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여자친구의 부모님으로부터 여자친구와 헤어져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여자만 만나왔고 정체성이 확실한 와 다르게 여자친구는 4년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처음으로 여자와 연애를 하게 되었다.
부모님의 입장과 여자친구의 미래에 대해 고민한 는 결국 이별통보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언니. 저요, 지금 이렇게 언니랑 사귀는 거 너무 힘들어요. 그만했으면 좋겠어요.
1.
"뭐?"
여자는 당황했을 때면 항상 입술이 경직된 상태로 태연한 척 한다. 지금도 그랬다. 생각을 정리하려 짧게, 하지만 꽉 감았다가 뜨는 눈까지.
"헤어져요. 항상 언니 말만 듣고, 언니 의견을 따르고, 언니 뒤에만 있었던 것 같은데. 끝은 내 마음대로 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 할지."
울면 안된다. 목소리가 떨려서도 안된다.
여자의 상처받은 숨소리가 떡하니 내 목에 걸리는 것 같지만, 나는 차분하게 여자의 얼굴을 바라보며 준비했던 말을 한다.
"가볼게요, 저는. 솔직히 말해서 다시 안봤으면 좋겠어요."
독했다, 이번건. 이 말을 들은 여자의 표정에 내가 질식해 버릴 것만 같다.
바보같이, 그말을 왜 이렇게 쉽게 믿어요.
내가 어떻게, 당신을.
내 진짜 인생을 열어준 내 애인을.
지금이라도 울면서 거짓말이라고 용서를 빌든,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장난이라고 여자를 달래든 하고 싶은 마음이다.
마음이 약해진 나는 잠시 눈을 내리깔고 심호흡을 크게 한다.
됐어. 이제 뒤돌아 가는거야.
나는 평생 당신을 잊지 않아요. 대신 당신은 나를 빨리 잊어줘요. 늘 그랬듯 당당하고, 멋있게.
아니, 너무 빨리는 말고. 한 1년만 날 그리워 해주세요. 우리 사랑이 그 정도의 가치는 있잖아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고개를 들어 여자를 바라본 나는 너무 놀라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떨어뜨린다.
"...울어요?"
여자는 그 짧은 시간에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나를 보며 간절히 말한다.
"사랑해."
"네?"
"사랑해. 사랑해. 내가 바보같이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안 해줘서 그런 거 맞지? 할게. 많이 할게. 한시간에 10번도 넘게 해줄게. 싹 다 고칠게. 네 앞에서 가지도 않고, 항상 너만 볼게. 사랑해. 정말이야. 정말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그러니까 가지마...제발."
내 거절이 두려운지 차마 마지막엔 내 눈을 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며 제발, 을 뱉는 당신.
2.
한 번은 차라리 못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나는 급히 가방을 뒤적이고 있는 여자친구에게 작게 얘기한다.
-언니, 우리 그만해요.
"어? 미안해 못들었어, 뭐라고?"
가방에서 차 키를 찾은 언니가 내 얼굴을 보며 다시 묻는다.
사랑스럽구나, 끝까지 언니는. 내가 이 모습에 반했었는데. 빈틈이 보이는 허당기 가득한 얼굴.
-헤어지자는 말이었어요.
"...진심아니지?"
-진심이에요. 언니, 이제 언니 인생 찾을 때 된 것 같아요. 전 남자친구 대기업 과장이라면서요. 나는 솔직히 이제 나랑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여자친구 찾고 싶어요. 언니는 남자 만나서 결혼해요. 나랑 만났던건... 작은 착오같은 거라고 생각하고.
마음이 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부정하고, 너를 부정하고, 우리 사이를 부정하는 말들은 생각보다 술술 나온다. 연습도 많이 못 했는데.
너와 눈이 마주친다.
슬픔만 있는 표정은 아니다. 앙다문 입술이 화가 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건 아니야. 그런 말은 안돼. 네가 나빴어. 사과해, 지금."
-...그게 지금 중요해요? 헤어지자는 거 못들었어요?
"들었어. 근데 그거 거짓말이잖아."
-...
"...우리 여보, 그렇게 미운 말 하는 사람 아니잖아. 표정에서 다 티나. 말하면서 너도 속상해 하는거. 내 말이 맞지? "
"방금 나, 거짓말인거 알겠는데도 정말 너무 슬펐어 .
힘들게 해서 미안해. 대신 다음부터는 얘기해줘. 뭐가 속상한지, 우리가 어떻게 함께 변해가야 할지. "
"사랑해."
주제나 짤 추천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