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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l조회 1092
이 글은 8개월 전 (2025/6/01) 게시물이에요





언변이 워낙 좋긴한데 글도 진짜 잘씀 오히려 말할때보다 부드러운 느낌이라 더 좋음

아래 글은 뭔가 문학 읽는것 같아서 가져와봄

이재명 생각보다 필력 뛰어나다고 느꼈던 글.txt | 인스티즈


싱싱한 푸른 잎을 달고, 노란색을 뽐내는 개나리.



내게는 그 개나리에 대한 색다른 추억이 있다.



산밭 일궈 감자 심어먹는 빈한한 삶속에서도,
참꽃(먹을 수 있다는 이유로 진달래를 우리는 그렇게 불렀다.) 따먹으며 놀던 경북 안동 산골짜기를 떠나

불안한 마음을 안고
1976년 봄에 성남으로 이사 왔다.



남들이 다 가는 학교 대신 도시락 싸들고 공장 다니던 길가와 공장 담벼락엔
유난히 개나리가 많았지만 어느 순간 그 개나리들은 갑자기 내 인식에서 사라져 버렸다.



먹을 수 있는 참꽃과 달리 개자가 붙은 나리는
맛을 보니 너무 써서 먹을 수가 없었다.

지천으로 널린 개나리를 먹을 수 있는지 알아 본
후부터 개나리는 더 이상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내 인생에서
비주류성과 소외의 그림자가 사라지는 것과 비례해서 개나리에 대한 기억도 그만큼 사라져 갔다.



그러던 개나리가 갑자기 다시 나타났다.

2004. 3.월 말이었다.



2003. 여름부터 가을 겨울을 지나 2004년 봄까지 나는 응급의료센타 없이 방치된 성남 본시가지에
시립병원을 설립하려고 혼신을 다했다.



10만명의 시민 서명에 이어 18,595명이 주민등록번호 대조하고 지장 찍어가며 만든
시립병원 설립조례.

그 조례가 2004. 3. 25. 성남시의회에서
단 47초만에

날치기로 쓰레기통에 쳐 박히는 것을 본 순간, 나는 통제할 수 없는 분노와 슬픔에 휩싸였다.



시의원들이 모두 도망간 본회의장에서,
나는 방청객들과 뒤섞여 시립병원 설립운동 대표,
변호사란 직함조차 잊어버린 채 ‘xxx’라는 욕설을 하며 대성통곡을 하고 말았다.



이를 본 시의회와 성남시는 ‘얼씨구나, 잘 걸렸다’를 외치며 즉각 특수공무집행 방해라는
어머어마한 죄명을 걸어 우리를 고발했다.





평소 무슨 운동인지를 한답시고 괴롭히는(?) 나를 눈엣가시처럼 알고 있던 경찰과 검찰은
‘이게 웬 떡이냐’며 즉각 체포를 결정했다. 체포 = 구속. 뻔한 일이었다.



노동운동, 시민운동, 인권운동 무슨 그런 운동을 한답시고 십수년을 쫓아 다니다가
백궁정자용도변경(파크뷰특혜분양) 폭로사건으로 구속된 지 2년도 안된 시점이었다.





또 구속될 수는 없었다.



1도 2부 3빽 이라는 말을 아시는지?

일이 생기면 일단 도망하고, 다음에는 부인을 하며
마지막으로는 빽을 써야 된다는 이야기



변호사 신분이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일단 이해학 목사님의 배려로 주민교회로 피신했다.



1평도 안되는 기도실과
교회 지하의 작업실을 오가던 어느날 오후
조금의 여유가 생겨 교회 옥상에서 세상을 내다봤다.



그런데, 그곳에 20-30년 전부터 잊어버렸던
개나리를 다시 발견했다.



흐드러지게 핀 노오란 개나리들이 시청 담벼락을 따라 무수히 피어 있었다.



먹을 수 없다는 이유로 내 앞에서 사라졌던 개나리.



따스한 봄날 오후 햇살을 등에 맞으며 서 있는
내 바로 몇미터 앞에 갑자기 나타난 개나리.

돌아보고 싶지 않은 시청 담벼락을 온통 휘감고
노란 빛을 내뿜는 개나리.

그러나 수배자의 신분 때문에 만져볼 수 조차 없는 개나리.



그 개나리가 수십년의 망각을 제치고 내 가슴속으로 밀려 들어왔다.

세상이 온통 노란빛으로 변하더니 어느 순간부터 얼굴에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희뿌옇게 세상이 바뀌더니 그 자리에, 기름때가 꼬질꼬질한 누런 작업복을 입고
냉장고 공장마당 햇볕 잘 드는 곳에 앉아 차게 식은 도시락을 까먹는,

아토피로 양 볼이 빨갛게 충혈된
15살 소년이 보였다.



빨랫줄 그림자가 나를 지나 한참을 지나가도록, 흐르는 눈물 속에서 카타르시스같은 것을 느끼던중
내 입에서 다시 ‘xxx'들이라는 욕설이 튀어 나왔다.



그리고는, 여전히 노란 색을 한껏 뿜어내고 있는 개나리가 다시 눈앞에 나타났다.



피곤함을 넘어 투지가 다시 생기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삶에 대한 고려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그들을 내 몰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사람들의 고통스런 삶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된다는 사명감이 밀려 왔다.



며칠동안 더 교회에 기거하며 생각을 정리한 끝에 경찰에 자진출두했고,

그 때쯤 나는 시장출마를 결심했다.



먹을 수 없다는 이유로 내 앞에서 사라졌다
수십년만에 다시 시청 담벼락에 나타나 나를 또 다른 세계로 이끈 개나리.



그러고 보니, 작년에도 개나리에 대한 기억은 없다.



앞으로 언제 다시 개나리를 기억하게 될 지는 모르지만, 내게 있어 개나리는 여전히 빛바랜 슬픔같은 것이 깃들어 있다.



개나리에 대한 내 기억이 환희와 밝음으로 바뀌는 날이 있기는 바라며.

대표 사진
매우공격적인눈매
👍
8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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