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Teenagers
병실에서의 하루하루는 갑갑했다. 백현은 여전히 몸을 이리저리 뒤척였다. 준면이형…. 낮게 준면을 불러보았지만 학교에 간지 오래인 준면이 대답을 할 리가 없었다. 허탈히 웃음을 지어보이는 백현의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초췌해져 있었다.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백현은 가만히 두 눈을 감았다. 이대로 누우면 죽든 살든 어떻게든 되겠지. 그래도 학교에 가서 김종인, 박찬열 무리에게 징그럽게 당하지는 않을테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변백현 병원에 있다고?”
“응. 죽으려면 제대로 죽던가, 웃기는 년이야.”
“2주동안 돌려내라고? 뭘 돌려내? 우리가 뭐 뺏기라도 했어?”
종인은 코웃음을 치며 옆에 놓인 짝꿍의 샤프를 빙빙 돌렸다. 찬열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시간이 괜히 후회되었다. 빨간 피를 흘리며 쓰러져가던 백현의 모습은 아직도 악몽처럼 찬열의 마음 속에 짙게 남아있었다. 하지만 종인은 그런 백현의 간절하지만 단호한 한마디가 아무런 감흥도 없는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찬열은 찰랑이는 머리칼을 이리저리 지저분하게 만들어버렸다. 정말 백현이 죽어버리면 어떡하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그의 빈자리를 채워내기엔.
“박찬열 너 존나 안 어울리는 거 알아? 그 여우년 신경써서 뭐하는데.”
“진짜 죽어버리면 어떡해.”
“관심병 도진 미친년한테 무슨. 죽어보라 그래, 지랄도 그런 개지랄이 있나.”
종인은 어이없다는듯 웃음을 터트렸다. 소름이 돋았다. 찬열은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학교를 빠져나왔다. 머리가 반쯤 벗겨진 학생주임이 고래고래 소리쳤지만 찬열은 그런 외침따위 들리지 않는다는 듯 슈퍼에 들러 작은 음료수상자를 구입한 뒤 떨리는 손으로 상자를 들고 어제의 악몽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병실로 향했다. 또 칼을 들이밀며 허튼 짓을 하는 건 아닐지 가슴이 쿵쾅거렸다. 하나님께 간절히 빌고 있었다. 시간을 되돌려준다면, 이런 무모한 사고같은 건 일어나지 않게 똑바로 잘 살겠다고.
“날 괴롭히려고 이젠 학교까지 빼먹는구나, 정말 대단해.”
“그런 거 아냐.”
“그러면? 김종인이 너보고 뭐 하고 오래? 꼽으면 지가 찾아오래 그래, 그 개자식…”
“그런 거 아니라고.”
찬열의 얼굴이 구겨졌다.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할까. 괜히 눈물이 찔끔 나올 것 같았다. 백현에게 미안했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하지만 어느덧 제자신은 백현이 아닌 태은에게 사과하고 있었다. 태은아, 오빠가 미안해. 찬열이 사온 음료수 병을 이리저리 비아냥거리는 시선으로 훑어보던 백현은 무슨 일이냐며 이내 시선을 찬열에게 던졌다. 대뜸 차갑고 하얀, 광이 반질반질 나는 병원바닥에 무릎을 꿇은 찬열이 말했다.
“미안해”
“비는 건 하늘에 있는 네 동생년한테 해. 내가 무릎 한번 꿇으면 용서라도 할까 봐?”
“용서 안바래. 죽지만 마. 제발 살아만 줘라 백현아.”
백현의 두 눈이 흔들렸다. 백현아…. 언제 찬열이 자신의 이름을 저토록 다정히 불러줬던 때가 있었던가? 눈물이 나오려드는 두 눈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백현은 이불에 얼굴을 푹 파묻었다. 찬열은 바닥에 사정없이 떨어지는 눈물을 거칠게 닦아냈다. 내가 잘못했어. 종인이랑은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거든, 한 때 방황했을 때 붙잡아준 것도 걔였어. 이 세상에 나랑 정 나눈 애는 걔밖에 없는 것 같아서, 너 괴롭히겠다고 했을 때 병신마냥 말리지도 못했어. 태은이랑 닮은 네가 원망스러웠냐고? 싫었냐고? 전혀. 너무 고마웠어. 태은이가 죽었지만, 그 애랑 쏙 빼닮은 네가 여기 있는데 내가 왜 널 싫어했겠어. 찬열은 넋나간 사람마냥 자신의 이야기를 죽 늘여놓았다.
“…일어나 박찬열. 너랑 이런 건 안 어울려.”
“죽지마 백현아…, 내가 잘못했어. 이제부터 잘할게, 죽지말아라… 응?”
“안죽어. 누가 죽는대?”
백현의 앙칼진 외침에 찬열은 그제서야 빨갛게 부어오른 두 눈을 깜박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리가 욱신거리고 저렸지만 그 보다 마음이 더 많이 아팠다. 태은아, 오빠가 널 먼저 보내서 이런 천벌을 받나봐. 찬열은 눈물을 감추고 싶었는지 따끔거리는 두 눈을 연신 비벼댔다. 백현은 그런 찬열의 두 손을 거칠게 잡아챘다. 자신보다 머리 하나 정도 키가 큰 찬열을 품 안에 넣고 백현은 작게 중얼거렸다.
“너 안 미워해. 내가 말했잖아, 널 믿었다고. 이렇게 다시 돌아와줄 거라고 믿었어. 네 마음 다 이해해.
그러니까 괜찮아. 이제 다 괜찮아. 몇개월동안 나 괴롭혔던거… 다 용서할 수 있어.”
찬열은 그렇게 자신보다 한없이 여리고 약한 백현의 품에 안겨 한참을 울었다. 백현이 자신을 왜 용서해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찬열에겐 한가지 이유와 의무가 생겼다. 백현을 지켜내야만 했다. 무언가에 눈이 멀어 끊임없이 약자를 괴롭히고 즐거워하는 미친놈 김종인에게서 백현을 지켜내야했다. 죄값을 치룰 수 있다면 백현을 위해 무엇이든 닥치는대로 해보겠다고 마음먹은 찬열은, 병원 밥을 먹고 잠이 든 백현의 볼을 매만졌다.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많이 거칠거칠 해졌다. 미안해 백현아. 찬열은 또 한번 눈물을 훔쳤다.
* * *
“변백현 보고왔냐? 너 병신이야 박찬열?”
“이제 나 네편 아니야 김종인.”
“뭔 개소리야 넌.”
“나 이제 백현이 지킬거야.”
종인은 푸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한껏 비아냥거리는 투로 찬열을 향해 걸어오던 종인은 찬열의 복부에 주먹을 내리꽂았다. 찬열의 입에서 ‘헉’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찬열은 사물함 쪽으로 나뒹굴었다. 종인은 찬열의 고개를 들어올렸다. 광기가 어린 종인은 무서웠다. 두려웠다. 하지만 찬열은 이겨내기 위해 두 눈을 질끈 감아냈다. …백현아. 보고싶어. 찬열의 두 눈을 억지로 뜨게 한 종인이 낮게 한글자 한글자 읊었다.
“별 찌질이 같은 놈한테 정주고 해줄 거 다 해줬더니 댓가를 이런식으로 치뤄? 그래.
내가 너같은 애한테 기대하는 것 자체가 병신이었어 박찬열. 고맙다, 뒷통수 한번 제대로 치네.”
“그만하면 되잖아…”
“뭐?”
“변백현 괴롭히는 거. 끝내면 되잖아.”
종인은 웃었다. 초점없는 두 눈에 찬열의 모습을 가득 담고 대답했다. ‘그럴 일은 없을거야.’ 찬열은 허탈히 한숨을 내쉬었다. 깊어져버린 땅굴 안에서 백현을 꺼내기란 쉽지 않아보였다. 지긋지긋한 대한민국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백현아. 이 세상은 더러워.
분량은 죄송합니더ㅠㅠㅠㅠㅠ.. 적은거같은데 아닌가염 ㅠㅠㅠㅠㅠㅠ 흐흫ㄱ 오늘 바쁜날이라서 ㅠㅠㅠㅠㅠㅠ 3편은 진짜 짱짱길게 써서올리도록 할께여!!! 1편에 많은 댓글 달아주셔서 저는 그냥 포풍감동 ㅠㅠㅠㅠ 필력도 거지고 문체도 그지공..ㅎㅎㅎㅎㅎㅎ.. ㅠㅠㅠ많은 관심 감사드려ㅑ여! 브금을 뭘로할지가 제일 문제라능;;;; 오늘것도 뭔가 잘못 선택 한것 같다능;;; ㅠㅠㅠㅠ 브금추천 좀 해듀세여 아련아련한걸로!!! 암호닉 신알신 브금추천은 필 수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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