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욱의 부인이 몸이 성치 않다는 것은
건너 건너 들었기에 알고 있는 바였다.
그런 부인의 사촌 동생이라는 아이도 같이 욱의 사가에서
지낸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힘을 실어줄 만한 아이가
아닌 것 또한 알고 있었기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얼굴을 마주할 일도 없었고 욱의 사가에 들릴 때 잠깐 스쳐지나갈 뿐, 그것이 전부였다.
해수가 해수였을때까지는 말이다.
***
요는 황자탕에서 수를 본 후부터 자신도 모르게 그 아이에게
흥미를 갖고 있었다. 다른 황자들과 자주 어울려서인지
듣게되는 것도, 보게 되는 것도 점차 많아졌다.
허나 흥미는 그저 흥미였다.
***
연화에게서 매를 맞던 수를 본 요는 다른 계집에게서는 볼 수 없던
모습이라 생각했다. 귀족이 어찌 몸종을 대신해 매를 맞는단 말인가? 어느 귀족의 여인이 몸종 대신 매를 맞겠다 자처하여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낸다는 것인가.
참으로 이상한 계집이라 생각하지만 황제가 되기 위해서
없애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지라 요는 게의치 않았다.
***
충주원 황후와 요가 상의를 할 것이 있어 차를 마시던 날이었다.
황후는 조금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 조금 전 황주원 황후와 차를 마실 때 욱이가 왔었다."
욱이 왔었다는 사실에 요는 자신도 모르게 해수를 떠올렸다.
" 욱이의 부인은 안색이 더 안 좋아진 듯 하더군.
아, 그 아이도 같이 왔더구나. 해수."

" 무슨 일로 왔답니까?"
" 황주원 황후에게 직접 만든 세욕제를 주었다.
내 것까지 만들어왔더구나. 열째와 몸싸움을 했다하여
사내아이같을 줄 알았건만 손재주가 나름 좋아보였어."
요는 수가 자신의 어머니께 크게 밉보이지는 않은 것 같아 신기했다. 게다가 세욕제라니 보아왔던 당찬 모습과는 달라 재밌기도 했다.

황후는 황제와의 일도 얘기했다. 요는 웃으며 참으로 베짱있는
계집이라 생각하였다. 멍청한 줄로만 알았는데 사람들에게
예쁨 받다니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알면 알수록 색다른 아이였다.
***
욱이의 사가에 황자들이 모였던 날에는 해수가 채령이의 말을 기억해 투호를 해보고 있었다. 해씨부인이 떠나고 하루 하루를 슬피
보내다 재미를 찾기 위해 시도해보던 것이었다.
자신이 투호를 즐겼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흥미를
잃어가고 있을 참에 요가 지나가고 있었다.
요는 수가 계속해서 화살을 넣지 못하는 것을
지켜보고있다가 혀를 찼다.
" 쯧쯧..그렇게하면 절대 못 넣을텐데"
수의 쪽으로 가려 요가 발걸음을 뗀 순간 황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투호에 애를 먹고 있는 수를 보고는 모두 수에게 달려갔다.

"수야! 투호는 내가 제일 잘하니 기꺼이 알려주도록 하마!"
" 누이! 열째 형님보다는 제가 더 잘합니다. 저에게 배워보시죠!"
"아니다 정이 너보다는 내가 더 잘한다!!"
"지금 붙어보시잔겁니까?!"
머쓱해진 요는 괜히 헛기침을 하며 애꿎은 땅만 차고는 뒤돌았다.
수가 화살을 넣는 데에 성공한 것인지 방방뛰며
기뻐하는 소리가 들리자 요의 입꼬리는 저절로 움직였다.
자각은 못했지만 말이다.
***

황제가 또 혼인을 한다.
수많은 부인과 자식이 있음에도 아직은 부족하나보다.
요는 황제에게서 또 다시 분노를 느낀다.
'아직 모자란 것인가? 얼마나 더 많은 부인과 자식을 만들어
내 손에 피를 묻히려고 이러냐는 말이다.'
이제 부인과 자식이 늘어나도 지금의 황권 싸움에는
큰 영향은 없다만 요는 만약을 항상 생각하고 대비하는 남자였다.
게다가 자신의 어머니인 황후 유씨가 황제의 혼인을 끔찍이
싫어하기에 또 어머니의 심기가 불편해질 것을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 지끈했다.
"폐하께서 또 혼인을 한다."
이마에 손을 짚고 한숨을 쉬며 걷던 요에게
충주원 황후 유씨가 말을 걸었다.
"이번엔 얼마나 대단한 계집인가 하였더니 재밌게도 그 아이더구나. 전에 세욕제를 주었던 해수말이다."
해씨부인이 세상을 떠난 것이 얼마나 되었다고
그 아이를 황제와 혼인시키는 것인지..
요는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으나 내색하지 않았다.
"..그런가요."
표정이 굳기 시작하고 왠지 모를 열이 쏟기 시작했다.
황후는 힐끗 쳐다보고는 물었다.
"폐하의 혼인에 화가 난 것인지 상대가
그 아이라는 것에 화가 난 것인지 모르겠구나.
후자가 아니었음 싶다."
" 당연히 폐하의 혼인이죠."
말하면서도 '당연히' 라는 것에 의구심을 품은 요였다.
마치 일부러 부정하려는 것 같았다.
혼란스러운 요는 서둘러 자신의 방으로 갔다.
그 아이의 혼인이라니 갑자기 이 무슨 말인가 싶다가도
그 아이를 신경쓰는 이유를 몰라 갑갑해했다.
심장은 빠르게 뛰고 머리는 이런 저런 생각에 혼란스럽고
가만히 있지 못해서 요는 방 안을 왔다 갔다하였다.
이 모습이 꼭 볼일이 급한 강아지같았다.
요에게서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폐하께 청을 드려? 아니, 아니다. 내가 왜?'
'대체 그 아이가 무엇이라고..'
'정녕 이 혼인을 그 아이는 하겠단 건지..'
몇 시간을 생각하다 요는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지금이라도 황제에게 가려 뛰어나왔을 때
은이와 정이, 백아, 원이 오고 있었다.
"우리 누이 어쩝니까..혹여 죽지는 않겠지요?!!"
"그런 소리 마라. 수가 죽으면 내 어찌 살으라고..
똑같이 손목을 확 긋고 세상을 떠날 것이야!!"
"그래도 혼인은 피했으니 다행이지 않습니까.."
헛기침하며 요는 발걸음을 돌려 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어, 셋째 형님? 엥 다시 들어가시네.."

후다닥 방으로 들어가 의자에 앉는 요.
한참을 가만히 있다 웃음을 실실 흘린다.
거울 속 자신과 마주치자 입꼬리가 겁먹은 듯이 제자리로 돌아간다. (쭈굴)
"아..꼴이 어찌 이리.."
탄성과 함께 그의 양손이 얼굴을 가린다.
얼굴을 한 번 쓸고선 다시 생각한다.
"손목을 그었다...방법이 정녕 그것밖에 없었던 것이냐.
아무튼 유별난 아이야."
이후 요는 수가 깨어났다는 소식만을 기다렸고
그 사이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였다.
수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호기심에서 끝나지 않았단 것을
알아차린 요는 괜시리 몸이 간질 간질했다.
거의 난생처음 느낀 마음이라 그런 듯 싶다.
***
수의 회복기간이 지나고 어명이 떨어지기 전
수는 산책을 하고있던 중이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퉁퉁 소리에 누군가 투호를 하고
있는 걸 알고는 소리난 쪽으로 종종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 이게 누구신가. 3황자님 요가 홀로 투호를 해보고 있었다.
보아하니 두 세개는 들어간 듯하나 계속해서 실패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하니 잘 안 들어가는군..큼"
애꿎은 화살만 만지작대던 요는 멀리 있던
항아리를 조금 가까이 당겼다.
아무도 보지 않는데도 요는 아무 일 없단 듯이
능청스레 제자리로 돌아가 화살을 집어들었다.

"색다른 모습이네.."
수는 숨어서 보고는 신기해했다.
"하고 싶으면 하지 왜 숨어서 구경을 하고 있느냐."
촉이 좋은 요는 수의 중얼거림에 눈치를 채고 말을 걸었다.
내심 같이 하고팠던 모양이었다.
수는 종종 걸음으로 곁에 와 어색하지만
황자들에게서 배운 것을 알려주었다.
화살을 던질 때마다 슬쩍 슬떡 보이는 흉에
요는 마음 한 켠이 시려왔다.
"어찌 그런 짓을 했어."
요는 화살을 던지며 말했다.
"오, 들어갔어요. 황자님!"
수는 옷으로 손목을 가리며 말을 돌렸다.
아직 3황자 요는 어려운 존재이다.
"이번엔 제가 던지겠습니다."
수의 화살이 힘없이 앞에 툭 떨어지자 요는 혀를 차며 말했다.
"그 실력으로 누굴 알려준 것인지.."
수와의 시간이 행복한 듯 웃는 요이다.
어처구니 없어 웃는 것 처럼 보여도 행복해서 웃는 것이 분명하다.
이제는 요도 왜 웃는지를 알고 있다.
*****
꾸엑 처음으로 망상글 써보는데 너무 횡성수설
난잡 난잡 긴 것 같아ㅠㅠ
소재 준 뾰 고맙고 뾰들이 방송 시간까지 망상글들 보며
버티길 바래!! 내 글이 도움 될까 모르겠다 ㅋㅋㅋㅋㅋ
쓰는데 오글거려 죽을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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