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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완전하게 부순다.



속이 부글부글거려서, 더 이상 잘 수가 없다. 준석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눈을 뜬다. 아우, 어제 얼마나 마신거야... 속이 불편해서 준석은 배를 움켜쥐고 몸을 일으킨다. 그런데 배가 아닌 허리가 저릿저릿하게 아파온다. 어제 술 마시고 무슨 짓을 한 건가... 주량이 코딱지만한 자기 자신이 미워진 준석은 한숨을 푹, 내쉰다. 그래도 푹신푹신한 곳에 누워 있는 걸 보니, 집은 제대로 들어왔나 보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기며 준석은 배를 문지른다. 아우, 토할 것 같다. 살살 문질러야지. 내 배. 내 배...... ...응?


"... 알몸?"


이상하다. 항상 취하면 옷을 다 입은 채로 잠이 들어버렸던 준석은 실오라기 하나 걸쳐지지 않은 자신의 몸에 당황한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는데, 어제 잠시 보았던 기억이 있는 경훈의 방이다. 어제 여기서 그대로 잠든 건가, 싶은 준석은 경훈에게 민폐를 끼쳤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해진다. 정보 빼먹을 거 다 빼먹고 술 취해서 하룻밤 신세나 지다니, 이준석 막장이구만. 남의 집에서 옷을 다 벗어던지고, 남의 침대 위에 누워 잠을 잤다니. 준석은 이게 무슨 흑역사 갱신인가 싶어, 경훈에게 미안해진다. 일단 속옷을 찾아 주워 입으려고 움직이는데, 갑자기 무언가 자신의 허리를 휘감는다. 


"...으응, 준석씨, 일어났어요?"


순식간에 경훈의 품에 갇혀버린 준석이다. 경훈은 준석의 어깨에 얼굴을 부비적대며,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요 - 란다. 준석은 자신을 껴안은 경훈의 몸을 바라본다. 옷이 없다, 속옷도 없다...? ... 나도 알몸이고, 경훈도 알몸이다. 이건 무슨 상황인가 싶어, 준석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경훈을 바라본다. 경훈은 그런 준석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준석의 어깨에 입을 맞춘다. 그리고는 쑥쓰러운 표정으로 준석을 바라본다.


"미안해요, 어제 너무 흥분해서... 많이 아팠어요?"


...ㅁ, 뭐라고? 뭘 해? 내가 왜 아파? 준석은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다. 네? 라고 되묻자, 경훈은 더욱 쑥쓰럽다는 듯이 준석의 품에 안겨 고개를 푹 숙인다. 다음엔, 살살할게요. 뭘 살살한다는 거지? 어제 이 놈이 나한테 술을 엄청나게 많이 마시게 했나? 술 내기를 했나? 준석은 제발 아니길 바라면서, 최악의 수를 제외한 나머지 경우를 다 생각해 본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우리 둘 다 옷을 벗고 있지만, 에이 설마. 만리장성을 쌓았을 리 없어, 생각한 준석은 자신의 허리에서 경훈을 떼어낸다.


"저, 우리 왜 이러고 있어요?"

"...........??"


준석의 질문에 경훈은 표정이 쑥쓰러움에서 순식간에 당황으로 바뀐다. ... 지금, 뭐라고? 기억이 안 난다는 건가? 어제 그렇고 그랬던 거는, 다 술 취해서라고? 경훈은 벌떡 몸을 일으켜 준석을 빤히 바라본다. 무슨 질문을 먼저 해야할지 모르겠다. 경훈은 에이, 그래도 날 좋아하니까 어제 무의식적으로 그런 거겠지, 싶어 더듬거리며 준석에게 묻는다.


"ㅈ, 저기 준석씨. ㄴ, 나, 나 좋아해요?"

"......그럴리가요. 우린 둘 다 남잔데."


낭패다. 준석과 경훈은 동시에 생각했다. 경훈은 허, 하고 짧은 숨을 뱉었다. 그럼, 그럼 좋아하지도 않은데 그냥 술 취해서 분위기 탄 거야? 그럴 수가 있어? 준석은 암담해진다. 좋아하냐고? 이 뉘앙스는... 아, 진짜 망했다. 이준석 인생의 최대 흑역사다. 미쳤네, 이준석. 술 못하면 많이 마시지나 말지. 아주 남의 흑역사 하나 파보겠다고 온갖 오버를 다 떨다가... 결국엔. 준석은 아래가 쓰라리고. 허리가 아파온다. 하, 진짜 했구나. 돌았다, 진짜. 일단 이 곳을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한 준석은 침대에서 벗어나며 곁눈질로 경훈을 바라본다. 화가 난 표정의 경훈은 먼 곳을 응시한다. 준석이 옷을 하나하나 꿰어입어도 돌처럼 움직임 없이 앉아있을 뿐, 말이 없다. 심지어 옷을 다 입을 때까지 쳐다보지도 않는다. 


".... 저, 갑니다."


준석은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 도망치듯이 경훈의 방에서 빠르게 걸어나왔다. 그런데 허리가 너무 아파서 속도가 나지 않았다. 결국 벽을 짚고 절뚝거리며 천천히 현관문을 여는 준석이다. 경훈은 닫히는 문을 바라보더니, 입술을 물어뜯는다.












이 하늘, 이 바람, 이 상쾌함! 드디어 완연한 가을인가!


요환은 아침부터 기분이 좋다. 월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출근길 버스에는 보통보다 사람이 많이 없어 땀흘리지 않고 쾌적하게 출근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몇 정거장 가지 않아 앉을수도 있었다. 열린 창문으로는 가을 바람이 요환의 얼굴을 간지럽혔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랗다. 세상에, 월요일이 이렇게나 상쾌할 수 있단 말이야? 오늘 뭔가 기분 좋은 일이 있을려나 봐! 이런 날은 흔치 않다는 생각에, 파란 하늘의 사진을 찍어 기획팀 단체 카톡방에 사진을 올린다. 좋은 아침! 이라는 문구와 함께. 


"임 과장님, 아주 신이 나셨어요 - "

"완전 좋은 아침이져!"


기분이 좋은 것은 연승과 정문도 마찬가지다. 아니, 오늘 무슨 날이야? 왜 이렇게 차가 안 막혀? 일찍 도착하겠는데? 연승은 휘파람을 불며 최신 아이돌 곡을 차 안에 빵빵하게 틀어놓는다. 그리고는 신호 대기를 받느라 차가 서 있을 때마다 춤추고 노래하고, 난리가 났다. 정문은 지하철에 사람이 별로 없어 앉아서 화장을 하는 중이었다. 내가 출근 시간에, 앉아서 가다니! 앉아서 아이라인을 이렇게 이쁘게 그릴 수 있다니! 거울을 요리조리 뜯어보며 눈웃음짓는 정문도 난리가 났다. 월요일 아침, 기획팀은 아주 신이 났다.


연승이 차에서 듣던 노래를 계속 흥얼거리며 스텝을 밟으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선다. 마침 요환과 정문이 창문 앞에서 이 상쾌한 기분을 잡담으로 함께 나누고 있었다. 연승씨, 어서와! 들썩거리는 연승의 어깨를 보자, 요환과 정문도 더욱 신이 난다. 


"오늘 아침 저만 기분 좋았던 거 아니져?"

"아, 오늘 아주 - 길이 뻥뻥 뚫리는 게, 하늘도 파랗고. 기분 짱이던데?"


크으으으으으으!!!!! 연승이 엄지손가락을 내밀며 이목구비를 구기자, 정문과 요환은 빵, 터진다. 연승의 리액션과 표정은 정말 국보급이다. 어찌 이렇게 맛깔나게 망가질 수가 있지? 한참을 웃던 기획팀은, 문이 벌컥 열리며 들어오는 사람을 바라본다. 어, 좋은 아침!


"................"


경훈이 대꾸 없이 무표정으로 바라보자, 요환은 뻘쭘해진다. 아, 이어폰을 꽂고 있어서 못 들었나, 싶은 정문은 크게 손을 흔든다. 안녕하세요, 김사원님!! 그런데 경훈은 고개를 끄덕, 하고 인사하더니 천천히 매체팀 사무실로 들어간다. 뭐지, 오늘 경훈씨 분위기가 너무 다른데? 주말에 무슨 일이 있었나봐요. 라며 기획팀은 약간 뻘쭘해진다. 기분 나쁜 일 있는 사람한테 미안해지네. 너무 활짝 웃었어. 연승은 자신의 입꼬리를 매만진다. 그런데 문이 열리고, 또 한 사람이 들어온다.


"오, 준석씨! 굿모닝!"

"... 아, 좋은... 좋은 아침입니다."


그런데 준석의 몰골은 별로 안 좋다. 배드 모닝이라고 인사를 해도 이해가 될 정도다. 어제 밤을 샌 건지, 다크써클이 광대까지 내려와 있었다. 머리는 방금 쥐어뜯기라도 한 것처럼 까치집이었다. 넥타이는 발로 맨 것마냥 삐뚤어져 있었다. ... 준석씨 사기당했나? 싶은 연승이다. 준석은 힘없이 인사를 하더니 터덜터덜 영업2팀 사무실로 들어간다. 저 봐, 무슨 세상 잃은 사람처럼 힘이 없잖아. 진짜 사기를 당했나, 아님 빚쟁이가 쫓아왔나? 심각한 고민이라도 있나봐. 기획팀은 더욱 뻘쭘해진다. 이렇게 좋은 아침의 상쾌한 기분을 나누기가 힘들 줄이야...!! 문이 다시 한 번 열리자, 이번에야말로 상쾌한 아침의 미소를 함께 나누고 싶어지는 요환이다. 가라, 요환!


"안녕, 현민씨! 오늘 완전 좋은 아침!"

"아, 예. 저 그런데, 장차장님 오셨어요?"


대뜸 동민이 왔냐고 묻는 현민이다. 아, 아니 안 왔는데? 요환의 말에 현민은 하, 한숨을 쉬더니 영업1팀 사무실로 들어간다. 결국 현민은 주말동안 동민의 답장을 받지 못했다. 원래라면 꼬박꼬박 답이 왔어야 하는데, 진짜 왜 답이 없는거야. ...너무 들이대는 거 티 나나. 그래도 유혹하라며, 유혹하라며! 괜히 동민이 미워지는 현민은 입을 비죽인다. 요환은 이번에도 좋은 아침이 실패하자, 상처받았다. 다들 안 좋은 아침인가봐... 그런가봐...


"... 가서 일이나 하죠."


덩달아 시무룩해진 연승과 정문이다. 다들 주말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기분이 안 좋은거야...













어쭈, 입술 안 집어 넣지. 동민이 쓰읍, 하자 현민은 입을 꾹 집어넣는다. 


아침부터 동민에게 오자마자 하는 소리가, 왜 답장 안해요. 란다. 뭘? 이라고 되묻자, 현민의 입술은 더 삐죽 튀어나온다. 카톡, 안 봤잖아요. 아, 맞다. 얘가 카톡 보냈었지. 동민은 아아 - 하더니 현민에게 설명한다. 토요일은 하루종일 진호 돌봐주고, 일요일은 오랜만에 집 가서 가족이랑 시간 보냈어. 동민의 말에도 현민의 눈빛은 미심쩍다. 뭘 그렇게 쳐다보냐. 동민이 묻자, 현민은 고개를 삐딱하게 하더니 한 마디 한다. 저 차단한 거 아니에요? 널 왜 차단하냐, 라며 동민은 카카오톡을 실행해 채팅방을 눌러 현민에게 건넨다. 이거 봐. 현민은 잠시 빤히 바라보더니, 동민의 폰을 가져가 무언가를 한다. 


"뭐해?"

"오현민 인턴이라뇨 - 우리 사이에 안 맞게 너무 딱딱하잖아요."


그러면서 현민이 건넨 핸드폰엔, 현민의 카톡명이 바뀌어 있다. '미니미니'. 이게 뭐냐? 동민의 물음에, 현민은 저도 현'민', 차장님도 동'민'이잖아요. 현민의 말에, 동민은 빵 터진다. 책상 위로 쓰러져서 배를 움켜쥐고 웃는 동민을 보며, 현민도 따라서 몸을 수그린다. 아, 왜여. 둘 다 민민이잖아요. 민이민이, 미니미니! 현민의 말에 동민은 더욱 미친듯이 웃는다. 아, 귀엽다 진짜. 어린이답네 아주.


"그럼 난 뭐냐?"

"으으음 - "


대장 미니미니, 어때요? 대장! 이라며 동민에게 매달리는 현민이다. 킥킥, 웃으며 동민은 현민의 뒷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내가 대장이야? 으구, 어린이야. 동민의 쓰담쓰담에 현민은 주말에 그렇게 맘고생한 것의 보상을 받는 기분이다. 자, 이제 일할 시간이에요 - 유치원생을 어르는 말투를 쓰며 동민이 현민을 품에서 떼어내고 파일을 건넨다. 네, 대장님! 현민이 경례를 하자, 동민이 큭큭, 하며 눈웃음을 짓는다. 휘어진 눈꼬리에 세 줄의 주름. 현민은 동민의 그런 주름마저 좋다는 생각이 든다. 진짜 빠진 게 맞구나, 나. 주말 내내 고민을 하다가, 결국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기로 한 현민이다. 그리고 동민에게 먼저 매일 다가가기로 한다. 매일 다가가면, 동민에게 무의식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 이따 점심에 김경훈이랑 먹기로 했는데, 너도 갈래?"

"김사원님이요? 좋죠."


누가 있든 무슨 상관입니까, 형님과 먹을 수 있다면. 좋죠. 좋다고 생각합니다.













충격을 받은 진호는 한 술 뜬 죽 위에 숟가락을 떨어뜨린다. 동민은 현민의 귀를 두 손으로 막아보지만, 이미 현민은 경훈의 돌발발언에 충격을 받은 상태다.


오늘의 점심시간 라인업은 경훈, 진호, 동민, 현민이다. 회사 앞에 새로 생긴 파스타 집에 이 네 명의 남정네는 둘러앉아 파스타 두 개를 나누어 먹는다. 진호는 동민의 맞은편에 앉아 파스타 대신 동민이 주말에 만들어 준 소고기죽을 먹고 있다. 원래 동민은 파스타를 안 좋아하지만, 경훈이 자신이 밥을 살테니 고민 상담 좀 해달라며 SOS를 쳤기 때문에 이 곳에 앉아있다. 그런데 넷이 앉아 주문을 하고 나서, 음식이 테이블에 놓이자마자 경훈은 이 한마디를 했다.


"상대방을 전혀 좋아하지 않아도, 술 취하면 섹스가 가능한가봐."


야잇, 목소리라도 낮추덩가! 진호는 경훈의 팔을 주먹으로 친다. 점원이 듣능다고! 한편 현민은 지금 자기가 잘못 들은건가, 싶어 눈썹을 치켜올린다. 못 들은 척해라, 어린이. 옆에 앉은 동민이 낮게 읊조렸지만, 현민은 멍하게 맞은편에 앉은 경훈을 바라본다. 경훈은 난 진심이었는데... 라며 동민과 진호의 반응을 무시한다. 한숨을 푹 쉬자, 동민은 현민의 귀에서 손을 거둔다. 주말에 무슨 삽질을 한 거냐. 동민의 말에 경훈은 억울한 듯, 고개를 홱 치켜들며 바락 소리를 지른다.


"삽질 아니야! 난, 난 진짜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통한 줄 알았다고! 그런데 전날 밤에는 같이 좋아해놓구... 아침에 일어나니깐..."


날 좋아하냐고 물어봤더니 그럴리가요, 래. 같이 밤새 자 놓고 그럴리가 라니. 이거 원나잇이잖아. 경훈의 말에 동민은 혀를 찬다. 내가 너 그렇게 금사빠일 때부터 이런 일 있을 줄 알고 있었다. 너 이번에는 진짜라고 하지 않았냐. 왜 이렇게 애가 바보같애. 동민의 말에 경훈은 시무룩해진다. 진호는 넌 좀 착각이 심해. 라며 고개를 내젓는다. 한편 현민은 자신이 끼어들 수 없는 주제라는 것을 깨닫고 잠자코 듣기만 한다. 사실 뭐라 말을 해 주고 싶어도, 난생 처음 보는 사례라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경훈은 지금까지 자신의 착각이었나? 싶다. 나랑 단 둘이 있고 싶어하고, 나한테 갑자기 잘해주고. 내 존재 자체가 좋다고 하지 않았어? 경훈의 혼잣말에 동민은 해석이 지나쳤을 수도 있지. 라고 대꾸한다.


"관점을 조금만 달리해봐도, 그 사람은 그냥 너에 대한 인간적인 호감을 보였을 뿐이잖아."

"... 내가 너무 연애 감정에만 치우쳐 있던 거에요?"

"그래.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그런 말이 있잖냐."


니가 모든 사람을 연애 대상으로만 보고 앉았으니 모든 행동이 연애 감정에 연결된 걸로 밖에 해석이 더 되냐. 동민은 경훈에게 면박을 준다. 너 이제 연애 같은 거에 당분간 신경 꺼, 일상생활이 가능하냐, 그래서. 동민은 집게로 파스타 한뭉텅이를 집더니, 테이블만 쳐다보고 있는 경훈의 접시에 놓아준다. 그리고 또 한뭉텅이, 이번의 현민의 접시. 현민은 감사하다고 웅얼거린다. 경훈은 포크를 들고 파스타를 깨작거린다. 정말, 나에 대한 감정은 단지 그건가? 눈물이 떨어질 것만 같은 경훈의 눈빛을 보며, 동민은 불쌍한 놈, 이라고 생각한다. 또 자기 혼자 머릿속으로 진도 빼놓고 좋아라 했겠지. 고백도 안 해놓고 혼자 사귀는 것처럼. 그런데 저런 놈이 들이대는데 뺨 때리지 않고 술에 취해 몸을 섞은 상대방은 또 누군가. 그 사람은 정신이 이상한 게 아닌가. 동민은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별 이상한 걸 주워다가 혼자 좋아하는 너도 정신 나갔어, 김경훈.


"......물어봐야겠어."


뭘? 이라는 동민의 반문에 경훈은 정말 진심을 알고 싶어요. 가지고 논 건지, 아니면 고의가 아니었는지. 란다. 


"내가 좋아하는 마음을 알고 즐긴건지, 아니면 전혀 연애 쪽으로는 상상도 못하고 있었던 건지. 어느 쪽인지, 알고 싶어요."

"... 그래서 어느 쪽이면? 뭐가 바뀌어?"


마음 없이 섹스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동민은 말하며 파스타를 한 입 먹는다. 진호는 그래, 잊어, 경후나. 라며 죽을 한 숟갈 퍼먹는다. 현민도 덩달아 어느 쪽이던, 그 분은 그런 깊은 관계를 단지 술기운 하나로 쉽게 하시는 분이에요. 별로 좋은 분이 아닌 것 같아요, 마음 아프겠지만 그냥 물어보지 말고 단념해요. 란다. 그 말에 동민이 끄덕, 한다. 그런 둘을 번갈아 보던 경훈은, 한숨을 내쉰다. 정말 이 둘의 말이 맞아요, 준석씨? 나는 너무 궁금한데? 













밥도 다 거르고, 일만 했더니 벌써 퇴근 시간이네. 그러나 밥을 걸렀다고 해서, 오늘 업무에 집중하고 있던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오늘 하루종일 준석은 넋이 나가 있었다. 복사를 양면으로 하려던 것을, A4를 A5 크기로 바꿔버리질 않나. 커피 믹스를 종이컵 안에 넣어놓고 물 넣는 것을 깜빡하고 바로 입에 가져가질 않나. 심지어 상민에게 업무 보고를 해야 하는데, 계속해서 말을 더듬었다. 준석이 말을 더듬는 것을 처음 보는 상민과 윤선은 크게 놀랐다. 폐인 꼴을 해서는, 오늘 하루 정신줄을 놓고 있는 준석에 윤선은 어디 아픈 것 아니냐고 물어본다. 상민도 열 있어? 라며 준석의 이마를 짚는다. 


"열은 없는데... 준석씨 무슨 일 있었어? 왜 이래, 오늘?"

"ㅇ, 아, 아무 일도... 없, 없었는, 데요..."


준석은 그 말을 끝으로 지금까지 입을 열지 않고 혼자 책상 위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왜 저러는 거지, 상민과 윤선은 불안한 눈빛을 준석에게서 거두지 않았다. 준석은 그런 둘의 시선을 뒤에 달고, 터덜터덜 느린 걸음으로 회사를 나선다. 그리고 건물에서 몇 걸음 채 가지도 않았는데, 머리를 감싸쥐고 주저앉는다. 아오, 이준석 진짜!!! 


"... 그래, 장동민은 장동민일 뿐이야... 내가 뭔 복수를 하겠다고..."


결국 자신의 패배를 깔끔하게 인정해야 했다. 준석은 인생이 망쳐져버린 기분이다. 그리고 그 인생을 망친 것은, 스스로였다. 혼자 상대방을 싫어하고 견제하다가, 혼자만의 이상한 생각으로 이상한 플랜을 짜서, 혼자 자멸했다. 그리고 이런 웃기지도 않은 원맨쇼에서 피해자가 하나 발생했다. 김경훈. 사과해야하는데, 오늘 하루종일 보기가 민망해서 얼굴 피하느라 밥도 못 먹었다. 내일 출근하자마자 어떻게 사과를 해야할까. 얼굴도 잘 못 쳐다 보겠는데. 하아, 어쩌지. 한숨을 푹 쉬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누군가 뒤에서 준석의 팔을 잡아 홱 준석을 뒤로 돌린다. 경훈이었다.


"ㄱ...경훈씨...아, 저..."


준석은 경훈의 눈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할 말을 잃었다. 그래서 경훈의 와이셔츠 깃만을 바라보며 머릿속으로 할 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하지, 그냥 그 날의 일만 사과해야하나. 술 때문이라고 말하는 게, 용서받을 수 있는 걸까. 온갖 생각을 하는데, 경훈이 갑자기 벽으로 준석을 몰아붙인다. 뒷걸음치다가 더 이상 갈 길이 없는 것을 깨달은 준석은 긴장으로 몸이 굳는다. 만약 경훈이 뺨을 때리면? 내 배를 주먹으로 치면? 나는 맞아도 싸, 그래요 경훈씨. 분이 풀릴 때까지 날 쳐요. 굳은 결심으로 준석이 어디에서 먼저 충격이 느껴질 것인지 계산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무언가 물이 한 방울 뚝 떨어진다. 뭐지? 고개를 들어보니, 경훈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 겨, 경훈씨?"

"나는 있잖아요, 준석씨. 나는 사랑에 빠지는 게 빨라요."


날 후려칠 줄 알았는데, 대뜸 운다면서 하는 말이, 사랑이라니. 미안한 마음과 당황스러운 마음과 황당한 마음이 한 데 뒤섞여, 준석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한다. 경훈은 뚝뚝 울면서 말을 이어나간다.


"그래서, 솔직히 준석씨랑 같이 있으면서, 나 혼자 오버해서 준석씨가 나한테 보이는 호의를 오해한 거는 사실이에요. 그 오해로 나는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준석씨가 많이 좋았어요. 좋아했어요, 아니, 사실은 좋아해요. 많이 좋아해요. 그런데 준석씨는 아니잖아요, 그렇죠?"

"........그날 밤, 정말 미안해요. 내가 술을, 왜 그렇게 먹어서... 정말 미안합니다. 경훈씨."

"...그것보다, 나 하나 물어볼게요."


당황스럽다. 경훈이 자신을 좋아했단다. 전혀 몰랐다. 그냥 사람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었단다. 그동안의 경훈의 행동들이, 왜 그랬는지 이제서야 모든 의문에 답을 찾았다. 퍼즐이 맞춰지듯, 모든 것이 명확했다. 날 좋아해서, 그랬던 거구나. 그래서 더욱 미안했다. 준석은 왠지 의도치 않게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논 것 같은 기분이다. 경훈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과를 했다. 그런데 대뜸 물어볼 말이 있단다. 뭐지, 싶어져 준석은 떨리는 눈으로 경훈을 바라본다. 경훈은 눈물을 쓱 닦더니, 준석을 바라본다. 경훈의 눈은 울어서 빨갛게 충혈되어 있다.


"그냥, 준석씨는 내가 좋아하는 거, 모르고 그냥 친해지려고 했던 거죠? 내 마음, 알면서 막 이용하고 이랬던 건 아니죠?"


대답해줘요, 경훈은 전자이길 바라면서 물어보았다. 그러나 준석은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이용이라는 단어가 준석의 입을 봉해버린 것이다. 확실히, 이용은 맞다. 장동민에 대한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서, 김경훈에게 접근한 거니까. 생각해 보면 그게 뭐 그리 대단한 정보라고 이 사람을 이용했을까, 싶지만. 어쨌든 경훈의 마음을 알건 몰랐건 자신은 경훈을 이용한 것이 맞다. 준석은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인다. 미안하다는 말도 못하겠다. 한편 준석의 반응에 경훈은 당황한다. 알고 있었으면서 날 이용한 게 맞는거야? 내가 밥 사주고 이런게, 준석씨는 그런 게 좋았던 건가? 다른 사람처럼, 나는 그냥 어장이었던 거야? 토요일 아침처럼, 경훈은 다시 한 번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상처를 받는다. 이전 사람들보다 더욱 크게. 


"...나는 준석씨 아직도 좋아하고 포기하기 힘들어서 마음 아픈데, 준석씨는, 그러고 싶었어요? 사람 마음이 그렇게 맘대로 해도 되는 거에요?"

"....................."

"너무하시네요, 진짜."


경훈은 눈물을 더 이상 참을수가 없어서, 손가락으로 눈물을 훔치며 뒤돌아 가 버린다. 준석은 계속 고개를 숙이며 가만히 서 있는다. 돌로 만든 사람처럼, 준석은 그렇게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런데 그런 둘을 지금까지 멀리서 바라본 사람이 있었다. 벽 옆에는 자동차 하나가 주차되어 있다. 그리고 그 자동차 안에는 운전석에 앉아 있던 사람이 있었으니.


".........가관이네."


조수석 창문이 열려있어서, 지금까지의 대화를 다 들은 동민이다. 김경훈, 어쩌자고 같은 회사 인간이랑 이렇게 된 거냐. 그리고 이준석, 너는 대체 무슨 심리냐. 친한 동생에게 상처를 내 버린 준석을 가만히 노려보던 동민은, 차에서 내린다. 대체 무슨 생각인지, 들어나 보자. 굳게 마음 먹는 동민은 차를 잠그고, 벽에 가만히 서 있는 준석에게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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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
아.. 찌찌 안타까워서 어째ㅠㅠㅠㅠㅠㅠㅠㅠ 장차장이 큐피트가 되어주려나? 요즘 회사물이 내 삶의 낙이야 쓰니갓 즐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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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2
아....진짜 어떡해ㅠㅠㅠㅠㅠ너무 좋아ㅠㅠㅠㅠㅠ찌석이들 어떡하니ㅠㅠㅠㅠㅠㅠㅠ아 쓰니야 이거 이런 분량으로 이런 고퀄으로 이렇게 자주 와주면 내가 너무 사랑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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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3
진짜 대박ㅠㅠㅠ내가 많이 좋아해 쓰니갓ㅠㅠㅠ하루 종일 이것만 기다렸어ㅠㅠㅠㅠㅠ으와ㅠㅠㅠ너무 좋아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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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4
ㅠㅠㅜㅠ대박ㅠㅠㅜㅜㅠㅠ쓰니기다리고있었어ㅠㅠㅜㅠㅠㅜㅠ이번편도진짜대박이다ㅠㅠㅠㅜㅠ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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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5
워어어어어엉 찌석 앞으로 어떠ㅎ게될까가 가장 궁금ㅠㅠㅠㅠㅠ 장이 이어주는건가ㅠㅠㅠㅠㅠ 좋다ㅠㅠㅠ 너갓 오늘도 사랑해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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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6
헐 아 여기서 이렇게 끊으시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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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7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긏방을 눌렀더니 럭키ㅠㅠㅠ 글이 올라와 있네ㅠㅠㅠ 찌석 분량 훅 늘어나서 넘 좋다 으앙.. 쓰니 명절 잘 보내고 앞으로도 건필!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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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8
허얼....마지막 ㅠㅠㅠㅠㅠ어떻게 되는거야..!!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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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9
아니 이거 넘 쩔어 쓰니 어떻게 말투를 하나하나 그 사람처럼 써???????????? 진짜 싱크 쩐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맨날 기다리고 있어 쓰니야 댓글을 쓸수밨에 없다는게 이런거구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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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0
너갓ㅠㅠㅠㅠㅠㅠㅠ진짜 너갓 내가 많이 됴아해ㅠㅠㅠㅠㅠㅠ항상 이렇게 좋은 글 들고와줘서 고맙고 즐추보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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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1
와 진짜 와... 찌석 어떡해 ㅠㅠㅠㅠㅠ 상처받은 경훈이 완전... 진짜 다들 싱크가 엄청나서... 내가 매일 너갓만 기다려 진짜 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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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2
으아아 경훈이 귀여운데 안됐고 ㅠㅠㅠㅠㅠㅠ 장차장님이 뭘 할지도 걱정된다. 현민이 미니미니를 시전한거 졸커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쓰니의 센스에 오늘도 무릎 꿇고 읽었어♡♡ 항상 고마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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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3
이거보러 여기와... 사랑해쓰니 찌석 좋아 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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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6
으어어ㅠㅠㅠㅜㅠㅠㅜ 쓰니 추석 잘보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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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7
쓰니야ㅠㅠㅠㅠ 드디어 앵스트 기로에 선 찌석이네. 스텝 바이 스텝을 밟아도 불안한 게 사랑인 것을, 순서 뒤집히고 오해하고 맘 아픈 관계가 되어버리다니. 경훈이는 물론이오, 준석이도 마음의 혼란이 올 것 같아서 걱정이 되넴.. 금사빠가 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 이유만으로 상대의 생각을 넘겨 짚는것도 사실 좋은 건 아니지만 각자의 사정이 있으니 누구 하나 탓하기가 애매하구나. 결정적인 순간에 끊어서 다음이 궁금해~ 그리고 은근은근 진도 빼고 있는 오장이나 콩장도 좋다. 얼마나 죽을 맛있게 쒔으면 가지고 나와서 먹을 정도인거지. 그리고 현민이가 자기 감정을 솔직히 받아들여서 오는 진도도 기대된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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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8
하... 쓰니 진짜 사랑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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