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때도 없이 고백하는 구준회 00. (부제; GAME OVER) "누나." "왜." 왜?도 아니고 그냥 왜. 정말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지. 지금 생각하면 그 때 그냥 잠깐 사귀고 말았으면 좋았겠다만. 아직도 다 기억나. 나랑 구준회는 벽에 기댄 채로 나란히 앉아있었고, 나는... "누나." "아 왜. 왜 자꾸 불러!" 폰으로 3일동안 못 깬 리듬게임을 하고 있었어. 거의 2절 후반부였어서 자꾸 말 시키는 구준회때문에 점점 짜증이 올라오고 있었어. 아마 몇 번 더 누나, 누나 하고 불렀던 것 같은데, 그냥 대답도 안 하고 게임에 집중하고 있었지. 그러다가 갑자기 폰 액정위로 다른 손가락이 올라오더라? 그리고 게임 막바지에 제일 어려운 부분, 맨날 거기까지 못 넘어가다가 이제 딱 거기였는데 구준회가 액정위로 아무렇게나 막 눌러댔어. 바로 게임오버가 떴지. "야 이런 미친...." 고개를 돌리며 욕을 발사하려던 찰나에 구준회 얼굴이 코 앞으로 다가오더니, 입술이 닿아왔어. 난 입술이 닿자마자 한 몇 초 멍때리다가 고개를 뒤로 확 빼고는 말을 더듬었지. 야 너..뭐, 아니, 이게...야.. 학교에서 치한 만났을때만 어떻게하라고 가르쳐주고 갑자기 키스당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배운적이 없는데. 머리는 혼란으로 가득찼어. "뭐." 구준회가 뻔뻔하게 묻더라. 돌이켜보면 지금이나 이 때나 뻔뻔하네. 그리고 멍청하게 더듬거리는 내 말들을 막듯이 다시 짧게 입술이 붙었다가 떨어졌지. 간지럽게 쪽, 하는 소리도 나더라. 확 정신이 들어서 어깨를 한 방 쳐주려고 손을 올렸는데 바로 팔목이 잡혔어. 나는 멘붕. 계속 어버버거리는데 구준회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입을 살짝 벌렸다가, 하여튼 잠깐 뜸을 들이는가 싶더니 말했어. "나 누나 좋아해." "....." "나랑 사귀자." "싫어." 잠깐의 고민도 없이 싫어라는 두 글자가 입 밖으로 튀어나왔어. 상황이 역전되었지. 마주보던 구준회 얼굴에 멘붕이 올라오더라. 그 얼굴을 너희가 봤어야하는데! 그제서야 팔목을 잡고있던 손에 힘이 풀어지길래 어깨를 가볍게 한 방 쳐주고는 엉덩이를 떼고 일어섰는데, 바로 다시 손목이 잡혔어. 그래서 다시 구준회에게로 고개를 돌렸더니 아까 표정이랑은 좀 다르더라. "야." ....야? "야 너 방금 나한테 야라고 했냐." "어." 뭔가 평소랑 다르게 웃더라고. 이게 그렇게 웃을만한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계속 씩 웃고 있더니 이러더라. "나 너 앞으로 누나라고 안 부를거야." "뭐?" 대답은 없었고, 난 구준회한테 그 날 이후로 누나 소리를 못 듣고 있지. 그리고 또 하나 달라진게 있다면 이런거지. 그냥 밥 먹다가도, 같이 걸어가다가도, 집에 들어가다가도, 시도 때도 없이 말해. 야, 나랑 사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