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일보 전진
이렇게 태풍처럼 휘몰아치듯이 장기를 두는 사람은 처음이다. 동민은 관자놀이에 땀 한방울이 흐르는 것을 느낀다. 동민은 상대방의 의도를 읽느라 1분 정도 판을 노려보았다. 그에 반해 현민은 동민이 말을 놓자마자 바로 판에 딱, 하고 말을 내려놓는다. 막 놓는 것 같아 보여도 다음 턴에 동민이 잘못 놓기를 대놓고 의도하는 게 보여서, 동민은 당황스럽다. 바둑기사 3단이라더니, 거짓말은 아니네. 한편 당황스럽기는 현민도 마찬가지다. 보통 자신이 이 정도로 몰아세웠으면, 자신이 의도하는 대로 삑사리가 나야 보통 사람이었다. 그런데 동민은 잠시 판을 노려보더니, 현민의 헛점을 파고드는 곳에 말을 두었다. 글보다 장기를 먼저 배웠다더니, 빈 말이 아니었다.
“오오.”
동민이 말을 놓자, 언제 왔는지 알바생이 감탄한다. 한 시간 넘게 한 판에 골몰해 있는 동민과 현민이 신기해서 몰래 구경중이었던 것이다. 동민과 현민이 그를 바라보자, 알바생은 아, 저, 매, 맥주 다 드셔서. 호, 혹시 더 시키시나 해서요! 라며 말을 더듬거린다. 현민이 네, 한잔 더 주세요! 라고 말하자 도망치듯 계산대 너머로 사라진다. 우리가 박빙이라 구경하고 싶었나 본데요? 현민이 헤헤, 웃으며 왼쪽에 쌓인 죽은 말들을 어루만진다. 그러더니 바로 오른손을 들어 거침없이 말을 놓는다.
“… 조금도 고민을 안하는 거냐?”
“고민할 게 있어요? 판에 말이 거의 없는데.”
차장님이 거의 없애버렸잖아요, 제 말. 현민의 말에 동민은 오른쪽에 놓인 현민의 죽은 말들을 바라본다. 확실히 판 위에는 말이 대여섯 개 밖에 없다. 이렇게나 말이 없으면 경우의 수가 확실히 줄어서 곧 끝나야 하는데, 동민은 머리가 아파온다. 어떻게 말을 전진시킬 도리가 없어, 한 수 물러나서 말을 두었다. 동민이 손을 거두자, 알바생이 맥주잔을 들고서 서성거린다.
“ㅇ, 어느 쪽에 놔 드릴까요?”
“이 앞에 놔 주세요.”
동민은 현민과 자신의 중간 지점을 가리킨다. 맥주잔이 놓이자, 현민은 머리를 갸웃한다. 차장님 다 드셨는데, 차장님 잔 아니에요? 그러자 동민은 머리를 가로젓는다. 진 사람의 위로주잔이지. 아직 누구 잔인지 모르는 거 아닌가. 동민의 말에 현민은 아니요, 라며 말을 진전시킨다. 아차, 동민은 눈이 번쩍 뜨인다.
“키스할래요?”
현민은 허공에 쪽, 하더니 헤헤 웃는다. 퀸이 전진했다. 마치 내게 입 맞춰줘요, 라는 태세로 동민의 왕 앞에 자리했다. 그러나 그 뒤를 기사가 버티고 있다. 동민은 더 이상 말을 옮겨봤자 패배의 시간만 늦추는 것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퀸에게 입 맞추는 순간 왕이 죽어서 지고 마는 것. 이것은 바로.
“죽음의 키스.”
동민은 허, 하고 한숨을 쉬고 맥주잔을 잡는다.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다. 현민은 이겼다는 만족감에 미소를 짓더니, 동민의 왕을 집어 직접 자신의 여왕의 자리에 옮겼다. 그리고는 현민은 고개를 들어 동민을 빤히 쳐다본다. 키스했네요? 현민의 말에 동민은 말없이 맥주를 들이킨다. 미션, 시작했구나.
“아니라니까요.”
정문은 짜증을 내며 요환의 어벙한 얼굴과 경훈의 기대에 찬 얼굴을 번갈아 노려보았다. 출근길에 정문과 요환을 만난 경훈은 만나자마자 아침 인사 대신 연애상담을 해달라며 졸라댔다. 무슨 얘기인고 들어보니,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 갑자기 밥을 먹자고 하질 않나. 다음에는 둘이서만 보자고 하질 않나. (물론 그 사람이 준석이라는 말은, 아무리 경훈이라도 할 수 없었다.) 자신에 대한 호감을 엄청나게 쏴 댄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언제 사귀면 좋겠느냐는 거였다. 요환은 너만 좋다면 지금이라도! 라며 경훈과 함께 설레발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문의 생각은 달랐다. 호감이야 있을 수는 있죠, 하지만 아직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간 보는 걸 수도 있다니까요!
“나랑 둘이 맥주 마시러 가자고 했는데도?”
“썸타기 전에 이 사람이 술 마시면 어떻게 되는 인간인지 그걸 알아보는 거에요. 하여간, 남자들은 너무 단순하다니까. 여자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해요. ”
정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아니, 준석씨는 여자가 아닌뎅… 경훈은 입을 꾹 다물고 머리를 긁적인다. 요환은 오오, 그렇구나. 라며 정문 사원 연애박사 같아! 라며 놀란다. 대체 이 사람은 어떻게 연애하고, 결혼해서 애를 낳은 건가. 놀라운 일이다.
“그, 그래도 정문씨도 이 사람이 나한테 호감 있다는 거는. 그거는 인정한 거죠? 그렇죠?”
“그건 당연하죠.”
그래, 그럼 됐어. 준석씨가 나한테 호감이 있어. 나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 나를 좋아해! 자기 혼자 호감이라는 단어를 곱씹을수록, 경훈의 머릿속에는 작은 초록 전구가 동시다발적으로 켜지기 시작한다. 좀 위험한 거 아니에요? 라며 정문이 요환에게 작은 소리로 말하자, 요환은 걱정스런 목소리로 경훈씨가 금사빠이긴 하지…라며 잠시 머뭇거린다. 하지만 곧 긍정적인 미소를 온 얼굴에 띄우며, 그래도 호감이 있으니까 잘 되지 않을까? 라며 정문에게 동의를 구한다. 참자, 최정무니. 상사를 때려선 안 돼.
한 편 이 시간, 준석은 창가에 서서 고민에 빠진다. 엄청난 보고서를 사흘 안에 써서 내야하는 것이다. 상민은 자신에게 보고서를 떠넘겼으며, 윤선은 화장품 회사로 외근을 나갔다. 그럼 쓸 사람은? 준석 혼자뿐이다. 어쩌지, 내일 저녁에 김경훈이랑 약속 잡았는데. 그럼 오늘 빼도박도 못하고 야근이잖아. 하… 내 인생. 준석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유리에 비친 자신을 바라본다. 그냥 약속 파토낼까? 그러나 준석은 며칠 전 자신에게 숙취음료를 내밀며 비웃는 동민의 얼굴이 떠오른다. 분명 동민은 그저 씩 웃었는데, 준석의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영상은 캬캬 웃으며 비웃는 비열한 표정의 동민이다. 그리고 준석은 경훈에게 동민을 술에 취하게 하는 팁을 얻어내는 상상을 한다. 다음 장면은 동민의 흑역사를 폰으로 찍는 준석이다. 그러면 그 인간이 내 발 밑에서 싹싹 빌면서 지워달라고 하겠지? 상상만해도 고소하다.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쏘냐! 준석은 오랜만에 야근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준석씨, 굿모닝!”
아 깜짝이야, 뭐야. 혼자만의 달콤한(?) 공상 중 갑작스런 방해에, 준석은 놀라며 뒤돌아본다. 뒤에는 경훈이 수줍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준석은 아침부터 뭐지, 싶지만 애써 친절한 미소로 경훈을 반긴다.
“좋은 아침이에요. 일찍 오셨네요.”
“일찍 오길 잘 했어요. 준석씨를 여기서 볼 수 있으니까요!”
경훈은 좋아 죽겠다는 표정이다. 그러나 경훈이 왜 좋아 죽겠는지 모르는 준석은, 진짜 경훈은 쉽게 친해지는 미친 친화력의 소유자구나. 라고 생각한다. 뭐,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준석씨, 오늘 점심은 뭐 먹을까요? 찌개? 돈까스?”
“아, 저 오늘 점심은 못 먹습니다. 빨리 작성해야 하는 보고서가 있어서요.”
네? 굶고 하시는 거에요? 경훈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뚝뚝 묻어난다. 그러나 그것을 알 리 없는 준석은 네. 3일 내로 마감해야 되는데, 내일 저녁 전까지 끝내려구요. 라며 머리를 쓸어올린다. 내일 저녁에 자신과의 약속이 있다는 것을 떠올린 경훈은 급격하게 안절부절 해한다. 아, 저, 저랑 약속, 힘드시면 다음으로 미뤄도 돼요! 그러자 준석은 잠시 솔깃한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한시라도 바삐 동민의 흑역사를 손에 넣고싶다는 마음이 솟구쳐 오른다. 더 늦어지는 건 있을 수 없다.
“경훈씨랑의 약속이잖아요. 열심히 노력해야죠.”
내가 이렇게 노력하는데, 제대로 흑역사 팁을 내놔 이 키만 큰 놈아. 준석은 속으로 덧붙인다. 그러나 이런 준석의 마음을 절대 알 리 없는 경훈. 오히려 미친듯이 초록색 전구들에 불을 붙여가는 경훈이다. 나랑의 약속을 위해, 점심까지 굶으면서 일을 한대…! 경훈의 마음은 콩닥콩닥하다. 지금껏 이런 열의를 보인 연애상대는 전무후무하지 않은가! 내가 잘 할게요, 준석씨. 곧 고백할 테니 기다려요. 정문의 말은 까맣게 잊은 채, 혼자 고백 직전까지 마음을 먹어버린 경훈이다.
“김경훈 어디 갔어, 9시가 넘었는데 아직도 출근을 안 했어!!”
갑작스런 유현의 사자후가 들려온다. 아이쿠, 하더니 경훈은 준석에게 나중에 봐요! 라며 인사를 건네곤 재빨리 사무실로 뛰쳐들어간다. 준석은 그런 경훈의 뒷모습을 가만 바라보더니, 혀를 끌끌 찬다. 한심해.
“그겅 아니지.”
진호의 정색에 현민은 갸웃, 한다. 지금 현민은 영업1팀 사무실에서 진호에게 SNS의 광고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었다. 그러다가 진호의 설명에 의구심이 들어 반문하자, 진호가 정색을 한 것이다.
“주병 황경이 얼마나 빠르게 병하고 있는데. 기종 이롱은 더 이상 설명이 안 돼.”
“그래도 지금까지 광고는 기존 이론을 기반으로 제작되고 있는 거 아닌가요? 이론과 멀어지면 그 광고는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어필될 수 없을 거에요.”
현민의 반박에 진호는 딱히 논리적인 반박이 떠오르지 않는다. 입 밖으로 나올뻔한 첫 번째 대사는, 니가 뭘 알아! 였다. 그러나 이 말로 반박했다간, 어린 놈에게 비웃음만 사겠지. 동민이 형은 뭐라고 말할까. 라며 동민이 보고싶어지는 진호다. 현민이 다시 진호에게 반박하기 위해 입을 여는데, 누군가 뒤에서 현민의 어깨를 짚는다. 돌아보니 동민이 현민을 내려다보고 있다.
“확실히 홍대리 말이 맞아. 과거의 이론은 기껏해야 90년대까지 설명이 가능하지.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한번에 다양한 매체를 접하고 있잖아. 멀티스크린으로 인해 광고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한 매체의 집중도를 전제로 하는 옛날 이론은 상당히 구시대적 발상일 뿐이지.”
동민의 말에 현민은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장차장님! 이라며 고개를 푹 숙인다. 하여간 이론 다닥다닥 외우기만 좋아하는 안경잽이나 먹물들이 실전에 나오면 이래요. 동민은 장난스럽게 현민에게 살짝 꿀밤을 먹인다. 현민은 자신의 머리를 두 손으로 싸매면서도 뭐가 좋은지, 헤헤 웃는다. 진호는 어제 간신히 잠재운 질투심이 다시 불탈 것만 같다. 연승이 현민씨, 도와줘요! 라며 현민을 데려가지 않았으면 뺨이라도 한 대 올려붙이고 싶어졌을 것이다. 온 지 얼마나 됐다고 친한척이야.
“나 잘했지.”
뭐라고? 진호가 반문하자, 동민은 너 편 들어줬잖아. 라며 진호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뭔 편을 들어줘, 아주 논리적인 정보드만. 진호가 어깨를 털어 동민의 손을 떨구자, 동민은 진호에게 가까이 다가선다. 아, 난 우리 진호 편 들어주고 싶어서 바로 와서 말한건데 – 서운하네. 진호는 빙글빙글 웃고 있는 동민의 얼굴을 말없이 바라본다. 형, 좋아해. 진호의 뜬금터지는 고백에 동민은 뭐라냐, 라며 진호를 툭 친다.
“내 맘 알면서도 이렇게 구는 형이, 그래도 난 좋아.”
그만 좋아해라, 난 너 좋아하지도 않고 고백 받아주지도 않는데. 동민이 장난스런 표정으로, 그러나 목소리는 단호하게 말한다. 그러자 진호는 시무룩한 듯 고개를 떨군다. 아, 너무 심했나. 요즘 희망고문 시키는 느낌이 들어 좀 밀어내려고 한 말인데. 너무 상처를 줘버린 건가. 불안해져 동민은 진호의 눈치를 살핀다. 그런데 진호가 갑자기 고개를 확 든다.
“날 좋아하는 마음이 하나도 없었으면 형이 두 달 전에 끊어냈겠지. 나도 눈치는 있어. 형 마음 눈치 못 챘을까봐?”
진호의 말에 동민은 할 말을 잃는다. 눈치 없이 둔한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았구나. 동민이 가만히 있자, 진호는 씁쓸하게 웃으며 사무실을 나간다. 진호의 등을 바라보다가, 동민은 눈을 감아버린다. 제발 모른 척 해주길 바랬던 내 마음을, 들키고 말았다.
기획팀에서 일주일 동안 인턴 일을 하게 된 현민은, 광고 기획팀은 정말 지옥 중의 지옥이라는 말을 뼛속 깊숙히 체감하게 되었다. 연승을 따라 이리저리 일을 하다보니, 동민과 약속했던 시간보다 1시간이 넘게 지나 있었다. 으악, 어떡해!! 집에 돌아가도 좋다는 요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동민에게 전화를 걸며 1층으로 뛰쳐내려가는 현민이다. 그러나 신호음만 계속 가고 동민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나 계속 기다리시다가 집에 가신 거 아냐? 화는 많이 나셨을까? 미리 말해 놓을껄! 온갖 불안감에 휩싸여 발을 동동 구른다.
"엄마 잃은 강아지야? 뭐 이렇게 동동거려."
기다리던 목소리가 들리자, 현민은 바로 몸을 홱 돌려 그 주인공을 바라본다. 동민은 무표정으로 현민을 응시하고 있다. 아침에는 힘주어 세웠던 머리인데, 저녁이 되어서 그런지 앞머리가 힘을 잃고 이마를 가리고 있다. 이마를 덮으니 사람이 순해보이네. 현민은 그런 동민이 귀여워 쿡, 하고 웃는다. 이게 사람을 한 시간 반이나 기다리게 해놓고, 웃어? 안 엎드려? 동민의 말에 현민은 아이 차장님 - 하고 달려가 팔짱을 낀다.
"저 계속 일하느라 힘들어 죽는줄 알았어요, 상 주데여 - "
"..혀가 갑자기 왜 짧아져?"
귀여운 어필로 상대방을 유혹하는 겁니다. 라는 현민의 말에 동민은 어이 없다는 듯 실실 웃는다. 그래서, 나 바람 맞힐 뻔한건 사과 안하냐? 동민이 톡 쏘자 현민은 그러니까요! 하늘 같은 장동민 차장님을 바람맞는 기분이 들게 만든 기획팀 과장님이 제일 나빴어요! 혼내주세요! 라며 더욱 매달린다. 참 나, 이거 김경훈보다 더 한 놈이었구만? 그래도 그 분보다 귀엽죠? 현민의 자뻑에 동민은 팔을 털어내어 그를 떼어낸다. 그리고는 옆에 세워두었던 자신의 차에 오른다. 현민은 동민을 따라 차의 조수석에 몸을 싣는다.
"양주 드실건데, 차를 가지고 가요?"
"집 갈 땐 대리 불러야지. 그 바 가는 길이 애매해서 차 아니면 힘들어."
그렇구나. 현민이 고개를 끄덕이자 동민은 안전멜트 매라, 라며 차를 몰기 시작한다. 퇴근 시간인데도 바로 향하는 길은 그렇게 막히지 않았다. 아무래도 큰 대로변이 아닌 좁은 길 사이사이로 빠져나가는 동민의 센스 덕인 듯 하다. 현민은 그런 동민이 감탄스러워서 운전에 집중한 동민의 옆모습을 빤히 바라본다. 운전에 몰두해있는 줄 알았는데, 뭘 보냐. 라며 동민이 한 마디 한다.
"왜. 반했어?"
"그럴리가요, 잘 생겨야 반하죠."
저처럼! 현민이 꽃받침을 만들자 동민은 고개를 젓는다. 어린 애가 뭘 모르네. 사람은 외모보단 매력이야. 현민은 허, 웃고는 그럼 장차장님은 매력남이라는 거에요? 라고 어이없다는 듯이 질문한다. 그래서 누가 날 유혹하겠다고 한 게 아닐까? 동민의 질문에 현민은 하하하, 웃는다.
"제일 유혹하기 쉬워 보였을 수도 있죠."
"너, 성공적으로 유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알아?"
"그거야 유혹하는 사람이 오현민이면 되는 거죠."
아니지, 바보야. 주차장에 차를 대며 동민은 말한다. 그럼 뭔데요? 미션 성공할 수 있게 팁을 주세요! 현민이 안전벨트를 풀며 신난듯이 대꾸한다. 동민은 차키를 뽑더니 운전대에 손을 넣고 현민을 바라본다.
"유혹하고자 하는 상대에게 빠지는 거지."
너는 큰일났다. 날 유혹시키기 전에 너가 나한테 빠질거다. 동민의 말에 현민은 혀를 메롱 내민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건데요 - . 그리고 차에서 내리는 현민에, 동민은 끄덕이며 그 역시 내린다. 그러니까, 말하잖아.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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