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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의 개, 그게 안기부”… ‘설강화’는 민주화운동을 훼손하지 않았다 - 미디어오늘
16부작 JTBC ‘설강화’가 지난 9일 9회를 방영하며 중반을 넘어섰다. 드라마의 정체는 호수여대 기숙사에서 벌어진 간첩들의 인질극이었다. 초반에 불거진 ‘논란’과 달리, 민주화운동을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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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20일 ‘설강화’ 방영중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근거 없이 간첩으로 몰려서 고문을 당하고 사망한 운동권 피해자들이 분명히 존재하며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여주인공이 간첩인 남주인공을 운동권으로 오인해 구해주는 내용의 드라마를 만든 것은 분명히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일”이라는 주장이었다.
“어이 안기부 팀장. 정권의 횡포에 맞서는 사람들을 간첩으로 몰아서 죽인 안기부. 공안정국 만들려고 죄 없는 동포들의 인생을 짓밟아온 정권의 개, 그게 안기부잖아. 거기서 월급 받아 던 놈이 지금 누굴 비난해.”
호수여대 사감 피승희(윤세아 분)도 안기부 팀장에게 말했다. “팀장님. 어차피 목숨 저당 잡힌 신세니까 말씀드릴게요. 비록 당신들의 힘에 굴복한 나약한 존재지만 죄 없는 사람을 간첩 만들어 출세하는 악마들한테 우리 학생들, 판 적 없어요.”
호수여대 학생들은 안기부에 끌려가 ‘입막음’을 당하고, 정권 재창출을 위한 ‘남북의 대선 합작공작’의 증거를 찾던 기자는 안기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한다. 다소 작위적인 전개로 부족한 대목도 많지만, 적어도 민주화 열망으로 가득했던 1987년을 폄훼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사례가 반복될수록 드라마 제작자들은 불합리한 자기검열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런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선 드라마 방영금지 주장을 다루는 언론부터 신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