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우리
시간이 꽤 흘렀다. 루한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종인은 끝내 루한을 입원시켰고, 루한도 이제 그럭저럭 병원생활을 잘 적응해가고 있었다. 오늘도 꺄르르 웃으며 간호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루한은 시한부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밝았다. 종인은 오늘도 땀에 흠뻑 젖은 교복 와이셔츠를 벗어제끼며 병실 문을 열었다. 루한은 오렌지빛 머리를 부비적거리다 말고 종인을 발견하자마자 통통 튀어 달려가 폭 안겼다.
“종인이 늦었어. 뽀뽀 다섯번.”
“왜 또 땡깡이야. 약 잘 먹었어? 밥은?”
다른 소리만 하는 종인에게 입술을 부루퉁하게 내민 루한은 결국 뽀뽀 다섯번을 받고서야 배시시 웃어보였다. 종인은 창문을 활짝 열어제끼고 루한의 약봉투를 살폈다. 얼마 남지 않았다. 또 다시 아르바이트를 나가야 한다는 사실에 허리가 욱신거렸다. 간호사가 챙겨준 파스 또한 얼마 남지 않았기에, 종인은 거칠게 파스를 작게 잘라내 허리에 붙인 뒤 루한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돈 벌어올게.”
“종인아. 안 가면 안되? 응? 나랑 같이 있자.”
“내가 돈을 벌어야 너가 얼른 낫지. 기다리고 있어, 왜 애처럼 굴어 또.”
종인은 사복으로 후다닥 갈아입고 병실 손잡이에 손을 댔다. 차갑다. 마지막으로 루한의 얼굴을 한번 더 보고 가려는데, 루한은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왜 그래, 응? 깜짝 놀란 종인이 보통 일이 아님을 느끼며 루한의 얼굴을 쓰다듬자 눈물 범벅이 된 얼굴을 거칠게 휴지로 닦아낸 루한이 딸꾹질을 멈추며 입술을 달싹였다. 아, 예쁘다. 이 와중 마저 루한이 예뻐보이는 자신이 바보같다며 자책한 종인은 루한의 볼을 쓰다듬었다.
“루한이 힘들어. 밥 먹는 것도 힘들고 자꾸 토 나오구… 살도 빠져.”
“……”
“이제 루한이랑 종인이한테 시간이 별로 없어.”
사람 몸은 자신이 가장 잘 안다더니, 그 말이 사실 같았다. 종인은 고개를 푹 수그렸다. 루한은 옅게 방긋 웃으며 종인의 차가운 손을 꼭 붙들었다. 금방이라도 날아가버릴 것 처럼 위태로운 루한을 거칠게 끌어안은 종인이 중얼거렸다. ‘우리 같이 있자 루한아. 약 안써도 되니까…… 남은 시간이라도 행복하자.’ 루한은 그 말을 들으며 생긋 웃었다. 자신이 온갖 돈을 투자해 어떤 약을 써도 루한은 이미 늦어버렸으니까. 종인은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
“이제 한달 남았대. 의사 선생님이 이야기하는 거 들었거든. 헤헤.”
“…너 가면 나도 같이 갈까?”
“그런 말 하면 못 써! 넌 여기 꼭 있어, 내가 지켜줄게.”
너같이 바보같은 애가 뭘 지켜 지키긴. 종인은 살짝 웃으며 루한의 말라버린 입술에 입을 맞췄다. 부드럽다. 종인은 웃었다. 행복했다. 한 달이라는 시간밖에 남지 않았지만, 지독하리만큼 슬프고 행복했다. 루한은 바짝 마른 자신의 몸이 한탄스러운지 종인의 품에 더 푹 안겼다. 종인은 루한을 남겨놓고 병실을 빠져나와 오랜 친구같은 형인 준면을 술집으로 불러냈다. 다시는 술 같은 거 안먹겠다고 약속했는데.
“어쩐 일로 술이야 네가? 아, 루한이는 좀 어때?”
“말기인데 진전되고 말고 할 게 뭐가 있어. 시간은 왜 이렇게 빠르대냐. 하아―”
“…… 루한이 죽으면 어떡하게 너 이제?”
준면에 걱정스러운 물음에 종인이 픽하고 웃었다. 그러게, 진짜 어떡하냐. 종인의 걱정스러움이 한껏 묻어난 얼굴이 안쓰러운지 준면은 말없이 종인의 앞접시에 안주를 올려주었다. 루한이가 하늘가면, 나 이제 어떡하지 형? 갈 데도 없고 의지할 데도 없는데. 준면도 대학생이라 등록금을 벌기 바빠 종인을 맡아줄 수 있는 마땅한 형편이 되지 않았다. 종인은 세삼스레 루한의 소중함을 느끼며 그동안 누구에도 말 못했던 고통을 준면에게 털어놓았다.
그 시각, 말없이 침대에 누워 멀뚱히 종인을 괴롭히던 루한이 잠에 드는가 싶더니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옆 침대에 누워있던 아주머니께서 비상 벨을 누르자마자 긴급히 의료진이 들어섰고, 꽤 심각해진 루한의 상태에 모두가 바삐 움직였다. 종인아… 종인아……. 꿈을 꾸고 있는건지 바짝 마른 입술로 종인의 이름을 두 어번 간곡히 부르던 루한은 끝내 의식을 잃었다. 다량의 의료도구들을 가져와 루한의 몸에 가져다대고 이것저것 루한을 위한 조치를 취하던 의료진이 한 순간 허탈해진 눈빛으로 심작 박동 기계를 바라보았다. 굼뜨게 움직이던 그래프는 이내 일직선을 그으며 ‘삐’ 하는 날카로운 소리를 뿜어냈다.
[ 2012년 6월 20일 오후 1시 25분, 루한 사망 ]
차트에 이것저것 정리를 하고는 의료진은 루한의 몸 위에 흰 천을 덮어씌운 채 병실을 나갔다. 뒤늦게 연락을 받고 미친듯이 병원을 향해 달려온 종인은 긴급히 움직이는 루한이 누워있을 침대를 발견하자마자 이성을 잃은듯 달리고 또 달렸다. ‘잠깐만요!!! 루한 보호자예요, 비켜주세요!!’ 복도의 사람들은 종인을 바라보며 길을 내주었고, 종인은 간신히 루한이 누워있는 침대에 다다랐다.
“이거… 누가 씌웠어요?”
“유감이지만, 루한 환자는 이미 숨을 거두셨습니다.”
종인이 웃음을 터트렸다. 죽기는 누가 죽어요? 야, 한 달 남았다면서. 나 한 달 동안 루한이 행복하게 해주려고 야무지게 계획도 다 짰는데, 뭐? 사망? 웃기는 소리 하지마 돌팔이 의사야! 살려내, 루한이 살려내. 얘 죽은 거 다 니네 때문이야. 왜 못 살렸는데? 말짱하던 애가 왜 죽은건데 왜!!! 종인이 소리쳤다. 초점없는 두 눈으로 루한의 얼굴을 눈에 담았다. 루한아… 일어나. 어딜 가려는거야. 종인이 루한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흐느꼈다. 보고싶어. 루한이 눈 좀 떠보자, 우리 예쁜 루한이.
“김종인 보호자분…, 환자를 영안실로 옮겨야합니다만.”
“꺼져. 누가 얘 예쁘게 태워주랬어요? 내놔, 내가 데려갈거야. 내놓으라고!!”
“화장을 하고 나면 유해는 보호자분께 돌아갑니다….”
의료진은 침대를 밀기 바빴고, 그런 종인은 침대를 꼭 붙들었다. 보낼 수 없어요. 보낼 수 없어, 하나님한테도 말씀 드렸어요 루한이 못 보낸다고. 실없는 소리만 계속해서 내뱉던 종인을 뒤늦게 따라온 준면이 꼭 붙들었다. 종인은 두 팔을 버둥거리며 소리치기 바빴고, 어서 침대를 이동시키라는 준면의 말에 의료진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침대를 옮겼다. 루한아, 눈 좀 떠봐. 다시 웃으면서 내 이름 좀 불러줘. 루한아……. 종인이 쓰러졌다.
“이제 우리 루한이 보내주자 종인아.”
“……”
“그만 울어. 그만 힘들어 해. 이제 일어나서 다시 웃어야지.”
몇 시간째 혼수상태로 누워있는 종인을 걱정스레 바라보던 준면이 한숨만 쉬었다. 종인은 꿈을 꾸고 있었다. 루한이 다시 돌아오는 꿈. 누워있는 종인의 얼굴에 얇은 미소가 퍼졌다. 루한아…, 이건 다 꿈이야. 넌 돌아올거고. 맞지? 종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왜 날 두고 가버린거야, 나쁜 루한.
오늘 학교 4교시해서 씽나가지고 와서 끄적엿는데 뭐 이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똥그지 똥망글.. 뭐 전개가 이렇겤ㅋㅋㅋㅋ 확확ㅋㅋㅋㅋㅋㅋ 할매수니님 죄송해여...ㅠㅠㅠㅠㅠ...하뜌..♥ ㅋㅋㅋㅋㅋㅋㅋㅋHㅏ 단편은 ㅈㅓ랑 안맞는건지 ㅠㅠㅠㅠㅠ 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 단편이다 보니까 전개가 뽷뽷......스릉흡느드 할매수니님은 사랑이예여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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