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m B. 헝거게임]
- 김한빈의정석-
* 암호닉(암호닉을 신청해주신 분들은 꼭 암호닉을 달아주시면서 댓글을 달아주세요 ㅠㅠ 암호닉이 없으면 누가 누군지 작가는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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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넘치는
갓빈워더
bobb_y
비니비니한비니
꼬잉
우현동자
[Hunger Game!]
[94회 헝거게임에 참가하신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지금부터 1분뒤, 막을 올리니 여러분들의 아름다운 전투를 기대하며 간단한 소개를 하겠습니다.]
[가운데에 보이시는 잔뜩 쌓인 가방들과 물건들은 여러분들의 비상식량과 담요 및 무기들이며 똑같은 물건들이 들어있지 않습니다.]
[헝거게임은 우승자가 나오면 자동으로 종료가 되며, 이 곳은 온통 여러분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스폰서들을 통해 다양한 물건들을 받을 수 있으니 스폰서들의 도움을 잘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역대급 가장 아름다운 전쟁을 보여주세요, 매번 다른 참가자 분들의 재밌는 장면들이 행복해 질 수 있답니다.]
[행복한 헝거게임!]
[확률의 신이 당신의 편이길, 아마도.]
거대하고 소름끼치도록 차갑지만, 즐거움을 내포하고있는 내레이션의 목소리에 몸을 떨었다.
튜브 형식으로 된 엘레베이터를 통해 올라온 지상. 주변을 둘러보니 나를 비롯한 24명의 참가자들이 똑같이 주위를 둘러보며 방황하고 있었다.
내 왼쪽에는 오세훈이 서 있었다. 그는 큰 키로 하늘을 쳐다보다가 산을 둘러보는 등 여러 방향을 탐색하고 있었다.
공중에 뜨는 카운트 화면에는 47초, 46초를 지나고 있었고 나는 잔뜩 쌓인 물건들과 가방들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칼과 화살, 활, 폭탄, 창, 그리고 총 등 여러가지가 보였고 난 가장 밑 부분과 근접해있는 총을 발견했다.
총과 가장 가까운 가방은 다른 가방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꽤나 적당한 크기, 아니 메고 뛰어다닐 수 있을 정도의 가방이였다.
마른 침이 자꾸 고였다. 꿀꺽 삼켜도 어쩔 수 없이 긴장된다. 주먹을 쥐어봐도 부르르 떨림이 느껴졌다.
내가,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정말 실전이다. 총 들고 설치고 다녀야했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 내가 추위에 떨어서, 동물에게 먹혀서, 혹은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었다.
가슴 주변이 꽉 막힌 기분이였다. 호흡이 가빠져왔고, 당장이라도 이 게임을 중단시켜 버리고 싶었다.
밑에 튜브를 다시 타고 동혁이에게 갈 수만있다면.
아니, 그 전에 김진환과 말을 좀더 하고 '아가'라는 말을 한번만 더 들을 수 있다면.
아니면 그보다 과거로 김지원과 살 궁리를 하면서 경계를 치지 않았더라면.
더 불행해지기 전으로 헝거게임 투표날 전으로 가서 윤형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만 있다면.
이같은 걸 몰랐을 때, 종대에게 다시 가서 울고있던 얼굴을 좀더 자상하게 닦아줄 수 있다면.
나는, 후회하지 않았을 텐데.
주마등처럼 내 눈 앞으로 스쳐지나가는 내 주위의 사람들.
앨리스 리의 귀를 찌르던 웃음소리와 나름 살벌했지만 즐거운 트레이닝을 받던 일주일이라는 시간들.
어깨에는 부담이 짊어지고 있었다. 나는 과연 살아남아 웃으며 돌아갈 수 있을까.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내고 내가... 끝에서 웃을까.
갑자기 떠오른 장면들, 내가 김지원을 향해 웃고 있고 김지원은 날 바라보며 웃고있다.
이런 적은 없었다. 과거를 빠르게 뒤져보아도 그가 날 향해 웃고있던걸 본적은 드물었다. 그렇다면... 뒤가 쭈뼛서는 느낌이였다.
23초, 22초.
"씨이발, 내가 이딴 게임 왜해야 되는데!"
크게 욕을 지껄이며 화를 표출하는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모두들 그 쪽으로 시선을 꽂았고, 나 또한 바라보니 그 남자는 3구역의 김남준이라는 남자였다.
이곳으로 오는 과정에서 김지원과 김한빈을 조롱했지만 역으로 할말없게 기가 꺾인 사람.
그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주위를 스윽 둘러보고는 모두를 훑어보더니 미친 사람처럼 소리높혀 웃어댔다.
카랑카랑 울리는 목소리로, 김남준은 미쳐보였지만 한편으로는 허탈해보였다.
18초, 17초.
"내가, 내가 이 딴 게임할려고 태어났는 줄 알아?"
"..."
"난 여기오기까지 존나 충분히 잘 살고있었어. 근데 이 망할 게임 때문에!"
"..."
"이딴거 안해, 내가 이겨버릴꺼야. 다들 죽여버릴꺼라고!!"
"김남준!"
김남준은 카운트가 아직 다 세지도 않았는데 발을 떼서 그라운드를 향해 발을 디뎠다.
그의 이름을 부른건 같은 구역의 강슬기였다. 강슬기는 소리치며 계속 그의 이름을 불렀고, 나머지 사람들은 할말을 잃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어둡게 변해가는 강슬기의 표정과 점점 무기들과 가방에 가까워질 수록 밝아지는 김남준의 표정이 대조적이였다.
빠르게 뛰어가서 그의 발과 몸이 어느덧 그 쪽으로 가까워지는 데, 카운트가 멈췄다. 13초.
카운터가... 멈췄어.
내 옆에 있던 오세훈이 중얼거리자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크게 써있는 숫자가 정말로 그 상태에서 멈췄다. 13초.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총이 연속으로 쏠때의 커다란 굉음이 가운데에서 귀가 찢어지도록 연속으로 터져나왔다.
폭약, 폭약이 터졌다.
시뻘겋고 누우런 연기가 무섭게 감싸돌았고, 뛰어가던 김남준의 모습은 연기에 가려져 보이지않았다.
모두들 얼굴을 제각기 가리며 기침을 토해냈고, 나는 수트를 약간 올려 입을 막았다. 코는 두 손으로 봉쇄하고 연기의 기색이 묽어질 때까지 눈을 내리깔았다.
그 때 뭔가가 옆에서 던져졌다. 내 튜브 바닥에 떨어진 것은 다름아닌 손수건이였다.
'J.W'이라고 써져있는 이니셜의 하얀 손수건이였다. 잠시 숨을 쉬는 동안 맵고 알알한 연기가 흘러들어와서 급하게 입과 코를 막았다.
"이런, 씨발!!"
"저게... 저게뭐야?!"
"이런 개같은 새끼들..."
"꺄아아아악!!!"
"미친, 저건...!"
기침을 토해내며 어느덧 묽어진 연기 틈 사이로 무언가 보였다.
검은색 형체가 바닥에 쓰러져있었고, 나는 눈을 찡그린 탓에 잘 보이지않았다.
하지만 옆에 있던 오세훈은 격한 욕을 내뱉으며 이를 악물고 있었다. 점차 흩어지는 연기의 기색에 하나둘씩 보이는 얼굴들.
오세훈 옆에 배주현 또한 입을 틀어막고 눈을 크게 뜬 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김지원 쪽을 보니, 김지원 또한 입술을 꽉 깨문채 안절부절 못한 얼굴로 전투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김, 김남준!!!"
강슬기가 처절한 목소리를 토해내며 얼굴을 아무렇게나 감쌌다.
연기가 없어진 사이로 가운데에 있던,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달려가던 김남준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의 형체가, 분산되었다.
다리를 비롯하여 팔 전체가 뼈와함께 터져나갔고, 피가 비온듯 주변 풀들에 시뻘겋게 묻어있었으며 그의 내장은 삐죽 튀어나와있었다.
잔인하게도 얼굴과 몸은 분리된 채, 피는 뭣도모르고 힘차게 흘러내리고 있었으며 간신히 모습이 보이는건 다리와 팔없는 몸통 뿐이였다.
얼굴 형체는 내 쪽으로 향해 있지 않아 보이지않았다. 하지만 반대쪽에서 그대로 보였는지 강슬기는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아 머리를 쥐어뜯었다.
입고있던 수트도 온전치 못했다. 찢겨져 나간 것이 대부분으로 살덩이와 근육이 적나라하게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우웩-하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헛구역질을 하며 몸을 떠는 여자 참가자들과 몇 명의 남자 참가자들은 두려움에 허옇게 질려있었다.
[아, 아.]
[정말 성질급한 참가자군요. 3구역.]
[재미와 함께 자폭한 모습이 가장 웃긴 장면 BEST로 올라갈 것 같네요, 하하하!]
내레이션은 박장대소를 했다. 경기장 전체를 쩌렁쩌렁 울리는 크기로, 내레이션은 즐거워보였다.
[이렇게 매번 성질급한 사람들이 있어서말이죠, 정말.]
[그래서 미리 폭약을 설치해뒀는데 이렇게 먹혔네요, 다시 20초 카운트 시작하겠습니다.]
[저 시체는 자동으로 처리 될 터이니 모두들 신경쓰지 마세요.]
여러분, 이것은 그냥 별거아니예요. 라는 듯한 말투에 심장이 쿵쾅쿵쾅 뛰어왔다.
20초 카운트가 다시 하늘에 떴다. 여기저기서 울부짖는 여자 참가자들의 비명과 흐느낌, 그리고 남자 참가자들의 욕짓거리가 울렸다.
주먹을 꽉 쥐고 하늘을 쳐다봤다. 18초, 17초, 16초.
김한빈 쪽을 보니 김한빈은 정말 아무감정없이 그 시체를 노려보고있었다.
올곧은 시선으로 향한 그의 눈은 한 두번의 깜빡임으로 초고도의 집중을 뿜고 있었다.
나 또한 그를 넋놓고 쳐다보고 있었다. 처음으로 보는 것도 아닌데, 시선을 강탈한 그의 모습이 내가 처음본 모습이였을 지도모른다.
정신을 차리고 하늘을 다시 보니 9초, 8초를 갓 넘기고 있었다. 손에 들고있던 손수건을 애꿎은 긴장감으로 꾸욱 쥐었다.
이겨, 이겨야 돼. 저 딴 새끼들 다 죽여버려.
한 쪽에서 그렇게 속삭였다. 안그러면 너가 종대와 윤형이도 못보고 당해버릴꺼야. 죽여버려, 당장.
4초, 3초.
"야."
"이기자, 알겠지?"
내 옆에 있던 김지원이 날 부르며 웃었다.
1초.
[시작.]
내레이션의 말이 들리고 나는 정신없이 물품들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다른 구역 아이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였는지 빠르고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이들을 슬쩍 보니 6구역의 전정국과 8구역의 남태현이 빠르게 잡아채고 가까이 오는 아이들을 향해 겨냥했다.
죽어라, 하고 소리치는 둘의 손에 들린 것들은 뾰족한 것들이였다.
누가 죽고 누가 죽이는지 눈에 들어오지않았다. 오직 내 눈에 들어오는 건 내가 아까 보았던 총과 가방이였다.
"야, 12구역. 죽어버려!!!!"
그 사이에 몸을 피했는지 이혜리가 칼을 들고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녀는 마구 휘두르며 정신나간 얼굴을 표출해내고 있었고, 나는 그것때문에 조금더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물건들을 눈 앞에서 놓쳐야만했다.
눈에 독기를 품고 나와 싸우겠다는 의지가 흘러나왔다. 어쩔줄 몰라서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내 목표와 다른 가방을 그냥 집어들었다.
이혜리가 무섭게시리 다가와서 순간도 없었고, 그녀가 칼을 휘두르자 급한 대처로 갖다댄 부욱- 하고 찢어지는 가방.
그 속에는 비상식량과 담요가 흘러나왔고, 순간을 틈타 나는 그녀의 가슴을 발로 넘어뜨렸다.
"아악!!"
"흐, 씨발."
호흡이 빨라졌다.
이혜리는 버둥거리며 숨을 거칠게 몰아쉰 채 콜록콜록 기침을 토해냈다.
정신차리기 전에 어서 잡아채야 했다.
남태현은 김종인과 1대 1로 싸우고 있었다. 김지원과 김한빈은 보이지않았다.
고작 몇 m안에 있던 목표물들을 놓칠새라 거칠게 잡아채고 이혜리를 향해 총을 쐈다.
탕- 하는 재빠르게 튀어나간 내가 쏜 총알은 이혜리가 일어서기도 전에 그녀의 어깨에 박혔다.
엄청난 소리와 함께 고통을 호소하며 또다시 쓰러진 그녀의 모습을 뒤로 하고 빠르게 숲속으로 달렸다.
잘, 한거지, 나. 나... 잘 못한거 아니지? 정당방위지, 이거. 내가 쏘는게 답인거... 맞지?
한 쪽에서 그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왼손에는 가방을 들고, 오른손에는 총을 들고 나는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까지 달렸다.
목적지는 없으나 한계선이 있는 정해진 공간 속으로 발을 디뎠다.
헝거게임의 잔인한 시작이 피로 물들어 모두를 미치게 하고 전투를 불러일으켰다.
빠르게 달리는 과정 중, 대포소리가 하늘을 울렸다.
펑, 펑, 펑, 펑. 마음속으로 그 소리를 세며 그냥 닥치는대로 달렸다.
...8번. 여덟명이 죽었다. 이 한순간에.
숲속에는 정말 우거진 나무들과 허리 주변을 맴도는 풀들로 가득했다.
의미없게 풀들을 넘기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이곳저곳에서 들어본적 없는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가방끈을 꽉 쥐었다. 어디에 있는지 모를 적들의 움직임이 너무나 알고싶었다.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그들이기에 긴장감은 놓칠수가 없는 하나의 '부담' 이였고, 나는 또 다시 메말라감을 느꼈다.
순식간에 터져나간 김남준의 몸과 죽었을지도 모르는 자잘한 영역싸움.
꼭 거쳐야할 과정이겠지만 눈 앞에 아른거려서 머리가 깨질듯 아파왔다. 눈살을 찌푸리고 혀를 살짝 물었다.
일단 먼저 뭘 해야 할까.
안정적이게 잘 곳은 아니더라도 쉴 곳은 필요했다.
고개를 들어 위쪽을 쳐다보니 높은 나무들이 사방에 깔렸다. 12구역 외곽쪽에 총들고 설치러 다닌 덕인지 어느 나무를 올라야할지가 눈에 보였다.
저 나무는 줄기가 약하다. 저 나무는 가지가 얇고, 저 쪽 나무는 가짓수가 적었다.
흘러내리는 가방을 다시 올리고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나무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나마 적당하다고 생각했던 나무의 상태는 심각할 정도로 내면이 썩어있어서 침을 퉤 뱉고 다시 이동했다.
어디가 북쪽이고 어디가 남쪽인지 모를 게임장은 정말 미로나 다름없었다.
움직이면서 철컥거리는 소리가 나는 총. 손의 그립감은 울퉁불퉁하지만 총을 기억하고 있었던 건지 곧게 박힌 총알의 모습에 희열감을 느낀건 사실이다.
때때로 뒷쪽에서 들리는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몇번이고 뒤를 돌아봤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고, 대부분 새들이 내 인기척에 놀라 날아오르는 모습들이 모두였다.
신경이 과잉으로 예민해진 탓인걸까.
냉정하게 순간순간을 판단하여 쏠지의 여부를 결정해야했다. 아니면 내가 김지원이나 김한빈을 죽여버리는 비극적인 상황이 벌어질지도 몰랐다.
점차 빨라지는 호흡을 애써 누르며 해가 질 때까지 어서 쉴 곳을 찾아야 했다.
"정말... 끝이없다."
혼잣말로 중얼거리기를 약 2시간이 넘었다.
차가운 숲 속공기는 내 목을 얼어붙게끔 만들었고, 중간에 잠시 멈춰 가방 안을 꺼내보니 나오는 물품은 놀랄정도로 충분했다.
두툼한 담요와 간단히 두를 외투, 아쉽게도 총알탄은 없었다. 물통 500ml 짜리 두 개와 비상식량 두 주먹만큼이 들어있었다.
구석까지 탈탈 털지는 못했다. 신속함, 빠름, 그리고 정확성 있게 옮겨다니며 하루빨리 목숨을 지켜야만 했기에 대충 손으로만 휘젓고 눈으로 확인했다.
개같다, 씨이발. 빨리 끝내고싶어서 안달났다. 혹시나 하는마음에 총알을 확인해보니 8발 중 7발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다시 보충을 하려면 그 곳으로 돌아가야했다.
내가 걸어왔던 그 길을 다시 돌아가, 시체들이 잔뜩 널려있을지도 모르는 중심지로 가서 총알탄을 깡세게 꺼내와야했다.
하지만, 내겐 그런 용기도 자신감도 없었고 무엇보다도 돌아가는 과정에 죽을지도 몰랐다.
좁혀오는 포위망같았다.
10분만 더 찾아보자. 그 마음을 가진것이 벌써 5번이 지났고, 나는 6번째로 다시 그 생각으로 나무를 찾아헤맸다.
겨우 찾아낸 것은 10번째로 그 마음을 먹었을 때였다.
처음 걸어온 지점이 어디였을지도모를만큼 방향을 틀고 걷고 되돌아 가기도 했고 여러번을 반복하여 찾아냈다.
내면을 확인하니 갓 성체를 이룬 듯했다. 위를 올려다보니 무성히 가지들은 나있었고, 약간 빛이 어두워지고 있어도 가지의 두께는 충분히 굵었다.
겉질은 까슬까슬해도 올라갈만했다.
"이게 좋네, 이거다."
총을 다시 고쳐 넣고 가방을 다시 멨다.
올라가서 가방 속 제대로 확인하고, 주변을 둘러보고 대충 누가 누군지 확인만 해야겠다.
오늘 하루는 목숨보존으로 충분했다. 목숨만 지키면 약간이라도 이긴거나 다름없으니 죽일 생각은 꿈도 꾸지말아야지.
이런생각이 들고나서 발을 올렸다. 툭툭 쳐봐도 역시 잘 고른듯, 나무는 튼튼했다.
"...저기있다, 저기 12구역 애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틀어 그 쪽으로 쳐다보니, 김기범과 손승완 그리고 이홍빈과 초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악한 웃음을 가득 담은채 그들은 빠른걸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각자 들고있는 무기들. 확인할 틈도없다. 빨리 올라가야한다. 저들에게 잡히면 끝장날것이다.
더군다나 오는 와중에 밉보인 것도 하나지만, 11점을 맞은 고득점 때문에 그들은 잔뜩 열이 뻗힌 상태임이 보였다.
하나 씩 발을 올리는데 네 명이서 환호성을 지르며 미친듯이 달라붙었다.
특히 누군가의 손이 발 근처에 맴도는걸 느끼고 빠르게 올렸는데, 1초라도 망설였다면 잡혀서 내려앉았을 것을 생각하니 소름이 끼쳤다.
까슬까슬한 나무의 겉질따위 신경쓰지않았다. 쓰라린 탓에 손바닥을 보니 그제서야 까진것을 깨달았다.
저 년 죽여버려, 당장! 손승완의 목소리가 높게 울렸다.
엉거주춤하게 멈춰있으니 다리를 스쳐지나간 무언가의 습격에 저절로 다리의 힘이 풀어졌다.
"아흑...!"
"좋아, 좋아. 이상태로 한 번 더 쏴버려, 당장!!!!"
"좀만 기다려봐, 나도 준비는 해야지 멍청아!"
초아와 이홍빈의 말이 이어 들려왔다. 초아는 자존심이 쎈 아이인듯 이홍빈의 자극적인 멍청아라는 말에 빡돈 목소리로 버럭버럭 질러댔다.
"멍청이?! 야, 이 새끼야!!!"
"아오, 또 시작이야. 야, 니네는 보고만 있냐?! 빨리 얘좀 떼어내!!!"
"야야야, 그만해라. 아악!!!! 이 년 내 손가락 깨물었어, 씨이발!"
"멍청이?! 개새끼야, 니가 나보고 멍청이라고?"
우왕좌왕하던 그들의 목소리는 어느덧 싸움으로 번져있었다. 나는 그틈을 타서 호흡을 가다듬으며 하나씩 손과 발을 올렸다.
좋아, 초아라는 애가 다혈질이니 그들의 자극을 좀더 해주면. 한 번 더 발을 디디면 완전히 가지에 앉을 수 있다.
초아는 째진 목소리로 이홍빈에게 쏘아붙이고 있었다. 손승완은 초아를 달래며 진정하라고 말하고있었다.
이홍빈은 김기범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목청높혀 대응하고 있었다.
"씨이발, 내가 여자라고 봐주니까 니가 날 존나 만만하게 보는데-"
"뭐 어쩔꺼야 이새끼야, 니가 뭔데? 어? 니가뭔데!"
"멍청이 보고 멍청이라고 하지 뭐라고하냐? 그럼 내가 쏘기전에 니가 먼저 쏴보시던가."
"...닥쳐, 개새끼야!!!"
그리고 뭔가 푹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가지에 완전히 앉아 숨을 돌리며 밑을 쳐다봤다.
"..."
"아, 이제 좀 조용하네."
"...야, 너."
"옆에서 겁나 앙칼졌어, 씨이발. 진짜 짜증나 죽는줄 알았네, 퉤."
이홍빈은 초아에게 침을 뱉었다.
그리고 이윽고 들려오는 대포소리, 펑.
"같은 구역이서 봐줄려고했는데, 진짜 보자보자하니깐."
"...하."
"야, 이홍빈..."
"어차피 같은 구역끼리 죽여야 되는거아니냐? 하하, 미리 죽여놨다고 생각하지 뭐."
밑에서 내려다본 초아는 두 눈을 크게 뜬채 쓰러져 있었다.
피를 잔뜩 터뜨린 채 그대로 고꾸라 누워있었다.
편안히 두 눈도 못감고, 그녀는 대포소리 한 방으로 이 게임의 '탈락자'가 되어버렸다.
이홍빈은 넋두리를 늘어놓으며 머리를 쓸어넘겼고, 손승완과 김기범은 충격먹은 얼굴로 이홍빈을 쳐다보고 있었다.
"니네도 빨리 죽여야지. 그치?"
"..."
"흠, 어라. 쟤 벌써 올라갔네, 쳇."
나는 이홍빈의 말에 깜짝 놀래서 그가 보지못하는 각도로 최대한 움직여 총을 꺼내들었다.
"정말 흐지부지하다니까, 저런 애가 11점이나 맞다니 말이되냐."
이홍빈은 깔깔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 행동에 손승완과 김기범은 정신을 차렸고, 서로를 쳐다보며 눈빛교환을 했다.
정많으면 탈본다, 이건 진짜야. 그는 자랑스럽게 말하며 김기범의 어깨를 툭툭 쳤다.
아는 형이 국적바꿔서 중국에 살거든? 헝거게임 90회 우승잔데, 그 형이 나한테 말해주더라. 정따위 붙이면 큰일난대.
즐겁다는 어투로 말하는 이홍빈의 모습에 치가 떨려왔다. 사람을 죽이고도 저렇게 자랑스러워하는 꼴이 눈의 가시가 되었다.
김기범, 손승완. 너네가 쟤 죽여.
"뭐?!"
"뭘 또 그렇게 큰 소리를 내냐, 죽이라고."
"하, 하지만. 이홍빈... 너가 죽여야 되지않아?"
김기범은 약한 모습을 보이며 이홍빈에게 떠넘겼다.
"사내자식이 이렇게 벌벌 떨면 우승자나 될 수 있겠어?"
"..."
"정말 한심하다, 너네."
이홍빈은 한숨을 쉬면서 묘한 비꼼으로 둘을 조롱했다.
손승완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져갔고, 김기범 또한 인상을 찌푸리며 아까 이홍빈이 쳤던 어깨를 슬그머니 만졌다.
이래가지고는 동맹못맺어. 너네, 그냥 죽어라.
이홍빈은 저런말을 하는 과정에 약한 새끼들은 필요없다는 말을 하고서 내가 총알탄을 다시 확인하는 사이에 또 무언가 푹 찌르는 소리를 냈다.
"김기범!!!"
"뭐야, 너 얘 좋아하냐? 쯧."
"...개새끼... 씨발 놈아!!!!"
손승완은 눈이 뒤집힌 채 이홍빈에게 달려들었다.
김기범은 초아와 반대로 앞으로 쓰러져 얼굴을 보지못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김기범의 몸이 앞으로 완전히 떨어졌다.
이홍빈은 손승완의 칼부림에 피하면서도 그녀의 칼 솜씨에 힘겨워 보였다.
내가 봐도 둘의 클라스 차이는 엄청났다.
"죽어, 죽어, 죽어어!!!!"
"아, 아오, 아... 아흑!"
이홍빈은 피하는 과정 중 손승완에게 손등을 베어버렸다.
붉은 피가 솟구쳤고, 손승완은 헉헉 거리며 잠시 멈추고 이홍빈을 거세게 노려보았다.
이 때다.
대포 소리가 또 한번 울려퍼졌다.
펑, 탕- 하는 소리가 동시에 남을 이용하여 또 다시 내 총은 총알을 쏟아냈다.
"...커, 커헉, 크흑!"
이홍빈은 급작스러운 내 총알탄 공격 때문에, 어택당한 그의 등 그리고 심장과 가장 가까운 곳을 쏘아버렸기 때문에 죽어가는 소리를 뱉었다.
이, 이런 개같은... 씨발! 이홍빈은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무릎을 털썩 굽혔다.
내가 저까짓 년때문에 시선팔려서, 하윽, 숨넘어가는 그의 목소리에 동정심은 이상하게도 들지않았다.
손승완은 위를 쳐다봐 나와 눈을 맞췄다. 나는 무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그녀는 앞으로 한번 더 허리를 숙이는 이홍빈을 피했다.
신음을 내뱉으며 고통을 호소하는 그의 목소리는 이미 귀에서 빠져나간지 오래. 손승완은 나와 한참동안 눈을 맞췄다.
"..."
"..."
검은색 눈동자 두 쌍이 얽혔다.
"빨리가."
나는 낮은 목소리로 손승완에게 소리쳤다.
내가 저까짓 년, 보내줄거 같아아...? 시발, 너죽고 나 죽자...!
손승완은 내 말에 미리 정신차린 듯이 퍼뜩 고개를 떨구고 이홍빈을 향해 들고 있던 칼을 내리 꽂았다.
펑-
대포소리가 또 한번 울려퍼졌다.
벌써, 내 눈앞에서 3명이 죽어나갔다.
이게... 정상인거지.
내가 죽인거 잘한거 맞지.
이홍빈을 죽이고, 이혜리를 쏜것은 내가 잘못한거 아니라고 말해줘.
서로의 내분 때문에 죽어나가는 손승완이 불쌍해서 구했다고 생각해줘.
나는... 나는.
죽이고 싶은 생각이, 없었어.
죽, 죽이고싶, 싶지않았어.
손이 파르르 떨렸다. 겨우 총을 다시 꽂고 나무에 바짝 붙어서 소름을 호소했다.
제발, 제발...!
누구도 듣지않는 내 울음을, 이홍빈은 숨통이 끊어졌고 손승완의 빠른 달림 소리가 숲속 사이로 퍼져나갔다.
제발... 누군가 나에게 말좀 해줘.
나, 사람 죽인거 잘한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