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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5년 전 (2019/1/19) 게시물이에요







 오후를 견디는 법 | 인스티즈


송진권, 하염없이

 

 

 

간다

소쩍새 울음 그 컴컴한 구렁 속으로

물 가둔 논에 뜬 개구리알 건져 먹고

조팝꽃 더미 속으로

거멓게 웅크린 상여막 어둠 속으로

 

갈 때까지 간다

꽃 핀 나무 지나 죽은 나무에게로

죽은 나무 지나 조금 더 간다

지옥까지

개를 만나면 개를 타도 간다

깨벌레를 만나면 깨벌레에 업혀 간다

 

눈깔사탕 같은 달을 물고

열 손가락 기름 먹여 횃불 해 들고

머리카락 뽑아 신을 삼아

십년을 살며 아이 일곱 낳아주고

더 더 간다

털실뭉치 굴리며 간다

요강뚜껑 굴리며 간다

 

우우 봄밤

우우 하염없는 봄밤







 오후를 견디는 법 | 인스티즈


도종환, 발자국

 

 

 

발자국

, 저 발자국

저렇게 푹푹 파이는 발자국을 남기며

나를 지나간 사람이 있었지







 오후를 견디는 법 | 인스티즈


박형준, 공터

 

 

 

고요하고 참 맑다

전봇대에 기대어 말라가는

해바라기 까만 씨앗처럼

흙더미 속에 반쯤 파묻힌 공책의

서툰 글씨들도 정겹다

골목마다 하나씩 있던

교회는 텅 비고

어둠이 어둠처럼

달빛이 달빛처럼 한가로이 다닌다

시멘트 밑에 봉해논

풀벌레 소리가 밤마다 되살아난다

인부들이 사는 가건물의 불빛도

들판의 오두막집처럼 정겹다

오늘도 그 공터를 걸어

집을 향해 가는 내 시간이 아프다







 오후를 견디는 법 | 인스티즈


오명선, 오후를 견디는 법

 

 

 

몇 겹으로 접혀

낡은 소파에 누웠다

 

며칠 현관문이 '외출 중'을 붙잡고 서있는 동안

나는 세상에서 방전되었다

 

익숙한 풍경이 커튼처럼 걸리고

빛이 차단된 몸에서

수많은 눈들이 하나 둘 떨어져 나간다

 

화창한 오후는 그림자를 둘둘 담요처럼 감는다

 

뱉지 못한 문장 뒤틀린 서술들

나는 오래전 어둠에 길들여진 어긋난 문법

나를 필사하는 오후의 손가락이 한 뼘 길어졌다

흐린 지문으로 나를 한 술 떠먹는다

 

적막의 두께로

낡은 하루가 완성되었다

 

가끔 손을 넣어 가라앉은 나를 휘저어 본다







 오후를 견디는 법 | 인스티즈


곽대근, 그리워서 가는 길

 

 

 

그리워서 가는 길은 발걸음이 무겁지 않다

흙 묻은 삽을 옆에 놓고

술판을 벌리며

찔레꽃 노래를 부르던 사람들

하나 둘 꽃이 필 때 떠나고

녹슨 문고리가 바람에 덜거덩 거린다

 

그리워서 가는 길은

문고리를 잡으러 가는 길이다

삶의 지문처럼 지워져 가는 흔적

잡으러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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