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과교실제가 시행된 부경고 학생들이 매시간 교과에 맞는 교실을 찾아가고 있다.
올해부터 선진형 교과교실제를 도입한 부산 서구 대신동 부경고에서는 수업 사이 쉬는 시간에 전교생이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교사가 교실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학생이 매시간 교과에 맞는 교실로 찾아가야해서다.
10분이라는 짧은 휴식 시간 동안 약 700명 가량의 전교생이 교실을 옮기느라 우왕좌왕이다. 1층에서 4층으로 부리나케 계단을 오르내리느라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는 것이다.
선진형 '교과교실제' 학교선 혼선
휴식 시간마다 교실 이동하는 불편
원하는 수업 듣는 취지도 못 살려
아침자습시간, 야간자율학습시간을 제외하고는 몇 학년 몇 반이라는 공간의 개념은 사라지고 수학교실, 과학교실, 국어교실만 남았다. '우리 교실' 이라는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사라져 반 소속감도 약해졌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2009년 학교선진화 정책의 하나로 '교과교실제'를 도입해 내년에 전국 중·고교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과교실제는 학생 능력과 교과 특성을 반영한 수준별 맞춤형 수업이 가능하고, 전용 교실에 학습자료와 수업도구를 비치해 활용함으로써 수업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교사와 학생들이 난색을 표하는 건 입시위주의 현 교육실정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다. 대학 입시로 직결되는 고교 현장에서 실제로 원하는 수업을 골라 듣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한 과목을 듣는 인원 수가 적을 경우 그 과목의 내신을 산출할 수 없어서다.
이 학교 3학년 유 모(19)양은 "정작 학생들은 듣고 싶은 수업을 선택해서 들을 수도 없고, 수업 내용도 달라지지 않았다. 바뀐거라곤 '우리 반'이 없어진 것 뿐"이라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교실을 찾아 이동하면서 생기는 불편과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부경고 3학년 구 모(19) 양은 "동선이 길어져 이동하는 데 쉬는 시간 대부분을 할애하게 된다"며 "고3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거나 쉬는 시간에 쪽잠을 자는 것도 중요한데 그럴 수가 없게 됐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교실을 옮겨 다니는 사이 분실사고가 일어나는가 하면, 매시간 교과서를 가지러 사물함에 가는 대신 아예 모든 책을 가방에 넣어 메고 다니는 불편을 감수하는 학생들까지 있다.
부경고의 한 교사는 "교과교실제는 이론적으로 좋지만 내신을 산출해야만 하는 입시위주의 교육환경에 맞지 않다"며 "교실을 옮겨 다니는 등 형식만 바꿀 것이 아니라 입시 위주의 근본 시스템부터 바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동선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시간표를 재구성한다면 체력소비에 대한 학생들의 불편도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은지 부일청소년기자
부경고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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