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구(90)가 심장박동기를 단 채 새 무대에 오르는 심경을 전하며 깊은 울림을 전했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NOL 서경스퀘어 스콘 1관에서 연극 ‘불란서 금고-북벽에 오를 자 누구더냐’(연출 장진, 이하 ‘불란서 금고’)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불란서 금고’는 장진 감독이 연극 ‘꽃의 비밀’ 이후 10년 만에 집필한 작품이다. ‘밤 12시, 모든 전기가 꺼지면 금고를 열 수 있다’는 설정 아래 각기 다른 목적과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 은행 지하 밀실에 모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전설적인 금고털이 기술자 ‘맹인’ 역을 맡은 신구는 출연을 결정한 데 대해 “너무 성급하게 결정한 것 같다”며 “막상 작업을 해보니 극복하기 힘든 점도 있고, 작품 해석 등 여러 면에서 어려운 점이 있더라. 나이가 들어 노욕을 부린 건 아닌가 싶었다”고 전했다.
90세의 나이에 연극 무대에 오르는 것에 대해서는 “살아있으니까 하는 거고, 평생 해왔던 것이 연극이니까 하는 것”이라며 “연기는 밥 먹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소감을 밝혔다.
장진 감독은 “사실 선생님이 무대에 오를 수 없는 몸이라고 생각하셨다더라. 집안에서 걷는 연습부터 하시면서 연습을 위한 준비를 몇 달 동안 해주셨다”며 “지금 ‘불란서 금고’가 당신께서 살아 계시는 이유라고 문자를 주셨다. 저희 모두 그 진심을 열심히 쫓아가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구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고(故) 이순재를 떠올리며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그는 “얼마 전에 이순재 선생님, 형님이라고 불렀던 분이 돌아가셔서 내가 이제 위로 모실 분이 안 계시는 것 같다. 아쉽기 짝이 없는데, 살아있고 숨을 쉬고 있으니 평생 하고 있던 일을 해보려 한다. 여의치 않지만, 최선 다해 해보려 한다”고 했다.
신구와 같은 역할에는 성지루가 발탁됐으며, 논리와 원칙으로 상황을 통제하는 ‘교수’ 역에는 장현성과 김한결이, 목적을 향해 거침없이 움직이는 현실주의자 ‘밀수’ 역은 정영주와 장영남이 맡는다. 본능적인 행동대장 ‘건달’ 역은 최영준과 주종혁이, 은행을 가장 잘 아는 인물인 ‘은행원’ 역은 김슬기와 금새록이 맡는다.
‘불란서 금고’는 오는 3월 7일부터 5월 31일까지 대학로 NOL 서경스퀘어 스콘1관에서 상연된다.
앞서 신구는 지난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심부전증 진단을 받고, 심장박동기를 착용 중”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심장이 정상적으로 뛰지 않고 천천히 뛴다더라. 그냥 놔두면 산소 공급이 부족해서 뇌졸중이 온다. 그래서 박동 수를 조절해주는 심장 박동기를 찬 것”이라며 “본래 심장이 천천히 뛰면 전기 자극을 줘서 정상 박동을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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