야 할 자존심이고 가치라고 생각해요.
해야 하는 걸 효율을 이유로 바꾸지 않는 것.
굳이 하지 않아도 손님은 모를 수도 있는 것들을 하는 거예요. 블랑팡 제조 공장을 방문했었거든요. 거기 일하시는 분들의 자부심이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부품 하나하나를 처음부터 다 만들어 낸다는 점이 이 브랜드의 특징인데, 다른 브랜드를 얘기하면서 “부품은 우리 거 사 가잖아”라고 말씀하시는데서 자부심이 느껴졌어요.
뜬금없는데요, 예전에 제가 다른 건으로 취재할 때 ‘시그너처’라는 단어를 안 쓴다고 하셨어요. 그건 왜인가요?
시그니처가 생기면 뭔가 멈춰버린다는 생각이거든요. 물론 하나의 폼을 정해놓고 계속 업그레이드할 수는 있겠지만, 그걸 두고 “이게 나의 시그너처”라고 정해서 말하고 싶지 않아요. 대신 스타일은 있어요. 이타닉 가든의 단아한 스타일이 있고, 라망시크레의 화려하고 녹진한 스타일이 있지요. 꼭 놀러 오세요.
그럼요. 꼭 다시 갈게요.
언제든지요.(웃음)
https://www.esquirekorea.co.kr/article/1895692
https://www.esquirekorea.co.kr/article/1895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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