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왔다.두 발목이 이리저리 채이고 꺾였다. 이를 악물었다.자꾸 눈시울이 뜨거워지기에,소매로 벅벅 문질러 닦았다. 쉴 새 없이 마구 달리기만 했다. 네가 보일 때 까지. 멀리 조그마한 뒷통수가 움직였다.나는 발을 더 재촉했다.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듯 숨이 가팠다. 이윽고, 시야 가득히 네 뒷모습이 들어왔다. "김태형!!" 너무 운 탓인지 목소리가 듣기싫게 갈라졌다.아랑곳 않고 소리쳤다. 목이 찢어져도 상관 없다는 듯 네 이름을 외쳤다. 어린 아이가 악을 쓰듯이. 가능한 한 크게. "....어라." 눈앞의 내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 울고있지도,웃고있지도 않은 얼굴. 너는 뒤늦게야 어설프게 미소를 지어보였지만,나는 웃을 수 없었다. 힘이 풀린 몸뚱아리가 잠시 기울어졌다. 네가 황급히 손을 뻗었지만 나는 매정하게 그 손을 쳐냈다. 너는 다시 묘한 얼굴이 되었다. 화를 내지도,슬퍼하지도 않는 얼굴. "..미리 말...못해서.." "하지 마." "....응?" "미안하다고 하지 마.사과하지 말란 말이야." "...." 떨궈진 네 고개가 더 낮게 숙여졌다. 나는 간신히 숨을 고르며 널 응시했다. 잠시 뒤,짐을 다 챙긴 아줌마와 아저씨가 차에 올랐다. 두분 모두 나를 딱히 재촉하지는 않으셨지만, 더 이상 네겐 오래 지체 할 시간이 남아있지 않다는 뜻이었다. "....꼭 와." 숙였던 네 고개가 올라갔다.동그란 눈과 허공에서 시선이 얽혔다. 너는 한참을 그렇게 날 보며 서있기만 했다. 이내 닫혔던 네 입술이 살며시 벌어졌다.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어대기 시작했다. "꼭 올게." 말을 끝마친 입술이 유하게 호선을 그렸다. 목구멍이 텁텁했다. 나도 따라서 살풋 웃어보였다. 비록 눈물로 엉망이 되었을 못난 얼굴이었지만. "약속이야." "응." "약속한거야,너." "응." 울음소리에 짓뭉개져 어눌한 발음이 튀어나왔다. 너는 그런 우스꽝스러운 내 목소리에도 다정하게 웃어주었다. 그 얼굴을 계속 바라보고 있자니 아이처럼 울어버릴 것 같아서, 나는 주먹 쥔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약속할게.꼭 올게." 환하게 미소지은 네가 손가락으로 내 눈가를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나는 울음을 참느라 입가가 작게 떨려옴을 느끼고 고개를 떨궜다. 가만히 바라보던 네가 살포시 내 어깨를 감싸안았다. 눈가가 맞닿은 네 어깨가 축축히 젖어갔다. 한참이나 그렇게 안겨있었다. 이제 널 놓아 줄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잡고있던 네 옷자락을 천천히 놓았다. 내 행동의 의미를 알아챈 네가 슬프게 웃었다. 너는 몸을 돌려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한발. 두발. 네가 멀어져 갔다. 이윽고 너는 차에 올라탔다. 시동이 걸린 차 바퀴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 자리에 굳은듯 서서 그 모든 광경을 눈속에 담았다. 그때였다. "다녀올게!" 내려간 유리 창 위로 얼굴이 불쑥 튀어나왔다.너는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나도 손을 들어 느릿하게 흔들어보였다. 우리는 웃으며 인사했다. 서로가 멀리 점이 되어 보이지 않을 때 까지, 그렇게 한참이나. "..돌아와,꼭." 어깨에 남아있는 네 온기를 느끼며 작게 미소지었다. 머리 위로 네 웃음같이 새하얀 눈꽃이 흩어졌다. 눈치 챘을수도 있지만 태형이는 많이 아픕니다..죽을병ㅠㅠ 그래서 치료를 받으러 해외로 나가는데,사실상 치료 될 확률은 극소수. 그걸 알면서도 웃으며 인사를 나눌 수 밖에 없어요.. 이 순간이 서로에게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ㅠㅠ 독방에 올린거 옮겨왔습니다♥