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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아이유(본명 이지은)는 자신의 생일을 기념해 팬들과 함께한 영화관 상영회에서 끝내 참았던 눈시울을 붉혔다.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의 최종회를 관람한 직후였다.“조금이라도 실망을 끼치거나 미흡한 모습을 보여드린 것은 온전히 제 잘못입니다.”
축하받아야 할 자리에서 자신을 향한 날 선 비판을 피하지 않고 오롯이 짊어지려는 이 사과는, 단순한 톱스타의 관례적 제스처가 아니었다. 매 순간 완벽을 갈망하는 한 예술인의 뼈아픈 진심이자, 작품을 이끈 주연으로서의 묵직한 책임감이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분석 결과에서도 드라마 브랜드평판 1위를 굳건히 지켰고, 긍정 비율 역시 압도적이었다. 이는 아이유라는 대체 불가능한 이름값이 가진 폭발적인 화제성과 대중의 자발적인 확산력이 빚어낸 명백한 ‘성공’이다.
하지만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짙게 드리우는 법이다. 방영 초반, 낯선 대체 역사물이라는 장르적 특성과 맞물려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 불거졌던 연기력에 대한 엇갈린 시선은 뼈아팠다.
“지키는 건 이렇게 하는 거예요. 공격을 공격하면서. 신분을 달라고 했지 안락한 요람 같은 거 달라고 한 적 없어요.” 차분하면서도 단단한 아이유 특유의 발성으로 내뱉은 이 대사는 평민 출신 재벌 CEO ‘성희주’의 당차고 주체적인 면모를 안방극장에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당당한 매력을 극대화한 CEO 룩에서 왕실 입성 후의 모던 한복으로 이어지는 의상의 변화조차, 그저 예뻐 보이기 위함이 아닌 캐릭터의 감정선을 대변하는 도구로 영리하게 활용했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라 배우 스스로 극의 세부적인 결까지 치열하게 고민한 전문성의 결과물이다.
씁쓸함 중 하나는, 한국 드라마 산업에서 종종 시스템과 기획의 부재가 낳은 한계를 앞단에 서 있는 주연 배우의 탓으로 쉽게 치환해 버린다는 점이다. 배우는 자신에게 주어진 대본 안에서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기 위해 사력을 다할 뿐, 스크립트의 구조적 결함이나 역사적 고증의 오류까지 원천적으로 책임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이유는 가요계의 최정상에 서 있으면서도 연기자 이지은으로서 끊임없이 자신을 갱신해 온 희귀한 아티스트다.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로 다진 글로벌 경험은 ‘21세기 대군부인’으로 이어지며 그녀의 굳건한 뚝심을 입증했다. 생일날 눈물을 흘리며 남긴 말은 우리가 이 배우를 왜 존중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명확히 보여준다.
비판에 귀를 닫거나 남 탓으로 회피하는 대신, 뼈아픈 질책마저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겠다는 결연한 의지다. ‘21세기 대군부인’은 빛나는 영광과 쓰라린 상처를 동시에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작품을 둘러싼 논란의 화살을 온몸으로 맞으면서도, 기꺼이 고개 숙여 모든 것을 자신의 부족함 탓으로 돌리는 이 단단한 예술가에게 과연 누가 함부로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오히려 우리가 이번 사태를 통해 마주하고 박수 쳐야 할 것은, 논란의 폭풍 속에서도 묵묵히 제 몫을 완벽하게 빚어낸 그녀의 치열한 열정과 숭고한 책임감이다. 끝없이 자신을 성찰하고 증명해 내는 배우 아이유의 다음 페이지가 벌써부터 몹시 기다려지는 이유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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