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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남친과 현남친 사이 

 

 

 

 

02 

 

 

 

 

 

한빈 시점 

 

 

두 달전 페북에 '해라' 라는 말과 함께 올려놨던 에스크를 들어가봤다. 오늘 새벽까지도 질문이 달려 있었다. 질문 목록을 밑으로 내리다 보니 에스크에서 하루 한 개씩 내주는 정말 의미없는 기본 질문이 있었다. 그러나 그 질문은 어쩐지 나의 마음을 곰실거리게 만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무엇을 하나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몇 번이나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가 결국 '카톡 확인'을 써 답변해냈다. 삼 초도 안 되서 지웠지만. 

 

 

쌓인 질문에 하나하나 답변을 해주다 보니 기 막힌 질문들이 많이 보였다. 술이나 한 잔 하자는 말부터 섹스섹스 거리는 답 없는 질문까지. 아니 대체 밑도끝도 없이 섹스 거리는 새끼들은 뭘 원하는거지. 섹스 할 여자를 달라는건가? 아님 나랑 하고 싶다는 건가? 여기저기 생각이 치솟자 열받은 건 나였다. 나는 결국 섹스를 원하는 아이에게 '꺼.져' 라는 유치한 대답을 해주고 나서야 마지막 질문을 볼 수 있었다.  

 

 

'오빠 삐잉언니랑 왜 헤어졌어요? 언니도 많이 힘들어 했던 것 같은데...둘이 다시 잘 해보라고 하고 싶긴한데 그 언니 이미 남친 생겼더라구요 한 달 정도 됐다고 들었는데 잘은 모르겠고 그냥 힘내세여..힘쇼!' 

 

 

뭐? 한 달? 한 달? 한 달 정도 됐다고? 사귄지 한 달? 이게 무슨 황당하고 어이없는 시추에이션일까. 내 눈이 사랑에 멀어버려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면 아마 '그 언니 이미 남친 생겼더라구요 한 달 정도 됐다고 들었는데' 라는 문장이 써있는 것 같은데. 급하게 몸을 일으켜 책상 저 끝에 내팽개쳐진 캘린더를 집어들었다. 달력을 한 장 앞으로 넘기니 10월 16일에 표시되어 있는 'ㅠㅠ' 아마도 너와의 이별을 나름대로 기념한 것이리라. 오늘은 11월 23일이다. 너와 헤어진지 벌써 한 달 하고도 일주일이 되었다. 중요한 건 이게 아니라, 아니 이것도 중요하긴 한데. 아니 그러니까 너의 새로운 남친도 중요하고 너와 헤어진지 며칠이 됐는지도 중요한데 말이야. 아, 결론은 김삐잉 보고싶다. 

 

 

삐잉 시점 

 

 

오늘도 역시 상단바에 떠있는 카톡 알림을 확인하며 잠에서 깼다. 보나마나 구남친 새끼의 카톡이겠지. 구준회는 일어났을까 하는 마음에 시간을 보니 아직 8시도 채 되지 않았다. 모처럼의 주말인데 일찍 일어난 내가 괜히 원망스러웠다. 다시 벌러덩하고 침대에 드러누워 구준회에게 모닝톡을 보내기 위해 카톡을 켰다. 역시나 채팅창 가장 위에 있는 건 구남친, 김한빈이었다. 이젠 그만 할 때도 되지 않았니? 우리가 헤어진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는데. 인상을 찌푸리곤 그 바로 밑에 있는 김진환의 카톡에 답을 하려 눌렀는데, 어? 왜때문에 내 눈엔 자니? 라는 글씨가 무려 일곱개나 보이는거죠? 

 

 

아 진짜 좆됐다. 이런 씨발 손가락까지 뚱뚱한 나년. 진짜 고의는 아니었다. 나는 그냥 김진환이 보낸 카톡에 답을 하려 눌렀는데 대체 왜 김한빈과의 채팅방으로 들어와졌는지, 그건 내게 가장 큰 의문이었다. 이 썩을 핸드폰이 드디어 맛이 갔나 싶어 핸드폰을 던지려다가 참고, 하다하다 못해 손가락까지 살이 쪘냐며 커터칼을 손가락 마디에 조준하려다가 참았다. 깊은 한숨을 세 번 내쉬고, 뒤로 가기를 누르려다가 잠깐. 이왕 들어온 거 어짜피 들켰는데 그동안 보낸 거나 한 번 읽어보자. 생각을 마침과 동시에 내 빌어먹을 엄지 손가락은 스크롤을 아래로 내리고 있었다. 

 

 

구남친의 또 다른 이름. '자니봇' 매일같이 자니? 만 보내는 사람이 어디에 또 있을까? 나는 김한빈새끼의 어이없는 행동에 헛웃음을 쳤다. 내가 아직 좋으면 좋다고 만나서 얘기라도 하자고 애원하던가, 내가 정말 자는지 궁금했던 거면 전화를 하던가. 이도 저도 아닌 행동. 내게 아직 미련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확답을 주지 않는 김한빈의 행동에 다시 한 번 의문을 품게 되었다.  

 

 

너는 아직 날 좋아하니? 

 

 

준회 시점 

 

 

어젯밤 그녀와 한참 동안이나 전화로 사랑을 속삭이던 나는 새벽 한 시가 다 되어서야 잠에 들었다. 잠을 자는 순간까지도 나는 그녀의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 했다. 그 증거로 그녀의 꿈을 꾸며 몽정을 해 버린 나의 솔직한 몸을 들 수 있겠다.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확인하니 벌써 11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나의 천사는 일어났을까, 싶어 곧장 카톡에 들어갔다. 아직까지 그녀에게선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일어나지 않은 걸까, 아님 다른 일에 몰두하느라 나의 존재를 잠시 망각 한 것일까. 어느쪽이든 상관은 없다. 늦잠을 자면 늦잠을 자는대로 귀엽고 뭔가에 집중하면 집중하는대로 섹시한 그녀이니까. 

 

 

그녀에게 '일어났어?' 라는 메세지를 남긴 뒤 부엌으로 향했다. 아점을 먹기 위해서였다. 스뎅으로 된 양푼에 밥을 넣고, 나물을 넣고, 계란을 하나 지진 다음에 고추장을 넣고 비볐다. 그리고 한 입에 조져버렸다. 역시 난 간을 잘 맞춰. 내가 넣었지만 정말 적절한 양의 고추장에 내심 감동을 했다. 그녀도 내가 만든 비빔밥을 먹어봐야 할 텐데. 여자는 집에 들이지 않는다, 이게 바로 나의 두 번째 신념이기에 아쉽지만 나의 천사같은 그녀도 집에 들이지 않을 생각이다. 입 안에 남은 밥을 쳐넣고 우물거리며 양푼을 싱크대에 가져다 놨다. 식탁에 앉아 멍하니 그녀의 얼굴을 떠올렸다. 쌍커풀 진 눈. 밝은 갈색의 머리칼. 코 끝이 올라간 코. 작은 입술. 가늘고 기다란 목. 어깨를 따라 내려가면 얇은 팔뚝. 끝에 달린 가녀린 손. 그 손에 들린 하얀 스마트폰. 그 스마트폰 안엔 '카톡 몰래보기' 라는 어플이 여전히 깔려있겠지. 

 

 

사실 나는 아직도 의문이다. 그녀가 대체 남친인 나를 두고 누구의 카톡을 들키지 않게 보고싶어 하는 건지. 아마 그녀의 구남친일 확률이 십중팔구일 것이다. '구남친 잊는 법' 검색 걸과. 현재 남친과의 사랑에 집중하세요! 라는 답변이 대다수였다. 그렇다면 구남친을 잊지 못 한 그녀는 나와의 사랑에 집중하지 못 하고 잇다는 말인가? 아니 그 전에, 그녀가 정말 구남친을 못 잊었을까? 정말 구남친의 카톡을 몰래 본 걸까? 그녀의 폰에 깔려있는 '카톡 몰래보기'라는 어플 덕분에 나는 괜히 심란해져 핸드폰을 식탁 구석으로 밀어놓고 팔을 베개삼아 엎드렸다. 일 분도 채 되지 않아 그녀의 카톡에 벌떡 일어나긴 했지만 말이다. 

 

 

 

 

 

정말 유치하고 재미없는 글을 읽어주시고, 댓글도 달아주시고, 암호닉도 신청해주시고...감사합니다!(박수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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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ㅠㅠㅠㅠ기맘빈 부쨩해 ㅠㅠㅠㅠㅠㅠ기맘빈한테 뭐라고 답장할ㄹ지 궁금
9년 전
가로수길
댓글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2
ㅠㅠㅠㅠㅠㅠㅠ한빈이는 아직도 많이 좋아하나보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가로수길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3
으아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뭐야ㅠㅠㅠㅠㅠㅠ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가로수길
감사합니다ㅎㅎ
9년 전
독자4
뿌요입니다!!!한빈이가 너무 안쓰럽네요ㅠㅠ
한빈이는 아직 여주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은
데ㅠㅠㅠㅠㅠㅠ한빈이에게서 짠내가..ㅠㅠㅠ
여주가 나빴져요ㅠㅠㅠㅠㅠㅠ근데 카톡을 잘못눌러서 확인해버렸네요..!으앙 어떡해요 ㅠㅠㅠㅠㅠ여주가 확인한걸 알면 한빈이가 어떤 반응일지 궁금해요!!준회는 왠지
모르게 귀엽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다음편이
너무 궁금해요!!기다리고있겠습니다!

9년 전
가로수길
댓글 감사합니다ㅎㅎ♡
9년 전
비회원55.109
댓글이잘안달려요ㅠㅠㅠ핸드폰이이상한가봐요ㅠㅠㅠ비호원도암호닉이가능하다면일이세개로해주세요!빨리담편가져와주세여♥
9년 전
가로수길
네 감사합니다 일이세개님~
9년 전
독자5
유치하고 재미가없다녀ㅜ ㅜ 꿀잼 허니잼인데ㅜㅜ 시점이 3개라 그런지 재밌기도 하고 또 한빈이가 너무 귀여워여ㅜㅜ 특히 주네ㅜㅜ 요즘애들과 다르게 신념이 올곧네여ㅎㄹㄹ
9년 전
가로수길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6
허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꿀잼ㅠㅠㅠ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신알신하구가ㅓ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가로수길
감사합니다ㅎㅎ
9년 전
독자7
다음글로 날아가버려야 겠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가로수길
댓글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8
한빈아ㅠㅠㅠ왜이렇게 가슴이아플까ㅠㅠㅠㅠㅠ
9년 전
가로수길
댓글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9
아 작가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매력 쩔ㅋㅋㅋㅋㅋ 글 진짜 잘쓰셔요ㅋㅋㅋ
9년 전
가로수길
감사합니다ㅠㅠ!
9년 전
독자10
잘보고가요~~여주랑 한빈이 서로 아직 마음이 있는것 같은데...ㅠㅠㅠㅠ
9년 전
가로수길
댓글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11
주네 귀여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년 전
가로수길
댓글 감사합니다ㅎㅎ
9년 전
독자12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구남친과현남친사이ㅠㅠㅠㅠㅠㅠㅠ둘중에서누구를선택할지가늠이안가요ㅠㅠ
9년 전
가로수길
댓글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13
주네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다음글보러가요!
9년 전
가로수길
김사합니다~
9년 전
독자14
흐엉 계속 정주행갑니당
9년 전
가로수길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15
와 진짜 뭔가 현실커플에게 있는 문제를 다룬거 같아서 몰입도 완전 잘돼요ㅠㅠㅠㅠㅠㅠㅠㅠ 힝 그나저나 카톡방 잘못 눌러서 읽기 싫던 카톡 읽히면 완전 짜증나는데..
9년 전
가로수길
감사합니다ㅎㅎ!
9년 전
독자16
앜ㅋㅋㅋㅋㅋ진짜재밌아옼ㅋㅋㅋㅋㅋㅋ주네얔ㅋㅋㅋㅋㅋ
9년 전
가로수길
감사합니다ㅎㅎ
9년 전
독자17
우리맘빈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불쌍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나저나 여주가 뭐라고 답장할지 기대되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가로수길
댓글 감사합니다ㅎㅎ
9년 전
독자18
연애를 글로 배우는 오
9년 전
가로수길
댓글 감사합니다ㅎㅎ
9년 전
독자19
한빈이도 불쌍한데 준회도 뭔가 불안해할거같네요 ㅠㅠㅠㅠㅠㅠㅠ 둘다 선택하기도 그렇고 .. 으 흥미진진해요 ㅠㅡㅠ
9년 전
가로수길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20
아니 글 진짜 재밌게 쓰신다....와우
9년 전
독자21
주네도귀엽다ㅠㅠㅠㅠㅠㅠㅁ..몽정이라니ㅜㅠㅜㅠㅜㅠㅠㅜㅜㅠㅠㅜㅜㅠㅇㅣ것도사랑스럽다ㅠㅠㅜㅠㅠㅠ함비나ㅜㅜㅜ당당해져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갠챠냐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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