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내남자
WRITTEN BY. 키드
♥♥♥
오늘은...부랴부랴 아침에 써서 수정하고, 수정해서 올립니다-
오늘 왔으니 한- 다음주 이맘때쯤에 오겠네요ㅜㅜ;;
요새들어 사방에서 할일이 밀려드는통에 독자여러분들을 자주 뵐수없어 죄송할따름입니다.
그래도 얼른 일을 마무리짓고 찾아뵐수 있도록 할게요^^.
그때까지만 우리 여러분 참아줘요ㅜㅜㅜㅜ
요새 시험기간이라 많은분들이 시험준비하시는데
모두 좋은결과 있었으면 좋겠고- 또, 후회없는 시험쳤으면 좋겠습니다...^^
요걸로 여러분의 스트레스가 조금이나마 풀렸으면 좋겠네요!!
♥♥♥
닥치고 내남자 04
“…도망…아니, 김종인이 걔였어.”
“그러게.”
“나이제 어떡하지? 응 백현아? 내가 무슨 염치로 걔를 봐!”
"그러게 말이다."
아니! 다른 대답좀 해볼수없어?! 심드렁하니 음료수캔을 탈탈 털어마시는 녀석을 보자니, 더 열이 끓어오른다. 내가 너를 친구라고… 한가하니 운동장에서 산책이나 즐기는 녀석을 보며 나는 미간을 있는대로 찌푸렸고, 저를 향해 세모꼴눈을 부리부리하게 뜬 나를 보며 백현은 웃기지도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먹은 캔을 아무렇게나 휴지통안에 집어던지며 백현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김종인이 걔라며. 도망남."
"내가 지금까지 그 말을 몇번했는지 알아?"
"그래. 그럼 그거지 뭐."
"아- 뭐가아-"
"그냥 지금처럼 지내. 김종인 성격더럽다며, 그럼 걔 옆에 가지도말고 얘기도 하지마."
그럼 됐지뭐. 뭘 그렇게 피곤하게 사냐며 혀를 찬 백현이 한 손을 들어 내 코를 아프지않게 쥐었다. 지금 모하는거야- 웃기지도 않는 녀석의 행동에 나는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찡찡거렸고, 녀석은 그런 날 보며 씩- 웃다가, 곧 코에서 손을 떼곤 내 등을 팡팡 두드렸다. 그 탓에 내가 앞으로 휘청이자, 녀석은 내 뒷덜미를 낚아채며 '얼씨구- 코 깨진다-' 힘없이 제 손에 딸려드는 내 뒷통수를 쓰다듬었다.
"고민하더라 루한이가."
"왜?"
"너 때문에 자기가 월반이라도 해야겠대."
"…"
"다 알고있던데. 김종인이 도망남인거, 어제 나한테 전화와서 묻는거야- 혹시 형네 반에 전학온애가 도망남이냐고."
"그,그래서?!"
"말했지. 어. 걔가 걔야- 라고."
허,헐?! 태연한 얼굴로 제 할말을 마친 백현을 보다, 나는 곧 뒤에서 형!- 하는 루한의 목소리에 뒤를 쳐다보고는, 힘없이 손을 흔들어보였다. 이젠 아주 다 아는구나! 내 동생마저 다 알게된 마당에 나는 더 이상 거칠게 없다고 생각했다. 삽시간에 나와 김종인의 관계가 소문나는 것은 물론이오, 나의 암울한 과거가 뻥! 하고 터지는것은 눈 깜빡하는 순간이겠지. 한치앞도 알 수 없는 사람인생이라지만,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괜시리 울컥하는 마음에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깨무는데.
"힘내. 도생수."
"됐거든. 손이나 치워, 머리 무겁다."
"설마 김종인이 가만있겠어? 지가 널 좋아했다는 과거를 미쳤다고 까발려- 아니면 소문이 퍼지는걸 보고만 있겠냐."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헝클어진 머리칼을 슥슥- 빗겨내리는 백현의 손을 잡아내리며, 나는 우울한 얼굴을 하고서 뒷말을 이었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김종인때문에 기분은 더러웠지만 이 정도로 최악은 아니었는데. 왜 녀석은 내게 제 과거를 밝힌거지. 그냥 닥치고 있으면 안되는 거였니 종인아.
"상처를 줬다니까- 내가 걔한테…"
"근데 그게뭐."
"…"
"이도저도 아닌 죄책감이면 얼른 접어. 김종인은 옛날 도망남도 아니고, 널 좋아하던 놈도 아니야 이제. 그냥 있는듯 없는듯 지내."
"…말이야 쉽지."
다만 행동이 달라서 문제지. 교실에서도 김종인을 마주치면 깜짝깜짝 놀라는것은 예사였고, 심지어 어디선가 '김!'소리만 들려도 심장이 벌벌거린다. 이래서 사람은 죄짓고는 못사는건가. 백현 말처럼, 김종인이 전학왔던 첫 날, 딱 그날처럼 있는듯 없는듯 지내면야 좋겠지만 그게 어디 내 맘대로 되는것도 아니고. 나중에 가니 살아도 사는게 아니더라. 도망남을 향한 내 죄책감이 이 정도일줄이야. 정작, 김종인은 내게 제 정체를 밝힌 뒤로 나라는 존재를 아예 잊어버린듯 했지만. 결국 찔리는놈이 알아서 피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 나는 의도적으로, 티나게 김종인을 피해다녔다. 녀석이 있는 곳이면 머리털하나 흩날리지 않았고, 혹여 마주치기라도 하는 날엔 내 쪽에서 먼저 고개를 깔고 도망쳤다. . 이젠 아예 쉬는시간이면 담요를 뒤집어 쓰기 시작했다. 코끝까지 텁텁한 숨을 들이쉬며 김종인을 피하고 또 피하고 또 피했다. 그때마다 옆에서 백현이 비굴도 이런 상비굴이 없다고 비꼬았지만, 이시대의 찌질남 도경수는 지금도 손에 담요를 쥔 채였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본다면 땅을치고 통곡할 일이었다. 멀쩡하게 키워놓은 아들놈이 담요나 뒤집어쓰고 다니는꼴이라니. 괜시리 콧등이 시큰해지는데, 하- 펄럭거리는 빨간담요를 보며 백현이 한숨을 쉬었다.
"인간적으로 담요는 버리자 우리 경수야. 내가 쪽이팔려서 너랑 못다니겠어."
"안돼 절대."
"이건 무슨 개센스야. 21세기 해리포터야, 아니면 애가 덜떨어진거니."
"둘다 아냐."
"그냥 병신하자 그럼."
이뭐병- 한심하다는 얼굴을 하고서 내 담요를 어깨에 둘러준 백현이, 이제 교실로 가자며 내 손을 잡아끌었다. 누가 보면 정말 웃길거야. 이 나이에 담요나 뒤집어쓰고 다니는 고딩이라니. 부들하니 간질거리는 담요로 얼굴을 감추며 나는 백현의 손을 따라 교실로 걸어갔다. 그리곤 생각했다. 김종인이 내게 했던 그 충격적인 폭로를. '날 기억하긴 해?' 어 당연히. '찌질이 도망남 김종인말야.' 기억한다니까. 머릿속으로 어지러이 흘러드는 그때의 일들을 상기하며 담요를 쥔 손에 힘을 준다. 애석하게도, 중학교 졸업앨범의 김종인과 지금의 김종인은- 사소한 인적사항까지도 모두 일치했으니까. 차라리 미국 어디 저 텍사스나, 어?, 나도 잘 모르는데 갔으면 일말의 희망이라도 가졌을텐데. 정말, 거지같지만, 진짜, 과거 2년전 녀석이 떠난 미국 LA에서 컴백한 김종인이었다.
돌아왔다. 도망남이. 아니, 걘 이제 날 좋아하지 않으니까. 김종인이 돌아왔다.
*
"얘들아- 수학여행의 묘미는 뭐?"
"장기자랑!!!!!"
서른명의 우렁찬 목소리가 사방에서 동시다발로 터져나온다. 저마다 여장이니 춤이니 쇼쇼쇼! 를 외치는 녀석들은 백현을 향해 침을 튀겨가며 의견을 피력했고, 나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거리며 녀석들이 불러주는 것들을 하나하나 받아적이 시작했다. 뭐 이렇게 하자는게 많아. 벌써 반이나 그득하니 채워진 용지를 보며 내가 한숨을 쉬는동안, 백현은 '이번엔 투표로 정하자'라고 말했고. 나는 갑자기 웬 투표냐며 녀석의 팔을 잡아당겼다. 복불복이야? 웬 투표야.
"가장 공정하고 뒷말없잖아."
"…가장 간단하고 만만하겠지."
"입 다물고 적으세요 총무님."
흥- 웃기지도 않아. 도대체 이인간을 누가 반장으로 추천한거야. 틈만나면 반장이라는 지위를 악용해 월권을 행사하는 변백현의 파렴치함. 나는 녀석을 있는힘껏 노려보며 한글자, 한글자 정성스레 용지위로 '반장에게바라는 101가지소원'을 적었다. 걸리기만해봐, 아주 일년내내 지옥을 맛보게 해주겠어. 남은 쉬는시간이 거의 다 끝나갈동안, 용지위엔 무려 50개가 넘는 아이디어가 가득하니 채워졌고 백현은 이제 투표밖에 안남았다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그리고 나는, 후끈하니 달아오른 분위기 그 와중에 날 향한 따가운 시선을 느낄수 있었다. 뭐,뭐지- 이 저주가득한 야림은. 오싹한 뒷목을 어루만지며, 조심스레 뒤로 고개를 돌렸을때.
으레 무표정한 얼굴을한 김종인이, 눈만은 이글이글 타오르는채로 날 바라보고…아니, 찢어버릴듯 노려보고 있었다.
"야- 김종인이 너 야리는데."
"…알아. 쳐다보지마."
"저건 보통야림이 아닌데? 너 뭐 또 잘못한거있어?"
"…절대."
나는 김종인의 부담스러운 눈길을 받아낼 자신이 없어, 고개를 숙이고 애써 녀석을 피했다. 옆에서 웃기는놈이네- 라고 백현이 뭐라 하는 소리가 들린것도 같았지만, 나는 되려 백현의 팔을 아프지않게 꼬집었다. '기김종인을 욕하지마-' 까도 내가깔테니까. 투표지를 자르는 손이 덜덜덜- 떨린다. 왜,왜 김종인이 날 쳐다보는거지? 아니 왜 째려보지?!! 난 잘못한게 없는데?! 이유를 알수없는 녀석의 저런 열렬한 반응을 몸소 받아내자니, 머리가 지끈거려 고개를 휘휘 젓는다. 만성위염으로 고생하는 속이 뒤틀거릴것만같다. 나는 바싹 마른침을 삼키며 흰 종이를 하나하나 잘랐고, 이내 곧 교탁위로 쌓인 용지를 집어 백현에게 건냈다. 내 손에서 떠난 용지는 곧 백현의 손에서 '여장', '마술쇼', '에어로빅' 등등 저마다 개성있는 쪽지로 탈바꿈했고, 나는 옆에서 그걸 하나하나 접으며 투표함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그 중에서 '반장에게바라는 101가지소원'은 눈을씻고 미친듯이 비벼봐도 나오지 않았다. 파렴치한 인간같으니라고. 또다시 월권을 행사하다니.
이내 곧 꽉 채워진 투표함을 아래위로 몇번 흔든 백현이 탁- 소리나게 교탁위에 올려놓고는 반 아이들을 둘러본다. 그러고선 하는말이 '설령 뭐가 나왔던 날 원망하지마라'. 한껏 기대에 물든 아이들의 눈이 반짝거렸고, 한결같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말 뭐같은거면 내가 변백현을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아직도 수련회때 여장한것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두 팔을 휘저으며 일어나는데. 너희가 길거리에서 헌팅을 당해봤니. 그것도 내몰리듯 내쫓겨서. 그 악몽같은 기억을 떠올리는 동안, 투표함안으로 손을 넣은 백현이 휘휘- 쪽지들을 휘저었고 이내 곧 하나를 집어들었다. 서른쌍의 눈동자가 녀석의 손을 따라 움직인다. 오오-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고, 조심스레 저 먼저 쪽지를 확인한 백현이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뭔가 불길하다. 저 웃음- 저저 재수없는 입꼬리는 쉽게 나올수 있는게 아니다.
"이번 수학여행 장기자랑은-"
맛깔나게 말을 끊은 변백현은, 곧 나를 힐끔- 쳐다보곤 다시금 뒷말을 이었다.
"2인 1팀 포크댄스다."
그리고 백현은 내 귓가에 대고서 나만 들을수 있도록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여기 쪽지에 뭐라 적혔는지 알아?' 의미심장한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흐흐- 변백현이 웃는다. 그 괴기스러운 웃음에 내 등골이 오싹해, 슬슬 고개를 뒤로 빼는데 뒷말이 가관이다.
'무조건 도경수 김종인 한팀.'
*
'조-조아해 경수야. 너한테에, 바,바아…반했어.'
'…'
'나랑 사겨…줄래?'
'…나,나는-'
꿈이었다. 꿈속에서 나는 다시 김종인의 고백을 받고 있었고, 녀석은 이년전의 도망남, 그 모습 그대로 내게 장미꽃과 선물을 건낸다. 어떡해. 받아야돼. 말아야돼. 그런 녀석을 앞에두고 나는 또다시 병신같이 고민을 하고 있다. 꼭, 이년전의 상황과 똑같이 흘러가는 레파토리에 나는 꿈이지만 뒷목이 서늘함을 느낀다. 당황한 내가 어버버- 말을 흐리는동안 김종인은 그런 내 모습에 용기를 얻었는지 서서히 한 발짝씩 앞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부담스럽게 좁혀지는 우리의 거리에 덜덜- 거리는 다리를 뒤로 옮긴다. 녀석이 다가올수록, 나는 뒤로 도망가듯 움직였다. 그리고-
'조아해!! 경수야!!'
'안돼…안돼 종인아-'
'경수야!!!'
'악!! 오지마!!! 으아아가그각악!!!!'
절벽으로 떨어졌다. 도망남의 품에 안긴채.
"악몽이지 루한아. 이정도면."
"…어. 식은땀좀봐- 어떻게 꿈에서도 걔를 만나."
"…진짜 죽는줄 알았다니까. 징한자식. 징글징글한놈."
"대단하다. 여러의미로."
절벽에서 떨어짐과 동시에 소리를 지르며 일어난 나. 갑작스레 들리는 괴성에 놀란 루한이 내 방으로 달려온게 벌써 십분전의 일. 온 몸이 축축하게 젖어서인지 찝찝하기 그지없었거니와, 무엇보다 생전 안꾸던 악몽을 꿨다는것에 나는 좀 정신이 어지러웠다. 아직 어둠한점 물러가지 않은 창밖을 바라보며 마른세수를 한다. 꺼끌하니 갈라진 입술을 깨물었다. 꿈의 주인공이 김종인이라니. 이런 거지같은 꿈이. 그러다 곧, 내 이마위로 닿는 물수건에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그런 나를 보며 루한이 조심스레 물어왔다.
"걔랑 같은 반이라며."
"…어."
"불편한건 없어? 뭐- 괴롭힌다거나."
"…아니. 딱히 그런건 없는데. 좀 짜증나는건…있지."
"뭔데?"
"같이 춤을추게 생겼어. 너…포크댄스라고 아니?"
아씨. 내가 이걸 내 입으로 말하게 될 줄이야. 갑자기 확- 열이 오르는것 같아 허리춤에 뒹굴던 배게를 집어던졌다. 볼품없이 떨어지는 배게를 보며 루한이 놀란 눈을 하고 나를 쳐다봤고, 나는 나대로 열이 올라 씩씩-거렸다. 대체 어느 망할종자가 그따위 쪽지를 써적은거야!! 분명 내가 받아적을때만해도 포크댄스의 포자도 없었는데?! 백현의 농간으로 착각한 내가 녀석에게 따져들때 분명 변백현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작정하고 했으면 널 여장을시켰다.' 맞는 말이었다. 정말 변백현이 작정하고 덤볐다면, 지금쯤나는 녀석의 손에 휘둘린채 가발을 구경하고 있었겠지. 그럼 누가 그런 저주의 쪽지를 남긴거지. 악몽으로 퀭한 눈언저리를 문지르며 나는 한숨을 쉬었다. 걱정스러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던 루한이 입을 열었다.
"들었어. 걔랑 추게됬다며."
"…또 변백현이랑 통화했니."
"응."
루한아. 굳이 변백현에게서 정보를 들을 필요는 없어. 날 사이에 끼워두고 자꾸만 친해지는 두 사람생각에 힘없이 고개를 내젓자, 루한이 지긋이 물수건을 누른다. 가만있어.
"내가 걔한테 잘 말해볼까?"
"뭐…뭘 말이야."
"형 괴롭히지 마라고. 혹시, 쪽지도 걔가 쓴거 아니야? 물어봤어?"
"아니…설마."
"저번에도 그랬잖아. 내일 학교가면 꼭 물어봐. 니가 쓴거냐고- 아니, 대놓고 물어보기엔 좀 그런가?"
으응…쫌 쫌그래… 어색하니 웃는 나를 보며 루한은 흐음- 제 턱을 두드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네게 말하지 않은게 있다면, 그건 내가 김종인을 피해다닌다는 거야. 정확히 어제, 장기자랑 투표가 끝나자마자 다시금 담요를 뒤집어쓰고서 밖으로 튀어나가는 나를 보며 김종인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뭐 저런 미친놈이 있나- 싶었겠지. 하지만 지금 내게 중요한것은 김종인의 반응따위가 아니었다. 오로지 어떻게해야 녀석과의 오글오글한 포크댄스를 피할수 있을까.뿐. 생각만으로도 속이 느글거려 헛구역질을 하는데, 루한이 그런 나를 보며 내 등을 퍽퍽 두드린다. 그리고는 '전학가자.' 그 말에 미슥거리는 속이 금새 잠잠해졌다.
"아니, 전학까지는…"
"아니야. 형을 걔옆에 둘 수는 없어. 그 집착의 병자가 언제고 정신을 차릴지 모르잖아."
"그럼…지금은 걔가 미친거니…"
나는 걱정스러운 눈을 한 루한의 손등위로 내 손을 포개며 뒷말을 이었다. '이제 세 달 조금 남았어' 아무렴 네가 날 걱정하는 마음은 알지만, 이 어정쩡한 시기에 전학가서 적응도 못하고 쭈구리가 되고 싶지는 않아. 내 말에 뭐라 입을 열려는 동생을 보며 나는 고개를 저었다. 중학교 시절을 도망남때문에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루한은 다 알고있다. 그리고 그런 내게, 그 시절에도 똑같이 물어왔었다. 아, 그때는 아예 이민을 가자고 했었지. 나는 틀린 기억을 정정하며 걱정스런 얼굴을 마주본다.
"괜찮아. 그래도 나 좋다던 녀석인데, 날 괴롭히겠어?"
"형."
"에이. 걱정하지마. 진짜- 암것도 아니야. 그냥 우연이라고."
"괜찮겠어?"
"당연하지. 내가 도망남 한두번 겪었나. 내 손바닥 안이거든."
제발 그랬으면 좋겠어. 말도 안되는 소리를 늘어놓으며 나는 루한을 안심시켰고, 그제야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곤 아직 이른시간이라며 다시금 나를 자리에 눕혔다. 내가 집어던진 배게까지 친히 베어주면서. 그래. 차라리 자는게 남는거야. 요근래 스트레스로인한 불면증인지, 아니면 갑작스런 김종인의 귀환때문인지 몰라도 내 몰골은 영 말이아니었으니까. 지끈거리는 미간을 꾹- 누르며 나는 눈을 감았다. 이것또한 다 지나가리라. 따위의 생각을하며.
*
개뿔. 지나가긴 무슨. 모든 것은 일사천리로 순식간에 진행되었다. 내 의견은 길바닥의 개똥만도 못하게 받아치는 백현을 보며 나는 이를 갈았다. 왜?! 짝 바꾸자니까?! 쉬는시간 내내 변백현을 따라다니며 애원도 해보고, 짜증도 내보고, 협박도 해봤지만 녀석은 들은 척도 하지않았다. 제 말에 따르면 절대로 쪽지의 내용을 바꿔서는 안된단다. 임기동안 절대로 월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백현을 향해 나는 내가 아는 온갖 욕을 퍼부어줬고. 결과적으로 나는 김종인과 포크댄스를 해야 할 운명에 처했다. 그리고- 정말 이것까진 하고싶지 않았지만. 나는 최후의 카드를 내놓기로 결정을 내렸다.
"저…기 김종인…나랑 얘기좀…"
굳은 미간사이로 형형한 눈빛이 날 바라본다. 나는 조심스레 눈을 내리깔며 김종인에게 다시금 말을 붙였다. '얘기좀…하자.' 정말 이것까진 하고 싶지 않았는데, 막상 수학여행은 눈앞에 다가오고 애들은 저마다 짝지어서 춤바람에 빠지니, 그냥 보고만 있을수는 없겠더라. 그래서 결국 김종인에게 부탁을 하기로했다. 종인아 부탁할게, 네가 날 차버려. 그냥 뻥!! 그럼 나는 백현에게 말하겠지, 김종인이 내가 싫다는데?! 머릿속에서 착착- 맞아떨어지는 예상을 떠올리는데, 김종인이 입을 열었다.
"왜."
"우리 포크댄스…한 팀이니까, 아무래도 그게 그, 너랑 나랑 불편…하잖아."
"뭐가."
어? 순간 내가 잘못들었나 싶어 고개를 들고 녀석을 쳐다보니, 김종인이 날 바라보고있다. 그 시선에 괜시리 또 기가죽은 내가 시선을 피하며 우물쭈물하자, 김종인은 읽던 책을 소리나게 접으며 입을 열었다. 어색하게 둘만 남은 교실이, 이렇게 불편할줄은 정말 몰랐다.
"니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는데."
"…"
"난 괜찮은데. 어차피 한번하고 치울거 넌 뭘 망설이냐."
널 망설이잖아 널. 소리없이 입에서 멤도는 외침을 삼키며, 나는 잠자코 김종인의 뒷말을 들을 준비를 한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오는 김종인의 교복바지가 유독 검다고, 생각한다. 제 무릎위를 일정하게 두드리는 녀석의 손가락을 보며, 나는 문득, 2년전 김종인의 손을 떠올렸다. 그때도- 김종인은 꼭 저런손을 하고서 내게 러브레터를 건냈는데.
"마치고 교실에 남아."
"…어,어?"
"연습안해? 자신있으면 제끼던가."
"아…아니 나는 그게-"
"쓸떼없이 튀거나, 피하면 뒷감당은 알아서하고."
어정쩡하니 고개를 들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날 보며, 김종인은 짐짓 무섭게 읊조렸고, 나는 녀석의 말을 곱씹으며 얼굴을 이상하게 구겼다. 쟤가 지금 뭐라는 거야- 내 예상과 한참 엇나가도 엇나가는 김종인의 반응에 꿀먹은 벙어리가 된 나를 보며 김종인은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서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이내 곧,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을 나갔다. 허,허헐, 그러니까 쟤가 지금 나랑 춤춘다고…더구나 팔자에도 없는 춤바람이 나게 생긴건가…
그것도 김종인과 포크댄스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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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어째 내용이 산으로 가는- 오늘은 분량이 적은가요? 아닌데..나름 적는다고 많이 뽑았는데?!!! 적다면 죄송합니다(__) 독자님들 미안해요... 다음엔 좀더 알찬 내용을 들고와야겠네;;;
아- 그리고 찬열신을 찾는 분들이 많아요ㅋㅋㅋ 다음화에 나옵니다^^ 세훈이도 나와요!! 와우!! 드디어 다 나오는거야!! 그럼 저는 여러분의 사랑을 먹고 얼른 글을쓰러가렵니다. 시간날때 많이 써둬야해요ㅜㅜㅜ 요즘 바빠서 글쓸시간도 없는데, 오늘같이 시간나는 날은 정말ㅜㅜㅜ 여러분을 위해 모두 쏟아붓겠어요!!
쫌 민망하지만..어쨌든 애정합니다 독자님들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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