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야"
자신의 부름에 흠칫, 그 가녀린 몸을 떠는 해수의 모습에 매마른 입술을 괜스레 잘근, 씹어냈다. 이 고려에서 자신을 겁 먹게 만드는 것은 유일무이, 해수 하나 뿐이였다. 허나 제 아무리 그래도 오늘 일은 해수의 잘못이었다.
늦은 저녁, 갑작스레 사라진 해수의 행방에 그 흔한 시종 하나 갖추지 않은 체 말에 올라타 고려 저잣거리를 헤매었다. 넓은 저잣거리의 끝 정도까지 향했을 즘, 천한 남성 여러명에게 둘러싸인 해수의 인영이 눈에 들어왔다. 저절로 쥐어지는 주먹에 말의 달리는 속도를 높혔다. 갑작스러운 타인의 출연에 여럿 남성들의 시선이 말에서 내리는 자신에게로 향했다. 그 틈 속에 있는 해수의 시선 역시도.
"어딜 그 더러운 눈을 나에게 향하게 하느냐"
"황, 황자님..!"
불쾌감에 잔뜩 인상을 찡그리며 칼을 빼어들자 그제야 여럿 남성들은 한적한 저잣거리를 급히 둘러보다 빠른 발걸음으로 흩어지듯 사라졌다. 도망가는 그들의 목숨을 끊는 건 너무나도 간단하였지만 지금의 자신의 앞에는 해수가 있었다.
"저, 황자님.."
"타라"
자신을 부르는 해수의 목소리에도 그저 빼어든 칼을 갈무리하고는 말에 해수를 태워 빠른 속도로 욱의 사가로 향하였다. 말을 타는 동안 자신의 앞에 앉혀진 해수의 몸이 얼음장 같이 차, 고삐를 쥔 손에 더욱 힘이 쥐어졌다. 아까 전의 남성들은 아마 찾기 쉬울 것이다. 물론 그만큼 죽이는 것도 쉽겠지. 그렇게 해수는 알지 못할 그러한 생각을 자신의 머릿 속에 담아둔 체 조용한 고려의 밤거리를 달렸다.
"허, 그리도 떨 것을..."
낮은 자신의 한숨 소리에 오히려 더욱 고개를 숙이는 해수의 행동에 절로 얼굴이 구겨졌다.
"내가 널 어떻게 할 거라도 같으냐?"
"그 것이 아니오라..."
자신의 물음에 답하는 목소리가 떨려왔다. 내가 너를 어찌하면 좋을지. 이리도 여린 널 내가 어찌해야 좋을까.
"자, 그럼 이리로 오거라 수야"
두 팔을 벌리며 나지막이 읊조리자 그제야 고개를 들어올린 해수가 자신의 입술을 말아 물더니 느린 걸음으로 걸어 와 자신의 품 속에 폭, 하고 얼굴을 묻었다.
"잘못, 잘못했습니다 황자님"
묻혀진 얼굴에 발음이 뭉개져 웅얼거리는 해수의 목소리에 그제야 굳어져있던 얼굴이 풀려지는 것만 같았다. 벌려져 있던 팔을 접어 작은 해수의 몸을 끌어안자 더욱 깊게 파묻어지는 해수의 등 위로 느릿하게 손을 두드렸다.
"수야, 내가 화가 난 이유는 단지 네 안위가 걱정되어 그랬을 뿐이다"
"네가 혹여 한 곳이라도 성할까, 걱정이 되어 그랬다"
한층 누그러진 자신의 목소리에 더욱 목놓아 우는 해수의 행동에 이미 입가에 떠오른 미소가 더욱 짙게 번졌다. 아직도 이리 여려서야.
"쉬이, 그러니 이제 그만 울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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