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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론노 전체글ll조회 2108l 4

 

 

잊지 말아야 할 한가지 02


 

잊지 말아야 할 한가지 02

 

 

 

 

 

"그럼 얘들아 다음주 월요일날 보자."

 

상냥한 여선생님의 말을 마지막으로 우리 교실은 우당탕 소란에 휩싸였다. 내 옆자리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유천이가 날 본다.

 

"창민아!! 여소시켜준다며!!"

"맞다."

 

아니, 옆에 창민이를 본다. 창민이는 씩 웃으며 한손으로 날 밀치듯 밀어내곤 바로 옆인 유천이에게로 가버린다. 사소하게 기분이 푹 가라앉았다. 쟤네들 한테는 난 그냥 같은 반 애일뿐이라고 몇번씩 생각해봐도 이렇게 푹 가라앉아버리는 내 기분은 어쩔 수 가 없다. 시험이 코 앞이었지만 도저히 실감이 나질 않는다. 아마도 내 신경이 그 애들한테 가있어 그런것 같다. 가방을 다시 내려놓고 책상 밑 서랍에서 주섬주섬 교과서를 꺼냈다. 어짜피 주말동안 집에만 있을꺼고 공부따윈 하지 않을테지만, 이렇게라도 챙겨가야 왠지 시험을 못봐도 엄마에게 뭐라 말할 수 있을거다. 엄마가 공부하라고 사다준 커다란 책상에다 쌓아라도 놓는다면 내 맘도 조금 편해질테지. 지금까지 공부를 하나도 안한터라 챙겨가야 할 책이 산더미다. 내 가방은 오늘따라 왜이리 작은건지. 억지로 두꺼운 교과서들을 가방안의 틈에 쑤셔넣었다. 수학책은 도저히 들어가지가 않아 손에 들기로 했다. 고개를 드니 그 애들은 가버리고 없다.

고개를 드니 청소당번 애들이 빗자루를 들고 분리수거를 한다고 난리를 피우고 대걸레로 바닥을 밀고있었다.  나는 혼자 수학책을 양손으로 껴앉고 어느새 꽤 조용해진 복도를 지나는데 갑자기 지잉 하고 주머니 속 핸드폰이 울렸다.

 

최규영

[바보 멍청아 학교 끝났지?ㅋㅋㅋ]

 

엄마 때문에 억지로 끌려갔던 봉사캠프에서 만난 여자애다. 캠프에서 지금까지 한번도 만나지 않고 문자랑 전화만 해서 모르겠지만 얘도 꽤 괜찮게 생겼던걸로 기억한다. 여자애 번호는 몇개 있지만 그중에서 연락하는 애는 얘뿐이다. 대충 이응 두개를 찍어보냈다. 나 나름대로 시크한척 한거다. 그러자 바로 지잉 하고 손안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헐ㅋㅋㅋㅋ야 나 남소받기로 해썽]

 

[헐?왜?]

 

아까 유천이가 여소라고 한게 생각난다. 설마 얘일까? 유천이라면 어느 여자애가 사양하겠냐만은. 뭔가 마음이 불편해진다. 동경의 친구에 대한 부러움이다. 나도 유천이랑 친구였으면 최규영 얘를 통해서라도 반드시 예쁜애를 소개시켜다 줄 수 있는데. 얼마전에 상상했었다. 그 애들과 친해지면 내가 여자애들을 떼거지로 불러서 같이 노는걸. 그럼 유천이는 날 더 좋게 봐줄테고 우린 더 친해질꺼다. 더 이상의 답장은 없었다. 물끄러미 핸드폰을 내려다 보다가 바지주머니로 쑤셔넣었다. 꼴에 스마트폰이라고 크기는 커가지고 잘 들어가지도 않는 걸 인상을 쓰며 겨우 집어넣었다.

 

 

지잉, 하고 바지속에서 핸드폰이 울린다.

 

 

 

 

***

 

 

 

 

우리집은 열쇠가 없다. 대신 비밀번호를 기억해야 했다. 우리학교 교문에서 엎어지면 바로 우리집일 정도로 학교와 집사이는 정말 가깝다. 언젠가 한번 이어폰을 꼽고 학교까지 갔을 때, 노래 한곡이 채 끝나지 못했었다. 엄마 아빠가 모두 나간 집은 썰렁했다. 대학생인 형은 보나마나 놀러나갔겠고 나는 무거운 책가방을 바닥에 늘어뜨리고 질질끌어 내 방 바닥 구석에 밀어놔버렸다. 교복을 갈아입기도 귀찮다. 엄마는 옷 못입는 아들 망신당할까 손수 갈아입을 옷을 내 침대위에 올려놔줬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침대위로 몸을 던졌다. 그닥 푹신하다고 할 수 없는 매트리스가 거슬렸지만 포근한 이불에 기분이 좋다. 내가 밤마다 베고 자는 베게가 눈에 들어왔다. 설마 내 냄새가 이상한 걸까? 이상해서 유천이가 나랑 친해지고 싶어하지 않는걸까?

 

한번 베게에 코를 박고 킁킁 냄새를 맡아봤다. 내 체향이 이상한건 아닌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꽤 좋은 냄새가 나고있었으니까. 냄새가 이유는 아닌 것 같아 조금은 안심이 된다. 침대 바로 옆의 창문에선 초여름의 햇빛이 새어들어왔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다. 내 방 침대에 앉아서 저 햇살에 맞춰 환히 웃는 유천이가 떠올랐다. 비록 가까이에서 보진 못했지만 생생하게 생각난다. 웃는 얼굴, 예뻤는데. 교복도 갈아입지않고 침대에서 뒹굴뒹굴 거리는꼴이 정말 한심하다. 이렇게 생각은 했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이따 학원가야하는데.......

 

"형 왔다."

 

철커덕 소리가 나고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났다. 준호형은 오자마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난 보지도 않고 다 안다. 매일매일 저러니까, 난 다 안다.

 

 

"엄마가 간식먹고 학원가래."

 

준호형이 내 방문을 열어 얼굴을 빼꼼히 들이밀고 말했다. 회사일에 바쁜 엄마는 종종 형을 엄마대신 잔소리꾼으로 이용한다. 겨우 두살밖에 차이 안나는 형이지만 엄마말로는 하늘과 땅 차이란다. 형은 싱글싱글 웃다가 내 방문을 쾅 닫고 가버렸다. 형은 이제 거실로 갔다. 곧 티비소리가 났다. 그제야 난 교복을 갈아입어야 한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켰다. 귀찮으니 교복입고 학원에 가도 되지만 난 교복을 입고있으면 뭔가 위축되는 기분이다. 멋을 부리진 못하더라도 난 교복을 벗고 다닌다. 내 몸짓에 살짝 밀려난 옷가지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방구석에 처박힌 책가방도 힘겹게 한손으로 들어 책상위에 쿵 하고 올려놨다.

 

누가봐도 더럽다고 할 내 책상을 봤다. 지난밤에 읽다 만 책한권과 그 밑에 깔려있는 잡다한 교재들과 종이들. 형이 치워주지 않는한 난 밀어내고 쌓아 올릴 뿐, 절대로 정리하는 일이 없어 그런다. 심이 부러진 연필을 세워놓는 필통에 던저넣고 이리저리 너저분한 지우개 가루들도 손으로 좀 쓸어모았다. 그리고 밀어버렸다.

 

"에혀...."

 

하복 윗도리를 벗어던지고 티셔츠를 입었다. 교복바지도 벗어던지고 청바지를 입었다. 학교에서 하는 일은 없지만 심하게 따뜻한 날씨덕에 젖은 하복 윗도리를 들고 방문을 나섰다. 형은 소파에 드러누워 코미디프로 재방송을 보며 낄낄거리고있었고 나는 별말없이 식탁으로가 엄마가 챙겨논 간식을 먹는다. 학원에 갈때까지 20분이 남았다.

 

 

 

 

-

 

전편 댓글 다섯분 감사합니당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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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스릉해요. 현실감 짱 ㅠㅠ멤버들이 진짜 고등학생같아요 말하는거랑 하는거랑 다 ㅠㅠ 왠지 소개팅남이 누군지 알거같은 ㅋㅋㅋㅋㅋ
앞으로 계속 써주세요 떠나시면 안되요 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2
우왕ㅠㅠ처음 봤는데 뭔가 느낌이 좋아요~~앞으로도 계속 써주실겨죵??ㅎㅎ
11년 전
독자3
ㅎㅎㅎㅎㅎ오늘처음봤는데 재밌으여 !!!ㅠㅠㅠㅠㅠㅠㅠㅠ꼭다음편써쥬세영!!쀼잉 ㅠㅠㅠㅠㅎㅎ!!!!!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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