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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계기가 되어



강아지가 무엇을 무서워할 때, 으르렁거리며 날카로운 이만 드러낼 뿐 쉽사리 덤비지는 못한다. 동민은 항상 준석을 보면 한 마리 강아지가 자신을 무서워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 대한 경계와 싫어하는 감정을 대놓고 표정에 드러내어 나를 보고만 있는데, 그걸 모를 수가 있을까. 또한 동민은 그 감정의 기저에는 라이벌 의식이 들어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항상 준석이 프로젝트나 영업 업무에 기를 쓰고 몰두하고 있으면, 동민은 생각지도 못한 포인트에서 그것을 수월하게 해냈던 것이다. 그것이 준석에게는 좋게 보일 리 만무했다. 그래서 항상 준석은 동민을 회사 안에서 언제나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동민은 그런 준석이 으르렁 대는 강아지 같아 눈빛을 받아치며 미소지어 보였다. 그렇기에 처음으로 회사 밖에서 자신을 노려볼 때, 새롭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 상민의 지시에 의해 술이 약한 준석을 구해냈을 때, 준석은 동민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였다는 것에 대해 수치스러워 하는 듯 했다. 그래서 처음으로 밖에서 자신에 대한 적대적인 눈빛을 노골적으로 쏘아댔는데, 그것이 재미있어 동민은 씩 웃었었다. 


그러나 지금, 준석은 처음으로 정색을 하고 자신을 무섭게 바라보는 동민의 눈빛을 보았다. 사실 보는 게 아니라, 동민에게서 처음 보는 강한 눈빛이 은근히 무서워서 고개를 떨구고 있지만. 아까 갑자기 가까이에 있던 차에서 동민이 내리더니, 잠시 얘기 좀 하자며 근처 까페로 자신을 끌고 왔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경훈과의 일을 설명해 보란다. 다 들어버린건가, 싶어 준석은 주먹을 꼭 쥔다. 손 사이로 땀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설명 좀 하지? 오해하긴 싫은데."


동민은 준석이 입을 다물고만 있자, 한 마디 한다. 이용이네 뭐네 김경훈이 떠들던데, 난 이준석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나에 대한 표정도 못 숨기는데, 그런 짓이 가능하겠어? 빈정대는 말투에, 준석은 순간 울컥해서 고개를 쳐든다.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동민은 그래, 그 눈빛이야. 라고 생각한다. 준석이 자신을 노려만 볼 뿐 말이 없자, 동민은 아메리카노 한 모금을 마시더니 입을 연다.


"왜, 관계자가 물어보니까 말을 못 하겠나?"

"......!!"

"최근에 갑자기 김경훈한테 말 걸고 붙어다니고 그런거, 김경훈이 나랑 친해서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일침. 그리고 정적. 준석은 입을 헤 벌리고 동민을 쳐다본다. 이 인간, 촉이 장난이 아니다. 준석의 얼빠진 표정을 본 동민은 표정 좀 숨기라니까, 내 말 맞는 거 다 티내지 말라고. 라고 덧붙인다. 그러나 동민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 나를 싫어하는 데 왜 대체 김경훈에게 접근했으며, 김경훈이 오해할 만하게 왜 친절하게 군 건지. 이걸 좀 설명했으면 하는데?


"...제가 왜 그걸 차장님께 설명드려야 하죠?"

"그럼 김경훈한테 가서 말할래? 내가 장동민 때문에 너한테 접근했다고. 아주 상처 벌어지라고 소금을 뿌리지 그래?"


동민의 말에 준석은 할 말이 없다. 이미 자신은 의도적이지는 않았지만, 경훈에게 엄청난 상처를 줬다. 이런 말까지 하면, 경훈을 더욱 슬프게 할 것이다. 아까 덩치에 안 맞게 아이처럼 뚝뚝 울던 경훈이 생각나, 준석은 마음 한 켠이 아프다. 동민은 아마 나 싫어하는 거에 관련이 있을거 같은데, 어때? 라며 준석을 바라본다. 준석은 몇 초간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한번 차장님이 쓰러지는 걸 보고 싶었어요. 사소한 거라도. 그래서 차장님의 친한 사람에게 정보 같은 걸 얻고 싶었고."

"어이고 - 대단한 스파이 나셨네. 좋은 정보 얻으셨나?"

".......그런 거 상관없이, 실패죠."


알면 됐어. 동민은 헛웃음이 난다. 차라리 내 뺨을 한 대 갈기지 그랬어. 왜 제3자한테 그래, 멍청할 정도로 순수한 애를. 준석은 그러게나 말입니다. 라며 머리를 헝크러뜨린다. 이제 어떻게 할 건가? 저렇게 냅둘꺼야? 동민의 질문에 준석은 제가 어떻게 하시길 바라는데요? 라며 되묻는다.


"이제 난 아무 상관이 없지. 나한테 물어 뭐해. 이준석과 김경훈, 둘의 문제지."

"... 개인적인 의견이, 궁금해서요."


준석의 말에 동민은 심기가 불편해진다. 받아줄게 아니면 신경쓰지 말고 그만 인연을 끊어, 더 상처주지 말고. 이렇게 말하고 싶은데. 불현듯 이 말은 자신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을 느끼고 입을 다문다. 자신은 두 달이나 진호의 마음을 알면서도 밀어내고 있질 않은가. 물론 약간 경우가 다르긴 하다. 경훈의 나에게 마음이 있냐는 질문에, 준석은 아니, 였다. 그러나 동민은? 진호의 그런 질문에 절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결국 받아주지도 않고 있으므로 희망고문시키는 거나 다름없다. 나도 나쁘네. 이제는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하며 동민은 고개를 든다. 혼란스러워 보이는 준석의 표정이 보인다. 나도 혼란스러워. 하지만.


"마음이 없으면, 그냥 꺼져."


마음이 없으면, 두 번 다시는 가까이하지마.


"희망고문이잖아."


내 행동이 상대방한테는 연애 감정으로 해석되니까.


"사실은 연을 끊으라고 하고 싶지만, 같은 회사에서 불가능하지."


그래도 가능했으면 좋겠어. 마음을 정리하는 데 그게 도움이 된다면 말이야. 


"순수한 사람한테 상처주는 거, 진짜 못된 짓이야."


동민의 말은 이제 혼잣말처럼 소리가 줄어들었다. 어느새 동민은 준석에게 하는 말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을 내뱉고 있었다. 그리고 입을 다물고 생각에 빠졌다. 동민의 침묵은 준석이 차장님...? 하고 부를 때까지 계속되었다.













이제 완벽하게 나았다. 그래도 동민이 만들어 준 죽이 한 통 남았는데. 진호는 고민한다. 3일 동안 죽만 먹으니, 이제 다른 맛있는 게 먹고 싶은뎅. 하지만, 동민이 형이 만들어 준거니까 다 먹어야지! 진호는 헤헤, 웃으면서 죽을 전자렌지에 넣고 데우기 시작한다.


지난 주 토요일, 동민은 진호를 하루종일 간호해 주었다. 아침일찍 일어나 밥을 뭉근하게 끓이고, 끙끙 앓고 있는 진호의 입 안에 억지로 미음을 밀어넣었다. 속이 진정되자, 오후에는 혼자 장을 보러 나가더니 채소와 소고기를 사왔다. 그러더니 뚝딱, 하고 소고기죽을 만들어낸 게 아닌가. 야, 통 몇 개에 나눠담아서 냉장고에 넣어놓을 테니까 약 다 먹을 때까지 이것만 먹어. 동민은 그렇게 말하며 냉장고을 소고기죽으로 채워주었다. 죽 싫은데, 라며 투정을 부리다가 숟가락으로 머리를 한 대 딱 맞았다. 환자 때린다! 라고 쉰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자, 동민이 좀 나았나보다? 라며 빈정거렸다.


그러고도 동민은 밤이 깊을때까지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소고기죽을 먹고 다시 속이 불편해지지 않을까, 걱정되어 계속 누워 있는 진호 옆에 앉아있었다. 진짜 다정한 사람이야. 그래서 내가 형을 좋아해. 진호의 말에 안 다정하거든? 이라고 말하면서도 동민은 진호의 손아귀에서 손을 빼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날 받아주려나... 형도 나한테 마음 있는 게 뻔히 보이는데."


틱틱대면서도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챙겨주는 것. 진호가 동민에게 반하게 된 계기이다. 자신에게만 제일 다정하게 대해주며 센스 있는 사람. 진호는 지금껏 그런 사람에게 설레임을 느껴왔다. 그래서 자신을 잘 챙겨주며 업무도 똑바르게 해내고, 유머 감각까지 겸비한 동민이 자신의 이상형을 넘어서서 이상향이라고까지 여겨졌다. 그런데 이런 동민이 나에게 마음이 있다니. 내가 아프다니까 현관 앞에서 세 시간이나 기다리고, 하루종일 병간호도 해 주고. 이번에 진호는 자신에 대한 동민의 마음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서로 같은 마음이 되어가는 것 같아 진호는 기쁘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이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을까. 진호는 숟가락을 문 채로 천장을 보며 생각한다. 처음엔 동민이 서서히 마음을 열기만을 기다리려고 했는데, 자신이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그 마음의 문이 열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요새 자신에게 제일 많이 쏟아졌던 동민의 관심이 자꾸 다른 한 사람에게로 향하는 것을 느꼈다.


오현민.


하긴, 귀엽게는 생기긴 했다만. 어리고 애교가 많아서 그런가. 확실히 주변 사람들에게 예쁨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동민도 현민에게 자꾸 신경이 쓰이는 걸지도 모른다. 게다가 현민이 눈치 하나는 빠르다. 진호는 요새 동민과 현민이 눈빛을 주고받는 것을 자주 보았다. 둘이 몇 초 바라보더니 고개만 끄덕, 하고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동민의 보조 업무를 현민이 완벽히 다 해왔다. 말도 안했는데, 동민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다 조사해서 보고서를 작성했던 것이다. 촉 한번 좋네, 진호는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엔 현민의 시선 끝에 동민이 서 있다는 것을 진호는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다가도 자신과 동민이 이야기하는 것을 뚫어지게 보고 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던 것이다. 단순한 동경, 그 이상인 것을 진호는 너무나 잘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내가 그랬거든. 진호는 현민을 좀 견제해야겠다고 결심한다.


"마침 오현민이 이번 주 영업1팀에서 근무니까. 좀 신경 많이 써야겠네."


하지만 그렇게 걱정되지는 않는다. 동민과 진호는 회사 내에서 많은 사람들이 파트너라고 부를만큼, 매우 친하니까!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고작 2달 일할 인턴이 나한테 비교가 되겠어. 진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남은 죽을 싹싹 긁어먹는다. 덤벼봐라, 애송이.













현민은 회사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아침부터 진호가 자신을 예의주시하질 않나. 경훈은 퉁퉁 부은 눈으로 말 없이 돌아다니질 않나. 사무실에만 처박혀있던 준석이 복도에서 서성거리고 있질 않나. 경훈이야 그 일 때문이겠지만, 저 두 사람은 갑자기 왜 저러는 거지? 특히 준석이 제일 이상하다. 갑자기 히키코모리 같던 사람이 무슨 바람이 들어서 저러지? 벌써 복도에 잠깐 나왔다가 들어가기를 4번째 반복하는 준석을 바라보다가, 현민은 동민에게 메세지를 하나 보낸다. 


- 오늘 이준석 대리님이 이상해요 (땀땀) 무섭

"다른 사람 관찰하지 말고, 일이나 열심히 해."


와! 뭐야, 놀랬잖아요! 메세지를 전송하자마자 뒤에서 동민이 말을 건다. 현민은 화들짝 놀라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동민은 어린이, 학교에서 하던 버릇 안 고치냐. 일을 안하고 땡땡이를 쳐? 라며 꿀밤때리는 시늉을 한다. 아! 현민은 맞는 척을 하며, 우는 표정을 지어보인다. 아이고, 인턴 잡네. 뭐 임마?


"저번 주에 기획팀에서 하던 기획서 앞부분은 다 썼어?"

"아, 일단 쓰긴 했는데. 차장님이 한번 좀 봐주시겠어요?"


뭐 - 난 내 보고서 다 작성하고 이미 보고 올렸으니까. 시간도 괜찮은데 좀 봐줄까, 싶은 동민은 현민의 자리로 갔다. 현민은 워드 파일을 하나 열고, 동민이 볼 수 있도록 몸을 살짝 비켜준다. 동민은 의자에 앉아 진지한 표정으로 기획서를 처음부터 찬찬히 읽기 시작한다. 현민은 동민이 지금 어느 부분을 보는지 살펴보다가, 그대로 동민의 얼굴에 시선을 꽂았다. 일할 때 제일 진지해지는 동민이었다. 전혀 장난기 없이, 업무에 몰두하는 동민의 진지한 모습이 현민은 언제 봐도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찡그린 미간, 짙은 눈썹, 긴 속눈썹, 진지한 눈빛, 꾹 다문 입을 차례대로 훑어내려간다. 그러다 갑자기 동민이 입을 열어 화들짝 놀란다. 


"뭘 그렇게 놀래. 여기 봐봐."


동민은 기획서의 중간을 짚는다. 현민은 역시, 싶다. 지난 주에 이 부분을 기획팀 사람들과 토론을 하면서 작성을 했다. 현민은 아, 이 부분에 이렇게 하지 않으면 논리 구조가 좀 허술하지 않나요? 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요환은 그래? 근데 서론에서 짚어주는데 또 들어가는 건 논리 중첩 아니야? 라고 반문하며 그 다음 내용을 이어쓰자고 말했었다. 그 말에 연승과 정문도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었고. 그래서 일단은 그 내용을 누락시켰었는데, 동민이 정확하게 바로 그 부분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여기가 좀 모자라."

"아, 이 부분에 좀 더 정량적인 수치로 논리 강화를 해야한다는 거죠?"

"뭐야, 왜 아는데 안했어."

"차장님이 알려주는 게 좋아서요."


동민이 헛웃음을 짓자, 현민은 웃더니 장난이에요, 라고 말한다. 사실은, 기획팀에 저번주에 물어봤는데, 앞에서 이미 나온 내용이라 또 들어가는게 아니냐고 하셔서요. 그래서 일단은 안 썼어요. 그 말에 동민은 미간을 좁힌다. 아 - , 저 바보들. 그건 아니지. 동민이 말하자 현민도 따라서 네, 그건 아니죠. 라며 라이브러리에서 또 다른 워드 파일을 불러온다. 자신이 누락시켰던 내용이다. 현민은 혹시 논리를 보강하라는 지시가 내려올까봐, 이미 그 내용을 다른 파일에 작성시켜놨었다. 동민은 현민의 손에서 마우스를 가져와, 그 문서 내용도 찬찬히 살펴본다. 긴 글 사이에는 많은 수치가 담긴 표가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표의 내용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원 그래프까지. 동민은 감탄한다. 이제껏 자신 같은 업무처리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심지어 동민이 지적하고 자세하게 알려줘도 전혀 성에 안 차게 업무를 해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현민은 인턴이면서도 사원 이상의 훌륭한 업무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논리를 전개하는 방식이나, 표를 사용하는 방법이나. 거의 동민이 썼다고 해도 믿을만큼, 똑같다. 


"어때요? 이거 그대로 넣을까요?"


동민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말 한마디를 기다리는 현민을 빤히 바라본다. 야, 너는 애가 진짜 너무한다. 네? 동민의 말에 현민은 갸웃한다. 내가 뭘 잘못했나? 자료가 잘못 됐나?


"누가 이렇게 늦게 태어나서 늦게 나타나래. 좀 빨리 태어나서 빨리 나타났어야지."


그래서 나랑 일했어야지. 내가 얼마나 바보들하고 일하느라 답답해 죽을 뻔했는데! 동민의 말에 현민은 가슴이 벅찬다. 동민에게 이런 말을 듣게 되다니. 뭔가 설레면서도 쑥쓰러워 현민은 그저 씩 웃으며 고개를 약간 숙인다. 잘 했어, 우리 어린이. 이거 여기에 넣고 문장 좀 매끄럽게 다듬어. 그러면 완벽하겠네. 잘 썼어, 미니미니. 동민은 턱을 괴며 현민을 아끼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어린 애가 못하는 게 없네. 동민은 뿌듯하다. 한편 현민은 장동민이라는 사람에게 오현민이라는 사람이 좀 더 가까이 닿았음을, 동민의 눈빛을 보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보다 더 동민에게 빠져있는 것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으로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택배 올 데 있어요? 안절부절 못하시네. 윤선의 말에 준석은 아, 예 좀... 이라며 대충 둘러댄다.


복도에 아무리 나가보아도 경훈은 코빼기도 비추지 않는다. 하루종일 복도와 사무실을 들락거리느라 눈치가 보여 미칠 지경이다. 물론 만나서 무슨 말을 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미안하다는 말 이외엔 어떤 말도 할 수 없을거라는 걸 준석은 스스로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대로 끝낸다? 그건 아닌 것 같았다. 확실히 경훈의 용서를 받고 싶었다. 항상 웃고 신나있는 사람이, 울고 우울하고 조용하게 있는 것은 아니다. 준석은 그 생각 하나로 딱히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고 경훈과 마주치기를 바라고 있었다.


어제 동민의 말을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확실히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희망고문을 하는 듯한 태도는 좋지 않다. 그래서 경훈의 눈에 띄지 말아야 하나 고민했다. 하지만 준석은 그렇게 좋은 사람에게 상처를 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다음에 경훈과는 다시 무관한 사람으로 돌아가야지. 사과한 다음 사라져도 늦지 않을 것이다. 


"준석씨, 오늘 이거 정리 좀 하고 가 줘."


이거라도 집중해서 일하고 가. 갑자기 상민이 떠넘기는 업무에 준석은 눈을 둥그렇게 뜬다. 아니, 나 퇴근하면서 김경훈 따라가봐야 되는데. 김경훈 한 번 봐야 되는데! 준석은 속으로 열심히 외친다. 그러나 그 외침이 들릴 리 없다. 오늘 준석씨 너무 업무 태도 안 좋네. 어차피 내일 해야 하는거, 남아서 열심히라도 하고 가. 상민의 일침에 준석은 시무룩해진다. 오늘 내가 태도가 안 좋긴 했지... 알겠습니다. 라고 준석이 덤덤히 받아들이자 상민은 그럼. 하고 사무실을 나가버린다. 하... 사과하는 건 하루 미뤄야겠다. 준석은 업무 자료를 잠시 노려보더니, 머리를 미친듯이 헝크러뜨린다. 


야근을 하면서도 어제 우는 경훈의 얼굴이 생각나는 준석이다. 뚝뚝 운다는 게, 딱 그런 거였지. 매일 헤실헤실 웃으면서 뛰어다니던 경훈이 우두커니 서서 뚝뚝 울다니. 준석은 상상도 못한 광경이었다. 그래서 충격이 커서 이렇게 자꾸 생각이 나는건가? 준석은 펜 뒤를 잘근잘근 씹으면서 생각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기분이 확 나빠진다. 이거 봐, 야근해도 집중 하나도 안되잖아. 팀장님도 참, 그냥 오늘은 깔끔히 보내주고 내일 집중하라고 말하시지... 준석은 펜을 입에 문 채로 시계를 바라본다. 야근 시작한 지 1시간이나 지났는데, 준석의 일은 진척이 없다.


그런데 문이 갑자기 벌컥, 열린다. 준석은 펜을 입에 앙 문 채로 문을 바라본다.


".......... 밥 좀 챙겨 먹으면서 일해요."


그렇게나 찾았던, 경훈이다. 준석은 벌떡 일어난다. 경훈은 준석을 쳐다보지 않고 준석에게 다가와 책상 위에 무언가를 놓는다. 내려다보니, 회사 근처에서 파는 투고박스 도시락과 음료수가 든 비닐이다. 준석은 멍하니 경훈을 바라본다. 막상 얼굴을 보니깐 아무 말도 못하겠다. 경훈은 쓱 고개를 들더니, 준석이 아직도 물고 있는 펜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가만히 손을 들어 펜을 잡는다. 아. 내가 이걸 아직도 물고 있었구나. 준석은 입을 살짝 벌려 깨물던 펜을 놓았다. 경훈은 펜을 준석에게 건넨다.


"배고프다고 펜 먹지 말고요."

".......경훈씨, 저기. 저...."


준석이 다급하게 입을 여는데, 경훈이 빤히 준석을 바라보자 준석의 목소리는 점점 줄어든다. 준석은 오늘 경훈이 자신을 바라본다면, 인간쓰레기를 보는 듯한 경멸과 분노의 표정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준석은 자신이 생각하던 적대적인 눈빛이 아니라서 놀랐다. 경훈의 눈빛은 예전과는 다르게 젖어있었고 조용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전부터 준석을 쳐다보던 그 강아지 같은 눈빛 그대로였다. 준석은 이런 비슷한 눈빛을 예전에 한 번 본 적이 있는 것을 기억해냈다. 문제의 거사가 있었던 날 밤, 준석을 빤히 내려다보던 경훈의 눈빛이었다. 그 날 밤, 준석은 경훈의 집에서 있었던 일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눈빛만은, 뚜렷하게 기억이 난다. 그 때처럼 준석은 가만히 경훈의 눈을 바라만보고 있다. 


"남자가 좋아해서, 싫죠? 그래도 포기가 안 돼서 마지막으로 보러 온 거에요. 미안해요. 이제 갈게요."


경훈은 힘없이 웃더니, 몸을 돌려서 나간다. 준석은 경훈을 붙잡고 싶다. 그리고 뭐가 미안하냐고, 내가 더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붙잡으면? 그거야말로 동민이 말하는 희망고문이 아닐까? 그리고 붙잡고 나서? 미안합니다. 그렇게 말하면 경훈은 다시 상처받지 않을까? 역시, 가만히 있는 게 답인가? 준석은 혼란스러워져 가만히 경훈이 문을 닫는 것을 바라보았다. 


사무실에는 정적이 흐른다. 준석은 눈을 돌려 비닐 안에 담긴 도시락을 바라보았다. 참 큰 것도 사왔다. 준석이 저녁을 안 먹고 야근하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든든한 것으로 골라 사 온 것이다. 하. 어떡하지. 준석은 자리에 털썩 앉아 도시락을 연다. 그리고는 닭강정을 하나 집고는 씹는다. 그렇게나 준석이 좋아하는 닭강정이건만. 심지어 맛도 있고 갓 만들었는지 따뜻하기까지 한데, 준석은 쉽사리 넘길 수가 없다. 내가 이용했다고 그렇게 상처를 받아놓고, 또 이렇게 와 버리면 어떡해. 김경훈 이 바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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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갓
갓들 모두 즐추 햎추 두잇두잇추♡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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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
헉 헉 어떡해 글쓴갓 넘 좋아...사랑해...아 찌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슬픈데 왤케 순애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찌석 행쇼해라 두번해라 ㅠㅠㅠㅠㅠㅠㅠ 얼른 ㅠㅠㅠㅠㅠㅠㅠㅠ 근데 늘 갓동민 넘 멋있고...글쓴갓 내하트 먼저 받으세유 ♡♥♡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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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2
세상에 너갓..... 그냥 복많이많이 받으세요 내절많이많이 받으세요ㅠㅠㅠㅠㅠㅜㅠㅜㅜㅜ♡♡♡♡♡ ㅠㅠㅠㅠㅠㅠㅠㅠ사랑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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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3
쓰니ㅠㅠㅠㅠㅠㅠ진짜 스릉흔드♥♥ㅜㅠㅜㅠ쓰니도 즐추♥♥찌석 얼른 화해해라ㅠㅠㅍㅍ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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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4
쓰니 알러뷰♡♡♡♡♡♡♡♡♡ 이렇게 반갑고 고마운 경우가 있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섯사랑 맘이 다 절절하고 이해가 돼서 안쓰럽다. 특히 콩이랑 현민이 맘이 이해될수록 장차장이 좋기도하고 밉고 ㅠㅠㅠㅠㅠㅠㅠ 준석이랑 경훈이가 얼른 잘되면 좋을텐데!! 경훈이 상처주지마 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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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5
하..미친...여기 들어온 내손 잘했어. 아진짜 너갓ㅠㅠㅠㅠㅠㅠ진짜 갓쓰니임ㅠㅠㅠㅠgod갓 임ㅠㅠㅠㅠㅠㅠㅠ진짜 내가 많이 애끼는거 알지?ㅠㅠㅠㅠㅠ찌 너무 아련하다ㅠㅠㅠㅠㅠ그리고 장콩파는 나는 장오가 가까워질때마다 불안하다ㅠㅠㅠㅠㅠㅠㅠ휴ㅅ휴 재밌게 잘 보고 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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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6
아아ㅇ각아각ㅇ 오늘 2편이 연달아 나올 줄 몰랐는데 너무 행복하다 흑흑흐긓ㄱ 장오 뇌트워크를 여기서 보다니ㅠㅠㅠㅠ 발리잖아여ㅠㅠㅠㅠ 그나저나 찌석 슬프다... 쏘 새드... 나 지금 뭔 말하는 거지ㅠㅠ... 너무 기뻐서 댓글도 막 이상하게 쓰고 있어 아 쓰니 즐거운 추석 보내ㅠㅠㅠ 잼는 글 쓰느라 고생 많았어 전 많이 먹구 살쪄라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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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갓
살찌라고 하시면 제 살이 되게...(땀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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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7
얽 답댓 달렸다 ㄷㄷㄷ 어디서 보니까 머리 쓸 때마다 살 빠진다던데 쓰니는 머리 써서 글 쓰며 살 빼는 걸로... (농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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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8
갓쓰니갓ㅠㅠㅠㅠ너무 좋아ㅠㅠㅠ대박ㅠㅠㅠ찌석 맴찢ㅠㅠㅠㅠ경훈이 금사빠여도 그게 진짜 진심이었다는 게 더 마음이 아파ㅠㅠㅠ콩장오ㅠㅠㅠㅠ다 좋아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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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9
우ㅜ어ㅓ어어어ㅓㅇ 사랑한다진짜 너갓 진짜사랑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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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0
경훈이랑 준석이 둘 다 안쓰러워서 어떡해ㅠㅠㅠㅠ 둘이 다시 친해져야할텐데 그게 언제가 될 지 몰라서 너무 슬프다ㅠㅠㅠㅠ
콩이랑 오가 이제 서로를 의식하게 되는 날이 오게 된 것인가... 이 둘 사이에 껴 있는 장의 마음이 마지막엔 어디로 도달하게 될지 궁금해지네 괜히 걱정된다ㅠㅠㅠ 쓰니 오늘도 잘 보고 가여~~~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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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3
아 찌석 어떻게 빨리 화해 안대나여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진짜 이거 자주 올라와서 내 심장을 폭행해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ㅠㅠㅠ
글쓴갓도 추석 잘보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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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5
에구 찌석 행쇼해ㅜㅜㅠㅜ 콩장ㅇ오는 어떻게 될랑가 모르겠다ㅠㅜㅜㅜㅠ ㅁ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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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6
너갓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매일 들락날락하게 된다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하... 찌석 어떡하니 ㅠㅠㅠㅠㅠㅠㅠㅠ 내 최애 찌석 ㅠㅠㅠㅠㅠㅠㅠㅠ 너갓 추석 잘 보내고 맛난 거 많이 먹어!!!! 항상 기다린닷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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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7
찌찌 눈 퉁퉁 부은 거 보면 슬프지만.. 맴찢이지만... 역경을 겪어야 석 마음도 확실해지고 둘이 이어졌을 때 더 꽁냥댈 수 있으니까 참고 기다리겠어 ㅠㅠㅠㅠㅠㅠㅠ 콩장이 메인인 걸 알지만 난 장오가 끌린다... 그래서 불안하다ㅠㅠㅠㅠ 미니미니 파릇한 마음에 생채기 날까봐ㅠㅠ 장오를 이어줘!! 장오를 이어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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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8
와 진짜 연재 속도 빠르다..... 내가 이글 보려고 맨날 여기 들어온다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너갓도 추석 잘 보내!!!!!!! 항상 재밌게 글 써줘서 고마웡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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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9
헐ㅠㅜㅜㅜ대박ㅠㅠㅜㅜㅡㅠㅠ넘재밌어ㅠㅜㅡㅜㅜㅠㅠㅠ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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