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서울 모 경영 컨설팅 회사에서 2년차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여자사람이야. 오늘 진심 눈물나게 웃기고 슬픈 일이 있어서 찾아왔어...
사실 아이돌 팬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통장 비밀번호, 카카오톡 잠금번호 같은거 애들 데뷔일이나 생일..이런것들로 설정하잖아?
나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음. 취직도 했고, 이제 어디가서 아이돌 덕질한다는 소리 하지도 못하고 그래서 그냥 나의 소심한 반항처럼
휴대용 알 있잖아! 그 와이파이 송신기.. 그걸 구매하고 비밀번호 설정을 관련된 것으로 해 둠. 근데 사건의 발단은 여기서 시작됨.
컨설팅 회사 분위기 상 항상 full 비즈니스 정장에 검정 구두, 단정한 머리가 필수야. 그리고 굉장히 질서정연하고..
4주간의 단기 프로젝트가 끝나고 클라이언트 앞에서 최종 pt를 하는 날이었어. 그 날따라 ! 왜! 왜 때문에!
고객회사가 아닌 밖에 세미나실을 빌려서 회의를 진행하게 됨. 근데, 왜! 그 날! 건물 내 와이파이가 안 잡히는거야... 발표는 해야겠고
고객 담당자들을 와서 기다리고 있고..
"ㅇㅇ(나)씨, 항상 알 가지고 다니지 않았나?"
"예?"
"지금 와이파이 안 잡혀서 클라우드 서버에 접속이 안 되는 모양인데, 잠깐만 ㅇㅇ씨 알 공유기 켜서 사용해도 되나?"
"네, 잠시만요."
그렇게 나는 내 핸드백 속에 고이 모셔둔 네모난 공유기를 꺼내들었어. 그리고 전원을 켰지. 조용한 방 안에서 일제히 공유기 전원을 키고 있는 나에게 시선이 집중되는거야.
하나 둘 사람들의 노트북에는 와이파이가 잡히기 시작했고, 다들 미소를 머금었어.
근.데.
"ㅇㅇ씨, 비밀번호가 뭔가?"
"네? 아 제가 쳐드리겠습니다."
"지금 여기 사람이 몇명인데.. 그냥 불러."
"아.."
그 순간 내 양복 안 등을 타고 땀줄기가 주르륵 흘러내리는 기분이었어. 비밀번호를 말해야 하는데 차마 내 입이 안 떨어졌음. 두 눈은 커져갔고, 이미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 까먹고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함.

좀 뜸을 들이다 결국 중후한 고객사 임원진들과 우리 팀 컨설턴트들, 팀장님들 앞에서 나는 외쳤어.
"네 그럼 비밀번호 알려드리겠습니다. 영어 철자로 S.H.I.N 여기까지 대문자 .e.e.m.y.b.a.b.y 여기까지 소문자 입니다."
곳곳에서 비밀번호가 어렵다며 접속에 실패하신 분들이 속출했고, 고객사 임원 분께서 옆에서 끙끙대던 직원들에게
"아 그 샤이니마이베이비 라자너. 샤이니 마이 베이비. 대문자! 그래,,"
사실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신듯 했지만, 30-40대 분들은 모두 나를 흘끔흘끔 쳐다봤어. 샤이니 마이 베이비라니. 동료들은 웃음 찾느라 장난 아니었고, 발표 하러 스크린 앞에 서 계시던 팀장님도 나를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날리셨어... 그렇게 PT가 끝나고....
"ㅇㅇ씨. 그렇게까지 대.소문자 구별해야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ㅇ씨, 그런사람일지 몰랐는데 되게 어린 남자들 좋아하네요 ?? ㅋㅋㅋㅋㅋㅋㅋ"
"ㅇㅇ씨, 앞으로 기획사 관련 프로젝트 들어오면 ㅇㅇ씨 먼저 투입해줄게요."
"내 딸 아이가 좋아하는 남자애들인데 ㅇㅇ씨도 좋아했구나. ㅇㅇ씨도 앨범 이런거 나오면 수십장 사모으나?"
"샤이니 마이 베이비.. 샤이니 ㅇㅇ씨가 지갑으로 낳은 자식들이죠? 월급 받고 뭐 하나 했더니.."
해프닝이었지만 아찔하기도 했던 그런 2013년 여름의 추억... 그 날 이후로 어쩐일인지 회사 아침을 알리는 노래는 드림걸이 되었다.
출처 : 샤독방
샤독방에 방금 컨설턴트분이 남긴 근황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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