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나를 감동시키는 김수희 씨!
자기야, 나 지금 김포공항으로 가는 차 안이야. 부산에 내려가서 한시라도 빨리 몸상태를 추스르려고. 마음 같아서는 더그아웃에서 오늘 2차전을 치르는 동료들의 승리를 목청껏 응원하고 싶지만, 앞일을 생각하니까 또 그럴 수만은 없겠더라고.
어제 1차전 때 걱정 많이했지? 나도 사실 그렇게 열이 많이 오른 건 처음이었어. 부모님 걱정하실까봐 비밀로 하려고 했는데, 감독님이 미디어데이에서 말을 꺼내시는 바람에 난리가 벌어졌잖아. 아마 그날 전화를 수백통은 받았던 것 같아.
그런데 말이야, 사실 그것 때문에 꼭 할 말이 있어. 엉뚱하게 자기한테 옮아서 내가 독감에 걸렸다는 말이 나와서 많이 속상했지? 미안해 자기야. 공교롭게 자기도 감기에 걸린 상태라 오해가 빚어졌는데, 사실 자기는 어린 현서에게 감기 옮길까봐 집에서도 마스크쓰고 지내면서 얼마나 조심했는지 내가 잘 알잖아. 그런데 괜히 와전된 말 때문에 마음고생 많이 했지? 내가 면목이 없다. 정말 미안해, 수희야.
이렇게 모처럼 자기한테 편지를 쓰려니까 2008년 겨울에 훈련소에 있을 때 생각이 난다. 그 때 하도 편지를 많이 써서 소대 내에서 가장 많이 보낸 훈련병으로 뽑히기도 했잖아. 물론, 자기는 나보다 4∼5배는 더 많이 보냈지. 생각해보면, 우리는 늘 그런 관계였던 것 같아. 늘 자기가 더 많이 나를 챙겨줬지. 야구의 ‘야’자도 모르던 사람이 나 때문에 매일 경기 챙겨보고, 열심히 공부해서 지금은 거의 전문가 수준이 됐잖아. 연애시절에 내가 잘 못하면 호통도 쳐주고 말야. 결혼해서도 내가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똑똑한 자기가 스스로를 희생해가며 애써준 거 내가 다 알아요. 진심으로 고마워.
운동선수의 아내들은 참 불쌍하고 안쓰러워. 스스로를 희생해야만 하니까 아마 이기적인 여자였다면 절대 못 버텼을 거야. 그런데 자기는 달랐어. 여대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전문직이라는 아나운서 일도 포기하고 내조해주는 것을 보면 항상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 뿐이야. 가정을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당신 덕분에 더 야구를 열심히 하게 돼.
수희야, 내가 약속하나 할게. 언젠가 인터뷰 때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기적을 이루겠다고 했는데, 꼭 한국시리즈 우승을 자기한테 선물할게. 지금으로서는 그보다 값진 선물은 없을 것 같다. 우승반지, 꼭 당신 손에 끼워주겠어. 사랑해, 여보.
1차전 종료 -> 로이스터 부산 쳐 내려가라고 지시 -> 쌩까고 분당 보라네 집 들러서 고성방가 후 짬뽕 드링킹 -> 김포공항 가면서 아내에게 편지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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